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49)

 급브레이크라도 밝은듯 신형이 그대로 엎어진다.

 "컴온."

 프리드리히는 절대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을 만난듯 몸을 돌아세워 그대로 그녀 앞으로 끌려 온다. 숨을 씩씩 거리는데, 눈에 핏발이 잔뜩 서 있다.

 "어라? 너 아직 완전히 변이된 건 아니네. 이거 제대로 고통스러운 상태겠는데…."

 그의 상태가 어떤지는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도망친 건, 학살에서 살아남고 싶다는 생존의 욕구 때문이었다.

 "헉, 헉, 크으으으으으으윽. 아아아아아."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프리드리히, 넌 눈치도 부족하고 가끔씩 재수없긴 했지만 꽤 귀염둥이였는데."

 덕담인지 험담인지 모를 말을 내뱉은 뒤, 손을 내밀어 기운을 넣어주자 좀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 두 쌍의 눈이 마주쳤다.

 "프리드리히, 똑똑히 들어. 지금 상황은 잘 알겠지?"

 의식이 완전히 되돌아온듯, 고개를 끄덕인다.

  

 "넌 지금부터 약 10분 정도가 지나면 완전히 뱀파이어로 변해버릴 거야. 아, 뱀파이어는 흡혈귀를 뜻하는 말이고."

 아직 인간의 감정이 남아있는지, 프리드리히의 눈에 공포가 서린다.

 "블라드 그 영혼까지 빌어쳐먹을 영감탱이가 말한 것과 달리, 난 뱀파이어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모르겠어. 다만 뱀파이어를 통제할 수는 있어."

 -끄덕끄덕

 "자, 결정의 시간이야, 프리드리히. 인간으로서 죽기를 원해? 아니면 뱀파이어가 되어 살기를 원해?"

 벨라는 잔인한 질문을 던졌다.

 "모, 모르겠어….. 난………난…….."

 그의 머릿속에서 그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그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져서야 어떻게 그를 죽일 수 있겠는가?

 "나는 너의 자유의지를 존중할 거야, 프리드리히."

 그의 머릿속은 엄청난 갈등 속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살고 싶지만, 인간의 피를 빨아야 하는 현실. 죽고 싶지만,  고향이 그립고 가족들이 보고 싶은 현실. 그리운 비엔나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인간'의 감정이 뱀파이어가 되라고 유혹하지만, 정작 뱀파이어가 된다면 그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런 잔혹한 모순이 또 어디 있을까? 벨라는 그 모든 고뇌를 자연스럽게 전해받으며 고소를 짓는다.

 "에휴, 너의 자유의지가 향하는 바를 내가 다 알고 있으니, 결국 나의 판단이 너의 판단이나 다름없구나."

 독재자와 같은 말에, 프리드리히가 고개를 끄덕인다. 선택을 남에게 미룬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었지만, 정서적인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벨라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결정했어. 뱀파이어가 되어라, 프리드리히."

 그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게 느껴진다. 기뻐하는 것일까, 슬퍼하는 것일까? 물론 벨라는 알 수 있다. 둘다 섞여 있었다.

 "훗, 일어나, 프리드리히. 이렇게 보면 윌리엄보다도 더 쇼타 같은 느낌인데? 나의 피를 마신다면 적어도 1년은 흡혈욕구를 느끼지 못할거야. 감정도 다시 살아날 거고. 1년이 지나면 또 내 피를 마시면 되잖아."

 "저, 정말이야?"

 "응! 그리고 만에하나 언젠가 내 피를 먹지 못해 흡혈증이 나타난다 해도, 절대 인간의 피는 빨아먹지 마. 그건 내가 용납하라 수 없어. 장담은 못하지만, 흡혈증을 고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볼게. 아까 공작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그의 모든 기억이 나에게 들어온 덕분에, 연구자료는 충분해. 뇌속 한구석이 더러워진 느낌이긴 하지만."

 그제서야 프리드리히는 안심한듯 고개를 든다. 눈물범벅이 되어 있는 얼굴이 조금씩 평온에 물들어간다.

 벨라는 그와 함께 간밤의 혈전이 벌어진 장소로 향했다. 그녀는 용병생활의 경험을 통해, 혹시모를 후환을 남기는 일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다. 번거롭더라도 조금의 후환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다.

 학살의 흔적을 정리하면서, 찢겨나간 가루와 조각들이 모았다.

 "뱀파이어 영화나 소설들 보면 얘들은 잿더미가 되어도 부활하더라고."

 모두 끌어모아 가루로 만든 뒤에 섭취해 버렸다.

 이제 길에 세워놓은 텐트와 마차까지 처리하면 공작의 흔적은 완벽하게 소멸한다.

 침엽수림을 뚫고 들어온 여명이 그녀의 붉은 머릿칼을 물들였다. 검은 숲에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프리드리히가 막 뱀파이어로 변화했을 때, 그녀의 피를 뽑아 한약처럼 그릇에 담아 복용시키니 완전히 인간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위험하지 않은 수준까지 최대한 뽑아 주었더니, 계산상 3년 가까이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그를 신성제국으로 돌려 보내며 몇 가지를 당부했다. 블라드 공작은 서부지방 깊숙이 여행을 계속하는 중이고, 그 와중에 수행기사 한 명이 부상을 입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설정을 주지시켰다. 그리고 폰이사벨 그룹과 관련하여 그녀가 자리를 비울동안 처리할 일들을 알려주었다.

 그를 떠나보낸 뒤, 벨라는 흑림지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작년이었다면 그녀를 한방에 찢어발겼을 몬스터들이 덤벼들었지만, 보이는 족족 격파해 주었다. 그녀의 몸에 설치된 불안한 균형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세상에 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전까지는 가끔씩 폭발이나 학살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몸이라, 인간들이 사는 곳을 택할 수가 없었다. 흉폭한 괴수들이 우글거리고 오랫동안 인간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비처에 그녀의 발길이 닿았다.

 '마치 무협소설의 은거기인이 된 느낌이잖아? 후훗.'

 흑림을 헤집고 다니다가 좋은 고원지대를 발견했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으로 가본 북한의 금강산과 비슷한 경치였다. 터를 다진 뒤에 저택을 세우기 시작했다. 손을 휘둘러 나무를 베고 돌을 깎았아 기본재료를 만들었다. 시행 착오를 거치며 천연염색제와 접착제까지 만들었다. 학살 당시에 흡수한 기억 중에 목수의 것이 있었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마차에서 가져온 짐에는 그가 사용하던 도구들도 있었고.

 초보의 티가 물씬 났지만, 며칠이 흐르자 대충 사람이 살 수 있을만한 집이 만들어졌다. 이후에도 두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계속 보강을 거듭한 끝에 작은 저택이 완성되었다. 그 모양은 조선의 궁궐에 있던 전각 형태의 기왓집과 비스무리해 보였다.

 '후후, 나만의 별장이 생긴 느낌이야. 별궁이라고 해야 하나?'

 지구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노스탤지아(Nostalgia) 즉 향수궁(鄕愁宮)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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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실제 흑림에 있는 곳입니다. 여기에 동양풍의 전각을 넣으면 되겠네요.

 벨라는 향수궁을 건축하며 남는 시간에는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블라드 공작의 데몬즈하트에서 비롯된 힘을 혈마력(血魔力)으로 명명했다. 이 혈마력에 잠식된 그녀를, 샤를 대공이 준 기사의 증표가 구해낸 셈인데, 반지의 힘을 폭발했던 순간 자연스레 그 정체도 깨달았다. 그것은 반지 형태를 띠고 있지만, 본질은 검이었다. 오러를 불어넣으면,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검의 형태로 변신한다.

 다만 일반적인 오러로는 반지를 다룰 수 없고, 신비한 힘이 필요하다. 그녀는 그 힘을 성화력(聖火曆)으로 명명했다. 성화력은 반지 깊숙한 곳에 겨울잠을 자듯 저장되어 있었는데, 데몬즈하트에서 비롯된 파괴적인 마력에 반발해 튀어나왔던 것이다.

 반지 형태를 띤 검의 이름은 성검(聖劍) 잔다르크였다. 실제로 그 검을 소유했던 성처녀(聖處女) 잔다르크(Jeanne d'Arc)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그녀는 30년 전 프로방스 왕국의 전쟁영웅이었다. 브리타니아연합의 침공으로 멸망 직전에 놓였던 프로방스왕국을 구원하는 기적을 일으켰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적군에 사로잡혀 화형당했다고 한다.

 반지의 기억을 본 지니게 된 벨라는 대충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프로방스의 국왕이었던 샤를 7세는 전쟁이 끝나가자, 그녀의 힘이 자신의 왕권을 억누를까 두려워했고, 결국 적군인 브리타니아와 부르고뉴에 잔다르크를 몰래 팔아넘긴 것이다. 잔다르크가 마녀로 몰려 화형당하면서 그녀의 성검도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부르고뉴 대공이 반지 형태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샤를 대공이 왜 이것을 자신에게 넘겨주었는지도 대충 짐작이 간다.

 잔다르크는 죽은 지10년도 되지 않아 교황청에 의해 성녀로 복권되었고, 그녀를 화형시킨 재판관들이 오히려 이단으로 몰려 화형당했다. 프로방스 국민 뿐만 아니라 에우로파 대륙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신비로운 행적과 순수한 성격, 신성한 이적, 비극적 최후를 보면서 감동하고 추앙하게 되었던 것이다. 샤를 7세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이를 진두지휘하며 그녀를 금세기 최고의 전쟁영웅으로 선전하며, 프로방스 국민들을 뭉치게 할 정신적 구심점으로 삼았다. 생전의 잔다르크를 모함하거나 그녀의 유품을 가져갔던 자들이 신벌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았다.

 '확실히 프로방스 왕국을 지나간다면 조심해야 겠군.'

 그러나 잔다르크를 배신하고 처형한 이들은 몰랐을 것이다. 성검은 차라리 순수와 정의로 똘똘 뭉친 성처녀의 손에 계속 들려있었어야 했다. 새로운 주인 이사벨라는 잔다르크와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퀸(Queen)이었으니까.

 벨라는 두 번의 환골탈태를 통해,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경지에 이르른 상태다. 이 숲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익스퍼트 중급이었으니, 지난 번에 이어 연속으로 두 단계를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었다.

 좋은 소식은 검술단계 구분법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초인적인 능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뱀파이어 퀸이 되면서 생긴 능력들인데, 하수들을 상대하기에 더없이 편리하며, 어쩌면 소드 마스터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비장의 무기였다. 게다가 블라드 공작이 보유했던 무예 지식까지 얻었다. 아직 뇌 한켠에 정보 형태로 저장되어 있지만, 수련 중에 하나씩 뜯어 분석할 예정이다.

 나쁜 소식은 신체 내부가 두 개의 파벌로 갈려 국지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혈마력과 성화력은 각각 신체 왼쪽편과 오른편에 오러홀을 형성하여, 의식의 통제가 느슨해질 때마다 충돌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그녀가 보유한 힘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어려웠다. 처음에는 이것 때문에 각혈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게다가 한쪽의 힘만 끌어올려 사용하면, 다른쪽의 힘이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문제가 생겼다. 따라서 두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머리가 빠개질 정도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그 해결방법을 찾아냈다. 골든 프레데터 심법이 지닌 포식자의 능력을 이용하여 두 힘을 추출해낸 뒤, 드라큘러스 문 심법이 지닌 은밀한 능력을 이용하여, 추출된 힘의 내부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신체 안쪽의 상태를 통제하기 위해서도 이 방법을 응용해 이용했는데 효과가 제법 좋았다. 이를 통해 두 힘이 안정적으로 통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벨라는 이 운기법을 더블하트(Double Heart)라 명명했다. 새로운 오러심법을 개발한 셈이다. 블라드 공작의 경험을 흡수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블하트는 그녀에게 큰 도움을 주었지만, 한 가지 중요한 부작용이 있었다. 운기할 때마다 혈마력과 성마력이 전신의 세맥에서 움직이며 몸이 매우 민감해지고, 기운이 흐를 때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양되면서 조금씩 흥분감이 쌓인다. 운기가 끝난 즈음에는 흥분감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성욕 불만 상태가 된다. 즉 심법을 운용할 때마다 발정기가 찾아오는 거나 다름 없었다. 예컨대 하루에 열번 운용한다면 열번 발정하는 것이다.

 여자용병으로 살면서 미약도 몇 번 들이켜 봤는데, 그때와는 비교하기도 미안한 수준이다. 그때는 몸이 살살 뜨거워 지면서, 미약을 탄 놈들이 꺼낸 좆이 맛있게 보이는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이라도 남성의 물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다며, 온몸의 세포가 긴급구조신호를 보내오는 느낌이다. 전신의 말초신경 한가닥 한가닥이 예민해지면서, 극도의 성적 흥분상태에 돌입한다. 이때 누군가가 그녀를 만족시켜준다면, 뇌속이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듯한 쾌감이 찾아오면서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게 남성에 복종하게 된다.

 몇 달 후에는 더블하트의 운기 요령이 쌓이면서, 발정기는 하루에 한두번으로 줄고 그 강도도 미약 몇개를 들이킨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 또한 무시무시한 효과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가 처음의 그 강력한 부작용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건 정말 이제껏 상상치도 못했던 일들이었다.

 흑림지대 깊숙이 위치한 어느 오크 부락. 이곳은 먼 옛날 남대륙에서 사막화를 피해 북부로 이주한 블랙오크(Black Orc)들의 정착촌이다. 그들의 몸은 기본바탕인 초록색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은색으로 물들어져 있었고, 신장은 인간종족의 2배인 3m 정도 되며 살집도 그만큼 통통한 편이다. 성정은 상당히 흉포한 편이라, 인간이나 고블린 같이 만만한 타종족을 보면 일단 죽여놓고 잡아먹는 편이었다.

 오크나 고블린, 오우거, 트롤, 고블린, 베어울프, 미노타우로스 등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들은 인간과 교미가 가능한 생물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성교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그 이유는 모든 종족은 주로 동족에게만 성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이 몬스터에게 성욕을 느끼지 않듯, 몬스터도 인간에게 성욕을 느끼지 않는다. 오직 그들이 인간에게 느끼는 것은 식욕 뿐이다.

 그러면 처녀들이 산에 갔다가 몬스터에게 사로잡혀 범해졌다는 괴담들은 왜 떠도는 걸까? 몬스터들은 가끔씩 발정할 때가 있는데, 이때 암컷을 구하지 못해 장시간 성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종족을 만나는 경우면 가능하다. 즉 서로 간에 아주 운이 없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꾸룩꾸룩. 음탕한 인간 암컷. 꾸룩꾸루루룩. 기분 좋다. 꾸루루."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부락의 블랙오크들은 한 인간 처녀를 단체로 범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수컷들이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모여들어서 말이다. 생물학자들이 본다면 눈을 비비며 무척 신기해할 현상이다.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20대 중반의 처녀가 태양처럼 빛나는 붉은빛 머리칼을 좌우로 흩날리며, 풍만한 엉덩이를 들어 열심히 방아를 찍고 있다. 밑에서는 한 블랙오크의 흑색 자지가 그녀의 질구멍을 들락날락 거리는 중이다. 미녀의 새하얀 등 뒤에서는 다른 블랙오크가 그녀의 머리 향기를 맡으며 엉덩이구멍을 괴롭히고 있다. 추가로 세 마리의 오크가 여인 주변을 포위하고 최대한 좁게 선채 펠라치오를 받고 있었다.

 한 마을의 블랙오크 수컷들이 단체로 발정기에 접어들리는 없었다. 더구나 마을에는 교미할 수 있는 동족 암컷들도 많은데 말이다. 가능한 가설은, 그들이 우연한 계기로 이 인간 여성과 성교를 하게 된 뒤 상당한 쾌감을 느끼면서 습관처럼 이를 지속하게 되었다는 것 뿐이다.

 블랙오크의 거대한 자지를 정성들여 쥔 채 빨아주는 그녀의 정체는…. 바로 인근에서 수련 중이던 이사벨라였다. 총명하던 푸른 눈은 동공까지 혼탁해진 채 오크 자지의 무식한 사이즈에 압도되어 있었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연신 음란한 교성을 토해낸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이곳엔 뜨겁고 끈쩍끈쩍한 열기만이 가득했다.

 오크들은 이내 미녀의 양 구멍에 녹색 정액을 토해냈고, 그녀도 절정을 느꼈는지 고개를 뒤로 꺾으며 신음소리를 길게 내지른다. 오크의 성기를 빨아주던 입은 움직임을 멈춘 채 아 벌려져 침을 질질 토해냈으며, 사파이어처럼 푸른 벽안은 반쯤 뒤집히며 열락의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소위 전형적인 '아헤가오' 표정으로, 그녀가 느끼고 있는 쾌감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사정을 한 블랙오크들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물러나자, 주변에서 대기하던 다른 블랙오크들이 다가왔다. 잔뜩 발기된 성기를 그녀에게 내미는데, 작은건 3, 40cm 정도고, 큰건 족히 5, 60cm는 되어 보인다.

 오크들이 흘린 정액 웅덩이 위에 풀썩 널부러져 있다가, 정신을 차린 벨라는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일어섰다. 허벅지 사이가 뻐근한 게 허용용량을 초과한 지 한참 되었다.

 "오늘은 더 이상 안돼. 벌써 네 세트나 했잖아."

 블랙오크들은 각자의 성기를 부여잡은 채 불쌍하게 고개를 흔들며 어필했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흉폭한 오크들이 다른 종족에게 이처럼 온순한 태도로 자신의 의사를 피력하다니… 믿지 못할 일이었다. 아까 그 생물학자들이 이것까지 목격했다면, 백퍼센트 개꿈이라고 생각하고, 어서 꿈에서 깰 방법을 생각하려 들 것이다.

 "꾸륵꾸륵, 암컷, 제발 우리까지만 대줘라, 꾸륵꾸륵."

 "꺼져, 이 괴물놈들아. 다음 번엔 너네가 일빠로 하면 되잖아. 어우… 한세트에 다섯 놈이니까, 흐에에, 벌써 스무 마리나 상대했네."

 물론 질 속에 삽입했던 오크는 네 마리에 불과하지만,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그녀가 옷깃을 여미며 부락을 나서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오크들은 아쉬워하며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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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는 부락 옆에 있는 개천에서 깨끗이 목욕을 하면서 오크들의 체액을 지워냈다. 이 자식들은 다 좋은데, 너무 더러운 냄새가 나서, 섹스하면서 자신까지 오염되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그게 나쁜 점은 아닌 것 같지만... 몬스터에게 자주 좀 씻으라고 강요하기도 어려워서 매번 듬뿍듬뿍 들여마시다 보니, 어느새 냄새에도 조금씩 길들여 지고 있다.

 체액을 완전히 씻어내자, 솟을 때는 솟고 들어갈 때는 들어간 순백의 나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년만 해도 부족한 점이 많은 육신이었지만 이제 여신의 조각상처럼 완벽해진 몸매다. 오크들은 인간보다 힘이 세고 신체부위도 날카로워서, 평범한 인간여자라면 몸 곳곳에 상처를 입었을 테다. 하지만 그녀는 몇몇 곳이 살짝 붉어보일뿐 다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환골탈태 이후로 웬만큼 강력한 힘이 아니면 그녀에게 생채기조차  입힐 수 없게 된 덕분이다.

 용병 일을 하면서 다소 헐렁해졌었던 질이나 항문의 구멍도 특별하게 변화했다. 삽입된 성기의 크기에 따라 그녀의 구멍도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면서 성기를 최적으로 쪼여준다. 육봉이 엄청 커서 자궁이 있는 부분까지 들어온다 해도, 질의 형태가 변화하며 몬스터의 성기를 무리없이 소화해 준다.

 "아놔! 몬스터들이랑 섹스나 하라고 환골탈태한 건 아닐텐데."

 데모나 하트를 복용한 뒤부터, 벨라의 몸은 정상적인 인간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태였지만, 일단 신체 외형과 정신만은 확실히 인간이었다. 따라서 괴수들과 정사를 나누는 행위를 당연히 혐오스러워 했다.

 그러나 그녀가 흑림 슈바르츠발트에서 수련하는 한, 더블하트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몬스터와의 정사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만약 참고 버티다가는 정말 몸이 폭발해서 저승으로 가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더블하트를 처음으로 운용했을 때의 기억이 생각났다. 운기를 성공했다는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강렬한 성욕에 미쳐서 숲을 헤집고 다니다가, 어떤 오크 한 마리를 잡아서 성교했다.

 "이런 개씹할새끼가!!!!!!!!!!!!!!!!!!"

 정신이 든 다음, 거의 성기불능 상태가 된 오크 자식을 쳐죽이고 연거푸 구역질을 해댔었다. 결벽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몸을 씻어대다가, 콱 죽어버릴까 생각도 해봤다. 이종간의 섹스를 타의 같은 자의로 한 상황.. 그때는 정말로 본능적인 혐오감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이세계에서 4년 동안 여러 번 죽을고비를 넘기며 훌륭하게 버텨왔는데, 이대로 삶을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더블하트보다 더 좋은 수련방법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마을이나 도시로 수련장소를 옮긴다면 금방 미친 년으로 낙인찍혀서 쫓겨날 게 눈에 선했다. 고민 끝에 혹시나 해서 더블하트를 다시 운용했다가, 몬스터와 두 번째로 성교해버렸다.

 두 번째 상대는 거의1m에 가까운 성기를 지닌 수컷 오우거였다. 오우거는 그녀를 보자마자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며 공격했지만, 벨라는 간지럽다는듯 맞은 부위를 긁어대면서 달려들었다. 결국 붙잡힌 오우거는 그녀에게 다른 종류의 몽둥이를 휘둘러야만 했다. 벨라의 질도 오우거의 성기는 모두 소화하진 못하고, 한 90cm 정도만 삼켰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쾌락이 밀려왔다. 질 안쪽의 속살이 최고조로 확장되면서, 바깥부터 맨 안쪽까지 균일한 쾌감을 가져다 주었다. 이전에는 주름 형태로 오물려 있던 살들이 쫙 펴지며, 성감대가 두세 배로 늘어난 셈이었다.

  "아아……..…너무 커……하우우욱……….이 느낌이야……….부서져버려…....흐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두 번째 섹스를 한 뒤, 벨라는 오우거를 죽이지 않고 그냥 보내 주었다. 쾌감을 느낀 기억이 너무 생생했던 것이다. 그날 하루동안 벨라는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다시 한번만 더블하트를 운용해 보기로 했다.

 세 번째 상대는 고블린 무리였다. 고블린의 성기는 10cm 정도에 불과했는데, 대신 엄청나게 끈적끈적하고 풍부한 체액을 갖고 있었다. 그 체액엔 인간에게 독으로 작용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일반 인간이 접촉하면 살이 녹아내리고 만다. 하지만 환골탈태를 한 벨라에게는 따끔하고 가려운 느낌에 불과했다. 그런데 체액이 닿아 간지러워진 질 안을, 고블린의 성기가 관통해 시원하게 긁어주자, 벨라는 천상의 쾌락에 몸을 부들부들 떨어야만 했다.

 "응하앗, 하아아, 응하아아아, 이거 너무 좋아아, 흐아아아아아아, 미쳐버리겠어! 꺄아아아아아앗"

 고블린이라면 정말 쉴틈없이 수십 마리를 상대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그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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