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부 (4/19)

제 4 부

또 한 번 씻고 나니 재구는 심한 허기를 느꼈다. 하루 종일 이렇게 엄청난 섹스를 했으니 안 그러면 이상할일이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굶어서 복상사하기 십상이었다.

장을 본지 오래되어 지금 재구의 오피스텔에는 고작 말라비틀어진 냉동만두 몇 개가 남아있는 터라 밖으로 나가서 외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어느새 늦은 오후가 되어버려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당장 시급한 몇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무엇보다 입을 옷이 문제였다. 옷이 하나도 맞질 않았다. 바지허리는 하나같이 몇 인치씩 너무 크고 속옷도 마찬가지였다. 상의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넓어진 어깨나 가슴에 비해 작고 단단해진 아랫배 때문에 다소 불편했다.

우선은 트렁크 팬티와 전에 다소 꼭 끼었던 반바지를 허리띠로 바싹 졸라매고 그 위로 긴 폴로셔츠를 입었다. 흉한 몰골은 아니었지만 편한 차림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더 문제였다. 이렇게 눈부시고 환상적이며 아직도 실오라기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이 요정을 사람들 많은 곳으로 데리고 나가는 것...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너 밖에 나가도 괜찮겠어? 우선 무슨 교육이나 그런 거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여긴 니가 태어난 고대 페르시아나 뭐 그런 곳 하고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야.”

“걱정마, 오빠. 난 상자에서 나오는 순간 그 때와 장소에 맞는 문화에 적응하게 만들어져 있어.”

“좋아 그럼 우선 옷부터 입어 볼래? 처음에 입고 있었던 속이 훤히 비치는 그런 천 쪼가리 말고. 아니면 내가 뭐 좀 사다줘야 해?”

“아냐, 오빠. 내가 할 수 있어. 노예 요정들은 음... 뭐랄까 관리 능력? 아님 품위유지 능력? 뭐 그런 걸 타고나게 돼있어. 분위기에 맞게 옷을 입는 것도 포함해서.”

“그래? 근데 그런 얘긴 왜 안했어?”

“아니... 오빠가... 내 능력에 대해서 설명하는 중간에 자꾸 샛길로 빠지게 해 놓구는...”

“아~ 그러니까 그게 다 내 잘못이다 이거지?”

“그럼, 당연하지. 그건 오빠 요정의 잘못일 수가 없어. 오빠 요정은 오빠가 시키는 대로만 하니까.”

그녀가 맑은 눈을 반짝 거리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난처한 듯 말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재구는 얼른 달려들어 옆구리를 간질였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온 집안을 채웠다.

“좋아. 우리 순진한 요정양. 내가 다시 샛길로 빠지기 전에 얼른 옷 입고 나가자.”

보는 것만으로도 자꾸 샛길로 빠지고 싶게 만드는 미니 패션쇼를 마치자 짧은 청반바지와 아이보리색 브이넥 티셔츠를 끈 팬티와 흰색 브라자위에 입게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말해주었다.

마침내 재구의 싼타페에 오르자 그는 현재의 문화에 적응했다는 말이 곧 그 문화에 익숙하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자동차와 그 안의 모든 부품들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한 번도 본적은 없었다. 그녀는 차에 타자마자 마치 어린아이처럼 깔깔거리며 이것저것 만져보고 눌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재구도 정신없이 웃었다. 그녀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하자 재구는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재구는 운전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녀에게 원하는 라디오 방송을 찾아보라고 일렀다. 그러자 그녀는 한동안 주파수를 이리저리 바꾸거나 씨디 체인저를 이리저리 찾는 일에 한참을 몰두했다.

이윽고 그녀가 은은한 발라드 씨디에 고정시키고 나더니 창밖의 풍경에 고개를 돌렸다. 역시 마찬가지로 바깥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촌스런 관광객처럼 “와” “어머어머” 같은 소리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재구는 그녀를 고급 식당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옷차림이 마음에 걸렸다. 대신 재구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밀집지역에 새롭게 생긴 현대식 쇼핑몰로 차를 몰았다. 그곳은 이미 토요일 오후여서 학생들과 젊은 연인들로 북적였다. 근처에 다다르자 차가 한참을 밀려있어서 재구는 다시 궁금한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그럼 니 그 관리 능력인지 품위 유지 능력인지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 봐.”

그녀가 다시 재구에게 집중하며 대답했다.

“그건 노예 요정들 누구에게나 그들의 전문분야에 상관없이 자신과 자신들의 주인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충족하기 위해 주어지는 능력이야.”

“기본적인 것들? 어떤 것들?”

“음... 내 경우에는 우선 우리 둘을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첫 번째야. 그 다음엔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 먹고 마시는 거, 입는 거, 잠자리, 뭐 그런 것들.”

“계속해봐.”

“내가 만들어 질 때나 지금이나 요정들과 그들의 주인들은 잘못하면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키게 되거든. 그래서 주변과 잘 섞이는 게 무지 중요해, 오빠.”

“음... 그렇다면 우리 둘을 보호하기 위해 뭘 할 수 있어? 뭐 무술이라도 할 줄 알아?”

“뭐든 다 할 수 있어. 오빠를 지키고 그 다음에 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 능력에 아무런 제한도 없어. 물론 오빠가 죽으라고 하면 바로 죽을 거지만...”

그런 그녀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춰주고는 계속 물었다.

“좋아, 그렇다면 만약에 지금 저 신호등이 파란불로 변해서 우리가 교차로에 진입했는데 옆에서 정유트럭이 시속 한 100키로 정도로 돌진해 온다면 어떻게 할 거야?”

“오빠가 달리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우리 둘 다 몸에 상처 하나 없이 이곳을 벗어나 있게 될 거야.”

“와~ 그렇게 순식간에 반응할 수 있어?”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그건 순간적인 반응이라기보다 항상 준비되어있다고 보는 게 맞아, 오빠.”

“우와~”

그가 두 눈을 끔벅였다.

“듣기만해도 안심이 된다. 근데 그럼 그건 사람들 속에 섞이는 것하고 말이 틀리잖아. 야, 그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 너하고 나만 상처하나 없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 당장 인터넷에 뜨고 방송에 나고 그럴 거 아냐?”

“응.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있어. 오빠가 원한다면 아무도 우리를 몰라보게 할 수 있다는 말이지.”

“어떻게?”

“그건 오빠한테 달린 거야. 그 상황을 어떻게 바꾸든 그건 오빠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 우리 둘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도 우리를 보호하는 일에 포함되니까.”

“이야... 대단한데!”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차들이 다시 조금씩 움직였다.

“그럼 니가 나한테 맞는 옷들을 주면 되겠네?”

“오빠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주인들이 직접 해결하도록 정해져 있어. 음식이나 잠자리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고.”

“그래... 알 것 같아. 그러니까 나를 보호하거나 섹스와 연관이 있을 경우에는 니가 해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나가서 직접 사라? 뭐 그런 거야?”

“응, 오빠.”

“컴퓨터나 DVD 같은 것도 마찬가지고?”

“맞아.”

“내가 그런 것들을 니 전문분야인 섹스와 연관시킬 방법을 찾으면 다 들어줄 수 있다 이 말이고?”

“오빠가 규칙에 맞게 소원을 빈다면 뭐든 해 줄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오빠대신 그 소원을 말해 줄 수는 없어. 근데 아까 오빠가 벌써 그렇게 한 번 했어.”

“내가?”

그가 놀라며 물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하나도 생긴 게 없는데...”

“맞아, 하지만 내가 오늘 오빠 명령 중에 섹스가 아닌 걸 들어준 게 있어.”

그가 그의 기억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오늘 하루 종일 한 거라곤 섹스밖에 없는데... 그리고 침대로 가서... 침대 정리 해준 건 가? 순수하게 섹스 한 거 말고 내가 요구한 건 그것 밖에 없는데... 그거야?”

“맞아, 오빠. 바로 그거야.”

“하지만 침대에서 섹스를 하려다가 좀 편안해 보려고 부탁한 건데 그게 섹스와 상관이 있는 거야?”

“내용상으로는 관련이 있어.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였거든. 오빠가 섹스를 위해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원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거야. 오빠가 그냥 침대 정리나 하라고 했다면 못했을 거야.”

그가 씨익 웃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도 그렇게 했을 거라는 거지?”

“맞아. 침대 정리가 오빠를 보호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면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거야.”

“알았어. 하지만 내가 너한테 내 오피스텔을 항상 청결하고 정리가 잘 된 상태로 유지하라고 하면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이 말이지?”

“응. 그런 일에 내 능력을 사용할 수는 없어. 하지만 오빠가 원한다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내가 직접 그 일을 할 거야. 다른 사람들처럼 직접 내 손으로.”

“아냐! 절대 안 돼! 난 너를 가정부처럼 대하지 않을 거야. 우리 둘이 같이 살아야 하니까 집안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분담해야겠지만 그런 식은 절대 아냐.”

그가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말이야... 내가 만약에 우리 둘이 보다 많은 시간을 섹스에 투자하고 더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우리 오피스텔을 언제나 청결하고 단정하게 유지해 달라고 하면 어떨까?”

그녀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응, 오빠... 그러면 될 것 같아...”

“뭐라고? 근데 너 왜 또 울어?”

“오빠가 우리 오피스텔이라고 해서...”

“아~ 내가 그랬지...”

만약 다른 여자와 이렇게 빨리 진도가 나갔다면 긴장하고 불편했을지 모를 만큼 그녀는 그에게 완전히 빠져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는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공식적으로 소원을 말했다.

“나는 우리가 함께 사는 오피스텔이 우리가 더욱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도록 언제나 청결하고 깔끔하게 정돈 돼 있기를 원해.”

그녀의 눈에서 불빛이 반짝이더니 다음 순간 그의 무릎에 올라 앉아 그를 껴안으며 속삭였다.

“고마워, 오빠. 고마워요, 주인님.”

그리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눈물을 닦았다.

그가 헛기침을 하더니 짐짓 심각한 투로 말했다.

“그래 알았어. 하지만 차안에서는 조심해야해. 안 그랬다간 곧 니 능력이 어떤 건지 알아보게 될지도 몰라. 내말 무슨 뜻인지 알지?”

“응, 오빠.”

그녀가 행복에 겨운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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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어느 따듯한 오후, 늘 그렇듯 중학생 정도의 어린 학생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쇼핑몰을 점령하고 있었다. 차 막히는 것만 뺀다면 재구는 이맘때쯤 이곳에 나오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엔 더욱 그랬다. 젊고 싱싱한 영계들이 겨우내 감춰뒀던 화사한 속살들을 하나씩 내 보일 때였던 것이었다. 

지금이야 양상이 완전히 바뀌어서 저 많은 여자들 중 누구도 요정의 발끝만큼도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물오른 여인들을 힐끔거리는 것은 여전히 즐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요정이 옆에서 그를 부추기고 있었으니 더 이상 말할 여지도 없었다. 그녀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탐험을 계속하면서 특별히 예쁘고 섹시한 여자들을 가리켰다.

“저 여자 봐, 오빠. 젖가슴 무지 예쁘지?”

거리낌 없이 내뱉는 그녀의 음성을 듣고 그 여자가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재구는 그녀에게 무안한 눈빛을 보내고는 요정에게 목소리를 낮추라고 단속했다.

그보다 더 어색한 것은 재구 자신에게 돌아오는 여자들의 눈빛이었다. 그는 아직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요정에게 향하는 뭇 남성들의 무수한 시선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그는 순간 질투를 느꼈지만 곧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그녀를 향하는 남자들의 끈적거리는 시선과 여인들의 질투 섞인 시선을 즐기게 되었다. 그의 요정도 그 많은 시선에 부끄러워하는 듯 했으나 곧 재구의 말을 듣고 그 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우선 뭘 좀 먹기 위해 식당가로 향하면서 간혹 낯 뜨거운 요정의 말에 당황해하던 재구가 물었다.

“우리 남들에게 안 들리게 대화하는 방법 없을까?”

머릿속이 번뜩이며 ‘응, 오빠’ 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가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남들에게 안 들리게 말하는 거지 뭐야, 바보, 아니 주인님.’

그녀가 순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럼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해?”

그가 조용한 말투로 물었다. 남들은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그를 힐끔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그냥 머릿속으로 할 말을 생각하면 내가 들을 수 있어.’

‘이렇게?’

‘응, 오빠.’

‘우~ 죽이는데...’

‘오빠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

‘음... 이제 아무도 몰 알아듣는다 이거지... 그건 그렇고 너 아까 나한테 바보라고 했지? 주~거써.’

‘오빠 맘대로...’

‘우선 뭐 좀 먹자. 어때?’

‘좋아.’

‘아 참 그러고 보니... 너도 먹어야 살 수 있는 거야?’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이 돼. 더구나 임신을 하려면 먹는 게 좋아.’

‘아~ 그렇구나. 자 식당가에 다 왔어. 뭐 먹을래?’

그녀가 식당가를 몇 바퀴 돌며 메뉴도 살피고 음식 그림도 구경하고 시식 샘플 맛도 보더니 분식집 앞에 섰다.

그녀가 이번에는 소리를 내어 말했다.

“여기서 먹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데 오빠가 골라주면 안될까?”

“그럼 이렇게 하자. 두 개 시켜서 같이 나눠먹어.”

“좋아, 오빠.”

재구가 쫄면과 고기만두를 시켰다. 그리고는 음식을 들고 식당가 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아 테이블에 음식을 내려놓았다.

“자, 이게 쫄면이라고 하는 거야. 무지 매운 건데 여자애들이 잘 먹는 음식 중에 하나야. 너무 매우면 얘기해 다른 걸로 시켜줄게.”

재구가 쫄면을 조금 집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받아먹었다.

“어때? 너무 맵지 않아?”

“아냐, 오빠. 맛있어. 그건 뭐야?”

그녀가 만두를 가리켰다.

“이건 고기만두라고 하는 거야.”

그가 역시 만두하나를 집어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음~ 진짜 맛있다. 나도 오빠가 쓰는 거 써보고 싶어.”

재구는 몇 분 동안 젓가락 쓰는 법을 요정에게 가르쳤다. 그녀는 금세 배우더니 이내 자유자재로 젓가락을 사용했다.

한동안 말없이 음식을 우물거리던 재구가 자신들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먹을 만 해?’

‘응. 되게 맛있어 오빠. 내가 살이 안 찐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안 그러면 이렇게 맛있는 거 먹다 금방 뚱보가 될 것 같아.’

재구는 그 사실이 자신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갈비나 삼겹살을 먹어도 살이 안 찔 것이었다.

‘음~ 앞으로 엄청나게 먹어댈 것 같은데 그렇다면 빨리 니 능력을 이용해서 즐기면서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녀는 미소만 지었다.

식사를 하며 재구는 다시 한껏 물오른 여인들에게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여자 있어?’

그녀가 씨익 웃어보였다.

‘들켰네. 하지만 너하고 비교될 만한 여자는 없어.’

그녀가 미소와 함께 얼굴을 붉혔다.

‘고마워요, 주인님.’

‘아냐,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그가 잠시 머뭇거렸다.

‘싫어?’

‘뭐가, 오빠?’

‘내가 다른 여자들 힐끔거리는 거.’

‘전혀 아냐, 오빠. 내가 왜 싫어?’

‘대부분의 여자들은 데이트할 때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 힐끔거리는 거 싫어하거든.’

‘나는 대부분의 여자가 아니라는 거 알면서... 오빠가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게 너무 고맙고 행복해.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지만 난 여전히 오빠의 섹스요정이야. 오빠가 이 쇼핑몰에 있는 모든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해 줄 거야.’

‘그래도 질투 안 생겨?’

‘전혀. 조금도 질투 안 해, 오빠.’

‘음... 하지만 난 그렇질 못해. 솔직히 말해 니가 다른 남자를 쳐다본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빠.’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오빠. 나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오직 한 남자만을 쳐다 볼 거야. 바로 오빠, 내 주인님.’

그러고 보니 쇼핑몰에 도착한 이후로 그녀는 다른 어떤 남자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오직 재구와 재구를 위해 다른 여자들만을 쳐다 볼 뿐이었었다.

‘오직 한 남자란 말이지?’

그녀가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으며 다시 주위를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돌렸다.

‘요즘은 여자들을 그냥 보기만 해가지고는 누가 미성년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저기 지나다니는 여자들 머리위에 무슨 표시 같은 거 나타나게 할 수 없어? 음... 스무 살 이상인 애들 머리위에 초록 불빛 같은 걸 띄운다던지 하는 거 말이야.’

‘그 정도야 간단하지, 오빠.’

순간 많은 여자애들 머리위에 초록 불빛이 나타났다. 어떤 여자들은 재구가 보기에 스무 살이 훨씬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불빛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근데, 오빠. 왜 꼭 스무 살인지 물어봐도 돼?’

‘그게 여기선 법적으로 성인이거든.’

머릿속이 번뜩였다.

‘하지만 좀 바보 같아. 스무 살이 안 되도 숙성하고 성적으로 준비된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물론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직 자신들에 대해 책임 질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래. 최소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그래.’

요정이 잠시 생각해 보았다.

‘오빠 말이 맞아. 하지만 오빠가 원한다면 아무 문제없이 만들 수 있는데...’

재구는 미성년자와의 섹스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었지만 순간 요정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게다가 굉장히 섹시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여자들 중에 초록색불이 켜지지 않은 여자들을 보니 더욱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솔직히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어. 하지만 그럼 우선 스무 살이 안 된 애들 중에 성적으로 준비가 된 애들 머리위에 파란색 불을 켜봐. 아니, 잠깐. 파란색 숫자로 나이를 표시해줘. 초록색 불빛도 숫자로 바꾸고.’

순간 파란색과 초록색 숫자가 대부분의 여자들 머리위에 나타났다. 순간 공중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재구가 둘러보니 청색숫자뿐만 아니라 녹색숫자가 나타난 여자들 중에서도 도저히 성적으로 성숙했다고 보이지 않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중에 하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여자가 성적으로 준비돼 있다는 거 확실해?’

‘육체적으로는 확실해.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오빠 말이 맞아.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그렇다면 다른 표시가 하나 필요할 것 같은데. 성적 준비도 라고 할까? 뭐 그런 거 나타내 주는 표시. 그리고 어디까지 갈 준비가 돼 있는지 등등...’

그렇게 한 30분이 넘도록 숫자와 표시들로 ‘상황판’을 만들어서 여자들 머리위에 나타나게 했다. 그 상황판에는 그 여자의 나이뿐만 아니라 섹스에 대한 준비정도, 의사, 성향, 경험도, 그리고 현재의 흥분상태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또한 재구에 대해 얼마나 끌리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표시도 달았다. 그 많은 표시들을 모든 여자들 머리위에 띄우고 나니 갑자기 너무 복잡해져 버렸다. 그래서 재구가 관심 있게 쳐다보는 여자의 머리위에만 상황판이 뜨도록 만들었다. 

상황판이 어느 정도 마음에 들게 만들어지자 재구는 본격적으로 괜찮은 여자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몇 가지 흥미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방금 쌍둥이 자매가 스쳐지나갔는데 생긴 것부터 거의 벗은 듯 아슬아슬하게 차려입은 입성까지 색기가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상황판에는 그들이 평생 섹스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해봤다고 나오고 있었다. 반면에 범생이처럼 생긴 15살 소녀의 머리위에 나타나는 수치는 색마 그 자체였다.

‘저거 확실해? 쟤 괜찮아?’

재구가 물었다.

요정이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

‘응, 오빠. 저 아이는 정상이야. 비록 지금의 사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게 무슨 뜻이야?’

‘저 아이는 지금 행복해. 학교공부도 잘하고 있고 비록 세상이 어떻게 생각하든 잘 적응하고 있어. 지금 보이는 수치는 지난 일요일부터 저 아이가 자기 오빠들하고, 저 아이 표현대로 말하자면, 신나게 씹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나타나는 거야. 오빠들이 둘인데 저 아이 하나를 못 당하는 것 같아. 아무튼 자기들 끼리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고 있어서 부모들은 전혀 몰라. 임신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콘돔을 사용하고 임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삽입을 자제하니까 별로 걱정할 건 없어.’

‘세상에...’

지나가는 여자들 중에 그에게 크던 작던 관심을 보이는 여자들이 제법 되었지만 쌍둥이들이나 이 쪼그만 색마는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윽고 그들은 첫 번째 옷가게에 도착했다. 그곳은 재구가 바지나 속옷 등을 종종 사는 아울렛 매장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어서 좀 더 괜찮지만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은 다른 매장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요정의 자문을 구해가며 제법 많은 바지들을 골랐다.

“이것들을 입어봐야겠다.”

“따라 들어가도 돼?”

“이런 매장에서는 피팅룸에 한 사람씩 밖에 못 들어가게 돼있어.”

“알았어.”

그녀의 목소리나 표정만 봐도 실망이 역력했다. 다른 여자가 그랬다면 너무 간섭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에 경계하기 시작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녀가 그러는 것이 기쁘게 여겨졌다. 재구 역시 그녀와 같이 들어가고 싶었다.

“그렇다면 투명인간이나 뭐 그렇게 변신할 수는 없어?”

그녀가 사라졌다.

‘야. 그렇게 사라질 거면 최소한 주변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해야지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하냐?’

‘잘 살폈어, 오빠.’

‘그랬어? 미안해. 지금 어딨어?’

‘여기.’

그녀가 재구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야~! 불공평해. 난 니가 안 보이는데...’

그녀가 낄낄거리더니 그의 자지를 보이지 않는 손으로 희롱하기 시작했다.

‘너 나중에 두고 봐. 주~거써, 아주.’

‘정말이죠, 주인님?’

피팅룸을 담당하는 점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찾아보니 생기발랄하고 쭉쭉빵빵한 다소 까무잡잡한 여자가 눈에 띄었다. 아까 본 그 어린 색마만은 못해도 상황판에 나타난 그녀의 수치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게다가 재구가 가까이 다가가자 섹스에 대한 준비도와 현재의 흥분도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반바지 위로 무언가 커다랗게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보고는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재구는 처음에 약간 창피하기는 했지만 그 점원이 흥분하고 있다는 걸 알자 오히려 우쭐해졌다. 이런 상황을 눈치 챈 요정이 아주 작심을 한 듯 재구의 자지를 더욱 흥분시켰다. 재구는 표정관리를 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점원의 눈이 점점 더 커지더니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그가 들고 서있는 옷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흥분도가 또 올라갔다.

“고객님, 지금 들고 계신 옷가지수를 세어봐야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물건들은 제가 보관해 드릴게요.”

“네, 그러세요.”

재구가 들고 있던 옷가지와 가방을 건네더니 속옷 봉지 하나를 뜯어 새 속옷을 꺼냈다. 그녀가 무엇을 상상했는지 모르지만 상황판의 흥분도가 또 한 눈금 올라갔다.

그녀가 옷가지수를 적은 쪽지와 함께 옷들을 그에게 다시 건넸다.

“1번 피팅룸으로 가세요, 고객님.”

“고마워요.”

그가 점원을 지나쳐 뒤쪽으로 들어가 피팅룸을 찾았다. 제일 앞에 있을 줄 알았던 1번 피팅룸은 제일 뒤쪽 옷상자에 가려진 후미진 곳에 있었다. 안에 들어가 보니 꽤나 넓어서 두 사람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였다. 또한 한 쪽 벽면은 거울로 되어있어서 옷을 입고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요정아’

답이 없다. 다시 소리를 내어 불렀다.

“요정아?”

여전히 답이 없다. 아마도 밖에서 다른 여자들을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아까 그 점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큰 벨트와 반바지를 벗었다. 순간 벨트 고르는 것을 잊어버렸다는 걸 알고 잠시 궁시렁거렸다. 나가다가 골라야겠다고 마음먹고 새 속옷을 입으려는 순간 자신의 반쯤 커진 물건에 무엇인가 닿는 것을 느꼈다. 순간 숨이 멈추는 듯 아래를 내려 보니 보이지 않은 무엇인가가 자신의 자지를 들더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정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그녀임이 분명했다. 손을 뻗어 더듬어 보지만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자지를 주무르고 있는 손가락의 느낌만이 있을 뿐이었다.

“야, 최소한 걸리지 않게 조심해.”

그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으나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섬세한 손길에 의해 자신의 불끈 솟아오른 자지의 표피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참을 수 없는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좆대 뿌리부분에 자신의 손을 가져가 잡아 보았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의 손을 뚫고 지나가 그 아래에서 자신의 자지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얼른 손을 떼었다.

물론 요정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명령할 수 있었지만 그는 한쪽 벽면에 있는 벤치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벌리고 보이지 않는 손이 하는 대로 몸을 맡겨버렸다. 그러자 또 다른 손이 하나 나타나 그의 음낭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주 기분 좋은 자극에 흥분하는 만큼 자신의 눈앞에서 저절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음낭을 바라보는 것도 색다른 흥분이었다. 

그는 황홀경에 빠져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성기를 자극하며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딸딸이가 한참을 이어졌다. 그는 사실 이렇게 며칠을 한다고 해도 마다할 생각이 없었지만 순간 점원이 들이닥치면 어떨까하는 걱정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어떻게든 빨리 지금의 상황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가급적이면 황홀하게 이 보이지 않는 딸딸이를 마치고 싶었다.

그는 귀두 끝에 무엇인가 가볍게 스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더니 분명 혀 같은 것이 귀두를 핥더니 입술이 나타나 귀두를 감쌌다. 그가 옅은 신음을 내 뱉었다. 그러자 그 입술 같은 느낌이 귀두를 빨아들이기 시작하며 좆대를 타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술이 뿌리부분에 이르자 귀두가 목구멍의 뒷부분에 닿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더니 황홀한 떨림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한동안 숨을 멎게 만들 만큼 황홀한 떨림이 이어지더니 보이지 않는 입이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딱딱한 것이 귀두부분에 느껴지며 귀두 끝부분에 이빨자국이 보였다. 또한 그의 좆대에 갑자기 침 같은 것이 묻어나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자지위로 이빨자국이 여기저기 나타났다 사라지고 침으로 번들거리며 이곳저곳을 희롱하는 혀의 느낌이 전해지자 그는 아침에 경험했던 그 황홀했던 오럴을 떠 올리며 속삭였다.

“너 이 발랑 까진 음탕한 기지배.”

그의 자지 끝에서 격정의 요동이 시작됐으나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그가 어떤 자세로 움직이거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도 혀의 느낌은 정확히 귀두 끝에 전해지고 있었다. 바로 그 위에서 간질이고 약을 올리며 흥분의 강도를 처음 보다 훨씬 높여놓고 있었다.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그가 제발 싸게 해 달라고 애걸을 할 때까지 그 모든 과정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다. 드디어 모든 것들이 최고조에 달하며 엄청나게 화끈한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처럼 기절하지 않고 정신을 차린 채 한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액이 보이지 않는 목안으로 하염없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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