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49)

 "흐음, 황실에서는 동부에 발생할 힘의 공백, 혹은 일사불란한 대규모 반란을 염려하는 건가?"

 벨라는 체사레나의 추측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대륙대전 하나에 제국의 온 역량을 집중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 동부 지역에 광범위한 혼란이 일어난다면 국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테레지아와 프리드리히, 그리고 나 모두 최종적으로 이러한 염려를 떨치지 못했지. 결국 '피의 여대공'이 벌인 은밀한 학살들에 대한 소문을 민간에 흘린다는 작전으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어."

 그로 인해, 동부의 백성들 사이에서는 여대공에 대한 은근한 불안감과 불신감이 퍼져 나가며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었다.

 체사레나는 진지한 얼굴로 한 가지 비밀을 더 풀어놓았다.

 "벨라, 일전에 네가 바토리 여대공이 악마와 계약했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트란실바니아에 나로서도 감당하기 힘들 중대한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블라드 공작이 가진 기억에 따르면, 에르제베트 폰 바토리가 악마와 계약한 것은 사실이었다. 단지 혈족의 저주를 치료한다는 숭고한 목적을 위해 악한 수단을 이용하던 블라드와 달리, 에르제베트는 온갖 사적인 목표들을 위해 악한 수단을 망설임없이 사용했다.

 평범한 귀족부인으로 살아가던 에르제베트의 인생을 크게 바꾼 것이 두 가지 있다면, 바로 한 명의 사람과 한 권의 책이었다. 전자야 블라드 공작을 뜻하는 것이고, 후자는 그녀가 콘스탄티노플의 어느 고물상에서 발견한 '지옥의 서(Liber AL vel Legis)'를 의미한다.

 쇠락한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동대륙과 서대륙이 만나는 해협에 위치하고 있어, 다양한 인종과 문화, 상품, 집단들이 모여들었다. '콘스탄티노플에 없는 건 이 세상에 없다'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온갖 희귀한 물건들이 넘쳐났다.

 이곳에서 에르제베트는 블라드 공작이 지시한 물건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 운명처럼 한 권의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책의 제목은 고대 룬제국어로 '리베르 레기스(Liber Legis)', 즉 '지옥의 서'였다. 저자는 그녀가 처음 들어보는 미첼 드 노스트라다무스(Michel de Nostradamus)라는 자로, 책에서는 스스로를 '아마겟돈전쟁'과 '최후의동맹전쟁'에 참여했던 대악마라고 자칭하고 있었다.

 선이 멸망하고 악이 승리한다는 일종의 예언록 형태였는데, 그 안에는 온갖 사이한 비술들이 은밀한 암호의 형태로 숨겨져 있었다. 세상의 모든 피를 지배하고 악마와 대등한 능력을 가지게 해준다는 '데모나 하트' 또한 그 책에 나온 제조법을 바탕으로 블라드와 에르제베트가 반신반의하며 만들어낸 것이었다.

 벨라는 블라드의 기억 속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자신이 지닌 힘이 실은 악마의 능력임을 깨닫고 적잖은 회의감과 두려움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에르제베트는 '지옥의 서'에 있는 다른 무수한 방법들을 직접 실험해 보면서, 아예 악마 한 마리를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에르제베트의 실험이 계속되면서 영지에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지자, 블라드 공작은 그녀에게 혈족의 저주를 제어하는 것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엄금하는 명령을 내렸다. 오직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피의 목욕'만을 허용한 것이다. 에르제베트는 불만에 가득 찼지만, 그녀의 주인이 내린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명령을 내렸던 블라드 공작이 3년 전에 벨라에 의해 죽임을 당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것이 에르제베트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지 벨라는 상상할 수 없었다.

 체사레나는 벨라의 얘기를 듣더니 더욱 불안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지하실에 갇혀 계신 초대 교황, 비비안 성하를 멀리서나마 뵙고 난 뒤, 본인은 한동안 바티칸의 거대한 도서관에서 살면서 각종 성서와 예언서, 교리서를 탐독하며 신학적인 연구를 지속해 왔다. 그저 기독교의 위대한 승리라고만 전해져 내려오는 고대의 '아마겟돈 전쟁'이나 '최후의 동맹 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내용을 짐작하게 되었고, 상징과 기호 속에서 숨겨져 온 비밀스러운 진실들을 알아내었다."

 "흐음. 그것이 지금의 일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데?"

 "고대 마도제국에서 소환된 마왕은 네로 황제의 몸에 갇혀 있었기에 물질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아마겟돈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주 알타리엘, 그러니까 고귀한 요정여왕 갈라드리엘 성하의 반지에 갇히게 되었다. 여왕께서 중상을 입어 한 세기 넘게 잠드신 동안, 그녀의 따님이자 바티칸의 초대 교황이신 비비안 성하가 이를 보관해왔다. 한 세기 후에 벌어진 '최후의 동맹 전쟁'에서도 반지는 선(善)의 편에 남아있었고, 악마들은 지리멸렬하게 흩어질 수 밖에 없었지."

 "그래서, 체사는 그 반지가 '지옥의 서'란 책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야?"

 벨라의 짐작에 체사레나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건 모른다. 다만 반지는 이후 100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며 바티칸에서 분실되어 버렸다. '사해문서'에 의하면, 갈라드리엘과 비비안, 두 위대한 성왕(聖王)께서는 이 모든 결과를 예측하셨다. 언젠가 반지에서 마왕이 깨어날 것이며, 그 시기가 바로 그분들이 다시 깨어나 돌아오실 때라고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그제서야 벨라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조금 전까지는 그저 옛날 얘기, 남의 얘기를 듣는 기분이었지만, 방금 들은 말대로라면 세계에 중대한 위기가 닥쳐온다는 말이 아닌가?

 비비안 여왕님이 과연 자신이 먼 후임으로부터 열라게 조교당하는 처지가 될 것도 예상했을진 모르겠지만, 그녀가 깨어난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이사벨라는 주 알타리알의 요정식 이름이라는 '갈라드리엘'이라는 호칭에 대해서도 이미 들어본 적이 있었다. 천지가 뒤집히지 않는 한 윌리엄을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던 테레지아가 의외의 선택을 했을 때, 벨라는 호기심에 휩싸여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때 테레지아는 어마어마한 비밀을 말해준다는 표정으로 벨라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윌리엄을 마탑으로 인도한 수수께끼의 로브 마법사가 아무래도 고귀한 요정여왕 갈라드리엘(Galadriel)인 것 같다는 것이다. 테레지아가 이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갈라드리엘이 그녀의 사조(師祖)였기 때문이다. 즉, 테레지아의 스승인 대마도사 니콜라스 플라멜은 우연히 어린 시절에 황금나무 마탑의 탑주였던 신비한 요정 갈라드리엘을 만나 마법과 정령을 배우게 되었으며, 수제자인 테레지아에게만 자신의 마법기원을 은밀히 알려주었다.

 보통 요정들이 마법에 정통한 경우는 드물었기에, 어린 니콜라스가 갈라드리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의 남편인 멀린(Merlin)이 위대한 대마법사였기에 그의 능력을 얻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더욱 사정이 궁금해진 니콜라스가 이것저것 물었지만, 평소 그의 질문에 온화하게 대답해 주던 갈라드리엘은 웬일인지 냉기가 서린 표정으로 말을 끊고 다시는 이를 언급하지 말라며 혼을 냈다고 한다. 요정들은 단지 결혼을 통해 상대의 능력을 놀라운 수준까지 얻어낼 수 있는걸까? 왠지 그럴 것 같지는 않고, 무언가 숨겨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니콜라스 플라멜은 테레지아에게 갈라드리엘을 아타락시아 세계에 남아있는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요정이며, 신의 피를 전해받은 모든 요정군주들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존재로 묘사했다. 갈라드리엘(Galadriel)이란 이름은 요정어로 '빛나는 화한을 쓴 숙녀'라는 뜻이었으며, 여기서 '빛의 숙녀'라는 이명을 비롯되었다. 니콜라스는 자신의 스승이 기독교의 주 알타리엘과 동일한 인물임은 몰랐으나, 결국 오늘의 자리에서 두 가지 놀라운 진실이 한데 모여 이사벨라의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중요한 점은 두 요정군주가 적어도 수십년 전부터 인간종족의 땅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륙에 커다란 재앙은 없었기에, 그녀들의 예언이 틀렸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마왕도 깨어나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온 것이다. 이제 때가 무르익은 게 아닐까?

 '에잇, 거짓말! 1000년 넘게 잠잠했던 세상이, 하필 내가 온 때에 맞춰서 다시 뒤집히고 악마들이 튀어나올 거라고? 그것도 이제 좀 여기에 적응해서 살만해지자마자? 오 쉣!'

 마치 소설 같은 전개가 아닐 수 없었다.

 "반지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과연 마왕이 세상에 이미 강림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트란실바니아에서 '피의 여대공'이 벌이고 있는 일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녀가 이미 악마를 소환한 경험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젠장할 네로 황제 같으니라고! 세계를 통일한 제국의 황제 쯤이나 됐으면 만족하고 살 것이지, 괜히 10서클이니 뭐니 도전하다가 세계를 꿈도 희망도 없이 만들어 버렸잖아."

 벨라는 이 세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더욱 굴려야 할 것 같다는 절망스러운 예감을 느끼며 투정을 부렸다.

 "황제 본인도 결국 악마에게 육신을 뺏겨버리고, 그 육신조차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반지에 갇혀버렸으니 응분의 대가를 받고 있는 셈이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된 대화에, 어느새 바깥은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 있었다. 창가로 보이는 시내의 도로 곳곳에 금빛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불빛에 비치는 짙은 안개 속으로 여전히 추적추적 빗줄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그 요정은 누구였을까?'

 백년 넘게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던 요정족이 그녀들이 머물던 여관 앞을 지나간 것은….. 뭐랄까,  우연일 확률이 높겠지만. 중요한 거사를 앞둔 상황이다보니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밤이 될수록 더욱 굵어진 빗줄기가 창문을 때리고, 멀리서 들리는 뇌우 소리에 창틀이 삐걱거리며 흔들린다.

 거적때기를 쓴 집시족들이 빗줄기를 피해, 불꺼진 상점가 이곳저곳에 모여들어 옷과 악기 따위를 말리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비치는 몇 개의 붉은빛 머리가 벨라의 것과 유사해 보였다. '방랑하는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집시 민족은 트란실바니아 지방을 본향으로 삼았기 때문에, 트란실바니아 대공에게는 '집시의 왕(King of Gypsy)'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집시 자체가 대부분이 천민계층에 속했기 대문에 역대 대공들은 이러한 호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벨라의 몸에도 상당한 집시의 핏줄이 흐르고 있었다. 트란실바니아에 살던 선조들 중에 집시가 섞여있을 가능성도 충분했고 무엇보다 그녀의 어머니인 마리아(Maria)는 신성제국 곳곳을 방랑하던 집시족 서커스단 출신이었다. 그녀는 용벙생활 중에 중상을 입었던 요한(Johan)을 우연히 구해준 뒤, 그의 곁에 정착해 사랑을 나누고 벨라를 낳았다.

 하지만 마리아는 사오년 정도 후, 벨라가 어느 정도 자라자 방랑벽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를 찾아온 유랑단과 함께 훌쩍 집을 떠나버렸다고 한다. 이사벨라는 홀아비가 된 요한에게 양육받으며 어머니를 그리움과 원망감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그러한 감정은 지구인의 의식을 지니게 된 현재에도 명확히 남아 있었다.

 마리아가 벨라를 낳은 때가 14살에 불과했으니 이제 43살의 아줌마가 되었으리라. 어머니가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녀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 세상에는 무수한 집시 유랑극단이 있었으며, 마리아라는 이름은 대륙에서 제일 흔한 이름 중 하나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그리움보다는 원망감이 더 컸던 터라, 딱히 찾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지금은 그러한 감상적인 생각보다는, 과연 내일 도착하게 될 몰다비아 개척지대가 안전한 곳일지, 그리고 트란실바니아로 잠입하고 에르제베트를 만나며 어떠한 위험을 겪게 될지 생각하며 대비책을 만들어놓는 것이 더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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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 장편 소설의 단점은 쓰고 싶은 씬을 바로바로 못 쓴다는 것이었네요. 아무래도 저에게는 단편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가 적당히 전개되고 나면 IF 루트로 돌릴지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에요.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IF씬을 쓰게 된다면,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고, 구상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씬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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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슐리외 섭정이 비서 달타냥을 최음제로 서서히 물들이며 조교하는 씬

 2. 달타냥이 최음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불한당들에게 약점을 잡힌 탓에 억지로 사창가에 출입 + 반면, 임신기간 중인 카트린느 여왕은 따로 임신할 걱정없이 자의에 의해 사창가를 몰래 출입 a 어느날 밤, 둘이 따로따로 윤간을 당하다, 무리가 합쳐지면서 우연히 만나 알아보는 씬

 3. 마리와 루트비히가 결혼한 뒤, 사냥대회에서 마리 왕비가 숲속에서 몰이꾼들에게 갱뱅당하는 걸  루트비히가 하악대며 지켜보다가 낙마사고로 사망 a 마리가 양국의 군주위를 모두 얻어 통합왕국의 여왕이 되지만 뒤로는 신하들에게 열심히 대주는 씬

 4. 에르체베트가 벨라에게 개목줄이 채워진 채, 집시족 천민 유랑단들에게 돌려지며 조교당하는 씬

  

 5. 벨라가 그 집시족 무리에서 어머니인 마리아가 걸레처럼 굴러다니는 걸 보고 반쯤 충격받아 자신도 몸을 굴려서 결국 모자와 주종 간 셋이서 대화합을 이루는 씬

 6. 잉글랜드의 왕세녀 제인 그레이가, 부친의 죽음 이후 여왕으로 즉위한 뒤, 삼촌인 리처드에 의해 유폐되어 조교당하면서 앙칼지게 반항하는 씬

 7. 우연히 고향을 방문했던 윌리엄이 제인 그레이를 탈출시켜 일행에 합류하기 위해 데려오는 길에, 길가던 온갖 네토리남들에 의해 이런저런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지며 타락이 확정되는 씬

 8. 임무가 끝나 바티칸으로 귀환한 체사레나가 교황의 육봉에 꿰뚫려 비현실적인 황홀감에 빠진 채 자신의 스파이 죄를 고백하고, 벌로 윤간당하며 절망감에 빠지는 씬

 9. 체사레나가 루크레치아를 구하러 갔지만, 이미 여차저차하여 타락해있는 걸 보고 결국 그녀의 곁에 남아서 같이 사육당하는 씬

 10. 체사레나를 구하러 간 이사벨라도 사로잡힌 뒤, 교황의 몽둥이 맛을 보고 정신을 못차려 결국 그의 음모를 도와주게 되는 씬

 11. 악마들 혹은 교황에게 사로 잡힌 비비안과 갈라드리엘이 모녀 덮밥 형태로 제공되는 씬. 사실 멀린의 정체는 드래곤이었고, 이미 그 덮밥을 시식해 본적이 있다는 썰.

 12. 악마에게 중상을 입은 갈라드리엘은 한때 자신이 구해준 고아소년 윌리엄에게 구출받으며 관계를 맺고, 테레지아 대신 M으로 조교당하는 씬.

 13. 풀려난 비비안이 예전의 육덕진 생활을 그리워 하며, 숲속에 땀흘리며 일하는 나무꾼들을 보고 호수에서 솟아나 유혹하는 씬.

 14. 테레지아가 평소에 윌리엄과 할 때, 마법을 이용해서 더블페네트레이션의 쾌감을 느끼다가 결국 유혹을 못 이기고 실제 육봉을 찾아 쓰리섬을 즐기게 되는 씬.

 15. 빅토리아가 프로방스에서의 사창가 생활을 잊지 못하고 일일 성노예 아르바이트를 즐기는 씬.

 16. 보리스의 두 딸이 실은 아빠가 먹은 유부녀들의 남편들에게 조교받고 있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던 달타냥이 얽히는 씬.

 17. 테레지아가 니콜라스 플라멜 밑에 깔려서 M조교를 받고 살라딘에게까지 제공되는 씬.

 18. 교황(선배신)과 전남편, 살라딘의 모략에 의해 체사레나가 전투에서 처음으로 패배하고 포로로 붙잡혀 돌려지는 씬.

 19. 에르체베트로 인해 일행에 발생한 불화, 그리고 벨라가 이를 그룹S파티로 해결하는 씬.

 성력 1381년 5월 1일.

 "브로드밴드 휴먼 텔레포팅(Broadband Human Teleporting). 90%, 70%, 45%, 15%, 7%, 3%, 0%. 오차범위 0.007%. 에너지밀도 정상. 실행 완료되었습니다."

 봄의 절정이라 불리는 오월의 첫째 날, 정말 오랜만에 부다페스트 게이트에서 몰다비아 게이트로 광대역 인간전송마법이 시전되었다. 벨라 일행이 포함된 황실의 특수용병단이 제국 극동부의 개척지대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텔레포트 게이트는 황실 전속 마법사들과 요원들에 의해 은밀히 관리되었기 때문에 부다페스트에 상주하던 헝가리 왕국의 관료들이나 몰다비아의 변경백령 향리들은 이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게이트를 빠져나오니 드넓은 황무지 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침안개가 잔뜩 긴 대지는 봄인데도 불구하고 단단히 굳어있는 황갈색 토양이었고, 드문드문 잡초와 들꽃들이 피어 생명체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거센 바람이 잠시 안개를 몰아낼 때마다, 들판 저편에 담장으로 둘러쌓인 조그마한 텐트와 가건물들이 띄엄띄엄 시야에 잡힌다. 조금 커 보이는 기지는 개척대의 정규주둔지인 세이프존(Safe-Zone)이었고, 잠시 바람만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시설은 임시주둔지인 바이스존(Vice-Zone)이었다.

 1km 정도의 거리를 두고 퍼져 있는 주둔지들을 통과해, 협곡지대를 지나니 높은 회색 성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길게 2~3km 정도 쌓인 장성이 협곡의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으며, 복잡하게 얽힌 암석지대 사이로 차가운 드네프르 강(Dnepr River)이 콸콸대며 흐르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몰다비아 변경백이 머무르고 있는 세바스토폴(Sevastopol) 성이다. 일행은 평범한 개척대의 행색으로 위장을 마친 채 무사히 입성했다. 그저 '문명인'이 맞는지, 바바리안(야만인)이나 몬스터가 아닌지 확인하는 간단한 절차가 검문의 전부였다.

 참고로 황실에서 이런 오지에 텔레포트 게이트를 설치한 것은 원활한 개척작업 및 신속한 군대파견을 위해서였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더욱 먼 황무지들에 크리미아, 벨라루시아와 같은 이름들을 붙이고 활발한 개척전쟁을 벌였지만, 최근 대륙내의 정세가 급변하면서 타 왕국과의 접경지대로 관심이 옮겨간 상황이었다.

 성 안에는 가건물 형태의 각종 시설이 무질서하게 이곳저곳 들어차 있었다. 가끔씩 부서지거나 불에 타버린 건물들도 있었고, 길가 곳곳에 오물과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민생이나 치안 상태는 안 봐도 뻔할 것 같았다.

 개척용병단이나 개척기사단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여관이 몇 있어, 불편하게나마 짐을 풀 수 있었다. 여관에서 떠드는 용병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본래 이곳을 다스리던 용맹한 변경백(Markgraf)은 세달 전에 떠났던 원정에서 실종되었는데, 그를 찾아나선 탐사대도 전멸 직전에 겨우 변경백의 시체만 건져 돌아왔다고 한다.

 그의 자식이 하나 남아 있어 변경백의 지위를 계승했으나 그 또한 3주 전쯤 실종되면서, 민심이 몹시 불안해진 상태였다. 대리통치를 맏고 있는 변경령의 총관이 별로 능력이 없었는지, 외부인인 벨라 일행이 보기에도 도시가 개판이 된지 오래였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해 안에 바바리안이나 몬스터들에게 점령당할 게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벨라 일행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이곳에서 서쪽의 트란실바니아로 향하는 길은 험준한 카르파티아산맥을 타는 길과, 잘 닦인 평평한 가도를 타는 길 두 가지가 있었다. 일행의 원래 계획은 산맥행이었는데, 최근 몰다비아의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 지면서 성 바깥으로만 나가도 곳곳에 마적과 바바리안들이 출몰한다고 했다.

 은밀한 이동을 위해 산맥으로 향했다가, 오히려 가는 곳곳마다 전투를 벌여서 행적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결국 세바스토폴에서 이삼일 머무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보충하기로 했다. 일행은 심심함도 풀고 정찰도 할 겸 각자 흩어져 성내를 돌아다녔다.

 이사벨라가 속보로 향한 곳은 낡아서 쓰러질듯한 가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찬 뒷골목이었다. 오랜만에 저급한 성욕이 동하며 몸이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스킬 좋은 동료들이 있었지만, 몇 달 넘게 지내다 보니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예상대로 근방의 골목은 낮인데도 어두운 기운이 가득했다. 야한 낙서들이 이리저리 그려진 담벼락을 따라, 오분 정도 걸어갔을까? 껄렁대는 건달 무리들이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어? 저년 뭐야?"

 그들은 골목 저편에서 진홍빛 머리의 처녀가 혼자 걸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비비면서 달려왔다. 이때부터 벨라는 진심과 연기가 반반쯤 뒤섞인 사실 같은 연극을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읍! 읍!"

 비명소리와 함께 재빨리 도망쳤지만 몇발짝 못가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시끄러운 입은 건달들의 우악스런 손에 의해 막혀버렸다. 두려움과 당돌함이 반쯤 섞인 표정으로 그들을 살짝 올려다 본다. 모래바람이 부는 황무지를 돌아다니다 씻지도 않고 온 탓에, 벨라의 모습은 상당히 꾀죄죄했다.

 "호오, 이년 혹시 집시족(Gypsy) 창녀 아니야? 요새 몰다비아에도 집시족 유랑극단들이 많이 돌아다니던데."

 "나, 나는 창녀가 아니야!"

 두려움을 이겨낸듯한 벨라의 말에 건달들은 낄낄대며 그녀의 얼굴을 뜯어본다.

 "집시족이군. 빨강 머리에 푸른 눈동자, 호리호리한 체형, 숨길 수 없는 자유분방함. 캬, 나이는 20대 초반, 잘하면 10대 후반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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