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49)

 "하악, 허억, 나, 흐으으윽, 미쳐어, 하아악, 아아악!"

 마악 절정에 오르는 중인지 벨라를 보면서 제대로 된 옥음도 내뱉지 못했다.

 이사벨라는 섭정 합하의 뒤쪽을 핥아줄까 여왕 전하의 가슴을 핥아줄까 고민하다가 결국 축하하는 의미로 후자를 선택했다. 일이 분 후에 정신을 차린 카트린느가 친근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온다.

 "하우우우… 정말 고마워 이사벨라. 네가 없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못 왔을 거야.. 그냥 안 떠나면 안 돼?"

 "후훗, 전하. 제가 없어도 저의 부하들은 왕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울 거랍니다. 지금까지 남들이 만들었던 세상에 갇혀서 힘겹게 살아오셨으니, 이제 언니의 색깔로 마음껏 왕국을 물들여 보세요."

 "그렇습니다. 소신도 개인적으로는 자작을 잡고 싶지만, 그녀는 이미 왕국으로부터 받은 것 이상으로 큰 공을 세웠습니다. 자유로이 외유하면서도 충분히 왕국에 큰 도움이 될 성스러운 인재이니 약조대로 보내주시는 게 오히려 더 무궁한 이익을 만드는 길이옵니다."

 리슐리외 재상이 부른 호칭대로, 이사벨라는 프로방스왕국의 자작위를 수여받았다. 왕비와 재상을 따라 수행한 몇 번의 전투에서 전공을 인정받아, 남서부의 아키텐 지방에 위치한 보르도(Bordeaux)의 여자작이 된 것이다.

 전쟁 중에 많은 왕족과 대귀족들이 비명횡사하면서 무수한 봉토가 주인을 잃고 비어있게 되었다. 왕실은 이러한 토지 대부분을 직할령으로 삼아 행정관을 파견해 다스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사벨라는 보르도의 영주가 되었지만 루테티아에서 파견되는 임기제 행정관이 대리통치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명예직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자작위는 이제 이사벨라가 명실상부한 귀족층으로 진입하였음을 의미했다. 부르고뉴 대공국에서 지낼 때, 명예직으로 준남작의 위를 받기는 했지만, 준남작은 귀족과 평민의 중간 계층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제 그 누구도 벨라를 몰락귀족이라며 무시하는 일은 발생할 수 없었다.

 카트린느 여왕은 백작이나 후작위까지 수여하고 싶어했지만, 그렇게 하면 정말 발목이 붙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사벨라 스스로 사양했다. 리슐리외 재상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녀의 영지로 오를레앙을 주고 싶어 했는데, 그 일대는 상징성이 너무 강해 최소한 후작 이상으로 왕실의 일원인 이들에게 주는 게 관례였기 때문에 불발되었다.

 대신 주어진 보르도는 왕국 남서부에 위치한 아키텐 지방의 항구도시로, 오랜 역사와 발달된 문화를 지녔으며 상업과 농업 양면에서 매우 중요한 곳이었다. 지형이 초승달 모양처럼 생겨 달의 항구(Port of Moon)라는 별칭이 있다. 프로방스 왕국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들 중 삼분지일에 가까운 양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술병의 라벨에 영주의 성이나 이름을 새기는 관례가 있어 애주가인 벨라의 마음에 쏙 들었다.

 '언제 한번 방문해서 내가 직접 디자인해야지.'

 "휴전기간이 끝나면, 약속된 위장전투를 한두달 정도 수행해 가짜 적들을 적당히 격파할 것이다. 그리고 충격을 줄만한 사건을 조작하여, 그 결과 랭거스터 대신 요크 가문의 지지를 선언하고 백군에 가입한다. 브리타니아나 바이에른, 나폴리 혹은 이베리아의 무어인 세력 중 한두 곳을 뒤통수치게 되겠지."

 승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여왕의 지지율은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고, 많은 귀족들이 사라지면서 공백상태에 놓였던 지배 시스템도 공고화될 것이다.

 "제 후임으로 오게 되는 바츠-카스텔모르 군 또한 가능성이 무한한 인재입니다. 다만 아직 순진한 티를 벗지 못한 애송이라서, 모든 일에 깊이 연관시키진 마시고 시간을 들여서 물들이셔야 할 겁니다."

 "알고 있다. 트레빌 녀석의 친구 아들이라지."

 달타냥 드 바츠-카스텔모르(d'Artagnan de Batz-Castelmore)는 한달 전쯤, 아버지가 트레빌 경에게 써주었다는 소개장을 들고 왕실 근위대로 찾아온 소년, 아니 정확히는 소녀였다. 멀리 가스코뉴 지방의 시골 마을에서 온갖 위험한 일을 겪으면서 남장을 한 채 올라왔다고 한다. 물론 트레빌 단장은 빅토리아에 의해 저승으로 떠난 지 오래였고 근위대의 요직은 리슐리외의 심복들로 모두 채워져 있었기에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 뻔 했다.

 하지만 마침 후임을 물색하던 이사벨라가 근처를 지나다 현장을 발견한 게 행운이 되었다. 그녀의 예리한 감각은 달타냥의 남장을 순식간에 파악했다. 시큰둥한 근위병들 앞에 서서 혼란기의 국가에 도움이 되고 싶어 찾아왔다며 열변을 토하는 용기를 가상히 여기고, 그 자리에서 끌고 와 후임으로 삼아버린 것이다. 소녀는 프로방스에 대한 애국심부터 군주에 대한 충성심, 악에 대한 증오심까지 정의로운 삼종세트로 완전 무장하고 있었다.

 벨라는 그런 성격 또한 귀엽다며 마음에 들어했지만, 아무래도 이대로는 유능한 비서가 되기 어려울 것 같아, 이러쿵 저러쿵 몸과 마음을 다해 다양한 교육을 시키는 중이었다. 몇 가지 시험을 해보니 의외로 잔머리는 꽤 돌아가는 편이었는데, 나이가 열살이나 어린만큼 아직 미숙한 부분이 느껴져 조금 걱정이 되었다. 자기 딴에는 머리를 굴려 신통방통한 꾀를 짜내는데 벨라가 보기엔 한 군데씩 구멍이 있어 밑천을 드러내는 스타일이랄까?

 남장은 본인이 계속 원하는 것 같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는데, 벨라 외에는 아무도 그녀의 성별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애가 채 스무 살도 안 됐는데 벌써 소드유저 상급을 넘어설랑 말랑하는 게 싹수가 파릇파릇합니다. 국왕 전하에 대한 충성심도 굉장한데다, 절대 배신할 성격도 아니니 잘 키워보시기를."

 "으흠, 오냐, 잘 알겠다."

 천만 프로방스 국민의 충성을 받고 있는 여왕은 다소곳이 꿇어앉은 자세로, 그녀의 질내에 사정해 더러워진 리슐리외의 육봉을 깨끗이 빨아주고 있었다. 과연 달타냥이 이런 분들 앞에서 자신의 일을 잘 처리해낼 수 있을까? 이사벨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몇 가지 더 심도깊은 대화를 나눈 후 먼저 정원을 나섰다.

 어디로 향할까 고민하던 벨라는 우선 빅토리아를 찾아갔다. 우는 아기도 '노르ㅁ..'까지만 말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는 공포의 노르망디 공작님은 귀빈 대접을 받으며 궁전 외곽에 위치한 영빈관에 머무르는 중이다. 그녀는 비밀스러운 반정(反正)과 이후의 소규모 전투에도 큰 공을 세웠기에, 본래 지닌 작위에 브르타뉴의 후작위, 칼레의 백작위가 더해져 명실상부한 북부의 대영주로 거듭나 있었다.

 앞으로의 일정을 의논할 생각으로 그녀의 방에 들어가려는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문틈 사이로 살짝 방안을 엿보았다. 언뜻언뜻 보이는 충격적인 장면에 벨라의 머리가 '띵'하고 울린다.

 '오, 마이, 갓!'

 "누님, 엉덩이 좀 착착 들어올려 봐요. 느낌은 죽여주는데 자꾸 빠지잖아요. 에잇!"

 -찰싹 찰싹

 "하아, 하악, 하아악, 미안, 흑, 어흑, 네 게 이토록 커다랄 줄이야…아악!"

 "후후, 지금이 딱 찰지고 좋네요. 자, 하나, 둘!"

 건장한 바이킹 청년들이 털복숭이 알몸을 드러낸 채, 나신의 빅토리아를 온몸으로 둘러싸고 있다. 그녀의 친형제인 만프리드, 로베르, 해럴드, 랑발손이 승리감에 찬 웃음을 지으며 탄탄하고 늘씬한 육신을 마음껏 농락하고 있었다.

 막내인 랑발손과 큰오빠인 만프리드의 자지는 꼿꼿이 서서 각각 빅토리아의 후장과 보지에 유동성있게 꽂혀서, 그들의 몸체 사이에 가냘프게 끼어있는 빅토리아의 육체를 받쳐주고 있다. 형제가 돌아가면서 절구방아를 찧듯이 교차로 삽입을 할 때마다, 아직 염색약이 덜빠져 남색과 백금색이 혼합되어 있는 머리칼이 방향을 잃고 세차게 흔들려댄다. 딱 봐도 쾌락에 눈이 뒤집혀 멍청하기 그지 없는 표정이었다.

 '어우, 저거 안 아프려나?'

 이사벨라도 노르망디 영지에 있을 때 저치들에게 많이 당해봐서 알지만, 기본으로 스무 센치 중반대가 넘는 바이킹 형제의 육봉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소물인 프로방스인들과 해온 빅토리아로서는 견디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바이킹족의 질은 나름 동족의 물건에 특화되어 있는지, 쾌락이 고통 리미트를 한참 넘어선 것 같았다. 아, 생각해보니 빅토리아가 오셀로랑 자주 대련을 하면서 서로 은근히 많이 뒹굴었는데 그때 흑인 대물을 받아들이며 꽤 확장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창가에서 쌩판 모르는 남자들과 할 때는 나름대로 자존심이라도 지키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토록 깔보던 형제들 앞에서 정신 못 차리고 당하고 있는 꼴이 안쓰러웠다. 벨라조차 눈을 꼭 감고 유혹당해버렸던 물건들이니, 상대적으로 초보인 빅토리아의 입장에서는 아마 더하지 않을까 싶었다.

 더군다나 그들 남매는 아주 특별한 관계 아니었던가. 삼십년 넘는 세월을 같이 지내며, 한쪽의 특출난 재능과 실력으로 인해 남자형제들이 무시당하고 하등한 취급을 받던 관계 말이다.

 두 남성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어 방아를 타다 절정에 오른 빅토리아는 내려오기가 무섭게 둘째 오빠인 로베르의 자지를 입으로 물어야만 했다.

 "우우우우움"

 "크하하, 맹랑한 년. 검술 솜씨만큼 빠는 솜씨도 일품이구나."

 오빠가 머리채를 꽉 잡고 자지를 입술 안으로 마구 쳐넣는 중이지만, 여동생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고스란히 받아주고 있었다. 형제들의 얼굴에는 기존의 추악했던 열등감이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비열하기 그지없는 승리감 또한 들어차기 시작했다.

 "어휴, 누나란 년이 대륙에 나가더니 걸레짝이 다 되어서 왔네."

 "그동안 오빠들을 뒤에서 깔보았던 걸 모를 줄 알았더냐? 이제야 얼마나 위대한 형제들을 두었는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구나. 이런 기특한 몸을 전사로서 쓰기만 하면 너무 아까운 일이니, 앞으로도 우리가 잘 사용해주마."

 첫째 만프리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셋째 헤럴드의 남성이 뒤쪽으로 박힌다. 어느 구멍에 들어갔는지는 잘 보이지 않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몹시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흐우우우우웁 츄릅 추릅, 크하아악.."

 형제의 도발적인 놀림에 빅토리아도 치욕감이 상당한지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별다른 저항이나 말도 없이 얌전히 구는 걸 보니 최소한 일이주 이상은 이런 식으로 화끈하게 윤간당해 질 것처럼 보였다. 어쩐지 요즘 창녀 일도 끊고 금욕적인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검술을 수련하길래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다른 곳에 굴을 파놓고 있었던 것이다.

 저런 찌질이들이 먼저 빅토리아를 건드렸을 리는 없고, 오랜만에 탄탄한 몸을 가진 바이킹들에 둘러쌓인 빅토리아가 먼저 흥분해서 자신의 몸을 바쳤을 확률이 높았다.

 근친이라는 상황에 다섯 남매가 느끼는 배덕감은 실로 엄청났다. 벨라가 문 틈으로 목격하고 그 과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아래쪽이 젖어올 정도인데, 당사자들에게 전해지는 쾌락이야 어떻겠는가?

 쾌락과 희열에 가득찬 표정들로 보아, 저들의 관계는 쭉 길게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형제들이야 갑작스레 찾아온 행운에 감사하며 그동안의 수치심을 모두 능욕으로 풀려할 것이고, 빅토리아로서도 오빠들과 남동생들이 지닌 강건한 체력과 커다란 물건에 홀딱 빠져버릴 것이다. 아예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지금에 와서 멈추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소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온듯 보이니, 사창가 생활을 계속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다만 이사벨라의 입장에서 친구의 권위가 적당히 유지되는 게 서로를 위해 좋았으므로, 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해 고민을 해본다. 문을 슬쩍 닫아주려는데, 어느새 거구의 형제 두 명이 빅토리아의 입가에 유백색의 정액을 뿜어내고 있다. 턱까지 질질 흘러내리는 게 생생히 보여, 당장 방으로 뛰쳐들어가 같이 즐기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중요한 만남이 한 번 더 남아있었기에 간신히 참아내고, 건너편에 위치한 다른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은 부르고뉴에서 온 축하사절단이 머물고 있는 숙소였다. 대공국을 상징하는 황금사자 깃발이 겨울바람에 세차게 펄럭인다. 잘 훈련받은 경비병들이 정문 양옆에 도열한 채 사주를 엄히 경계하는 중이다. 바로 벨라의 제자이자 여동생 같은 존재인 마리 대공녀가 저 안에 머무르고 있다.

 퀸의 능력을 이용해 기척을 지운 뒤, 마침 한 경비병이 교대하는 틈을 타 그의 그림자 속으로 은신하여 건물 안으로 잠입했다. 부르고뉴 대공 일가와의 친분관계를 공개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프로방스의 새로운 여왕은 부르고뉴에 호의적이었으며, 어차피 한달 후면 양측이 동맹군이 되겠지만, 두 국가는 수십년 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아주 많이 불편한 사이였다.

 마리가 있을만한 큰 방을 모두 찾아다녔는데 보이지 않는다.

 '응? 얘가 시내에 관광이라도 간건가?'

 벨라의 가르침을 받은 후, 서부에서 영민하기로 소문난 재녀가 되었으니, 아마 합법적인 방문을 기회삼아 적국의 수도를 정탐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녀의 약혼자인 헤센의 왕자와 데이트라도 나간 것일까? 그런데 마지막으로 기척감지를 시전한 제일 끝쪽의 방에서 소녀의 인기척이 잡힌다.

 '후훗, 여기 있었네.'

 3년 만의 깜짝 만남을 고대하며 문을 열려는데 걸쇠로 잠겨있다. 다른 사람의 말소리도 들려오는 게 다른 측근이나 시종과 대화하는 중인듯 싶었다.

 '이 정도 쯤이야 간단하지. 자, 우리 귀여운 귀공녀는 어떤 모습일까?'

 걸쇠를 제거하고 문을 몰래 따서 사뿐사뿐 방안으로 입장한 벨라는 이내 뜨악하고 굳어버렸다. 아까 빅토리아가 근친에 빠져 황홀하게 허덕이는 모습을 보았을 때보다 백배는 더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이건 도무지 상상할 껀덕지조차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 순진하고 수줍은 아이가?!'

 열여섯이나 열일곱쯤 되었을까? 갈색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귀여운 소녀가 적어도 사십대는 되어 보이는 뚱뚱한 남성 두 명을 앞뒤로 두고 답답한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다. 소파 너머로 언뜻언뜻 보인 풍경이었지만, 벨라의 정확한 감각은 소녀가 이미 구강과 질내의 구멍을 모두 내어준 상태고, 남자들 또한 땀을 흘리며 짐승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캐치해 냈다.

 "흐윽, 흐읍, 우읍, 흐읍."

 좀전에 빅토리아의 숙소에서 보고 왔던 광경이 오버랩된다. 아니, 걔랑 얘는 진짜 다른데?… 30대의 건강한 바이킹족 여걸과 10대의 풋풋한 귀공녀가 같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두 여성이 처한 상황은 마치 평행이론을 보듯 너무나 비슷했다.

 "박힐 때는 팬티라도 입에 싸물어! 밖에서 다 듣겠다. 이년아."

 벨라는 순간 강간이라도 이루어지는 줄 알고 칼을 뽑을 뻔 했으나, 소녀는 강간당하는 중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정성스럽게 상대의 남성을 빨아주고 있었다. 남자들은 복식으로 본다면 대공녀를 따라온 관리들이 분명했다. 저 깨물어 주고 싶을만큼 귀여운 얼굴의 귀공녀는 확실히 그녀가 아는 마리였고.

 이내 한 관리가 마리의 입에 허연 좆물을 싸지르자, 그녀는 당연하다는듯 이를 꿀꺽꿀꺽 삼키고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입안을 깨끗이 비웠음을 보여준다.

 '….내가 지금 뭘 본거지?'

 "흡, 감사합니다아."

 "어이, 어이, 빨리 교체하자고. 한 시간 후면, 우리 귀여운 걸레 양이 약혼자와 약속이 있어서 별로 시간이 없단 말이야."

 "크윽, 나도 힘을 내고 있다고. 좀더 콱콱 쪼여봐, 이년아."

 "하윽, 하악, 죄송해요, 아아앙, 소녀가 변변치 못해서, 하아앗,"

 입싸한 관리의 재촉에 뒤에서 피스톤질을 하던 관리가 속도를 빨리하고, 소녀는 더욱 자지러졌다. 앙큼하기 그지 없는 게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침대의 이불을 꼬옥 잡고 다른 손으로는 스스로의 입을 막아 소리를 감추고 있다.

 "헐………."

 문앞에 유령처럼 서있던 벨라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내뱉자, 삼인이 흠칫 놀라며 그쪽을 돌아본다.

 "아이쿠, 들켜버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인사가 좀 늦었어. 롱 타임 노 씨!"

 주변 상황을 빼고 본다면 마리 공녀는 한층 더 귀엽고 풋풋해진 모습이었는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섬세한 이목구비와 부드럽게 일렁이는 머릿결, 백옥 같은 피부를 보니, 이대로 잘 크면 몇 년 후 대륙에서 손꼽히는 미녀로 이름을 날릴 것 같았다. 갈색 눈에는 약간의 혼탁한 열기가 깃들어 있지만 예전의 총명함 또한 볼 수 있었고, 당황한 표정조차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누, 누구?"

 상전을 맛있게 따먹고 있던 관리 두 명은 완전 그 상태 그대로 얼어있었다. 한 명은 잘 모르는 이였지만, 다른 한 명은 벨라와도 관계를 나눈 적이 있던 버건디 영지의 외무관이었다.

 "아, 미안. 모습을 되돌리는 걸 깜빡했네."

 약 10초 정도 운공(運功)을 하는 동안, 보라색 머리칼은 한층 풍성해지며 타오를듯한 붉은색 머리칼로 바뀌었고, 검은색 눈동자에는 푸른 마린블루 빛이 감돌기 시작했으며, 육신의 다른 부분도 좀더 유연한 모습으로 변화해 갔다.

 "포, 포…폴리모프(Polymorph)?!!!"

 공녀와 외무관은 믿지 못할 기사(奇事)를 지켜보면서 눈을 비비다가 이내 이사벨라의 모습을 알아보았다.

 "에?! 언니!! 이게 얼마만이야? 깜짝 놀랐잖아. 혹시 드래곤이었던 거야? 왠지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여전히 엎드린 자세로 굳어있는 공녀의 머리 위에 알밤 한대를 선사해주었다.

 "아얏! 드래곤이 꿀밤을 때린다!"

 "야 야, 드래곤은 무슨! 그냥 잡기(雜技)에 불과한 거야.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란 건 나라고. 한창 순결해야할 공주님이 어찌 이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거야? 나도 네 나이 때는 진짜 아무 것도 모르는 쑥맥이었는데."

 아직 삽입당한 자세 그대로란 걸 깨달은 마리가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몸을 일으키며 육봉을 쏙 빼내고 옆에 있는 카키색 소파에 걸터 앉는다.

 "히잉, 이게 따지고 보면 다 언니 때문인데…. 그때 그 무서운 공작님이랑 떠나고 난 뒤 3년 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어서 어떻게 된 줄 알았잖아."

 벨라는 예전처럼 소녀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며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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