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49)

 '내가 이토록 강하고 살떨리는 미모의 여자를 만난 적이 있었나?'

 기억을 곰곰이 떠올리는데, 윌리엄은 이제 확신했는지 반가운 얼굴로 이사벨라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호, 혹시 그때 그 선실에서 만났던 벨라 누님 아니세요?"

 "호호, 역시 10대의 싱싱한 뇌가 기억력이 좋네."

 "베, 벨라? 벨라라고?"

 보리스도 그제야 이사벨라를 알아보고 크게 놀랐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C급 용병에 불과했던 그녀는 엄청난 실력자 겸 초미녀가 되어 있었다. 그때도 용병치고는 꽤나 이쁘장한 외모였지만, 지금처럼 심금을 울리는 미인까지는 아니었다.

 선실에서 만났을 때, 아주 앙칼지고 맛있어보여 심혈을 기울여 노렸고, 끝내 따먹는 데 성공한 것은 그에게도 인상깊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때 그 여자가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나다니.

 "뭐야 그 성형수술을 한 소꿉친구를 바라보는 얼굴 하고는. 다 죽여버릴까?"

 윌리엄이 기겁하고 벨라에게 다가와 아양을 떨었다.

 "아, 아닙니다! 누님이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예뻐지신 것 같아서요."

 그러고도 선을 넘지 않게 적당한 수준에서 아부 몇 마디를 얹는다. 역시 사창가에서 길러진 애라서 그런지, 보통 눈치와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의 정식 이름은 이사벨라 크리스티나 폰 루도비카 트란실바녜. 보르도의 여자작이자, 부르고뉴 대공국의 준남작이며, 로사링거연합의 자유기사다."

 이제 살았다고 좋아하던 보리스와 윌리엄은 벨라의 나직한 선언에 살짝 경직되어, 무릎을 꿇고 고개를 땅에 박아 귀족을 배알하는 예를 취한다.

 중간성 '폰' 앞에 한 단어(크리스티나)가 더 붙은 것은 그녀가 직계임을 의미했으며, '폰' 뒤에 한 단어(루도비카)가 더 붙은 것은 그녀가 작위를 소유한 귀족임을 의미한다. 참고로 본가의 방계 중에서도 먼 방계인 이사벨라가 직계명을 지니게 된 것은, 새로운 독립적인 자작가문을 열어 스스로 직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다섯 단어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귀족식 풀네임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왕족이나 그들과 인척 관계를 형성한 대귀족들의 경우에는 각국의 예절에 따라, 그녀보다 더욱 긴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벨라는 기특하다는듯 둘의 머리통을 쓰다듬어 주며 그들을 일으켰다.

 "귀족이라고 예의를 갖춰서 대할 필요는 없어. 아저씨는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예전처럼 그냥 평대를 하면 되고, 윌리엄은 지금처럼 살랑살랑 '요'자체로 내 귀를 간지럽혀 주면 된다고. 어차피 내 예전 시절을 잘 알고 있잖아."

 그 말은 그들을 살려주겠다는 보장인가? 아니면 이제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버릴 테니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다는 것인가? 둘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데 벨라의 말이 이어졌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너희들을 빼내서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너희들과의 친분을 이유로, 황녀 전하와 대공녀 저하, 공작 저하, 후작 각하와 같은 분들의 권위를 무시하고 함부로 방면할 수는 없다. 너희는 분명히 우리 일행을 기습해서 적지 않은 동료들을 죽인 적이기 때문이지."

 두 용병 노소는 불안한 표정을 지은 채 벨라의 말을 경청한다.

 "아, 명분을 따지면서 이것저것 돌려서 말하려니 괜히 말이 어려워졌네. 결론은 살아남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말이다. 싫다면 여기서 저승행, 감옥행, 노예행을 두고 운명의 제비뽑기 놀이를 하게 될거야."

 "대가는 무엇입니까?"

 보리스의 반문에 벨라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즐거운 표정으로 말한다.

 "진짜 말 좀 편하게 하라니까. 앞으로 3년간 정성껏 내 수발을 들어주면 돼. 그리고 그동안 눈치껏 잘 해낸다면 내 동료로 전직시켜줄 수도 있고. 뭐 이 정도면 아주 껌값인거지. 평생 부려먹어도 할 말 없는 고마운 일일 테니까."

 보리스와 윌리엄은 몸종처럼 부려질 생각을 하니 암담했지만, 어쨌든 살려준다는 말에 신속히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가 되어 지내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나았다.

 두 용병이 감지덕지하며 다시금 무릎을 꿇고 성은이 어쩌고 저쩌고를 외친다. 벨라는 그들이 생각하는 단순 하인 같은 몸종은 아니고, 동료와 시종의 중간 정도 위치로 받아들인 뒤, 잘 키워진다면 동료로까지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귀족이라는 말에 바짝 쫄아있다.

 "그럼 지금부터 3년 카운팅 시작한다."

 두 용병이 네이 네이 하고 고개를 조아린다.

 그녀는 살짝 어색하고 민망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아,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어색한 걸 푸는 데는 그게 최고지."

 벨라는 하늘색 상의의 단추를 반쯤 풀러내어 보라색 브래지어와 뽀얀 살갗을 드러냈고, 벨트를 풀러 흑적색 하의를 무릎까지 걷어내렸다.

 바짝 쫄아있던 두 용병은 눈앞에 펼쳐진 미녀의 스트립쇼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벨라는 그들의 서있는 앞에서 암캐처럼 엎드린 채 뜨거운 숨을 몇 번 내쉬었다.

 "방금 전까지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어서 소녀를 범해주세요."

 윌리엄은 비현실적인 상황전개에 아직도 입을 벌린 채 굳어 있었지만, 수십 년 간 많은 여자들을 만나왔던 보리스는 금방 벨라의 성향을 파악했다. 손을 들어 벨라의 풍성한 홍염빛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자신의 바지춤을 끌렀다.

 그때의 그 거물이 다시 솟아오르며 눈앞에 등장하자, 벨라의 두 눈에 뜨거운 열기가 가득 서렸다. 보리스의 대물이 얼굴 앞까지 다가오자, 그녀는 홀린듯한 눈빛으로 앵두빛 입술을 벌려 육봉을 한가득 베어물었다.

 "우우웁."

 '하아…. 바로 이거야…. 이걸 원해왔어..'

 보리스는 그런 벨라가 기특하다는듯 계속 머리칼을 쓰다듬어 준다.

 "이제껏, 내 자지를 한번도 맛보지 못했던 년은 있어도, 단 한 번만 맛본 년은 없지. 화장실에서 네년이 암캐처럼 울부짖으며 느꼈을 쾌락을, 다시금 영원히 잊지 못하게 새겨주마."

 이어 자신감을 되찾은 윌리엄도 바지와 팬티를 벗은 채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의 물건은 예전에도 외모와 맞지 않게 커서 벨라가 '언밸런스'라 지칭한 바가 있었는데, 조금 더 성장한 지금은 발기 시에 보리스와도 자웅을 겨룰만한 크기였다.

 '좋아……..최고야.'

 벨라는 자신의 선택에 매우 만족했다. 과연 이 둘은 살려줄 자격이 있는 녀석들이었다.

 "썅년아, 제대로 빨지 못해?"

 벨라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보리스가 그녀의 머리채를 꽉 잡고, 그녀의 입안이 육봉의 뿌리 부분까지 닿게 확 끌어당긴다.

 "커헉!"

 벨라의 눈쌀이 살짝 찌푸려지자, 보리스는 혹시 너무 나가버렸나 하고, 살짝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벨라는 고통과 흥분감이 반쯤 뒤섞인 표정으로 그녀의 몸을 보리스에게 맡기고 있었다.

 "커억. 커으으윽. 후우우. 죄송합니다. 변변치 못해서…"

 -츄르릅 츄르릅

 벨라는 공손히 사죄하며 보리스와 윌리엄의 밑에서 정성스레 더블페라를 해주었다.

 몇 분이 더 지났을까, 보리스와 윌리엄은 일어서서 마주보는 사이에 벨라를 가둬두고 각자 선호하는 구멍에 남성기의 삽입을 완료했다. 보리스는 그녀의 보지, 윌리엄은 그녀의 똥구멍에 자지를 쏙 끼워넣은 채 벨라의 하얀 나신을 주물럭대며 번갈아 오르락내리락 힘을 쓴다.

 벨라는 꾹 참고 또 참다가 며칠 만에 하게 된 너무나 만족스러운 섹스에 이성이 완전히 나가버린 채, 학학, 꽥꽥, 컥컥, 온갖 신음소리를 내지르는 중이다. 보리스의 뚱뚱한 몸체를 두 팔과 두 다리로 꽉 감싸 안은 채, 그의 등에 손톱을 긁어대고 있다. 하지만 보리스는 아프지도 않은듯 히죽 웃으며 그녀의 보지가 전해 주는 느낌에 감탄한다.

 "흐, 걸레 중에 상걸레인 년인 줄 알았는데, 보지 하나는 극상품이군."

 푹 퍼진 가슴살과 뱃살을 두 팔과 두 다리로 꽉 감싸 안은 채,

 벨라는 지금 그의 모욕적인 말에 대꾸조차 못할 정도로 허우적대는 상태였다. 푸른색 눈동자는 반쯤 위로 올라가 하얀 눈자위가 보이고, 벌려진 입은 혀도 반쯤 내보내, 그녀가 느끼는 극상의 쾌락을 짐작케 해준다. 소위 '아헤가오'라고 해서, 여자가 남자와 섹스하는 중 한계 이상의 쾌감으로 인해 완전히 가버릴 때 짓는 표정이었다.

 "크윽, 대단해, 누님!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애널은 처음이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쪽으로 조일 수가 있는거야? 아, 진짜 누님 똥꼬는 맨날 따묵고 싶다."

 "이년아, 정액을 자궁까지 넣어줄 테니 꼭 임신해서 내 자식도 귀족가 도련님으로 좀 키워보자."

 "어흐흐흐흑. 네에, 허으윽, 캬으으윽, 그럴케요, 맘껏, 허어어억, 싸주세요! 허어어엉"

 "어이어이, 누님! 진짜 미친 거 아니야? 킥킥. 그럼 보리스 아저씨랑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딸이라면, 애널 순결은 내가 꼭 뚫어줄게."

 물론 섹스 전후에 피임약을 물마시듯이 마시는 벨라에게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세 남녀는 자신들의 말에 한층 더 배덕적인 쾌락을 느끼며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얼마 후, 두 용병이 사정한 뜨끈한 액체가 질내와 후장내로 들어온 것을 느끼며, 벨라는 보리스의 푹 퍼진 가슴살과 뱃살 사이에 얼굴을 묻는다.

 "하아, 하아, 하아………."

 그녀의 얼굴은 이제 조금 성욕이 가신듯 이성이 돌아온 것 같았지만, 자신이 직접 포로로 잡은 몸종들과 격렬히 성교를 나눴다는 생각에 일종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며 붉어졌고, 그것은 어느새 교묘하게 새로운 성욕으로 치환되었다.

 '아, 안 돼…. 더 이상 했다가는……'

 아마 이들에게 몸종일을 시켜서 대가를 받아내기는 커녕, 바로 동료로 삼아버리고 이것저것 강해지기 위한 방법들을 지원해주게 되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보리스가 벨라의 물컹물컹한 유방을 꼭 잡자, 그녀의 몸은 다시 힘이 쪽 빠지며 두 남자에게 매달리고 있었고, 그들은 음흉하게 웃으며 곧 두 번째 체위로 섹스를 시작했다.

 "뭐든지 처음이 중요하지. 니년은 이미 술집 화장실에서 방심해서 암캐처럼 뻗어버린 채 이 보물의 삽입을 허용했을 때부터, 내 깔이 되어버린거야. 몸종생활 첫날부터 철저하게 길들여 주겠어, 이사벨라 주인님."

 '아오, 이 아저씨 진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랑 굴러 봤길래… 어쩜 이리 흥분할 수 밖에 없는 말들만 골라서 하는 거야……저 나이면 있는 성욕도 사라질 때 아닌가… 하우우… 또 들어와..  에라이 모르겠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흐앙, 맞아요! 바보같이 용변실 문도 안 닫고 들어가는 바람에…. 윽! 이 칠칠치 못한 년을 그때처럼 또 치욕스럽게 뭉개주세요! 흑! 아아앗!"

 그렇게 벨라는 산책 도중, 모처럼만에 재회하여 구출해 준 두 용병들과 함께 광란의 아침 섹스를 해버리고 말았다. 출발 십여 분 전에야 황급히 섹스를 끝마치고 옷을 다시 입은 뒤, 새로 얻은 몸종들을 이끌고 아무 일 없다는듯 마차로 돌아갔다.

 사절단 일행은 다음날 정오 무렵, 샹파뉴 지역에 도착했다. 다행히 더 이상의 습격은 없었다. 부르고뉴의 사절단은 라인강에 정박 중인 쾌속 함선을 타고 떠났고, 신성제국의 사절단은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했다.

 이사벨라로서는 생애 최초로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일행은 온갖 난해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방 안에 들어가 지정된 위치에 섰고, 방 밖에서는 서른 명이 넘는 고위 마법사들이 벨라가 알 수 없는 복잡한 마법들을 발현하여 광대역 전송마법을 활성화시켰다.

 그 순간 새하얀 빛과 함께 신체가 입자 단위로 분해되며 샹파뉴 게이트에서 소멸되었다. 그들이 다시 나타난 곳은 신성제국의 서부 국경지대에 위치한 리히텐슈타인 게이트였다. 신체가 입자 단위로 재구성되기 시작했고 재구성이 완료되는 동시에 의식이 돌아왔다. 다른 일행들은 머리를 부여잡는 게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낀듯 했는데, 벨라는 전혀 두통이나 근육통을 느낄 수 없었다.

 '흠, 신기한데? 뭔가 나의 순간이동 능력이 원거리로 펼쳐진 느낌이야.'

 때는 성력 1381년 3월. 이사벨라는 신성제국을 떠난지 약 8년 만에 다시 고국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제국을 떠난 해가 1373년이었고, 현대에서 살던 의식이 깨어난 때가 1374년이니, 실제로는 제국을 처음 감상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다. 기억 속에 있는 것과 실제 느끼는 것은 다른 것이니 말이다.

 벨라 일행이 루테티아에서 바로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샹파뉴 지방까지 와서 이용한 것엔 이유가 있다. 우선 각 국가의 수도나 중앙부에 설치된 텔레포트 게이트는 비상시에 그 나라의 왕족이나 고위귀족이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니면 엄격히 사용이 제한된다. 타국에서 온 마법사가 몰래 좌표나 위치 등 게이트의 비밀을 캐내어, 반대쪽에서 전송마법을 실시한다면 대규모 적군이나 테러부대가 순식간에 수도에 도착하는 재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번 전송마법을 시전받으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다시 전송마법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갑자기 오른팔이 산산이 분해되어 수천km 떨어진 어딘가에 나뒹굴고 있다든가, 머리통이 왼발의 아래에 붙어있다든가 하는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아무튼 벨라 일행은 한번의 전송마법을 통해, 적어도 열흘에서 많게는 보름 가까이 일정을 단축할 수 있었다. 이제 리히텐슈타인에서 나흘 정도 이동하여 다뉴브강의 상류에 도달하다면, 마중나온 제국의 함선을 타고 편안하게 황도 비엔나로 향할 수 있다.

 이사벨라가 포로들 사이에서 새로운 몸종 겸 동료를 주워온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없었다. 보리스와 윌리엄은 어쌔신 시종 및 바이킹 시종들과 함께, 벨라와 그녀의 동료들을 시중드는 일을 맡았다. 두 용병은 본래 기습에 동참한 적이었고, 체사레나와 달리 실력이 검증된 고수도 아니었기 때문에, 지체높은 황족과 대귀족들 사이에서 바짝 군기가 들어 일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한줄기 위안이라면 주인인 이사벨라와 벌이는 은밀한 일탈이었다. 벨라는 남은 여정동안 바지 대신 드레스나 스커트를 입었으며, 치마 안쪽으로 검은색 팬티스타킹을 착용했다. 스타킹에는 다리를 감싸는 망사가 만나는 부분에 은밀하게 두 군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보리스나 윌리엄은 하루에 딱 한번씩 꼴릴 때마다 벨라의 마차 속으로 들어와 각자 원하는 구멍 한 곳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었다. 그저 치마 뒤를 잡고 올리기만 하면 언제든지 박을 수 있는 미녀가 바로 옆에 있었다.

 그들은 언제 여주인의 위에 올라탈지 즐거운 고민을 하면서, 힘든 업무도 척척 처리할 수 있었고, 벨라도 마차 안에서 명상이나 독서를 하면서, 언제 두 몸종이 들어와 그녀를 덮칠지 짜릿한 상상을 하곤 했다. 시종들이 다른 업무로 인해 문을 열고 들락날락할 때마다, 다리 사이가 젖어들 정도였다.

 윌리엄은 올해 19살이 되었고, 3년 전과 달리 D급 용병으로 승급해 있었다. 벨라는 마법에 정통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용병 마법사들을 보아온 덕분에 어느 정도 상대의 경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윌리엄은 무리하면 일부 3단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그 정도면 C급 용병까지 넘볼 수 있는 실력이었다.

 그 정도면 또래에서는 최상위권에 가깝다. 윌리엄은 스코틀랜드의 고아 출신이었는데, 예전에 선실에서 말해주었던대로, 운좋게 어느 마법사의 눈에 띄어서 마탑의 제자로 들어간 경우였다.

 그러나 윌리엄을 데려온 마법사는 방랑벽이 있었는지 그를 마탑에 데려다준 뒤 다시 다른 지역으로 떠났고 마탑에는 일이년에 한두 번씩 들렸다. 그는 윌리엄이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탄복했지만, 자신의 제자가 될 인연은 아니라면서 탑에 맡겼다고 한다. 마탑의 제자들 대부분은 이미 아주 어릴 때부터 충실히 마법의 기초를 배워온 이들이었고, 이에 비해 윌리엄은 늦은 나이에 배경도 없이 마법에 입문해 진도가 느렸다. 결국 그는 제자를 찾던 중견 마법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홀로 수학하다가 한계를 느끼고 마탑을 나와 용병이 된 경우였다.

 벨라는 윌리엄의 과거를 캐묻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창가를 벗어나 마법사가 된 것은 행운이지만, 더 클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불운이었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된 스승없이 지금의 경지를 이룬 것은 대단하게 여겨졌다. 벨라가 아는 최고 등급의 마법사는 테레지아 황녀였는데 그녀는 아직 제자를 두고 있지 않았다. 벨라는 진지하게 윌리엄을 테레지아의 제자로 들이는 것을 부탁해 볼까 생각했다.

 며칠 간 잠복하여 윌리엄의 주위를 지켜보니, 의외로 농땅을 피우지 않고 성실히 시종 일을 하고 있었으며, 그 외의 시간에는 잠도 아껴가며 낑낑 마법수련을 했다. 벨라는 언뜻 봐도 어설퍼 보이는 수련법에 혀를 끌끌 차다가, 마침내 테레지아 황녀에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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