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부
방 성기의 미소가 사라지며 한숨이 되어 나왔다.
“저도 그게 문제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말씀을 드리고 혹시 우리 사업이 마음에 걸리...”
“죄송합니다, 방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대한 제 반응이 적절치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장님께서 하시는 사업 때문에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어떤 면에서 굉장히 우연의 일치인 것 같아서요.”
“아, 그렇습니까?”
성기가 도대체 성인용품 판매업자를 고객으로 만난 것이 무슨 우연의 일치일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네, 사장님.”
“좋습니다. 그럼 들어갑시다. 그리고 난 인간관계가 편한 게 좋아요. 내가 한 15살 위인 것 같은데 우리 그냥 형, 아우 합시다.”
“좋습니다, 사장님. 아니 형님.”
“자 그럼 숨 한번 크게 쉬고 마음 단단히 먹게, 아우님.”
재구는 안쪽으로 나 있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성기가 왜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러니까... 마치... 성인용품 판매상의 사무실 같았다. 인조 성기인 딜도의 포스터, 딜도 샘플, 액자에 표구해 놓은 황금 딜도, 게다가 온갖 종류의 성인용 장난감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재구는 성기를 따라 그의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면서 주체하지 못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성기 역시 그럴 거라고 예상한 듯 천천히 앞서 걸었다. 마침내 그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사정은 비슷했다. 널찍하고 깔끔한 사무실이었지만 일반적으로 미술품이나 장식품이 놓여있을 자리에 성인용품이 걸려있었다.
“앉아, 아우님. 자네도 알다시피 우성의 최사장이 아우님을 나한테 소개시켜 주더구만. 자네가 만들었다는 홈페이지를 봤는데 썩 마음에 들었어.”
“감사합니다.”
“아냐, 천만에.”
마침 여비서가 차를 가지고 와서 잠시 대화가 멈추었다. 성기는 여비서에게 다정하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도 홈페이지가 있어. 뭐 작동은 되는데 그게 영 한마디로 구려. 게다가 그거 만든 직원이 다른 일도 같이 하느라 업데이트도 잘 안되는데, 문제는 우리 회사 영업의 70퍼센트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거지.”
“그렇군요.”
재구가 성기의 모니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여기서도 되요?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성기가 모니터 방향을 둘이 같이 볼 수 있게 돌려놓고는 북마크를 눌러 홈페이지를 띄웠다. 그의 말이 맞았다. 홈페이지가 작동은 했지만 정말 볼품없는 쓰레기 같았다.
“형님 말씀이 맞아요. 이건 그냥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 구축 프로그램에다가 직원들이 형님 사업에 맞게 약간 손본 정도네요. 원하신다면 제가 꾸준히 업데이트 시켜 드릴 수 있어요.”
“뭐, 우선은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내가 아우님에게 원하는 건 전체를 다 뜯어고치는 거야. 거 뭐랄까 좀 더 우아하고 세련되게 말이야. 장기적인 내 계획은 우리 제품이 그냥 몰래 숨어서 쉬쉬하는 그런 게 아닌 당당한 주류업종이 되도록 만드는 걸세. 내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형님.”
순간 문이 갑자기 열리며 재구가 하루 종일 기억 속에서 지우기 어려운 모습이 펼쳐졌다. 누군가의 할머니일 법한 작고 땅딸막한 흰머리의 여인이 양쪽으로 자지모양을 한 60cm짜리 쌍딜도를 휘두르며 마치 성기를 내리칠듯한 기세로 쳐들어 온 것이었다.
“사장님, 이 쌍딜도 완전 허접이야! 이놈은 막 포장해서 발송하려는데 가운데가 부러져버렸어. 게다가 이 제품이 얼마나 많이 반송되는지 아주 죽을 지경이라우.”
그제야 그녀가 재구를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 젊은이.”
그리고는 다시 성기를 노려보았다.
“재구씨, 이분은 안 화영씨라고 배송과 반품담당 책임자셔. 안 부장님, 이쪽은 김 재구씨. 우리 회사 홈페이지 디자인해주실 분이에요.”
화영이 쌍딜도를 들고 있지 않은 다른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 재구씨.”
재구도 서서 그 손을 잡았다.
“예, 반갑습니다, 안 부장님.”
재구는 그녀가 들고 있는 딜도를 바라보았다. 반품을 받아준다고? 우웩!
화영이 재구에게 미소를 보이더니 성기의 말에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미안해요, 안 부장님. 그놈의 것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서 품질관리를 못 하겠어. 게다가 그쪽으로는 반품도 안 되니 일단 새로운 공급업자를 만날때까지 쌍딜도는 당분간 우리 품목에서 제외해야겠어요.”
“알았어. 할 수 없지 뭐.”
그녀가 문밖으로 나가려다 돌아섰다.
“안녕, 재구씨. 자주 봤으면 좋겠네.”
재구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그녀는 그렇게 사라졌다.
“재밌는 분이시고 다정한 양반이야. 하지만 자기 부서를 꼭 인사계가 중대원 다루듯이 하지. 대단한 분이셔... 그건 그렇고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래. 새 홈페이지. 그럼 다음 단계는 뭔가?”
“글쎄요... 우선 일반적인 내용부터 협의를 해야겠지요. 형님이 원하시는 기본적인 컨셉이나 홈페이지가 제공할 기능 같은 것들 말이죠. 그 다음에 한 이틀정도 제가 모형 홈페이지 한두 개 만들고 거기에 따른 비용 산정해서 형님께 제시해 드릴게요. 이번 주 안에 제가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 번 뵙지요.”
“그거 좋은 생각이야, 아우님.”
그들은 한 시간 정도 성기가 원하는 홈페이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재구는 중요한 내용들을 빠짐없이 받아 적었다.
“됐네요.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질문이 몇 개 있어요. 형님 혹시 홈페이지에 올릴만한 회사 로고나 이미지 같은 거 있으세요?”
성기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답했다.
“있어. 다음번 카탈로그 인쇄할 때 쓰려고 만든 게 있는데 파일로 된 건 없고 그냥 인쇄된 것만 있어.”
“그거면 충분해요. 제가 스캔해서 쓰죠 뭐.”
성기가 책상 서랍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형님 제품 샘플들을 몇 개 빌려갈 수 있을까요? 아까 안 부장님이 들고 계시던 불량품도 괜찮아요. 하지만 반품된 건 말구요.”
성기가 로고를 건네주며 웃었다.
“뭐 그 정도야 어려울 것 없지. 근데 어디다 쓰려고?”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을 찍어보려구요.”
“사진도 찍나? 우린 제품들을 사진작가한테 보내서 찍어오는데.”
“그냥 조금요. 홈페이지에 올리는 건 해상도가 낮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도구들 없이도 괜찮은 사진 만들 수 있어요. 조명만 제대로 신경 쓰면 돼죠.”
“좋아. 그럼 우리 회사 한 번 둘러보지. 다니다가 필요한 건 자네가 골라.”
“좋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며 살펴보니 회사가 꽤 넓었다. 대부분의 공간들은 창고로 쓰이고 있었고 중간 중간에 사무실들이 있었다. 재구는 접견실에 모든 성인용품이 다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안으로 들어와 보니 그 용도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성인용품들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수정은 다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진동 젖꼭지 집게... 클리토리스 진동기... 항문 구슬...
성기는 재구에게 원하는 대로 고르라고 했고 재구는 중간 중간 수정에게 조언을 구하며 가장 흥미 있는 것들 중에서 대여섯 개를 골랐다.
정문 쪽으로 향하면서 성기가 말했다.
“언제든 준비되면 전화해. 아참. 우리 구매담당 부사장인 구 수영씨 얘기를 안했구만. 쌍딜도 공급업자를 찾아서 출장 중이라네. 다음 회의 때는 안 부장하고 같이 참석하게 될 거야.”
“그래요, 형님. 아, 그리고 홈페이지하고 일관성 있게 인쇄본 카탈로그 제작도 제가 했으면 하는데... 어떠세요? 그러려면 해상도가 훨씬 높은 사진을 찍어야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거든요.”
“음... 좋은 생각이긴 한데 이번 카탈로그는 이미 좀 늦어서 계획대로 그대로 나가고 홈페이지가 완성되면 그 다음 카탈로그부터 생각해 보자구.”
“알겠습니다. 그럼 며칠 내로 전화 드릴게요.”
“그래 그럼, 그때 통화하자구.”
재구는 손에 성인용품을 가득 들고 여직원 앞을 지나가려니 창피스러웠지만 그녀는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하루되십시오,”
“아, 네!”
그녀는 그런 것들을 늘 보며 일하고 있었다. 순간 재구는 저 여자가 얼마나 많이 그런 것들을 실제로 사용하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다음에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은 차에 물건을 싣고 다시 서부유통으로 향했다. 길에 들어서자 수정이 다시 나타났다.
“기분이 어때, 오빠?”
“좋아. 해야 될 일이 많아서 생각중이야.”
서부 유통으로 돌아가는 동안 재구는 생각에 잠겨있었고 수정은 창밖의 세상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화인 상사로 오는 동안에는 바깥 구경을 전혀 할 수가 없었던 터였다.
서부 유통의 여직원이 약속대로 용역비 연체분 전액과 가격표 파일이 담긴 CD를 건네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잠시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을 햄버거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피스텔에 돌아와 보니 벌써 다섯 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재구가 말했다.
“수정아, 나 이 가격표부터 올려버려야겠어. 잠시 혼자 놀고 있을래?”
“알았어, 오빠.”
재구는 책상에 앉아 고객들의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웹서버에 로그인을 하였다. 가격표 정도는 15분이면 올리고 테스트까지 할 수 있었지만 그런 걸 일일이 다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는 이메일을 확인하고 몇 군데 답장을 쓰고 다른 고객들이 요구하는 대로 그들의 홈페이지에 필요한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재구가 서버에서 로그아웃하더니 일어서서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수정아, 침대로 올래?”
“네, 오빠.”
그녀가 고양이처럼 침대로 올라오더니 그에게 요염하고 천천히 기어왔다.
“수정아, 내가 다른 말을 하기 전까지는 내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읽지 마. 알았지?”
그녀가 놀란 듯 다소 걱정하는 눈치로 대답했다.
“알았어, 오빠.”
“좋아. 그럼 옷 전부 벗어.”
“손으로? 마술로?”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마술. 당장 홀딱 벗어.”
순간 그녀의 빛나는 나신이 드러났다.
“좋았어. 그럼 이제 큰대자로 누워서 팔다리를 단단히, 하지만 편안하게 묶어. 그리고 지금부터는 주인님이라고 불러.”
“네, 주인님.”
시키는 대로 하자 그녀의 팔과 다리가 사방으로 벌려진 채 밧줄로 발목과 손목이 침대 모서리에 묶였다.
“이렇게요, 주인님?”
“음... 아니... 아까 화인에서 본 것 같은 보호대가 달려있는 밧줄로 묶어. 손목과 발목에 스펀지 붙어 있는 거 말이야.”
순간 밧줄이 두꺼운 스펀지가 붙어있는 가죽수갑으로 변했다.
“좋아. 이제 머리에서 발끝까지 니가 가장 간지럼을 많이 타는 곳을 얘기해봐. 그냥 간지럼만 타는 곳, 성감대 말고.”
그녀가 침을 삼켰다.
“네, 주인님. 제 겨드랑이, 옆구리, 배꼽, 허벅지 안쪽과 무릎 안쪽, 그리고 발바닥이요.”
“알았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정아.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 난 오늘 일어난 일들이 전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되질 않아. 특히 서부 유통의 거래 선을 잃고 새롭게 만난 거래처가 성인용품 공급업자라는 거 말이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해주길 바래.”
수정이 애원하는 표정으로 재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주인님! 저는 아무짓도...”
순간 재구가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그녀가 말을 멈추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니가 자초한 일이야.”
재구가 다시 말을 멈추고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럼 겨드랑이부터 시작해야겠군. 보이지 않는 손이 두 개 나타나서 겨드랑이 한쪽씩 간질이기 시작해.”
수정이 이내 꿈틀거리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재구가 말을 이었다.
“그 손들은 간질이기 도사들이어야 해. 하지만 넌 그 손들이 다음 순간 어디를 간질일지 몰라야하고.”
수정의 깔깔거림이 점점 커지며 꿈틀거림도 증가했다. 덕분에 그녀의 완벽한 젖가슴이 눈앞에서 황홀하게 출렁거렸다.
재구는 수정의 사랑스런 깔깔거림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천천히 옷을 벗어 옷장에 걸었다. 그리고는 수정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하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들이 그녀의 피부에 특별한 표시들을 남기지 않아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손들 반투명으로 만들어.”
유령 손들이 마치 연기로 만들어진 것처럼 나타났다.
“지금보다 조금 더 잘 보이게.”
손 모습이 더 확실하게 보였지만 여전히 시야를 가리지는 않았다. 재구는 손가락들이 퍼덕거리며 무작위로 그녀의 살결 이곳저곳을 간질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손을 뻗어 그들의 동작을 따라 해보았다. 수정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재구는 수정의 웃음소리와 꿈틀거림을 감상하며 한동안 그렇게 두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잠깐 정지.”
수정이 꿈틀거림을 멈추고 침대에 축 쳐져서 가벼운 한숨을 내 쉬었다.
“자, 이제 사실대로 오늘 일어난 일들에 대해 니가 어떻게 개입했는지 말해 볼까?”
“하지만 주인님, 저는...”
“손들 다시 계속해.”
수정이 다시 꿈틀거리며 깔깔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 한 쌍, 아니 두 쌍을 추가해. 앞에 것들만큼 확실한 것들로 배꼽과 엉덩이 아래쪽에서 작업 시작해.”
희미하게 보이는 4개의 손이 더 나타나 그녀의 배꼽근처 아랫배와 엉덩이 아래쪽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깔깔거림은 거의 절규의 수준이 되었고 꿈틀거림은 요동이 되어가고 있었다.
재구는 한동안 바라보다가 소변을 보려고 일어섰다. 그의 자지는 이미 커질 대로 커져있어서 소변을 보는데 한참이 걸렸다. 손을 씻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자신의 두 손으로 다른 희미한 손가락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해 보았다. 역시 수정의 몸으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멈춰.”
그녀가 누운 채로 아까보다 훨씬 더 심하게 숨을 헐떡이며 고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이제 오늘 일에 대해서 설명해볼래?”
“주인님, 그게 아니라...”
“좋아. 다시 계속해.”
손가락의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자 수정이 비명을 지르더니 다시 지속적인 깔깔거림으로 바뀌었다. 최소한 재구가 다음 말을 할 때까지는.
“그리고 간지럼 전문 손 한 쌍을 니 갈비뼈에 추가해.”
그러자 수정이 비명과 깔깔거림을 번갈아 내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요동이 점점 더 난폭해지며 머리칼이 공중을 날아다녔다.
재구가 다시 일어나 냉장고에 가서 음료수를 가지고 오더니 TV를 틀고 일반 채널을 살펴보다가 다시 영화채널로, 다시 성인채널들을 천천히 돌려보았다. 그는 볼륨을 키워 수정의 비명소리를 무시하려고 하였다. 수정은 재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별로 볼게 없자 재구는 TV를 끄고 다시 수정에게 주목했다. 그는 다시 새로 추가된 손들의 동작을 유심히 보면서 따라했다. 한참을 그렇게 몰두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멈춰.”
수정이 침대에 무너져 내리며 땀으로 범벅이 된 몸 위로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 사실대로 얘기해 줄래?”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개를 가로 젓는 일 뿐이었다. 재구가 한숨을 쉬었다.
“할 수 없지, 뭐. 다시 시작할 수밖에. 손 한 쌍을 니 발바닥에 추가해.”
수정은 입만 크게 벌린 채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이제 10개의 손이 동시에 그녀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녀의 호흡이 순간순간 멎고 있는 듯 했다.
“너한테 충분한 산소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 기절하면 안 되니까.”
재구가 다시 일어나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자신의 차로 가서 화인 상사에서 가져온 성인 용품을 들고 들어왔다. 소파에 앉아 상자를 열어보니 대부분 배터리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몇 가지 상품에는 중국어가 잔뜩 써진 싸구려 배터리가 들어있었지만 이미 방전된 뒤였다. 할 수 없이 오피스텔 구석구석을 뒤져 배터리를 찾아 넣고 모든 물건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침대 아래쪽에서 무릎을 꿇고 수정의 발바닥을 관찰했다. 하지만 하도 움직여서 제대로 볼 수가 없자 다시 입을 열었다.
“손 두 개 더 만들어서 니 다리 움직이지 않게 잡아.”
수정의 발이 두 개의 손에 의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 가해지는 끊임없는 간질임과 온 몸 구석구석에 가해지는 고문 아닌 고문에 의해 그녀의 눈이 초점을 잃어가고 숨은 점점 턱에 차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재구는 그녀의 발바닥에 가해지는 간질임을 보며 어느 부분과 어떤 동작이 그녀를 극도로 자극하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그만.”
재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수정의 몸이 늘어지며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숨을 심하게 헐떡거렸다. 그렇게 그녀가 호흡을 가다듬는 동안 재구는 오피스텔을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하자 재구가 수정의 몸 위로 올라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 줘.”
“주인님... 전 오늘... 헉헉... 일어난 일과... 아무... 상관이... 허~억... 없어요. 제발 믿어 주세요.... 주인님의... 요정은... 절대로 주인님께... 거짓말을... 못해요... 헉헉...”
갑자기 재구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물론, 너를 믿지.”
수정의 표정이 혼란스럽게 일그러졌다.
“그런데 왜...?”
“왜냐하면 어떤 요정이 요 며칠 새 아주 장난을 심하게 치고 버릇없게 굴었거든. 주인님이 어떤 벌을 내릴지 사그리 무시한 채 말이야.”
“하지만 전 주인님께서 어느 정도 천방지축 까불기도 하는 그런 요정이 되길 원하신다고 생각했었어요.”
재구의 미소가 훨씬 더 다정하고 애정이 담뿍 담긴 것으로 바뀌었다.
“물론이지. 하지만 너 어제 나한테 심하게 장난친 거 기억나? 내가 너 가만 안 둔다고 했었지?”
수정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며 편안해졌다.
“네, 주인님.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주인님께서 요정을 벌하시는 것은 지당하십니다. 주인님의 요정이 아주 많이 못되게 장난쳤어요. 주인님의 처벌은 공정하십니다.”
재구의 미소가 다시 음탕하게 변하며 말했다.
“알아들었다니 다행이야. 하지만 우린 아직 안 끝났거든.”
재구가 말을 마치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자 수정의 눈이 커졌다. 그는 자신의 귀두를 그녀의 흠뻑 젖은 보지입구에 대고는 천천히 좁은 계곡으로 밀어 넣었다. 좁고 쫄깃한 보지가 흠뻑 젖은 채 기쁨과 기대감으로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수정이 신음했다.
뿌리까지 들어가자 재구가 말했다.
“조금 더 꽉 조여 줄래?”
그녀의 질벽이 좆대를 꽉 조여들었다.
“조금만 더.”
부드럽고 쫄깃한 질벽이 더더욱 강력하게 조이고 들어와 자지를 빼내기조차 어려울 지경으로 만들었다.
“좋았어. 이제 아까 그 손들이 일제히 나타나서 가장 완벽한 간질임을 니 몸에 퍼붓게 해. 그렇게 니 웃음소리에 의한 떨림으로 날 절정에 다르게 해줘.”
수정이 고운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바로 공격이 시작되었다.
“네~ 주~인~님~ 까르르....”
이 후 몇 분간 손들이 가장 완벽한 조합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재구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재구는 그녀의 떨리는 몸과 질벽에서 느끼는 자극만큼이나 아름다운 즐거움을 그녀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에서도 느끼고 있었다.
재구는 천사 같은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온몸으로 전해오는 떨림에 취해 천천히 절정에 다르고 있었다. 그가 마침내 사정을 하고 그녀가 웃음의 떨림으로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정액까지 짜내자 질벽으로 물고 있던 자지를 놓아달라고 명령했다. 그가 수정에게서 떨어지면서 손들의 움직임도 멈추게 했다.
수정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주인님의 요정이 충분히 벌을 받았나요, 주인님?”
재구가 그런 그녀를 뭔가 생각하듯 쳐다보았다.
“글쎄... 아직 부족한 것 같은데... 이번엔 니 성감대가 어디어딘지 말해봐...”
“꺄아~악...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