탐스러운 붉은 머리칼의 미녀가 반라의 상태로 침상에서 뒹굴고 있다.
살짝 열려진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한 줄기가 그녀의 얼굴을 비춘다. 나이는 한 20대 중반 쯤 되었을까? 처녀의 풋풋함이 남아있으면서도 농익은 암컷의 향이 풍기는 관능적인 여성이다.
반쯤 걸친 갈색 상의 사이로 제법 훌륭한 몸매가 드러난다. 햇빛에 자주 노출된 팔이나 다리는 건강하게 그을렸지만 안쪽의 속살은 백옥같이 새하얀 색이다.
안타깝게도 가슴은 A컵 정도로 보이는 빈유에 불과하지만, 전체적으로 날씬한 체형과 롱다리, 그리고 가슴 대신 봉긋하게 나온 엉덩이까지 꽤나 몸매를 관리한듯한 인상이다.
막 잠에서 깨려는지 움찔거리던 눈이 떠지며, 푸른 색 눈동자가 드러난다. 보기드물 정도의 청초한 미녀는 아니지만, 뚜렷한 미관에 암코양이처럼 색기가 감도는 게 남성들이 꽤나 선호할 것 같은 스타일이다. 흠이라면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일까, 그녀의 만만치 않은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다.
"흐응~~~~~"
벨라는 정신이 들자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오늘도 늘 머물던 퀴퀴한 여관방 침대다.
간밤에 과하게 힘을 썼는지, 뻑적지근한 양팔과 양다리를 두드리면서 근육을 풀어주다가, 불타는 태양같은 선홍빛 머리칼을 돌돌 말아본다.
하늘색 하의는 벗겨진 모습 그대로 침대 위에 너부러져 있었고, 팬티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반쯤 가린 상체와는 달리, 하체는 모든 속옷이 벗겨진 채 옥문까지 훤히 개방되어 있었는데 그녀의 소중한 부위부터 허벅지까지 탁한 백색의 자국들이 눌어 붙어 있었다.
"하아... 이 자식들, 뒤처리도 제대로 안 하고 갔네."
벨라는 볼을 살짝 부풀리며 눈을 찡그렸다. 자는 동안 마비되어 있던 후각도 이제 깨어났는지, 그녀의 하체로부터 남성의 진한 냄새가 풍겨 온다.
침대 옆의 탁자에는 빈 술병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그녀는 한 손을 뻗어 술병 쪽을 뒤적거리다가 약간 남아있는 듯한 술병 하나를 찾아 입 안에 퍼부었다.
-꿀꺽꿀꺽
"크아......"
싸구려 술의 독한 맛이 전신에 퍼진다. 이 길거리의 여관이라면 어디서든 판매하는 바타비아 공국산 럼주로, 해장술로는 제격이었다.
벨라는 이윽고 몸을 완전히 일으켜 침상을 반듯이 개고, 여기저기 흩어진 속옷들과 술병, 안주거리를 모아 정리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찢어질듯 말듯한 갈색 상의도 벗어 버리고 샤워실로 향했다. 그녀가 이번 휴식기동안 빌린 방은 이 여관'모험가의 쉼터'에서는 나름 샤워 장비까지 갖춰진 중상급 객실이었다.
미지근하지만 차갑진 않은 물줄기를 맞으며, 향긋한 샴푸와 각종 세제를 이용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이 씻어냈다. 이 세계에 갓 왔을 때는 하체가 정액 범벅이 되면 말라 비틀어 지기 전에 바로 씻어내지 않고는 못 견뎠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쿨하게 넘기게 되었나 보다.
샤워를 하는 동안에는 왠지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던 그녀가 다른 차원의 이계 '아타락시아(Ataraxia)'로 오게 된 연유는 전혀 알 수 없다. 더구나 그녀 본신의 몸으로 온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집에서 평범하게 잠자리에 들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알지도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새롭게 가지게 된 이름은 이사벨라 폰 트란실바네(Isabella von Transhilvane). 중간성과 혈족성까지 있는 귀족계급이지만 지금의 처지에서 보듯 몰락귀족이다. 그녀의 먼 선조는 트란실바네라는 성에서 알 수 있듯이 에우로파 대륙 동부의 트란실바니아 지방을 다스리던 공작급의 대귀족이었으며, 지금도 직계 출신의 혈족은 동부에서 행세 깨나 한다고 들었던 것 같다. 다만 그녀의 집안은 먼 방계 출신이라 이미 몰락한지 오래였다.
무남독녀였던 이사벨라는 일찍이 부모를 여읜 채 돈을 벌기 위해 용병 일에 뛰어 들었다. 다른 몰락귀족 영애의 경우, 창녀로 팔려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다행히 그녀는 용병이었던 부친의 지도를 받아 어릴 때부터 검술을 익혔기 때문에 그런 처지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사벨라의 부친도 C급 용병에 불과했고, 부친에게서 수련받은 이사벨라 역시 높은 등급의 용병은 아니었다. 더구나 벨라(Bella)라는 약칭으로 용병길드에 등록했을 때의 나이는 10대 후반에 불과해 지금보다 훨씬 약했다. 겨우 테스트를 통과해 최하급 E급 용병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베테랑 용병으로 거듭났다. 이제는 예전 부친의 수준을 따라잡아 C급 용병패까지 획득한 상태였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대한민국이란 온실 속에서 살던 화초 같던 그녀가 이사벨라가 된 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스물둘의 일이었다. 당시의 벨라는 다른 자유용병들과 함께 팡고른 숲의 오크들을 토벌하는 의뢰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우거와 미노타우르스 무리를 연속으로 만나며 용병들은 큰 손실을 입었고 와중에 벨라 역시 오우거가 휘두른 랜스에 맞고 기절해 버렸다.
다른 용병들이 간신히 그녀를 구출해 치료했으나, 깨어난 건 예전의 벨라가 아닌 그녀였다. 의식 상의 그녀는 연약한 현대인이 분명했지만, 동시에 이사벨라의 기억과 경험, 능력, 습관까지 모두 가질 수 있었기에 용병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아윽......"
벨라는 아랫도리에서 아릿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순간 힘이 빠지며 미끄러질 뻔 했다. 이미 떠오른 태양으로 보아, 광란의 밤이 끝난 지 한참은 된 것 같은데 아직까지 저릿저릿했다.
"윽, 이 무식한 놈들. 얼마나 박아댄 거야?.."
어젯밤에 같이 술을 마시면서 노가리를 까던 동료 용병들 때문이었다.
벨라처럼 자유용병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꽤나 많았다. 용병단에 가입할 실력이 되지 못해서거나, 혹은 집단에 소속되었을 때 걸리는 여러 제약들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그녀는 후자의 경우였다.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마음에 들지 않는 의뢰를 수행하거나,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험한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는 질색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벨라는 D급 용병이 되었을 때 한 용병단에 입단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고생만 잔뜩 하다가 나온 경험이 있어 지금의 자유용병 생활을 좋아했다. 보통 용병이 무소속으로 다니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용병단에 소속된 용병들 수보다 자유용병의 수가 훨씬 많다. 벨라는 다년 간 많은 자유용병 동료들과 안면을 익혔고, 어떤 의뢰가 공고되면 특정 지역에 머무는 자유용병들끼리 합심해서 의뢰를 해결한 경우도 많았다.
어제의 술자리는 여관에서 머물던 용병들 열 명 가량이 자연스럽게 모여서 나눈 거였는데, 여자는 벨라를 포함해 둘 뿐이었다. 그 중에 다른 여자용병은 또다른 남자용병 한 명과 연인 관계여서, 중간에 같이 빠진 것 같고, 다른 일이 있던 몇 명도 빠졌던 것 같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대여섯 명은 상대했으려나."
전장에서 구르고 구른 여성 용병들은 남성들보다도 더 남성같은 성격이라 전혀 티나거나 하진 않는다. 특히 마법사가 아닌 전사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검사, 권사, 궁사, 창술사 등 무기를 사용하는 여성 전사들은 21세기의 보디가드를 보는 것처럼 몸 대부분이 우람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고, 얼굴도 남자랑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생물학적으로 XX염색체를 지녔을 뿐, 본인도 스스로를 여자라 여기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니 오죽할까.
비록 몰락했지만 귀족 영애 출신이라 어느 정도 미모를 갖춘 벨라 같은 경우는 약간 과장을 보태 '신비의 금속 오리하르콘'이나 '불사의 영약 엘릭서'만큼 희귀하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벨라는 입단한 초창기부터 항상 용병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그것이 그녀가 10년 가까이 생존하면서 상당한 실력을 쌓고 인맥까지 얻게 된 비결이다.
그녀가 처음으로 이계에 와서 벨라의 몸으로 깨어났을 때, 가장 기겁했던 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무력 행위와 '그 행위'였다. 전투에 나가 몬스터와 인간을 베고 다니는 경험, 우람한 서양 남성들과 '그 짓'을 하는 경험이 머릿 속에 생생했다. 현대에서 소위 '아다'였던 10대 소녀가 이런저런 어른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받았을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무의식 중에 예전 이사벨라의 성격이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았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거야.."
3년 전의 그녀는 난데없이 이상한 세계에 떨어져 몸이 뒤바뀌었다는 충격에 일주일 간 숙소에서 꼼짝도 않았다. 브뤼헤 시 용병길드 지부장 타넌이 의뢰포상금을 받으러 오지 않는 그녀를 이상하게 여겨서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타넌은 벨라의 부상이 악화된 건지 걱정도 되고, 무사하다면 간만에 격렬한 운동(?)이라도 해보려는 뜻에서 온 거였다. 아직 혼란스러운 상태였던 벨라는 자기 앞에서 당당하게 바지춤을 끄르고 성기를 꺼내는 타넌을 보고 기겁했다. 습관이 무서운 걸까,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타넌의 자지를 잡았다가 얼어 버렸다.
'으.............'
뭐랄까.... 당장 내쫓으면 수상하게 생각할 까봐, 아직 부상 회복이 덜 되었다고 더듬더듬 말했다. 타넌이 피식 웃으며 자기 물건이 작아서 별로냐고, 그럼 자기가 포상금까지 찾아온 성의가 있으니 오랄만 하고 끝내자고 한다.
얼떨결에 무릎을 꿇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남자의 자지를 천천히 입에 담궈 버렸다.
-츄릅... 츄릅... 스읍..
처음에는 현대인으로서 남아있는 거부감 때문에 빨거나(?) 주무르거나(?) 하는 게 굉장히 서툴렀는데, 이내 벨라의 경험이 녹아든 건지 능숙해졌고, 1분 만에 정액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으윽, 벨라 이 창녀 년!!"
-꿀꺽꿀꺽
"후~"
타넌은 한발 뽑아내고 만족한 표정으로 떠났지만, 벨라는 무의식 중에 정액을 삼켜버렸다는 충격에 빠져, 한참동안 일어나지도 못한 채 공황에 빠져 있었다. 지금 와서야 타넌과도 여러 번 몸을 겹친 사이라 장난같은 일이었지만, 그때의 그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던 것이다.
며칠 후에야 용기를 내서 길드의 의뢰를 받았다. 다른 용병들 이삼십명과 함께 한달간 미개척지를 탐사하는 의뢰였다. 물론 용병들과 함께 떠돈 한 달은, 그녀가 기겁했던 이런저런 생활에 적응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첫날 밤에 용병들은 미개척지 바바리아(Bavaria)의 어느 들판에 텐트를 치고 노숙했다.
낮에 탐사작업을 할 때 부터 용병들은 이미 벨라의 몸 곳곳을 슬쩍슬쩍 터치하거나 주물러댔다. 특히 앙증맞게 톡 튀어나와있는 그녀의 둔부가 주 공략대상이었다. 가벼운 가죽의상을 입었기에, 그녀가 허리라도 숙일라 치면 통통한 엉덩이가 살짝 드러났는데, 항상 성욕에 불타오르는 남자들이 그걸 두고 볼리 만무했다.
처음에는 지하철 치한이라도 만난듯 기겁했지만, 용병들로부터 이상하다는 눈빛을 몇 번 받은 뒤에는 조용히 참을 수 밖에 없었고, 해가 질 무렵에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손길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히 타넌처럼 오랄을 요구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점심시간에 그녀의 가슴에 손을 집어 넣어 빈유를 떡주무르듯 주무르는 한 변태 동료 덕분에 점심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조차 몰랐다.
더군다나 미개척지는 몬스터와 무법자가 나오는 곳이었고, 첫날에도 여러 번의 전투가 벌어졌다. 벨라는 부지불식 간에 벌어진 첫 전투에서 생명의 위협을 겪었지만, 위기 상황이 되자 자연스럽게 몸이 행동했다.
그녀의 머리통을 부수려는 오크의 배를 애검 '블러디 하울(Bloody Howl)'로 갈라 내장까지 저며 버렸고, 동료들에게 활을 쏘는 무법자의 뒤로 접근해 깔끔하게 목을 날려 버리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배운 트란실바니아식 장검술, 부친이 물려준 명검, 전장을 전전하며 배운 여러 중상급 기술들 덕분에 그녀는 인근의 자유용병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었다. 애검 혈향검(血響劍, Bloody Howl)의 이름을 딴 별칭까지 붙은 상태다.
하지만 현대인의 의식으로 겪는 첫 전장이기도 해서, 벨라는 종일 기감을 끌어올리고 긴장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저녁을 먹은 직후 그녀는 바로 모포에 들어가 몸을 뉘었다. 엄청난 피로와 스트레스 덕분인지 금방 코를 골며 잠에 빠졌다.
꿈나라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즈음, 아래쪽에서 이것저것 분주한 손길이 움직이더니 이내 시원해졌다. 벨라는 무의식 중에 몸을 틀며 엉덩이를 뒤로 빼주었다.
"으음........"
잠에 취해 한번 더 뒤척이는 순간, 남성의 단단한 살덩이가 그녀의 음부를 강하게 꿰뚫었다.
- 푸욱
"아악?"
순간 잠에서 깬 그녀는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단말마 비명을 질렀다.
"으윽, 벨라 너도 안 젖어있을 때는 꽤 빡빡하구나!"
"뭐, 뭐야? 악! 이게 무슨...?"
낮에 그녀의 엉덩이를 툭툭 치던 남자용병 중 하나였다. 이제는 두손으로 그녀의 양쪽 둔덕을 꽉 움켜지고 허리를 붙인 채 열심히 피스톤운동을 시작했다.
하루종일 불안하긴 했는데 설마 자는 중에 그냥 덮칠 줄은 몰랐다. 아니..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꽤 오랫동안 남자 맛을 보지 못한 탓에 기대라도 했던 걸까?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우웁...?
엎드린 자세로 뒤를 돌아보던 벨라의 얼굴 앞으로 검붉은 막대기 하나가 드리워졌다. 또다른 용병이 꺼낸 육봉이었다. 꽤나 대물이었던 육봉은 경황 중에 그녀의 입술을 뚫고 부드러운 입안으로 삽입되었고, 용병은 그녀의 붉은 머리칼을 움켜잡고 오랄을 시작했다.
벨라는 머릿속으로는 분명히 거부감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나른한 몸은 반항해야 겠다는 생각을 버린 것 같았다. 이미 그녀는 모포 위에서 엉덩이만 추켜 세운 채 얼굴을 숙여 남성의 육봉을 빨고 있었는데 마치 개가 먹이통에 놓인 먹이를 허겁지겁 먹는 모습 같았다.
"흐읍....씁.....츄르르.....흐읍.....흑....컥컥.."
그녀는 얼떨결에 딥쓰로우를 당한 뒤 목에서 성기가 빠지자 정신을 차리려는듯 머리를 흔들었다.
본능일까, 입에서는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아, 씹쌔끼들. 피곤해서 자고 있는 걸 못 견디고!"
-투두둑
"에?"
그러나 방금 전 오랄을 받은 용병의 좆물이 그녀의 얼굴 정면에 팍 하고 발사되면서 다시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꽤 오랫동안 쌓여있었던 건지 다량의 정액이 그녀의 눈과 코를 더럽히며 미간에서 흘러내렸다.
"하아, 하아, 이 조루새끼. 흡!"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누군가의 발기된 성기 하나가 다시 입에 들어왔다.
"으윽.. 역시 너만한 입보지가 없어."
탐사대에는 벨라 말고도 여자 용병들이 열 명 가량 더 있었지만, 그녀가 봐도 '하고 싶게' 생긴 얼굴은 얼마 없었다. 아마 많은 남정네들이 여기에 몰려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암울해졌다. 가끔씩 레즈라서 남자를 거부한다거나, 여러 명과 하는 걸 꺼리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여자 용병들도 꽤 있으니.
"흠, 피곤해 보였는데 다음에 할 걸 그랬나? 그래도 이미 집어넣은 거, 금방 끝내고 가지 뭐."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자의 성기가 박히면 박힐수록, 피로에 쩔어있던 몸과 정신도 노곤노곤하게 풀어지며 활기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의식 상으로는 분명히 첫 경험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몸은 그렇지 않은지 찌르르 찌르르 전기가 통하는듯한 쾌감도 동반되었다. 하루종일 느꼈던 스트레스가 지우개로 지우듯 깔끔히 풀어지는 느낌이랄까?
이사벨라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녀는 항상 삽입을 당할 때마다 그런 고양감을 느껴왔던 것 같다. 남녀를 불문하고 용병들이 몸을 굴리는 건 본능적인 성욕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무 중에 느꼈던 긴장과 피로감을 풀어내는 가장 효과적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푸욱-푸욱 퍽-퍽-퍽-퍽-퍽!
"아으, 좋다! 완전 정신을 못 차리는데, 벨라양. 낮에 너무 열심히 활약한 거 아니야?"
"아까 무법자들 만났을 때 완전 무섭게 썰고 다니더라고. 흐흐, 그래도 넌 밑에 엎드려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박힐 때가 제일 예쁘더라."
"힘들긴 힘든가 보네. 우리가 마지막으로 끝내고 나갈테니 푹 쉬어!"
S급이나 A급같은 고위 용병이라면 되면 모를까, 하루하루가 부평초 같은 중하급 용병들의 인생에 성적 고정관념이 들어서는 게 더 이상한 것이다. 이곳 아타락시아 세계가 현대 한국보다는 성적인 측면에서 자유롭기도 하고.
아무튼 결과적으로 그날 밤 벨라가 상대한 건 무려 다섯 명이었다.
이 세계의 여자 용병이라고 벨라처럼 동시에 남자들과 붙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남자 수가 늘어날수록 체력 소모가 심해지므로 꺼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녀는 성교 과정에서 오히려 체력이 회복되는 체질 때문인지 소위 돌려지는 걸 나름 즐기는 편이었다.
거기에는 과거 이사벨라의 첫 경험 역할도 컸다. 이사벨라는 10대까지 집안에서 나름 엄격한 귀족식 교육을 받으며 커왔기에 용병이 될 때까지 처녀를 유지하고 있었고 성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대다수의 여자 용병들은 어릴 때 시골에서 또래 애들과 어울려 놀다가 남친을 사귀고 정상적인 성경험을 하는 경우여서 용병이 된 후에도 그런 관념이 적당히 유지되었다.
하지만 벨라의 경우 나름 이쁘장한 얼굴에 늘씬한 몸매로 아무 것도 모르는 숫처녀 티를 내면서 돌아 다니니, 만나는 용병들마다 그녀를 보면서 군침을 꿀꺽 삼키고 기회를 노렸다. 물론 처음에는 기본적인 의식이 있어 그녀도 남자를 경계했다. 그러다 어느 몬스터 토벌 의뢰를 끝마치고 열린 뒷풀이 자리에서 용병들이 술에 흥분제를 섞어서 진탕 먹였다.
벨라는 그렇게 반쯤 술에 취한 채로 발가벗겨져, 어느 운좋은 중년 용병의 육봉에 처녀를 잃었다. 안 그래도 성적으로는 베테랑 수준인 용병들인데, 의뢰기간 동안 어지간히 꼴렸는지 단단히 준비한 채로 뒷풀이에 참석했다. 마치 현대에서 본 일본야동처럼 그녀의 몸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오일을 바르고, 처녀막을 개통한 뒤에도 흥분제가 잘 퍼지도록 그녀의 몸 이곳저곳을 세심하게 주물럭대며 성감대를 체크했다. 그들에게 벨라는 모처럼 만난 미녀이기도 했고, 먼 타국에서 만난 원나잇 상대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볼 확률이 높은 용병동료였다.
한마디로 장기적으로 따먹기 위해, 다소의 마초스러운 욕심은 참으면서 벨라의 몸을 세심한 쾌락에 푹 절여놓았던 것이다. 그때도 다섯 명의 사내가 그녀를 탐했었다. 남은 이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그녀의 붉은 머릿결이나 손을 이용해 자위하고 또는 애무하면서 그녀의 아름다움을 계속 칭송해 주었다. 그들의 작전은 훌륭한 성공을 거두었다. 개통식이 되어버린 뒷풀이 후, 벨라는 남자들과 몸을 겹치면서 겪는 쾌감에 푹 빠졌고, 인근의 용병들은 마치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차들처럼 벨라의 구멍에 드나들 수 있었다.
'아윽......젠장!! 이불킥하고 싶어 지잖아!'
현대에 살던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벨라의 몸은 더욱 흥분한듯 마치 물만난 고기처럼 퍼드득거리며 애액을 토해냈다.
우연의 산물일까? 과거 이사벨라의 첫 경험에 더불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녀의 첫 경험 역시 거친 용병들 밑에 깔려 시원하게 떡을 치면서 쾌락에 울부짖는 것이었다.
이후 의뢰가 끝날 때까지 몸을 대주면서도 머릿속 어디엔가 여전히 꺼림칙한 느낌이 남아있었지만, 한달이 더 지나자 예전처럼 능동적인 자세로 체위를 바꿔가며 남자들을 공략해 나갔다. 일 년 넘게 그 생활을 반복하자 이제는 종종 먼저 달려들기도 하는 색녀의 끼를 되찾게 되었다. 그 일은 그녀가 이전의 이사벨라처럼 아타락시아에서의 삶에 완전히 적응하게 된 계기였다. 특히 성적인 면에서는 일종의 회귀불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셈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현대에서 배운 지식과 가치관 또한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는 향후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새로운 무기가 된다.
벨라는 샤워를 끝낸 뒤 기본적인 화장까지 마치고 옷을 갈아 입었다.
이 시대에도 파격적인 붉은 티팬티를 꺼내입고, 코르셋과 함께 뽕을 넣은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이거 하나면 어디서든 간편한 섹스가 가능하다. 속옷을 자주 빨거나 찢길 일도 없어 벨라는 즐겨 입는 편인데, 다른 여자용병들이 보면 기겁하곤 한다.
상의는 검은색 자수가 들어간 진홍빛 셔츠, 하의는 남색 스키니로 선택했다.
빙의 이전의 벨라는 패션에 별 관심없이 편한 옷을 즐겨 입었지만, 현대인의 의식에 물든 이후로는 의상실도 이곳저곳 다니면서 직접 코디를 하고 맞춤복을 제작하기도 했다. 웬만한 귀부인 못지 않은 그녀의 패션 센스 덕분에 용병들 눈만 호강하는 중이다.
패션 사업은 벨라가 빙의 후에 새로 시작한 여러 사업들 중 하나다. 브뤼헤 자유시가 속한 로사링거연합을 포함해, 프로방스, 헤센, 프로이센, 바이에른 등 대륙 북서부의 왕국들에서 지점을 늘려가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녀가 론칭한 '이자벨라 마랑'은 귀족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얻고 있었고, 브랜드를 세분화해 부유한 평민들을 위한 세련된 옷, 중하류층 가정을 위한 편한 옷도 만들면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긴 상태였다.
그 외에 벨라는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작가와 학자, 작곡가 등으로 활동하면서 조금씩 수입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고깽 양판소에서 나오는 것과 달리, 현대인이 아타락시아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건 상당히 제한되어 있었다. 벨라가 처음에 떠올렸던 비누나 라이터, 전구 등 현대적인 발명품들은 이미 마법에 의해 대량생산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식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몇몇 동화를 바탕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문맹이 절반에 가까운 시대였지만, 다행히 부친으로부터 글을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어공주와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동화로부터 시작해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사회적, 과학적 이론을 서술한 학술서까지 저술했고, 이 세계에서 통용될 만한 음악을 떠올리며 작곡을 시작해 인지도를 쌓는 중이다.
글을 읽을 수 없는 다른 용병들은 그래도 그녀가 몰락귀족의 후예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신기해 했다. 집필이나 작곡을 하는 밤에 찾아와 몸을 섞을 때면, 더욱 불타오르기도 하는 것 같다.
얘기가 딴 데로 샜는데, 아무튼 벨라는 황색 트렌치 코트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간단한 쇼트소드와 사브르를 옷 안팎에 찬 뒤, 애검 블러디 하울까지 돌돌 만 뭉치를 들고 객실을 나섰다. 그야말로 동화 속에서나 나올만한 멋스러운 용병의 차림새였다.
계단의 코너를 빙 돌아 '모험가의 쉼터'의 식당과 로비가 위치한 1층까지 내려가자,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이 보인다. 유난히 시끌벅적한 테이블을 쳐다보니 굴라시 스프를 연신 들이키는 용병들이 눈에 띈다. 어제 그녀와 시원하게 떡을 친 동료들이 배를 부여잡고 해장을 하는 중이다. 얼굴에 홍조들이 올라 있어 살펴보니, 옆에 바이에른 왕국산 마크가 붙어있는 맥주병이 벌써 두 병이나 나와 있다.
'바이에른산 맥주는 꽤나 부드럽게 감기는 맛이지.'
-휘익~ 옷 예쁜데?
그녀를 발견한 용병들이 휘파람을 불며 말을 걸었다.
"어이 벨라! 지금이 몇시야? 어젯밤에 많이 피곤했나봐?"
"걸음걸이도 이상한데 잠을 잘못 잔 거 아니야? 킬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