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이 130%대로 진입했다.
즉 겉으로는 미친듯이 몸을 움직이고 헐떡대며 계속 박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테레지아 황녀는 점점 또렷해지는 이성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기분좋은 적은 처음이라는 걸 인정했다. 프리드리히는 어디서 뭐하는지 의문이었지만, 아직까지 무소식인 걸 보면 어딘가에서 욕정을 풀었으리라.
최근에는 프리드리히와 조금 로맨틱한 분위기도 있었기에, 괜히 심통이 났다. 어차피 자신도 기분좋게 봉사받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드리히가 다른 여자들과 섹스하고 다니는 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기억을 떠올려보니, 프리드리히가 자신의 순결을 가져가던 그때, 그는 이사벨라의 질에 먼저 한발을 뽑은뒤 자신과 했었다.
언젠가 프리드리히와 결혼하겠지만, 어차피 황가의 결속을 위한 결합이다. 자신은 세간의 연인들처럼 로맨스를 따지기에는 너무나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다. 순진한 사촌동생 녀석은 언제든 자신의 말을 따를 것이고, 자기만 바라보라면 자기만 바라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제자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쫓기 전까지는, 바쁜 시간을 쪼개 그를 가르치면서 계속 봉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프리드리히도 비슷한 이유로 인해 계속 이사벨라에게 은혜를 갚는 것 같았고, 황족으로서 또다른 여인에게 성은을 내리는 게 딱히 잘못된 것 같진 않았다. 이 대륙에서는 신분이 올라갈수록 일부다처의 성향이 강해지니 말이다.
그렇게, 무려 4시간이 더 지나 오후 8시.
아직도 남은 성욕은 90%나 되었다.
이제 몇 번이나 애널에 사정을 당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좀더 명쾌해진 머리로 생각해본 결과, 질내사정을 당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질내는………'
잠시 고민했지만, 계산해보니 이 상태로는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 사랑을 나눠야지 성욕이 모두 풀릴 판이다. 매일매일 자기 전에는 벨베데레 궁을 찾아 아바마마를 알현해야 했고 내일 이른 오전에는 겨울궁전인 호프부르크 궁에서 공후급 대귀족들과의 접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아니 그런 건 둘째치고 0%가 남을 때까지 갔다가는 정말 섹스에 미친 여자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하아아아악, 흐으으으윽, 어흐흑, 윌리엄!"
테레지아는 행위를 시작한지 7시간 만에 처음으로 비음 외에 정상적인 말을 내뱉었다. 못알아 듣는 것 같아 한번 더 불렀더니 그제야 대답한다.
"허억, 예! 스승님!"
"이번 건, 하윽, 질내에, 흐으으윽, 크윽, 사정하도록, 하라."
윌리엄이 그 말을 간신히 알아듣고 반문한다.
"하오나, 스승님! 저는 이곳이 더욱 좋습니다."
"하읏, 이, 으윽, 니가, 하아아아아앗, 흐으, 흐흐, 미쳤구나."
윌리엄은 섬뜩한 기운이 등골을 치솟아오르는 걸 느끼고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도 한두시간쯤 전 때부터, 꿈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이라 혹시 자신이 환상마법에 빠졌거나, 죽어서 천상세계에 온 것은 아닌가 의아해하면서, 현실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 테레지아 황녀가 이를 갈며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자 비로소 현실임을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지금 바로 행동하지 않았다가는 통구이가 될 확률이 99%였다.
황급히 황녀의 애널에서 발기된 자지를 꺼내 그녀의 질에 삽입한다. 이로써 윌리엄은 미래 제국 여황제의 뒤쪽 순결을 가져가고, 앞쪽도 두 번째로 맛본 남자가 되었다.
테레지아는 정상적인 섹스를 가지면서, 윌리엄의 그것이 프리드리히의 그것보다는 확신히 성능이 좋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흐아아앗, 키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침내 질내사정이 이루어지고 테레지아가 절정에 오르는 순간, 그녀는 그동안 해소되지 않던 성욕들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짜릿한 느낌을 느꼈다. 이보다 더 기분좋고 상쾌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열락을 34년 동안 모르고 살아왔다는 게 억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새삼 그녀의 주인인 이사벨라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쾌락은 사라져 가는 중이지만, 현자타임은 결코 오지 않았다. 그만큼 한 나절동안 그녀의 몸과 정신에 쾌락감과 자기합리화가 뿌리깊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오후 8시 30분 경.
근처의 미라벨 궁전에서 단잠을 즐기던 세 남녀가 마악 기상하고 옷을 갈아입을 무렵이었다.
7시간 30분동안 이어진 인생 최고의 성교가 끝이 났고, 테레지아는 완벽히 이성을 되찾았다.
"파인 퓨리피케이션(Fine Purification)."
스승과 제자의 몸에 묻어있던 온갖 땀과 체액들이 순수한 물방울로 변한 뒤 증발하며 깔끔히 사라졌다. 부드러운 향기가 남녀의 육체에서 피어올랐다. 씻은지 3일째인 테레지아의 몸, 씻은지 6일째인 윌리엄의 몸이, 갓 샤워한 것처럼 깨끗해졌다.
"메타리얼 컴비네이션(Material Combination)."
황녀는 찢어진 자신의 예복을 물질결합을 통해 붙인 뒤, 딱히 윌리엄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채 하나하나 단정히 입기 시작했다.
문제는 윌리엄의 의복들이 처음에 불에 타버려 재만 남았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황녀의 집무실에 남자 옷들이 있을리 없었다.
테레지아는 결국 제자에게 자신의 예복 속바지, 속런닝, 자주색 망토 하나를 빌려주어 몸을 가리게 했다.
"오늘 일은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전신이 비참하게 찢겨진 채, 시종이 키우는 불독의 먹이가 되고 싶지 않다면."
황녀의 눈빛이 번들거리며 빛났다.
"그 귀여운 녀석은 인간의 피륙을 맛본 지 한달이 넘은 탓에, 몹시 별식에 굶주린 상태노라."
테레지아가 살의를 쏘아 보내며 강한 어조로 하명하자, 윌리엄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바닥에 엎드린 채 고개를 땅에 찧었다.
"죽여주시옵소서, 마마. 미천한 소인이 골백번 죽을 죄를 저질렀사옵니다."
테레지아는 발설금지 주문을 걸까 고민하다가, 벌벌 떨고 있는 제자를 보며, 드러나지 않게 피식 웃었다. 어차피 그동안 보아온 윌리엄은 함부로 비밀을 떠들거나 선을 넘을 행동을 하고 다니는 녀석이 아니었다. 자존감도 딱 일반적인 평민 수준인게, 자신과는 정반대의 성향이었다.
"하아…… 이 또한 위대한 빛의 숙녀(Lady Galadhrim)께서 안배해놓은 귀결인 것인가…."
테레지아는 누군가의 호칭을 조심스레 입에 담으며 깊은 눈빛으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바짝 집중하고 있던 윌리엄은, 황녀가 무심코 내뱉은 작은 중얼거림에서 '빛의 숙녀'란 말을 포착해내고, 가슴에 왠지 모를 기이한 울림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 호칭은, 나름 적지 않은 윌리엄의 경험과 지식 속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하늘의 천사 혹은 순교한 성녀를 지칭하는 표현인 것일까?
윌리엄의 예상과는 달리, 이는 아타락시아 세계에서도 오직 극소수 중의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존칭이었다. 제국의 황제나 바티칸의 교황, 시리아의 칼리프조차 이를 알지 못했다. 이는 신화시대의 고귀한 피를 지닌 위대한 요정군주(Elf Lord)를 뜻하는 말이었다.
테레지아가 비참하게 애널의 순결을 빼앗겼을 때, 머릿속으로는 당장 윌리엄을 쳐죽이자, 태워죽이자 하면서도 끝내 미뤘던 것도, 그 오래된 비밀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오늘은 수고가 많았다. 다시 부를 터이니, 한눈팔지 말고 성실히 마도에 정진하도록."
테레지아 황녀는 결국 목끝까지 올라왔던 발설금지 주문을 시전하지 않았다. 윌리엄의 주인이자, 자신의 주인인 이사벨라는 귀신 같은 눈치를 지닌 여인이었다. 특히 '그쪽'으로는 말이다. 벨라가 윌리엄에게서 뭔가 수상한 점을 느끼고 추궁한 끝에 윌리엄이 발설해버리고, 결국 윌리엄의 마나홀이 폭발해 폐인이 되어버린다면…
'에이, 그게 뭐?'
마음 한켠에서는 평민 한 명이 죽는 일이 무엇이 문제냐는듯 되묻지만, 이내 명쾌한 대답이 들려온다.
'저 녀석이 은혜를 다 갚기 전까지 함부로 죽이는 것은 본녀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정말 지독한 자기합리화 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계속 엎드려서 죄를 빌어대던 윌리엄은, 테레지아가 짜증난다는듯 발로 머리통을 툭툭 차도 요지부동이었다. 윌리엄은 진심으로 자신의 죄악을 반성하고 자학하며, 뒤늦게 이성이 마비된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수천 년간 평민들의 핏줄에 새겨진 굴종심은 이토록 탄탄했다.
"요크 무브먼트(Yoke Movement)."
테레지아가 지팡이를 들고 시전한 마법에, 윌리엄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몸이 강제로 일으켜져 직립 상태로 전환되었다.
"더 이상 처벌을 자청하는 행위는, 신성 아스토리아 제국의 황태녀이자 슐레지엔 대공작의 권위로 허가하지 않겠노라."
고위 마법사들이 간혹 발현하는 강한 언령(言令)이 공간 속에 또렷이 새겨졌다.
윌리엄이 여전히 두렵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엎드리려는데, 입 자체가 벌려지지 않는다.
"으으으으읍 으읍 으으읍!"
누가 연 것도 아닌데, 집무실 문이 양쪽으로 휘릭 열렸다.
"읍! 크으으읍! 으으으읍!"
윌리엄의 몸은 투명한 매듭에 묶인 채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집무실 문을 빠르게 걸어나가 복도로 내던져졌다.
-파아아악
-쾅
동시에 집무실 문은 다시 빠르게 닫히고, 그제서야 윌리엄의 몸이 해방되었다.
"아구구구!"
복도의 벽에 부딪혀 뒹군 탓에, 윌리엄의 뺨에는 멍이 들었고 입가에서는 약간의 피가 흐르고 있다. 윌리엄은 스스로, 감히 스승님께 두번 말하게 한 것 치고는 미약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관용에 감사하며 황급히 일어났다.
아직 오늘 일에 대한 현실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망토에 묻은 먼지를 귀한 물건 관리하듯 조심히 털어내고, 몸을 제대로 감싼 뒤에 총총거리며 미라벨 궁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누군가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하우우우웁."
약 3주의 시간이 흐른 후, 테레지아 황녀의 집무실.
서류덩어리 속에서 밝게 빛나는 연보랏빛 웨이브 헤어를 지닌 30대 중반의 미녀가 누추한 옷차림의 소년 앞에 꿇어앉아 그의 남근을 입에 담그고 있다.
-추르릅, 츄르르릅
다소 서투른 솜씨였지만, 소년은 감히 그녀를 재촉할 수 없었다. 바로 그녀는 자신의 위대한 스승이자, 이 제국의 후계자인 테레지아 황태녀였기 때문이다.
보통 테레지아는 자신의 욕심만 충족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오늘 같은 일은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했다. 황녀는 수업의 마지막에 항상 당당한 표정으로 제자에게 섹스를 요구했는데, 보통 애널섹스 두세 번과 정상섹스 한 번으로 구성되었다. 이미 수업이 마칠 때쯤이면, 윌리엄의 요술봉은 그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쑥 솟아올라 있는 상태여서, 그저 황녀가 그의 위에 올라타기만 하면 되었다. 체위는 거의 항상 여성상위로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오늘같이 아주 기분 좋은 날에만 간혹 펠라티오를 해주거나, 다른 형태의 체위를 허락하고는 했다. 윌리엄은 오늘도 황송하게 그저 망극하기 그지 없는 마음으로 성은을 받아들였다. 이런 날이면 그의 기분과 컨디션은 아주 최고로 치솟아, 마법 수련도 평소보다 진전을 보이곤 했다.
또한 테레지아는 프리드리히와 할 때는 다르게, 윌리엄과 할 때는 서로 다양한 마법을 활용해서 화려한 섹스를 펼쳤는데, 이는 처음의 섹스에서 마법을 통해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로 인해 두 사제의 정사는 항상 색다른 광경을 보였고, 거의 무조건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남겼다.
이러한 일탈적인 봉사행위는 이사벨라에게 들킨지 오래였다. 벨라는 사정을 알게된 후에, 프리드리히와 테레지아의 몸에 설치해 놓았던, 마리대공녀 스타일의 '정기 섹스타임' 설정을 완전히 삭제해 버렸다. 황궁에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이를 해제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히 경솔했으며, 미안한 일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테레지아가 만족해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지만….
그리고 간혹 윌리엄이 수업을 받을 때, 그를 따라와 같이 쓰리섬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럴 때 윌리엄은 종종 스승의 굴욕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와 반대로, 테레지아 황녀가 굴욕적인 모습으로 자신에게 봉사하는 모습은 끝내주게 흥분되는 일이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정액을 싸주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간이 쪼그라들며, 자신과 스승님에게 마땅한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다. 황녀에게는 언제나 오만하고 포식자 같은 모습이 어울렸다.
테레지아는 언제나 자신의 포악한 뜻을 잘 따라주는 윌리엄을 마음에 들어했고, 내심 정부(情夫)로 생각하게 되었다. 한달이 지날무렵, 윌리엄은 신성제국의 마법훈작사(Wizard Bachelor) 작위를 얻게 되어, 귀족과 평민 사이에 위치한 소수의 중간계층으로 편입되었다. 검사로 치면 기사(Knight)와 동급으로, 중간계급의 최고층인 준남작보다는 아래에 있으며, 원래 성이 있지 않다면 성은 가질 수 없다. 그 정도면 대략 쉔부른궁전의 시종장 정도가 지니는 위치였다.
이사벨라와 빅토리아는 궁정에 와서도 여전히 일행들과 난잡한 생활을 지속했다. 이제 벨라의 주요 일행은 서로 성적으로 완전히 프리해진 상황이었다.
아, 고귀한 황족들의 경우는 물론 예외였다. 테레지아와 프리드리히는 종종 벨라 일행을 보기 위해 미라벨 궁전을 찾았지만, 주어진 업무와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예전처럼 마냥 어울려 있을 수는 없었다. 그들은 벨라의 일행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분리된 상황이었다.
어쌔신들과 바이킹족 부하들의 경우도 물론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동료가 아닌 부하들이었으니까, 일종의 분리된 생활체였다.
벨라와 빅토리아가 랑발손, 누레딘, 오셀로, 보리스, 윌리엄 등 다섯 남자들과 지내면서 누군가 한명이 꼴릴 때마다 일을 벌인다고 보면 되었다. 궁에 온 지 한달의 시간이 흘렀을 때, 그들은 스스럼없이 친해져서 진정한 동료로 거듭나 있었다.
아, 그리고 프로이센의 검후 조피 샤를로테, 지금은 바티칸의 성전기사단장 체사레나 폰 보르지아가 된 여인도 일행과 조금씩 친분을 쌓아가는 중이었다.
체사레나는 이사벨라 외의 다른 인물들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다. 부친 빌헬름 국왕과, 남편 알브레히트 백작, 현 주인인 알렉산데르 교황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 누구보다 인간의 무서움을 깨달았고, 인간관계에 있어 신중해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일행과의 어색함을 다소 줄이게 된 것은 두 가지 행위를 통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