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49)

 왕궁의 정문을 지키던 근위병이 그녀를 알아보고 문을 열어주었고, 뒤이어 대기하던 시종이 안내를 시작했다.

 "재상 각하의 비서관이신 이사벨 경이시군요. 오늘은 일찍 출근하셨습니다?"

 벨라는 왕궁의 하인이나 시녀에게 친절하다고 소문이 나있었고, 오고 가는 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고 살가운 대화를 이어가는 편이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정보들은 꽤 유용한 내용이 많아, 왕궁에서의 생활과 은밀한 사정에 대해 정통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호호. 오늘은 재상각하의 관저 말고, 베르사유 궁의 사계절 정원 쪽으로 부탁할게."

 "예? 아, 예. 그럼 그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시종은 잠시 의아해 했으나, 이내 태연히 대답했다. 아마 며칠 전부터 베르사유 궁 외곽에 머무는 신성제국의 사신단과 연관있을 확률이 높았다. 제국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리슐리외 추기경이 뭔가 연락이라도 주고 받으려는 거겠지. 오랫동안 왕궁에서 근무해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런 일을 깊게 파고 들어가서 좋을 것이 없었다.

 한참 이리저리 복잡한 통로를 지나치자, 작은 오벨리스크 뒤로 화려한 정원이 나타난다. 때는 도시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1월 중순이었고 온실이 설치된 것도 아니었건만, 이 일대에는 기온과 습도를 조절하는 마법 시스템 덕분에 사계절의 화초가 구획별로 어우러진 절경(絶景)이 펼쳐져 있었다.

 시종이 공손히 인사하고 사라진 뒤로 사오분 쯤 지났을까? 벤치에 앉아있던 벨라의 곁으로 한 청년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벨라 님."

 신성제국 사신단의 대표로 프로방스 왕국을 방문 중인 프리드리히 후작이다. 그동안 편지는 몇 번 주고 받았지만, 실제로 본 건 거의 2년 반만이었다. 슈바르츠발트에서의 그 불행한 사건 이후로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우웩. 갑자기 어색하게 웬 존댓말이야?"

 "저는 이게 편합니다만…. 원하신다면 평대하겠습니다."

 "그래, 적어도 우리 둘만 있을 때는 편하게 하자고."

 프리드리히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 아니, 그래. 너는 여전하구나, 벨라."

 "아무렴. 니가 그렇다고 기어오르는 애는 아니잖아. 자, 꽁지빠지게 기다리던 거 여기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흡혈욕구가 강해지면서 힘들었을텐데.. 잘 참았네."

 벨라가 건네준 상자를 열자, 선명한 붉은빛이 감도는 단환 하나가 진홍색 손수건에 감싸져 놓여 있었다. 프리드리히는 본능적으로 그 단환이 지닌 기운과 실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 추기경 나으리는 어디로 간거야? 이제 슬슬 제국과 비밀스런 얘기를 주고 받으려고 하는 것 같던데."

 프리드리히는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얘기는 어젯밤에 충분히 나눴어. 그의 애꾸눈 심복이 찾아왔지. 오늘 방문은 그저 제3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형식적인 만남일 뿐이야. 대륙대전이 언제 발발할지는 모르지만, 별일없으면 개전 후 일주일 안에 프로방스 전국에서 내전 혹은 어떠한 반전이 일어날 거야."

 놀라운 얘기지만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벨라는 태연히 대답한다.

 "흐응~ 그럼 그때까지는 여기 머물면서 짭짤히 소득을 올려야겠네."

 "아, 그리고 리슐리외 저하는 안쪽의 특실로 들어가면 있을거야. 우연히 방문 시간이 겹친 왕비 마마께서도 계실테니 적당히 예를 차릴 준비를 하는 게 좋을거야."

 "풋! 그래? 정보 고마워."

 특실이란 곳은 정원 곳곳에 갖가지 넝쿨과 수목, 화초를 엮어 만든 방으로 실외와 실내의 중간 개념이었다. 안쪽에는 테이블과 침대도 있고 각종 다기나 디저트 보관함, 마법을 이용한 보드게임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정원을 산책하다가 다리가 아파올 때쯤,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며 대화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벨라는 프리드리히와 십분 정도 더 대화를 나누다, 이내 그를 돌려보내고 정원의 안쪽으로 향했다. 후각과 청각을 인간의 한계 이상으로 끌어올리자, 정원 곳곳에서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풀잎에서 나는 싱그러운 향기, 이름모를 풀벌레들이 울어대는 소리가 느껴졌고, 그 사이로 희미하게 인간의 체향과 음성도 끼어있다.

 "에이, 이제 1단계 진행 중이잖아?"

 벨라는 투덜대면서 정원의 안쪽에 비밀스레 위치한 특실 한 곳으로 향했다. 미리 약속했던 헛기침과 발소리로 정체를 알리며 문을 열자, 끈적끈적한 풍경이 그대로 보인다.

 화려한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황금색 장신구들을 걸친 흑발의 미인이 긴 드레스자락을 펼친 채 무릎을 꿇고 있다. 그녀의 고귀한 붉은 입술은 살짝 열린 채, 프로방스의 재상인 리슐리외 추기경의 성기를 정성스레 빨아주고 있다.

 바로 이 나라, 프로방스 왕국의 왕비인 카트린느 드 메디시스였다. 차갑고 냉소적이며 권력의 화신으로 알려진 적국 출신 국모 말이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는데, 인형같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새하얀 살결까지, 태어날 때부터 고귀한 신분만이 지닐 수 있는 귀티가 물씬 풍겼다. 평소에는 차갑기 그지 없는 갈색 눈동자가 비인간적이라며 흠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특실을 가득 채운 열락에 전염되었는지, 부드럽고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벨라는 자신이 착각했음을 인정했다. 이건 1단계가 아니었다. 아니, 1단계가 맞지만, 1부의 1단계가 아닌 3부나 4부의 1단계 정도 되는걸까? 왕비의 화려한 드레스 곳곳에 하얀 액체가 살짝살짝 묻어 은밀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이토록 노익장을 발휘하는 걸 보면 확실히 재상은 여러모로 비범한 인물이다.

 이사벨라의 눈이 마주치자, 왕비는 육봉을 살짝 빼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잘 왔어. 이사벨. 이번 판은 잠시 쉴테니까 나를 좀 도와서 그이를 상대해줘."

 이사벨라는 살포시 웃으며 왕비의 옆에 앉아 바톤을 넘겨받았다. 재상의 요술봉에는 왕비의 달콤한 침냄새와 남성기 특유의 구릿한 내음이 뒤섞여 있었다. 능숙한 솜씨로 입술과 혀, 입안과 손을 이용해 쪽쪽 빨아들이자, 리슐리외는 못 참겠다는듯 그녀의 자줏빛 머리를 꽉 잡고 압박했다. 이때 벨라는 살짝 고개를 틀어 그의 손을 벗어나, 몸을 뒤쪽으로 돌려 자세를 바꾸었다.

 리슐리외는 그녀의 제스처를 이해했다는듯 사정감을 참아낸 채, 벨라의 은색 스커트를 걷어올리고 검정색 팬티스타킹 사이로 뚫려있는 두 개의 구멍 중 한쪽을 선택했다. 후장이었다.

 "하으윽!"

 '이 장난꾸러기 노인네가!'

 젖어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 기습을 받은 벨라는 피학적인 신음소리를 흘렸고, 상체를 앞으로 길게 빼어, 쉬고 있는 왕비의 몸에 겹쳤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부드러운 피부에 벨라의 입술과 손길이 상륙한다.

 "에에?"

 "훗, 언니. 이만하면 충분한 휴식이었지? 나야 상관없지만, 우리 왕비 마마는 재상 각하를 며칠 후에 또 볼 줄 알고, 힘을 아껴두게? 30대면 한창 여성으로서의 성욕이 끓어오르는 나이라고 들었는데 팍팍 풀어야지!"

 놀랍게도 두 여인은 만난지 한 달도 안되어 사석에서 언니 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벨라 특유의 친화력과 적응력도 일정한 역할을 했지만, 그보다는 특실에서 펼쳐지는 은밀한 속사정을 공유한 덕분이었다. 적국의 왕실에서 친구 하나 없이 살아온 왕비는 매일매일 날을 잔뜩 세우고 정략적인 일상을 헤쳐 나가는 삶 속에서 끝이 없는 외로움에 빠져 있었다. 그녀에게 지금의 시간은 하늘이 내려준 한줄기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벨라는 카트린느 왕비의 하늘색 스커트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질 주변을 살살 핥아대기 시작했다. 공작보다도 더욱 능숙한 벨라의 애무에 왕비의 꽃잎은 빠르게 젖어들어갔다. 이미 질 안쪽에는 공작이 한 차례 쏟아낸 백탁액의 씨앗이 가득 차 있었다.

 이 정도면 다음 대의 프로방스 왕위는 부르봉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플레시 가문의 핏줄이 차지할지도 모른다. 원자생산을 위해 노력 중인 카트린느 왕비가 벨라처럼 피임약을 마셔댈리 없었으니까. 왕과 왕비는 거의 섹스리스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일단 후계생산의 의무감으로 인해 한달에 한번 정도는 서로 만나 아주 단순하게 섹스만 끝내고 헤어진다고 한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30대가 되어 밤마다 성욕에 불타는 농염한 왕비를 그대로 놓아둔 왕의 탓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애초부터 왕에게 마음이 없었던 그녀가 자초한 일이기도 했다. 그녀의 정부(情夫)라 할만한 사람은 아직 리슐리외 재상 한명 뿐이었지만, 벨라와 만난 이후 조금씩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지난 주에는 벨라가 머물고 있는 숙소로 몰래 야행을 나와서, 왕비의 신분을 숨긴 채 누레딘과 오셀로를 만나 파격적인 쓰리섬을 벌이기도 했다. 고귀한 왕족의 신분으로 엄청난 일탈을 저지른 셈이었지만, 민가에서 생전 처음보는 황색과 흑색 피부의 거한들과 함께 은밀하게 교합하는 데서 엄청난 짜릿함과 배덕감을 느꼈는지 상상을 초월하는 쾌감에 몇 번이나 절정에 올랐었다.

 다른 인종의 아이가 태어나면 큰일이었기에, 질외사정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어쨌든 카트린느의 일탈은 조금씩 과감해지고 있었다. 벨라는 왕비의 고귀한 외모와 상반되는 요염한 끼를 그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조금 더 세월이 흐른 후, 벨라가 사창가 얘기라도 꺼내면 십중팔구 거기에도 잠입해볼까 고민할 게 틀림없었다.

 아무튼 벨라의 애무로 인해 다시 흥분한 카트린느 왕비는 이내 리슐리외 공작이 벨라의 애널에 사정하자, 그의 더러운 육봉을 친히 애무하여 세워주었다. 벨라의 애무가 계속되는 한편, 젊은 왕비의 뒤쪽에는 다시 노재상이 올라탔고, 질내 깊숙이 한발을 더 짜낸 뒤에야 배덕한 정사가 막을 내렸다.

 벨라는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고, 셋의 몸을 비치된 분무용 물품과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내고 구긴 옷을 펴서 탈취제를 뿌린 뒤에 입혔으며, 테이블 옆에 비치된 찻잎을 꺼냈다.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왕비의 취향인 백차, 재상의 취향인 녹차, 그녀의 취향인 홍차를 끓이며 휘파람을 분다.

 그 사이에 정신을 차린 왕비는 한켠에 비치된 보존함을 열어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블루베리 시럽, 바닐라 쿠키, 호두 파이를 손수 꺼내어 그릇에 담았다.

 이후 세 남녀는 특실의 잠금쇠를 풀고 한가로운 티타임을 보냈다. 테이블 아래 쪽에서는 음탕하고 짓궂은 다리 장난이 이어졌지만… 누가 문을 열어 들여다 봐도 지금의 상황만으로는 그들의 부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서서히 정치적인 이야기가 오가자, 벨라는 먼저 자리를 비켜주었다.

 정오의 겨울 햇살을 맞으며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는데,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훽 돌아보니 적당히 통통한 몸매에 프로방스 특유의 왕족 예복을 쫙 빼입은 청년이 다가오고 있다. 나이는 한 스무살쯤 되었을까, 청년과 소년의 중간이다. 오만해 보이는 표정을 보니 바로 인물 정보가 떠오른다. 현 국왕의 조카로 왕위계승순위도 최상위권인 왕족이다.

 "삼가 이사벨이 오를레앙 공작 가스통 드 부르봉 저하를 뵙사옵니다."

 벨라가 루테티아로 오기 전에 잠시 거쳐 온 오를레앙이 그의 영지였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만한 성격과 방탕한 품성으로 악명이 높아, 시종들과 중소귀족들 사이에서 불만이 자자하다고 들었다.

 "호오, 처음 보는 미인이군. 평민인가?"

 벌써부터 벨라의 얼굴을 또렷이 살펴보다가 몸매를 위아래로 쓱 훑어보는 게 심상치 않다.

 "아니옵니다, 저하. 소녀는 플레시 가문의 방계로 리슐리외 공작 저하를 모시고 있사옵니다."

 가스통은 벨라의 신분을 듣고 얼굴을 크게 찌푸린다. 그가 왕족들과 대립 관계에 있는 리슐리외 공작을 좋아할리 없었다. 하지만 수년 째 왕국의 재상을 맡고 있는 노련한 정치가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으니, 다른 식으로라도 불만을 풀어야 하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허어, 시골 촌구석에서 올라왔다는 플레시 집안도 가문이라는 말을 쓰는군. 말세야, 말세."

 벨라는 어차피 가짜 신분에 불과했기 때문에 별다른 모욕감이 들지 않았지만, 한참 어린 애가 세상에서 지가 제일 잘났다는듯 구질구질하게 구는 꼴이 짜증났다. 플레시 가문은 그래도 시골마을의 영주직이라도 가졌지만, 자신의 본래 출신은 그보다 못한 쌩 몰락귀족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안색을 찌푸릴 뻔 했지만, 꾹 참고 침착하게 말을 받는다.

 "황공하나이다. 그저 저하의 용안을 뵙게 되어 무궁한 영광이옵니다."

 이제 벨라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가스통은 예상보다 훌륭한 그녀의 몸매와 외모에 이게 웬 떡이냐는듯 벌써 군침을 다시고 있었다.

 '에미 젠장! 방금 전까지 왕비 마마와 재상 각하를 앞에 두고 우아한 티타임을 가졌다가 바로 저딴 애새끼를 보니 눈이 썩는 것 같아. 평소에 하던대로 방에서 쳐박혀 시녀들이나 건드릴 것이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산책을 나온거야?'

 속마음이야 어떻든 그녀의 공손한 태도를 본 가스통은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망나니 귀족 도련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별안간 벨라의 금빛 망토를 확 잡아 채서 수풀가로 던져 버린다.

 "미천한 집안에서도 감히 황금빛 망토를 쓰는가?"

 벨라가 자존심이 상한듯 아무런 대꾸없이 있자, 가스통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탐스러운 자줏빛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참는군. 모름지기 사람이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지."

 벨라는 머리 위로 벌레가 기어다니는듯한 느낌에 몸을 떨었다.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고 싶었지만, 가스통의 손이 벨라의 가슴 위로 얹어지는 게 더 빨랐다.

 -물컹 물컹

 "흐읍!"

 가스통은 벨라의 옷 위에 두꺼비 같은 손을 얹어, 앞으로 튀어나온 유방 부위를 뻔뻔하게 주물럭대기 시작했다. 벨라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빼려 하자 다른 손으로 벨라의 얼굴을 끌어와 뺨을 어루먼진다.

 "미천한 계집이 감히 본 공작의 뜻을 거부하려 하는 건가? 후환이 두렵지도 않으냐?"

 '지랄하네. 꿀주먹 한방에 가버릴 새끼가. 확 미친척 물어버려?'

 하지만 벨라는 가스통이 쥐어준 현실을 따랐다.

 "송, 송구하옵나이다."

 얼굴이 상기된 채 가스통에게 가슴을 내어주고 수치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가스통이 예상했을 무력한 소녀의 수치심과는 다르겠지만, 실제로 수치심이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였다. 가슴은 예나저나 그녀의 취약한 성감대였고, 안 그래도 아까 전부터 잔뜩 달아오른 상태였다. 특실에서 애널섹스 한번으로 끝냈던 탓에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한다.

 가스통은 아예 그녀와 입술을 맞추고 혀를 집어넣어 자신의 뜻대로 능욕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깊은 키스가 이어졌을까, 여인의 숨결에서 열기가 느껴지자,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뗀다. 공중에 실처럼 침이 이어지는데, 그의 손은 드레스 안쪽까지 파고 들어 유방을 포함한 벨라의 맨몸을 공략하는 중이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아주 손길이 능숙한 걸로 보아, 평소에 시녀나 귀족소녀들을 어지간히 건드린듯 싶었다.

 "꺼내서 빨아라."

 가스통이 바지춤을 느슨하게 만든 채 명령했다. 자존심이 상한 벨라가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듣는 척을 하자, 가스통은 그녀의 엉덩이 뒤쪽을 소리나게 찰싹 때렸다.

 "아악!"

 "다음에도 눈치껏 못 알아들으면 정말 뺨때기를 날려벌 것이다. 얼굴이 이쁘장해서 봐준 줄 알아라. 네년 하나때문에 집안에 누를 끼치기 싫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쯤은 잘 알겠지?"

 벨라는 입술을 꼭 깨물고 가스통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양물을 꺼냈다. 고운 손이 닿자 서서히 부풀어 오르면서, 과연 난봉꾼 자질이 충분하다 할 크기까지 커졌다.

 벨라는 적당한 스킬을 발휘해 너무 능숙하지 않으면서도 서툴지도 않게 가스통의 자지를 애무했다. 시녀나 귀족 소녀들을 상대해본 게 다인 그에게는 솜씨좋게 느껴졌나 보다.

 "과연 천하기 짝이 없는 창녀 같은 년이었군. 본인의 심기를 어지럽힌 죄를 특별히 용서하고, 고귀한 남성기를 받아들일 은총을 선사하겠다."

 '에휴, 망둥이 같은 자식이 아주 꼴값을 떠네. 내가 너를 용서하지, 니가 나를 용서하냐?'

 속마음과는 달리 부담감과 모멸감이 반쯤 섞인 표정으로 가스통을 올려다 본다. 딥쓰로우 끝에 흑요색 눈동자에 살짝 맺힌 눈물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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