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부 (10/19)

제10부

화요일 아침, 재구는 커다랗고 풍성한 깃털이 자신의 자지와 불알주위를 어루만지는 느낌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의 일을 생각하며 수정의 귀여운 복수임을 알아차리고는 눈을 감고 느긋하게 상황을 즐겼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을 꿈틀거리다보니 자신의 손목과 발목이 부드러운 실크 밧줄로 묶여있음을 깨달았다. 물론 언제든지 풀어달라고 명령할 수 있었지만 묶여있다는 사실이 묘한 흥분을 주고 있었으므로 재구는 그 상태로 길고 느긋한 절정을 맞이했다.

재구가 스스로의 배위에 사정을 마치고나서 눈을 떠 수정을 찾았다. 그녀는 침대 반대쪽 구석에 베개를 끌어안고 웅크리고 앉아 눈만 내놓고 있었지만 재구는 그녀가 낄낄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재미도 있겠다. 야~ 이거 풀어주고 화장실 가면서 질질 흘리지 않게 정리해줘.”

정액과 밧줄이 사라지자 재구가 화장실로 향했다. 소변을 마치자 재구가 수정을 불러 함께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재구가 수정을 뒤에서 안으며 비누가 잔뜩 묻은 한손으로 그녀의 젖가슴을 어루만지고 다른 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마사지했다. 그러자 그녀의 클리토리스가 촉촉하게 젖어들며 무릎이 꺾였다.

그렇게 그녀의 첫 번째 오르가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쯤 그들은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었다. 수정은 오늘 청미니 스커트와 가슴이 깊게 파인 브이넥 티셔츠를 입고 샌들을 신었다.

“그 치마 속에 뭐라도 입었어?”

재구가 음탕하게 물었다.

“어떨 것 같아, 오빠?”

재구는 할 일이 산더미 같았지만 우선 몇 가지 처리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텅 빈 냉장고에 먹을 것을 채워둘 필요가 있었다. 오피스텔을 나서서 주차장으로 향하며 재구는 수정에게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수정아, 내가 필요한 것 부를 테니 오늘 장볼 목록 좀 적어볼래?”

“알았어, 오빠.”

재구가 잠시 머릿속으로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더니 마트로 향하며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불러주었다. 그렇게 목록작성이 끝나자 수정이 물었다.

“주인님, 뭐 좀 여쭤 봐도 될까요?”

수정의 갑작스런 존댓말에 재구가 다소 놀라며 바라보았다.

“그러~엄... 근데 뭐가 잘못 됐어?”

“저기요... 저는 아직도 마음속이 혼란스러워요. 제 본성은 주인님에게 귀속된 노예요정인데 주인님께서는 제가 자유롭고 독창적이길 원하시잖아요.”

“그래서... 그게 불편해? 그것 때문에 니가 막 정신이 없어서 돌아버리겠고 끓는 물속에 들어있는 토끼 같은 심정이 되게 만든다는 거야?

그녀가 웃으며 낯을 붉혔다.

“그런 건 아니에요, 주인님. 전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나 주인님의 동반자로 둘만이 있을 때에도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조그만 더 자세히 지시해 주셨으면 해요.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전 본성이 주인님의 충실한 하녀랍니다.”

재구가 깊은 한숨을 뒤더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휴우~ 잘 들어. 우리가 만난 지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난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어. 난 수정이가 내 애인이고, 내 사랑이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평생의 동반자가 되 주길 바래. 내가 너의 능력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만큼 너도 즐겁길 바란단 말이야. 전에도 말한 것처럼 너의 주인이라는 것이 기쁘고 좋아. 하지만 그 보다는 좀 더 다양한 관계를 원해. 난 한 번도 널 진짜 노예로 생각해 본적이 없어. 나는 니가 나를 위해 모든 일을 해주면서도 함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길 바래. 이 정도면 좀 정리가 돼?”

그녀가 행복하고 눈물이 글썽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응, 오빠. 그거면 돼. 고마워.”

재구 역시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천만에...”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니가 너의 능력을 너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어?”

그녀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안 돼. 단지 오빠와 같이 그리고 오빠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 뿐이야.”

“그럼 나한테 묻지도 않고 오늘 아침처럼 깃털로 날 간질여서 깨우는 건 뭐야?”

그녀가 웃었다.

“그건 오빠가 우리 만난 첫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었잖아. 기억나?”

“내 성기를 깃털로 간질이라고 허락했다고?”

“아니, 오빠를 흥미 있는 방법으로 깨워도 된다고 했었잖아.”

“아, 그래. 맞아... 좋아 그런 여지는 얼마든지 활용해. 하지만 너무 이상한 짓을 하려면 사전에 경고 정도는 해줘.”

그녀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분부대로 따르지요, 주인님.”

어느덧 재구의 산타페는 마트주차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막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그고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긴 생머리의 미인이 날아와 팔로 목을 감고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고 매달렸다. 그녀는 재구의 얼굴에 키스세례를 퍼붓더니 심장을 멈추게 하는 황홀한 키스를 그의 입술에 전하며 입을 열었다.

“이건 오빠가 허락해준 내 자율성에 따라 하는 말이야. 사랑해, 재구 오빠. 요정으로서가 아니라 수정이가 하는 말이야.”

재구 역시 망설임이 없었다.

“나도 널 사랑해, 수정아, 그리고 요정아.”

그들은 다시 진한 키스를 나누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휘파람소리에 멈추었다. 수정이 행복에 겨워 재구의 허리에 다리를 감으며 매달리는 통에 짧은 청미니 스커트 속으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달덩이 같이 뽀얀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던 걸 깜빡 잊고 있었다. 수정이 휘파람을 분 사람에게 손 키스와 윙크를 날리고는 깡총 뛰어내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치마를 끌어내리고는 재구의 손을 잡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재구가 기대했던 쇼핑모험은 그들이 자동문을 들어서자마자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다소 다르게 진행되었다. 그가 카트를 꺼내 밀고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마주친 곳은 농산물 코너였다. 수정은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과일과 채소들이 남근 모양을 하고 있는지 놀란 눈으로 찾아보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애 호박을 들어 보이며 짓궂은 표정을 짓기도 했고 당근이 있는 곳에서는 큼지막하고 매끈한 놈을 골라들더니 천천히 느긋하게 입안으로 넣으며 자신의 오럴섹스 능력을 과시했다. 순간 재구의 물건이 단단해 졌다.

물론 수정은 주위를 둘러보고 다른 손님들이 쳐다보지 않는 다는 걸 확인하고 장난을 쳤지만 마침 창고 쪽에서 딸기를 들고 나오는 18살쯤 되어 보이는 직원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순간 그 소년은 수정을 보더니 그대로 멈춰 섰고 수정 또한 갑자기 나타난 소년 때문에 당근을 입속에 문 채 얼어붙어 버렸다.

순간 재구가 그 녀석이 들릴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속삭였다.

“수정아. 그거 치워. 안 그러면 우리 둘 다 곤란해질 거야.”

하지만 재구는 수정이 그걸 어떤 식으로 치우는지는 그냥 그녀에게 맡겨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재구가 생각할 때 가장 화끈한 방법으로, 아니 솔직히 재구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법을 사용했다.

“미안해요. 이거 우리가 살게요. 아이 참... 침이 묻었으니 우선은 딴 데 치워야겠네.”

그리고는 당근을 그녀의 다리 사이로 아주 천천히 내리더니 치마 앞부분을 살짝 들고 안으로 집어넣었다. 당근을 몸 안에 밀어 넣으려니 어쩔 수 없이 치마 앞부분이 들렸고 휘둥그레진 소년의 눈을 가리는 것은 오로지 당근을 밀어 넣고 있는 수정의 손과 팔목뿐이었다. 당근이 다 들어가자 수정이 치마를 내리고 탁탁 털더니 차분한 걸음걸이로 딸기 상자로 한껏 발기된 자신의 물건을 가리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의 상자에서 딸기 한통을 집어든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정말 딸기가 너무 좋아.”

딸기를 카트에 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재구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제 뭐 사야 돼, 오빠?”

“어... 허험... 양파...”

수정이 보지 속에 당근을 문채로 양파가 쌓여있는 곳으로 요염하게 걸어갔다. 재구는 그 뒤를 따라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자신의 자지를 카트로 가리며 걸었다. 양파 앞에 다다르자 재구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거 진짜 그 안에 들어있어?”

“당근!”

그녀 역시 양파를 고르며 속삭였다.

“안 그러면 내가 속인 게 되잖아.”

“안 불편해?”

그녀가 재구가 들고 있는 비닐봉투에 당근을 담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조금 차갑네.”

그녀가 재구의 눈을 바라보며 비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따듯해 질 거야.”

쇼핑을 계속하면서 재구는 수정에게 목록을 작성하라고 한 게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수정의 귀엽고 때론 요부 같은 모습을 보며 도저히 뭘 사야할지 집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정은 천천히 마트를 돌며 거의 대부분의 상품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을 카트에 담았다.

시간이 갈수록 아까 수정이 어린 직원에게 보여주었던 쇼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간 것이 확실했다.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새로 상품을 진열하거나 진열대를 정리하는 어린 남자직원들이 많이 나타났다.

그 밖에는 그들의 쇼핑이 계산대에서 줄을 서기 전까지는 평범하게 이루어졌다. 물론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거대한 당근을 자신의 음부에 넣고 걷는 모습을 뒤에서 쳐다보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오늘 아침 마트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계산대가 한 곳만 열려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두어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재구는 늘 그렇듯 기다리는 동안 진열돼 있는 잡지 표지모델들을 훑어보았다. 하나같이 요염한 미소를 날리며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를 살짝살짝 내 비치고 있었다.

“맘에 드는 여자 있어?”

수정이 속삭였다. 재구는 고개만 끄덕이며 눈은 여전히 이 잡지 저 잡지의 표지로 옮겨 다녔다.

“이 여자 원래 되게 작지 않아?”

재구가 평소부터 좋아하던 여자 연예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사진속의 그녀는 웃옷을 벗은 채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었다.

“토크쇼에 나와서 가슴 작은 게 콤플렉스라고 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 아이를 낳았는데 수유를 하다 보니 몇 사이즈 더 커졌어.”

“저 크기로 그대로 있길 바라지 않을까?”

“하긴 수유를 멈추면 다시 작아질 거야. 하지만 오빠 말대로 작은 가슴이 저 여자의 콤플렉스이긴 하지.”

“좋아, 그럼 수유를 멈추더라도 저 사이즈로 남게 해줘. 물론 탄력 있고 봉긋하게. 그럼 지금 보다 더 화끈해 보일거야.”

“화끈하단 말이지, 허?”

수정이 놀렸다.

“물론이지. 저 표지모델 중에서는 제일 나아. 하지만 물론 너하고는 비교도 안 되지. 너와 비교하면 저것들은 허접 그 자체야.”

수정의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그들의 계산 순서가 되자 수정의 부끄러움이 사라지고 마지막 쇼를 준비하고 있었다.

계산대 앞에서 봉투에 물건을 담아주는 어린 녀석 하나가 애써 수정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그 녀석은 이미 아까의 그 딸기 소년에게서 수정의 얘기를 전해 듣고 일부러 친절한 척 그들의 쇼핑물품을 봉투에 담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재구가 물건들을 내려놓자 수정이 뭔가를 잊었다가 생각난 척 어깨를 으쓱하더니 손을 내려 아주 천천히 당근을 빼내더니 그 소년에게 말했다.

“이거 이렇게 훔쳐 가면 안 되겠죠?”

그러더니 다른 두 개의 당근 옆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수정은 그 소년을 제외하면 계산원 아줌마를 포함해서 아무도 볼 수 없는 자세로 당근을 꺼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소음으로 인해 계산원 아줌마는 수정의 말도 듣지를 못했다.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게 당근을 들어 무게를 달고는 소년에게 건네주었다. 소년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 당근을 받아들었다. 그러자 수정이 소년에게서 그 당근을 빼앗아 환한 미소와 윙크와 함께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소년의 바지 앞섶에 갑자기 축축한 부분이 생겨났다. 다행히 녀석의 앞치마가 살짝 가려주어 쉽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모든 물건을 봉투에 다 담자 그 소년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차까지 들어다 드릴까요?”

“그래요. 부탁해요.”

재구가 대답하기 전에 수정이 얼른 대답해 버렸다.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재구가 속삭였다.

“너 아주 제대로 장난치기로 작정했구나?”

수정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음... 아직 아주 많이 장난치려면 멀었는걸. 아주 많이 장난쳐야 오빠가 어제 같은 벌을 또 내려 줄 거잖아. 그래서 일찍 시작한 거야.”

“니가 어제 같은 벌을 또 받길 원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렇게 들리는 게 아니라 그 말이 맞아. 어제처럼 흥분된 적이 없었거든.”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제 사람들 있는데 가면 니가 자주 이런 식으로 행동할 거란 말이지...?”

그녀가 다시 묘한 미소를 지었다.

차 앞에 이르러 수정은 소년에게 마지막 쇼를 보여주었다. 그 녀석에게서 봉투를 받아들고는 분명 일부러 뭔가를 떨어뜨리더니 뒤돌아서서 허리를 깊게 숙여 엉덩이를 거의 다 내 보인 채 집어 들더니 다시 일부러 한 번 더 놓친 척 하며 이번에는 앞으로 고개를 숙여 깊게 파인 브이넥 속으로 거의 꼭지가 보일 정도로 가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일어서서 소년에게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있어요. 고마워요.”

차가 미끄러져 나가는 동안 소년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수정은 그런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집에 도착해서 장 본 것들을 내려놓고 재구는 아점으로 김치 볶음밥을 만들었다. 자신의 그릇을 깨끗이 비우며 수정이 말했다.

“너무 맛있었어, 오빠.”

“그래? 좋아해주니 좋구나.”

설거지를 마치고 그가 말했다.

“혼자 좀 놀고 있을래? 난 좀 할 일이 있어.”

“응, 오빠. 내가 도울 일은 없어?”

“음... 지금은 없어.”

그가 웃어보였다.

“하지만 화인 상사 일을 할 때면 니가 도울게 있을 것 같아.”

수정이 웃어 보이더니 뒤돌아섰다. 재구는 그녀의 치마 밑으로 보이는 완벽한 엉덩이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한 번 쉬고 책상에 앉았다. 약 한 시간가량 다른 거래처의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하고 또 다른 몇몇 거래처의 팸플릿 작업을 하며 20분의 한 번씩 수정이 뭘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수정은 어느새 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다. 이메일로 팸플릿 시안을 보내놓고 재구가 수정을 불렀다.

“오빠, 불렀어?”

“이제 날 좀 도와줄래? 화인 상사 건에 대해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니 도움이 좀 필요해.”

“당연하지!”

의자 하나를 더 가져다가 나란히 앉아 둘은 그날 오후에서 저녁까지 홈페이지의 기본 계획을 수립하다가 잠시 쉬며 마트에서 사온 만두를 데워 먹었다. 재구가 기본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에 따라 수정의 능력을 빌어 예상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고친 후 가능한 한 우아하고 세련되게 완성해 나갔다. 몇몇 상품의 이름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들도 어쩔 수가 없었다. 화인 상사가 미국최대의 성인용품 회사 아시아 총판이라고 했으니 나중에 인지도가 높아지면 상품의 이름도 변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다음 회의 때 거론하기로 하고 노트에 적어두었다.

드디어 저녁 여덟시 경에 재구가 오늘은 그만 하자고 선언했다. 그들은 이미 기본 윤곽은 마무리 지었고 내일은 실제 샘플들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뭘 할까 생각하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

“어, 그래 성식아! 진짜 오래간만이다. 잘 지내? 시영씨도 잘 있지?”

...

“잘 됐네. 새 집은 어때?”

...

“그랬어?”

...

“그거 재밌겠다, 야. 잠깐만 기다려봐.”

재구가 수화기를 손으로 가리고 수정에게 물었다.

“이번 토요일에 내 친구 집들이 한다는데 같이 갈래?”

수정이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답했다.

“어~ 음~ 그래."

재구가 다시 전화기를 귀에 대고 말했다.

“내 애인을 데려가도 괜찮다면 그렇게 하지.”

...

재구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게 말이다.”

...

“그래. 뭘 좀 가져갈까?”

...

“정말?”

...

“알았어. 그래 임마, 그때 보자.”

...

“그래, 들어가라.”

전화를 끊고는 수정에게 웃음을 지었다.

“녀석들이 널 만나면 난리가 날거다. 성식이는 기절할거고 아마 시연씨도 그럴걸. 아참 너 현 수정 뒷배경 다 만들어놨어?”

“거의 다. 아직 대학전공은 못 정했어.”

“그럼 금요일까지는 다 정해서 얘기해줘. 너에 대해 모른 채 토요일에 거길 갈 순 없잖아.”

“저기, 오빠...”

그녀는 여전히 겁먹은 표정이었다.

“왜? 뭐가 걸려?”

“아니, 단지 오빠 친구들 만나는 게 아직 좀 겁나서 그런 것 같아.”

재구가 손사래를 쳤다.

“그러지마. 그럴 필요 하나도 없어. 내 친구들은 널 보면 바로 기절할 테니 걱정하지 마. 그냥 평소대로만 행동하면 돼.”

재구가 잠시 말을 멈추고 웃었다.

“다만 오늘 아침에 마트에서 어린애들한테 한 행동 같은 건 아직 좀...”

그녀의 얼굴이 다소 붉어졌으나 곧 환하게 웃었다.

“참는데 까지 참아볼게... 하지만...”

그녀가 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무용수처럼 길게 다리를 뻗으며 재구의 무릎에 앉았다. 팔을 재구의 목에 감으며 새카만 생머리 안의 촉촉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난 결국 섹스를 위해 만들어진 요정이니까...”

그녀가 고개를 젖히며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기더니 자신의 입술을 재구의 입술에 대었다. 재구는 이제부터 저녁 내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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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는 다음 날 아침 여인의 몸이 자신의 허벅지위에 에로틱한 무게를 전하며 환상적인 혀의 감촉을 자지위에 전하는 걸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천천히 아래쪽을 내려 보던 재구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재구의 자지를 물고 있는 여인은 수정이 아니라 어제 마트에서 본 잡지에 사진이 실렸던 바로 그 여배우였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수정이 그 여배우의 옆에 서서 손으로 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다리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재구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여배우가 옷을 홀딱 벗고 자신의 무릎위에서 오럴섹스를 해주고 있는 것보다 수정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더 흥분이 되었다. 비록 수정보다 훨씬 기술이 떨어졌지만 유명한 여배우라는 것과 수정이 옆에서 지켜본다는 부수적인 요인이 합쳐져서 이내 사정을 시작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재구의 정액을 삼키고 또 삼켰다. 그녀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빨아 먹더니 그의 자지에서 입을 떼고 앉았다. 그녀는 재구에게 그녀 특유의 멋진 미소를 날리더니 예쁘게 새로워진 자신의 젖가슴을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예쁜 젖가슴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는 이내 사라져 버렸다.

재구가 수정을 바라보았다.

“저게 진짜 그 여배우야?”

“꼭 그런 건 아냐. 지금도 침대에서 자고 있어. 단지 이 상황을 꿈으로 꾸고 있는 것뿐이야.”

“좋아, 그럼 이 여자 다른 여자들한테도 관심 있어?”

수정은 갑자기 엉뚱한 얘기가 나오자 살짝 찌푸렸다.

“아니, 그렇지 않아. 그런데 갑자기 왜?”

“좋아. 실제로 그 여자가 어떤지는 몰라도 다시 나타나게 해. 그리고 이 여자는 다른 여자의 보지 빠는 걸 무지 좋아해. 아침에 내게 행한 너의 행동에 대한 벌로 넌 지금부터 이 여자한테 당하는 거야.”

수정은 멋진 미인이 이번에는 자기 다리 사이에 다시 나타나자 긴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부드럽지만 단단히 수정의 다리를 잡더니 눕게 하고는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좀 전에 재구의 자지를 빨듯 열심히 수정의 보지를 빨며 손을 뻗어 젖꼭지를 잡아당기자 수정에게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이번에는 재구가 구경을 하며 난생처음 실제로 보는 여자끼리의 섹스를 즐겼다.

“나 다시 충전해 줘.”

그의 늘어졌던 자지가 다시 솟구쳐 올랐다.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재구 역시 한 여자가 다른 여자와 섹스를 나누는 비디오를 보며 무척이나 흥분을 느꼈었다. 하지만 비디오와 실물의 차이는 마치 무성 흑백영화와 3차원 입체 영상의 차이와도 같았다. 지난 며칠 동안 있었던 모든 일보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화끈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재구는 지금 이 순간을 더 화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 여배우의 귀에 대고 말했다.

“저도 좀 낄까요?”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만지던 한 손을 치워 수정의 보지에 대고는 엄지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주무르며 가운데 손가락을 질속으로 밀어 넣었다. 수정이 크게 신음을 토했다. 

“와, 이 아가씨 정말 쫄깃쫄깃해요.”

재구에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좋으실 대로 하세요. 하지만 지금은 자지로 보지에 해 주세요.”

그리고는 재구의 자지를 보더니 눈이 커지며 말했다.

“그리고 좀 살살 해주실 수 없을까요? 잘못하면 저를 아주 두 동강이를 내겠어요.”

재구가 자신의 자지를 바라보니 5cm 정도 짧아져 있었고 다소 굵어져 있었다. 이것은 그녀에게 최고의 기쁨을 줄 사이즈였으나 그녀는 알 리가 없었다. 그가 웃었다.

“걱정 마세요. 다치게 하진 않을 거예요.”

재구가 그녀의 뒤에 서자 그녀가 침대 아래쪽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수정의 보지에 있던 손가락을 떼고 대신 혀로 클리트리스를 핥았다. 순간 수정이 다시 신음하며 진한 오르가즘을 느끼기 시작했다.

재구는 사랑스런 스타의 벌려진 구멍에 자지를 맞추고는 천천히 박아 넣었다. 얼마 전에 아이를 낳았으니 당연히 수정의 것처럼 쫄깃한 보지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차분히 조여 왔다. 재구의 자지가 거의 뿌리까지 무자비하게 파고들자 이번에는 여배우가 신음을 토했다. 그러자 여배우의 혀에 클리토리스를 내 맡기고 있던 수정은 그녀의 신음소리에 의해 전해오는 미세한 떨림에 화음을 맞춰 함께 신음을 토했다.

재구는 천천히 속도를 높이며 자신의 자지에 유린당하는 여인의 신음을 유도하고 그 여인의 혀에 클리토리스를 농락당하는 또 다른 여인의 신음을 끌어냈다. 재구가 속도와 강도를 더 높이자 두 여인이 연속적으로 오르가즘을 느끼며 쌍으로 환상의 하모니를 연출했다. 그러자 그 역시 더는 참지 못하고 여배우이 보지에 강력한 정액줄기를 싸대기 시작했다. 이윽고 길고 긴 사정이 멈추자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과 만인의 사랑을 받는 어여쁜 여배우가 동시에 침대에 널브러졌다.

여배우가 한동안 호흡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휴~우...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 멋진 섹스였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그리고 다시 사라졌다. 재구가 수정을 바라보았다.

“너 아침마다 이렇게 색다른 재미로 날 깨워줄 거야?”

재구가 숨을 헐떡였다. 그러자 수정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응, 하지 말라고만 안하면...”

재구가 한숨을 쉬더니 웃었다.

“좋아. 확실히 자명종보다는 낫다. 그래도 가끔 너 보다 일찍 일어나게 해줘. 알았지?”

“응, 오빠.”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씻고 과일과 우유로 아침을 먹고는 다시 화인 상사의 홈페이지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샘플 제품의 사진을 찍어서 올릴 예정이었다. 재구가 상자 몇 개를 검은 천으로 싸고 벽에도 검은 천을 둘러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제품을 하나씩 올려놓고 자신의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원하는 사진들을 얻게 되자 잠시 쉬며 수정에게 물었다.

“모델일 좀 해볼래?”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점심을 때우고 검은 천으로 두른 상자를 치우고 그 자리에 베개를 놓고 수정의 옷을 벗겨 첫 번째 제품을 꺼내들고 눕게 만들었다. 첫 번째 제품은 귀여운 벌레모양을 한 진동기로 다리에 고무줄로 묶고 클리토리스를 물면 보지 구멍이 벌어져서 다른 행위들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수정이 제품을 착용하고 적당히 조정해서 잘 맞도록 하자 재구가 심술을 부려 제품의 진동을 최대한으로 올려 수정을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어야하니 꼼짝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오후 내내 이 놀이를 계속했다. 수정은 자신의 민감한 부분이 장난감들 때문에 오르가즘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계속 늘어놓고 있었고 재구 역시 수정이 계속 꿈틀거려서 사진을 망치고 있다고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하고 있었다.

사실 재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사진 찍는데 훨씬 더 시간이 걸렸지만 둘 다 너무 재미를 보고 있어서 불평의 여지가 없었다. 마침내 필요한 사진을 거의 다 찍자 어느새 다섯 시가 되고 있었다. 재구는 화인 상사에 전화를 걸었다.

“형님?”

...

“네, 저 김 재굽니다.”

...

“전 잘 지네요. 형님도 잘 지내시죠? 다른 게 아니고 내일 아침이면 홈페이지 데모가 완성될 것 같아서 언제쯤 시간이 되시는지 여쭤 보려구요.”

...

“금요일 아침 괜찮아요. 그래요, 그럼 열시까지 갈게요. 아참, 형님. 혹시 프로젝터 있으세요?”

...

“아니, 걱정 마세요. 저한테 있어요. 그럼 그때 뵈요.”

...

“네, 들어가세요.”

수정이 그의 옆에 서있었다. 그가 수정에게 주의를 돌리려는 순간 이번에는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이번에는 약간 목이 쉰 저음의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예, 안녕하십니까?”

...

“내일 오후요? 저는 괜찮습니다만... 그럼 몇시에...?”

...

“그러지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수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수정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너 왜 그래?”

수정이 아까 사진 찍을 때 꽂아 놓은 진동 젖꼭지 집게를 여전히 달고 있는 자신의 젖가슴을 가리켰다. 그 집게는 수정의 젖꼭지를 단단히 물고 최고 속도로 떨리고 있었다. 그가 웃었다.

“미안해. 젖꼭지 오르가즘 아직 안 느꼈어?”

그에 대한 대답으로 수정은 마치 몹시 추운 듯 몇 초 동안 몸을 심하게 떨었다.

“오빠가 전화 받기 시작하고 벌써 두 번째야.”

수정이 투정하듯 말했지만 그녀의 손에는 집게의 작동장치가 들려있었다.

“좋아, 그럼. 전화 얘기부터 들을래 아니면 사진 마저 찍을래? 그게 마지막 제품인데.”

수정이 체념한 듯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전화 얘기부터 해줘.”

재구가 다시 웃어보였다.

“우선 화인 상사하고는 금요일 아침 열시에 만나서 홈페이지에 대해 얘기하기로 했어.”

“좋아.”

“두 번째 전화는 서부 유통 박 부사장님의 비서인 정 지현씨야. 내일 오후 두시에 회의가 있는데 참석해 달라는 군.”

“그래.”

“정 지현씨를 본적은 없지만 전화 목소리가 꽤 화끈한 것 같던데... 어때?”

순간 수정이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대로... 그 여자는...”

“그만! 거기까지만 해. 내가 내일 직접 알아볼 거야. 우린 사진 마저 찍고 저녁이나 먹을까?”

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있잖아... 금요일 까지는 시간이 좀 있으니 이번에는 디지털 캠코더로 좀 찍어봐야겠어.”

수정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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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는 수정에게 다음날 아침은 그냥 늦게까지 자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캠코더로 일을 하며 늦게 까지 재미를 본 터였다. 한순간 수정이 남자들을 위한 성인용 장난감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의 화인 상사 홈페이지를 보니 정말 남자용 장난감은 볼품이 없었다. 고무로 만든 포르노 여배우의 입이나 보지 모형은 아무리 실물처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고무일 뿐이었다.

그들은 다음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서 늘 그랬듯이 장난치며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었다. 집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기 싫어 둘은 서부 유통으로 가는 길에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일식집에 들러 초밥을 먹었다. 초밥 집에서 수정은 최고의 서비스를 받았다. 모두 남자들인 식당 종업원들은 수정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 큰 식당에 오직 수정만이 있는 듯 모든 관심과 정성을 그녀에게 쏟았다.

서부 유통에 약속시간보다 몇 분 일찍 도착한 재구와 다시 투명인간이 된 수정은 회의실에 앉아 다른 참석자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에 사람들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마치 새로운 여자가 된 듯한 이 명숙 부장과 박 부사장의 비서인 정 지현씨가 확실한 근사한 중년의 여인도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박 부사장이 들어섰다. 분명한 것은 김 영주 이사와 그의 부하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이 전부 자리에 앉자 박 부사장이 입을 열었다.

“전부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김 영주씨가 관리 이사직에서 해임됨으로써...”

재구의 눈초리가 올라갔다.

“김 전이사와 그 직원들이 하던 일을 다른 분들이 임시로 대신하게 되어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그가 재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김 재구씨, 나는 우리 회사의 치부가 밖으로 새 나가길 원치 않소. 따라서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눈 얘기들은 비밀로 해 주길 바랍니다. 사실 귀하의 충고가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갈 일이었으나 지난번 미팅이후로 김 영주씨를 살펴보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소. 피해가 심각합니다. 이건 전적으로 내 실수였소. 내가 그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주면서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아무튼 김 재구씨가 아니었다면 우린 곧 망할 수도 있었습니다. 내 눈을 새로 뜨게 도와 준 것에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재구는 박 부사장의 칭찬이 부끄러웠다. 순간 거기 모인 참석자들이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할 말을 잃었다. 부사장이 어색한 순간을 모면해 주었다.

“오늘 회의에서 다루어야 할 얘기가 많습니다. 우선 김 재구씨와 관련된 문제부터 거론하고 가시게 해야겠습니다.”

그가 잠시 자신의 노트를 살펴보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내가 살펴보니 우리 회사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소. 따라서 홈페이지가 지속적으로 무리 없이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소. 최근에 간부들이 바뀌기 전까지는 정말 깔끔하게 운영되고 있었더군요. 그래서 난 귀하가 계속해서 우리 홈페이지 관리를 맡아주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난 아직도 모든 하청업자들이 우리 회사 내에서 작업하기를 바랍니다.”

이쯤에서 그가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절충안을 제안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우리 회사에 나와서 우리 직원들과 협조하며 일을 해 줄 수는 없겠소? 그리고 매달 두 번째 금요일쯤에 반나절 정도 나와서 새로운 가격표 업데이트 해주고. 그렇게 되면 필요한 일을 여기서 다 할 수 있고 모든 정보나 자료들이 중간에 길을 잃거나 하는 일도 없겠지요. 김 재구씨가 필요한 모든 걸 지워하겠소. 책상과 인터넷, 그리고 원한다면 PC까지.”

모든 시선이 재구에게 집중되었으나 그는 한동안 침묵한 채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가 대답했다.

“귀사의 홈페이지를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그때그때 다릅니다. 어떤 주에는 한 시간 정도 기본적인 보수만 하면 되고 또 어떤 주에는 홈페이지의 중요 부분을 손보기 위해 이틀 이상을 쓰기도 합니다. 별로 일이 없는 주에는 하루 종일 회사에 나와 있는 것이 시간 낭비이고 일이 많을 때는 하루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PC까지 제공해 주신다는 말씀은 고맙지만 집에 있는 제 컴퓨터에 제가 필요한 모든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들이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물론 꽤 비싼 장비들이지요. 만약 제가 여기서 일을 한다면 그런 소프트웨어와 장비들을 다 다시 구입해야합니다.”

이번에는 재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따라서 제가 역제안을 하겠습니다. 제가 일주일에 반나절씩 회사에 들러 직원들과 만나 필요한 자료를 건네받고 홈페이지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전과 같이 전화로 연락하고 가끔 회의에 참석하고 하던가요. 우선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필요 없이 서로 믿고 한두 달 해보다가 문제가 없으면 그때 가서 정식으로 계약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박 부사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좋습니다. 김 재구씨. 그럼 이제부터 우리 이 명숙 부장이 담당자이니 이 부장과 날짜를 정해서 일을 하세요. 그동안 참고 일 해줘서 고맙고 오늘 참석해줘서 또 고맙소.”

그 말은 이제 그만 가보라는 소리였다. 재구가 말했다.

“천만에요.”

그리고는 일어서서 문 쪽을 향하자 이 부장이 같이 밖으로 나왔다.

“나도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재구씨가 우리 회사에서 영웅이 된 거 알죠?”

재구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전 단지 제 앞가림을 한 것뿐인걸요.”

재구가 얼른 화제를 바꿨다.

“오늘 뵈니 완전히 다른 분이 되신 것 같아요.”

이번에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냥 단지... 지난번 회의에 참석한 이후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만 말할게요.”

재구가 웃었다.

“그래요?”

순간 재구가 그녀의 머리위에 상황판을 띄웠다. 그녀의 성생활이 며칠사이에 많이 다양해져 있었다.

그녀는 그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끄러웠다.

“나 들어가 봐야 돼요. 나중에 전화할 테니 매주 언제가 좋은지 얘기해요. 알았죠?”

“네.”

“그래요.”

그녀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려다 말고 재구의 귀에 속삭였다.

“당신도 꽤나 섹시해 진 걸요!”

재구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다른 여자의 중후한 저음이 들렸다.

“김 재구씨?”

돌아서보니 정 지현비서가 다가오고 있었다.

“네, 부인?”

그녀가 웃었다. “그냥 지현이라고 부르세요. 나도 그 여자와 그 여자 똘마니들을 치워줘서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현이 여자라는 말 대신에 어떤 단어를 쓰고 싶어 했는지는 자명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섰다.

“게다가 김 재구씨가 우리와 같이 일하게 돼서 더욱 기뻐요. 우리 회사에서 일할 때 내가 뭐든 더 우리 재구씨를 음....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말만해요. 알았죠?”

“고맙습니다, 지현씨. 앞으로 자주 뵙고 자주 귀찮게 할게요. 그냥 지현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목소리를 들으니 성격 화끈하신 거 같은데 누나도 편하게 재구라고 부르세요.”

“호호호... 그래 재구야. 그럼 곧 또 만나.”

지현도 회의실로 돌아갔다.

‘저 여자가 내가 생각한 그 뜻으로 말한 거야?’

재구가 머릿속으로 수정에게 물었다.

‘응, 오빠. 저 여자 정말로 그 싸가지 없는 년 사라지게 해줬다고 오빠에게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어. 사실 박 부사장의 비서로서 회사 돌아가는 걸 다 알고 있는데 김 영주가 하는 일이 전혀 맘에 안 들었었거든. 하지만 비서가 무슨 힘이 있어야지.’

‘그래서?’

‘게다가 저 여자는 지금 혼자살고 있고 성적인 모험심도 대단한 것 같아. 그리고 오빠한테 관심이 무지 많아. 상황판 한번 띄워봐.’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하지만 이번엔 상황판 안보고 작업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잘못되면 수정이 바로 잡아 줄 테니까...

서부 유통은 재구가 일주일에 반나절 사무실에 나와서 일 해주기로 동의한 것에 대해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었지만 재구에게 그것은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이었다. 그의 생각에 이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괜찮은 여자들이 꽤 많을 것이었다. 일주일에 반나절만 나온다 해도 기회는 충분했다. 그는 흘러가는 상황이 매우 흡족했다.

재구와 수정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간단히 저녁을 먹고 돌아와 화인 상사 데모 홈페이지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두어 시간 가량 했다. 밤이 늦어 침대로 들어가 수정을 뒤에서 안고 한손으로 그녀의 완벽한 젖가슴을 만지며 재구는 다음 날 있을 프레젠테이션에 대해 자신하고 있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면 수정의 도움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정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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