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벨라는 결국 이곳에서 계속 더블하트를 수련하기로 마음 먹었다. 유전자에 새겨진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유전자가 추구하는 더 큰 목표는 생존이다. 벨라는 신체의 시한폭탄을 극복하고,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해 위대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몬스터와의 섹스는 그 수단에 불과했다.
하루에 몇 번씩이라도 더블하트를 운용할 때마다 발정해서 괴수들과 격렬히 섹스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검은오크 부락 뿐만 아니라, 일대의 수컷 몬스터들은 모두 벨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녀의 아랫도리가 자신들의 암컷에 비해 굉장히 쫄깃쫄깃해서 평소에 맛보기 힘든 쾌감을 가져다 준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향수궁으로 찾아오는 몬스터들도 생겼는데, 벨라는 무분별한 정사를 원하지 않았고, 손수 건축한 고향의 고궁이 파괴될까봐 그들을 흠씬 두들겨 내쫓았다.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 백 번, 이백 번, 삼백 번…
몬스터와 경험을 가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벨라는 자신이 이를 통해 쾌락을 얻고 있으며,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충분히 자신이 원할만큼 즐거운 행위라는 걸 납득하게 되었다.
가끔씩은 더블하트를 수련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성욕이 일어나 그들의 부락을 찾아가곤 했다.
여전히 혐오스러운 감정은 남아 있었지만, 못 이기는 척 뒤를 내주어 박히고 나면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젠장할. 박히는 기분이 너무 좋은 걸 어떡해."
그렇다고 '이제 인간의 성기로는 못 느끼겠어' 하는 돌연변이 색녀가 된 건 아니다. 그녀의 질은 유연성과 수축성이 대단해졌기 때문에 사람의 성기를 통해서도 몬스터 못지 않은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였다. 또한 같은 종족끼리는 감정이나 언어, 관계 등 쾌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수많은 요인을 공유하고 있다.
"학! 학! 학!"
"인간암컷, 우리들이 모두 발기했을 때 그 중 누구 것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가?"
괴수들 중에서는 대륙공용어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존재들도 있었는데, 수인족이 대표적이었다.
수인족들 중, 베어울프족은 영화에서 보던 늑대인간과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튼실한 근육과 멋진 갈기를 지녀 벨라의 육체를 즐겁게 해주었다.
"헉! 헉! 여기 있는 다섯 명 중에서 따진다면, 흐음…. 지금 내 머릿결 위로 좆방망이를 두들겨 주고 있는 녀석이 제일 큰 것 같은데? 윽! 이 자식 기분좋은지 더 세게 때리네."
"크윽…… 아쉽군…"
"하하, 괜찮아. 네 물건도 작은 편은 아니고, 무엇보다 공사판의 외제 드릴처럼 잘 돌아가는 게 묘한 쾌감을 주거든. 하아아…."
"음,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컷이 느낀다니 기분이 좋아지는군. 더 힘내서 돌려주겠다. 이야압."
그 베어울프는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무지막지한 공격을 시작했고, 벨라는 완전히 깔아뭉개진 채 기분 좋은 신음소리를 내주었다.
"고마워, 하아아아아아, 좋아, 좋아, 바로 그거야. 이 느낌이야. 아흐으응…"
흑림 안에는 놀랍게도 드워프 마을도 있었다. 드워프 종족은 그나마 인간과 비슷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키가 작고 뚱뚱한데다, 성기의 크기도 매우 작은 편이었다. 벨라는 정말 가끔씩, 작은 고추가 끌릴 때마다 그곳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의외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드워프들은 모두 뛰어난 장인들이었기 때문에, 벨라의 애검인 트와일라잇을 보다 아름답고 강력하게 강화시켜 주었고, 자신들이 만든 좋은 무기나 보석도 선물했다. 그것은 벨라가 인근 지역의 최강자였기 때문이다.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만든 무기가 강자에 의해 쓰이기를 원했으므로, 그녀에게 자발적으로 무기를 권했다. 심지어 그녀를 레드드래곤으로 오인한 드워프들도 있었다.
드워프 마을은 이제껏 벨라가 탐사한 지역 중 가장 먼 곳에 위치해 있었다. 드워프들은 벨라에게 동쪽으로 한참 더 가면 엘프마을은 물론이고 드래곤 레어도 몇 개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물론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기겁해서 더 이상 자신의 영역을 넓히지 않았다. 이 세계의 드래곤은 지능이 높은 생물이긴 했으나, 탐욕과 변덕이 심하며 아무 이유없이 강력한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등 재앙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성력 1380년 새해가 밝았다. 벨라가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가 신성기원(神聖紀元)으로 1374년이었으니, 6년이 흐른 셈이다. 나이는 스물 여덟 살,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20대 후반이다.
"아놔, 내가 벌써 이씹팔?"
슈바르츠발트의 겨울 사진입니다.
처음 왔을 땐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하던 슈바르츠발트의 삼림지대도 이제는 내집처럼 익숙해졌다. 크리스마스 무렵부터 내린 새하얀 눈송이가 앙상한 나무와 차가운 대지를 이불처럼 덮고 있다.
두꺼운 은색 모피옷을 입고, 새하얀 샤프카(지구의 러시아 지방에서 쓰던 털모자)를 쓴 미녀가 눈 위를 터벅터벅 걸어간다. 모자 아래로 길게 삐져 나온 진홍 머리와, 흑요석빛 바지에서 드러나는 각선미가 매력적인 여성이다. 용병들이 흔히 사용하는 여행용 행장을 걸치고, 끈으로 연결한 황혼빛 장검을 옆에 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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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런 모자에요. 벨라는 원래 이 정도 클래스의 외모였는데 이제 더 예뻐졌습니다.
흑림의 서쪽 깊숙한 오지에서 유일하게 존재했던 인류, 이사벨라였다.
출도에 앞서 향수궁은 싹 비워두었다. 언젠가 다시 왔을 때 별장처럼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향은 북쪽으로 잡았다. 목적지는 도버해협이다. 아틀란타 대해에 속해 있으며, 프로방스와 로사링거, 브리타니아 삼국이 만나는 요충지다. 드디어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 문명의 요람으로 돌아간다는 생각, 꿈과 모험의 용병활동을 재개할 생각에 마음 속이 설렘으로 가득 찬다.
정오의 따사로운 햇살에 사각사각 녹아내리는 눈 위를 걸었다. 잠시 뒤를 돌아, 길게 이어지는 발자국을 쳐다보다 다시 앞으로 향하며 외쳤다.
"해피 뉴이어!"
일주일 정도 북쪽으로 가니 드디어 인간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 닦여 있었고, 논밭과 민가도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다. 낡은 표지판을 만나 먼지를 닦아내며 살펴 보니 대충 어디쯤에 와있는지 짐작이 간다.
그녀는 알프스 산맥 기슭에서 시작해 헬베티아와 프로방스를 거쳐 아틀란틱 해안가까지 수직으로 길게 이어지는 아피아 가도(Via Apia)의 북단에 있었다. 조금 더 가면, 아틀란틱 해안가를 수평으로 잇는 샬레 가도(Via Sale)와 만나는 교차로가 나온다. 그 일대가 바로 바이킹 공작이 다스리는 노르망디(Normandy) 지방이다.
노르망디는 형식적으로 프로방스 왕국의 영토지만, 수십 년 전에 북쪽에서 침략해 온 바이킹들(Vikings)이 점령해서 눌러앉은 땅이다. 바이킹 족은 북방의 빙하지대에 사는 야만족으로, 이 대륙의 무수한 야만족 중에서도 가장 흉포하고 야만스럽다고 알려진 종족이다. 프로방스 국왕도 그들을 몹시 꺼려해서 아예 그들의 대표를 공작으로 삼고 자치권을 인정해준 다음 세금마저 면제해주고 있었다.
노르망디 공작의 통치령은 강자지존의 법칙이 통용되는 곳으로, 내부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잦았다. 용병들 입장에서는 기회의 땅이었기 때문에 뜨내기부터 베테랑까지 온갖 모험가들이 득시글거린다. 더군다나 두 가도와 세 국가가 만나는 지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상업도 발달한 곳이다. 비록 치안의 안정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대상인들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용병단을 고용하면 문제없는 일이다. 중소상인들도 운만 좋다면 크게 한탕 잡을 수 있는 곳이랄까?
벨라는 노르망디 지방에 들어서자마자 몇 번의 분쟁에 휘말렸다. 한번은 루앙 인근의 들판에서 어느 중소상인이 끌고 온 마차가 도적떼에게 진탕 털리는 중이었는데, 도적들은 갑자기 나타난 붉은 머리의 미녀를 보고 눈이 훼까닥 돌아가 그녀에게도 달려들었다.
물론 벨라가 휘두른 트와일라잇에 의해 대부분 목숨을 잃거나 고자가 되었다. 몇몇 도적들이 공포에 휩싸여 도망가는 걸 내버려 두고, 상인에게 다가갔다. 상인은 위기에서 벗어나 기쁘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벨라가 상당한 양의 귀중품을 요구하자 울상을 지었다.
'이 세계에서는 착하면 호구 취급받거든.'
벨라가 갈취하듯이 받아낸 각종 어음과 보석은 상인이 이번 상행에 들고 온 재산의 반이 넘는 양이었다. 그가 남은 상품들을 모두 판다고 해도 본전조차 채우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했고 상인도 겉으로는 아무런 소리를 내뱉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 상인은 가진 걸 모두 빼앗긴 채 목숨마저 잃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르망디 지방 칼바도스 주의 주도 캉(Caen)입니다. 어감이 별로여서 소설에서는 주의 이름인 칼바도스를 차용했습니다.
"와우! 맘에 쏙 드는데?"
이틀을 지나 노르망디 영지의 도읍인 칼바도스(Calvados)에 들어선 벨라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워 했다. 버건디 이후 2년 넘게 접하지 못했던 문명의 이기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거리 곳곳에 화려한 석재 건물과 거대한 규모의 시장이 펼쳐져 있었고, 칼을 찬 모험가들과 짐을 싣은 상인들의 마차가 분주하게 돌아 다닌다.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첫날은 적당한 고급 여관에 숙소를 잡고 도시 구석구석을 활보했다. 여관은 '칼바도스의 장미'란 다소 감성적인 이름이었는데, 여관에서 직접 운영하는 온실 형태의 장미정원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출입문을 드나들 때마다, 갑주를 입은 기사와 호위용병들이 경계태세를 펼친 채 매서운 눈빛으로 주시하는 게, 유력한 귀족이나 대상인들이 머무는 곳 같았다.
부르고뉴의 수도 버건디가 질서정연한 와인색 건축물과 깨끗이 닦인 주홍색 직선보도들로 이루어져 규율잡힌 느낌이었다면, 칼바도스는 거칠고 짙푸른 남색의 성벽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을 생동감 있게 물들이고 있는 느낌이다.
벨라는 시장 한 켠에서 청과물을 팔고 있는 상인에게 다가갔다. 칼바도스는 지역의 이름을 딴 사과술이 있을 정도로 사과가 유명했는데, 색깔이 그녀의 머리색처럼 붉고 알이 탱탱한 게 아주 달콤할 것 같았다. 저녁 때 후식으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사과 몇 개와 석류, 바나나 몇 쪽까지 바구니에 집어담으며 말을 걸었다.
"노르망디 지방은 초행이라서 그런데, 이곳의 공작님은 어떤 분이신가?"
"흠, 흠. 공작 저하야 당연히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상인은 그녀의 모습을 힐끗 살피더니 이내 범상치 않은 검을 패용한 것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답한다. 상인의 나이는 50살에 가까워 보였기에 젊은 손님의 반말이 기분나쁠법도 하지만 그것은 약자가 기꺼이 감수해야할 일이었다.
'거야 당연히 그렇겠지.'
어지간한 막장이 아닌 이상,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영주의 욕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벨라가 과일 한두 개를 더 고르면서, 좀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상인은 멋쩍은 미소로 말을 이었다.
"저하 덕분에 정말 살기 좋아진 건 맞습니다. 선대 공작이신 롤로드 저하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셨을 뿐 통치에는 방임정책을 취하셔서 저희 같은 군소 상인들은 파리목숨이나 다름 없었는데, 현재의 저하께서 등극하신 후 법률이 만들어지고 치안대가 돌아다니면서 상업이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지요."
"흐음, 새로운 저하께서는 상업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군."
"예, 그뿐만이 아니라, 가끔씩 거리에 나오셔서 저희네들 민생까지 살피십니다. 평복으로 왔다갔다 하시는 통에 모르고 넘어간 적도 많은데,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분인줄 알게 된 적도 있었습죠.."
"호오, 이 세계에도 그런 귀족이? 더군다나 야만스럽다는 바이킹족이 말인가?"
"허억!"
벨라의 말에 상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위를 정신없이 살펴본 뒤, 낮은 어조로 속삭였다.
"어디 멀리서 오신 분 같은데, 이 도시에서는 절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바이킹들은 정말 무서운 자들이거든요. 그날 먹은 음식이 평소보다 맛없다고 주방장의 팔을 잘라내고, 파는 물건에 작은 흠이 하나 있다면서 다짜고짜 칼을 뽑아들어 가게 주인을 반동강 내버렸습니다. 둘다 제 친구놈들이었는데, 정말 그런 파리 목숨이 따로 없었습죠."
"뭐? 쓸데없이 잔인한 자들이네. 미복잠행을 즐기신다는 공작 저하께서 그런 행패들을 모르시진 않을텐데 가만 냅두시던가?"
"흠, 그게 다른 귀족 분들은 눈치를 보면서 잠잠해진 편인데, 저하의 형제 분들이 좀 그렇습니다. 그분들 때문에 장사를 망친 게 하루이틀이 아니지요."
"흐음, 형제라…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맞나보네. 당신도 그런 망나니 자식들에게 당한 적 있어?"
벨라가 계속 들어주자, 상인은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불만을 터뜨리면서 꺼내 놓는다.
"어이구, 말도 마십시오. 말씀 잘 하셨습니다. 그 덩치만 큰 망나니 같은 자식들은 정말 이 칼바도스의 암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뒷골목 양아치들? 어휴, 차라리 그쪽은 정도라는 게 있습니다. 선을 넘진 않지요. 한데 그 자식들은 정말 야만인 중에서도 야만인인…"
상인이 랩을 하듯 신세한탄을 쏟아내는데, 갑자기 그의 뒤쪽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닥쳐라!"
순간 온몸이 얼어버린 상인이 몇초 후에야 간신히 자라처럼 움츠려든 목으로 뒤를 돌아본다. 그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짙푸른 망토를 걸친 여인과 경갑옷을 입은 남성이 뒤에서 강렬한 기세를 쏘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의 외모나 체구는 이 근처에서 흔히 보이던 노르망디의 농민과는 다른 면이 많았다. 2m에 가까운 긴 체형에 환한 백금발, 창백하고 거친 피부, 차가운 남색 눈동자까지… 언젠가 북부의 전쟁터에서 봤던 바이킹 족 야만인들과 똑닮은 생김새다.
"치, 치안대장님!!!! 단지, 소, 소인은………허억………..!"
먼저 남성을 발견한 상인이 두손을 싹싹 빌면서 뭔가를 말하려다, 여인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듯 놀라 다시 굳어버렸다..
'치안대장?'
벨라는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듯 눈살을 찌푸렸다. 여인은 정체를 잘 모르겠지만, 남성은 영지의 문장이 새겨진 복식으로 보아, 확실히 치안대장이 분명해 보였다. 덩치는 남성이 더 컸지만, 벨라가 느끼기에 실력은 여인이 훨씬 윗줄로 보였다.
'호오, 바이킹 귀족인가? 이거 나랑도 제대로 붙어볼만 하겠는데?'
물론 저 정도 강자가 치안대장과 같이 다닐 정도면, 영지에서도 상당한 권력자임이 분명할테니 일부로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런 무례한 놈을 봤나! 그대를 귀족모욕죄로 즉결처분하겠다."
치안대장이라 불린 남자가 검을 뽑아 순식간에 상인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아이고, 내가 입방정때문에 죽는구나!'
-퍼어억
"끄으헉!"
눈을 꽉 감은 채 엎드려 떨던 상인은 누군가 자신의 몸을 세차게 걷어차는 걸 느끼며 가게 뒤편으로 몸뚱이째 날려졌다. 벨라가 칼이 닿기 전에 그의 몸을 발로 걷어차 날려보낸 것이다.
치안대장이 눈쌀을 찌푸리며 벨라 쪽을 쳐다보았다.
"뭐하는 짓이지? 감히 공무를 방해하는 건가?"
벨라는 깜짝 놀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두손을 휘휘 저었다.
"아니, 전혀! 그냥 저 상인이 재수없는 말을 해대서 뻥 걷어 차줬을 뿐인데."
쓰러져서 거품을 토해내는 상인에게 다가가려던 치안대장은 얼굴을 붉히며 그녀 쪽으로 돌아섰다.
'이런, 너무 세게 차줬나? 갈비뼈가 족히 세 대는 나간 모양인데?'
"지금 나를 놀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