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부 (11/19)

제11부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의 8시 모닝콜 섹스입니다.”

비단결 같은 긴 생머리의 미녀가 시야에서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말했다. 재구는 희미한 눈가에서 잠을 쫓아내며 바위처럼 단단해진 자신의 물건을 올라타고 있는 여인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현 수정양. 오늘 아침에도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다우시군요?”

수정이 재구를 요염하게 노려보며 자지위로 내려찍었다. 재구는 손을 뻗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젖가슴을 어루만지며 그녀와 함께 절정에 올라 진한 정액을 뿜어내었다. 자기만의 섹스 요정을 갖는 다는 건 정말이지 환상적인 일이었다.

둘은 사워를 마치고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도구들을 챙겨 화인 상사로 출발했다. 재구는 이번에는 운전하는 동안 오럴 섹스대신 수정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똑똑하고 재기 발랄한 수정과의 대화는 오럴 섹스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재구에게 주고 있었다.

10시보다 몇 분 일찍 도착하며 수정은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지난번의 그 귀여운 여직원이 회의실로 안내해 주었다. 그러자 재구는 그녀의 상황판을 띄워 보았다. 경험이 많은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풋내기 같았다.

그녀는 장난감들을 좋아했다. 물론 오르가즘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그래도 경험 없는 얼치기 사내들보다는 훨씬 지속적인 떨림을 안겨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여기서 일하면서 모든 종류의 성인 장난감들을 다 써볼 수 있었다.

“사장님께서 프레젠테이션 준비하시고 계시랍니다. 아마 곧 오실 거예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녀가 재구에게 친근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회의실을 나섰다. 순간 재구에 대한 그녀의 관심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아마도 제대로 된 자지 맛을 본 적이 없는 아가씨 같았다.

재구가 노트북과 프로젝터를 다 연결하자 방 성기와 안 화영부장, 그리고 지난번에 성기가 말했던 그 부사장일 것 같은 제법 근사한 여자가 회의실로 들어섰다. 성기가 소개를 하는 동안에도 재구는 그녀에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다시 만나서 반갑네, 아우님! 우리 안 부장님은 구면일 테고 이쪽은 우리 회사 구매담당 부사장인 구 수영씨네.”

수영이 손을 내밀어 재구에게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녀가 무덤덤하고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

“네, 저두요.”

재구가 대답했다.

“어서와요, 재구씨.”

안 부장이 웃음을 가득 머금고 이번에는 딜도 없이 맨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재구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다시 뵈니 좋네요, 안 부장님.”

그들은 그렇게 잠시 잡담을 나누다가 성기의 말에 주의를 집중했다.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아우님의 무대를 즐겨봅시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재구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지난 번 미팅에서 사장님께서 원하시는 홈페이지에 대한 기본적인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따라서 품위 있고 우아하며 성인용품을 좀 더 열린 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디자인과 동시에 좀 더 많은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홈페이지 디자인의 특징입니다. 또한 미성년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결재가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아울러 제 아이디어를 하나 더 추가했는데 그건 잠시 후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데모 홈페이지를 열었다. 검은 색 배경에 세련된 글씨체로 이루어졌고 맨 위에는 화인 상사의 새 로고가 메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든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화면입니다. 우선 이 사이트는 성인자료를 포함하고 있으니 미성년자는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이 페이지에는 또한 미성년자 보호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안 부장이 끼어들었다.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이 성인사이트에 접속하는 걸 막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가 몇 가지 있는데 성인용 자료와 연관된 단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다른 미성년자 전용 사이트로 넘어가게 만드는 거죠. 뿐만 아니라 유명한 성인사이트 목록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그런 사이트의 주소를 치면 역시 미성년자 사이트로 링크되게 되어있습니다. 이 페이지에는 그런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서 어린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부모가 패스워드로 차단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화인 상사의 홈페이지가 그런 소프트웨어 회사에 성인 사이트로 등록이 되어있나요?”

세 사람이 멀뚱거리더니 성기가 말했다.

“아닌 것 같군.”

“그래요? 그럼 등록을 해야겠군요. 그건 뭐 별거 아니니까 제가 해 드리지요. 그럼 다시 홈페이지로 돌아가서... 고객들이 여기서 더 안으로 들어가면 메인페이지가 나옵니다.”

재구가 메인페이지 이곳저곳을 클릭하며 자신의 아이디어와 홈페이지 구성에 대해 설명해 나갔다. 그는 중간 중간 말을 멈추고 세 사람의 반응을 살폈다. 성기와 안 부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었으나 수영은 무표정이었다.

“자, 여기부터는 몇 가지 다른 옵션이 있습니다. 우선 제품을 하나 클릭하게 되면 이렇게 그 제품의 사진과 비교적 상세한 설명이 나오게 되지만 아직은 미성년자 관람가 수준이죠. 음란한 표현이나 사진 같은 것들은 없습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려면 성인인증을 거쳐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여기서 신용카드 인증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재구가 다시 세 사람의 반응을 살피고는 말을 이었다.

“신용카드 인증이 끝나면 이렇게 다시 제품페이지로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엔 보다 자세하고 세밀한 정보와 함께 올바르게 착용한 모습을 담은 사진도 제공이 되죠.”

이번엔 수영이 끼어들었다.

“저 사진들은 직접 찍으셨나요?”

“네, 부사장님, 제가 직접...”

“그런데 저렇게 착용하는 게 올바른 착용법이라는 건 어떻게 알죠?”

“그건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섹스전문가가 제게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말했다.

“모릅니다. 하지만 제 동료가 착용해 보고 가장 좋다고 느낀 자세입니다. 부사장님, 이건 단지 데모페이지라는 걸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제 아이디어가 마음에 드신다면 그때 가서 정확한 사용법과 착용법을 확인한 후 제대로 사진을 찍으면 되겠지요.”

재구는 구 수영에 대해 안 좋은 느낌을 받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가 다시 성기를 바라보았다.

“아참, 사장님, 지난번에 빌려갔던 제품들 제가 사야겠어요. 보시다시피 반품할 처지가 아닌 것 같네요.”

성기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별걱정을 다하네.”

성기가 화면속의 사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 동료가 유용하게 썼길 바라네.”

재구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재구가 똑같이 생긴 페이지를 열었다.

“이 페이지는 조금 전에 보신 것과 똑 같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을 클릭하면...”

재구가 사진을 클릭하자 동영상으로 바뀌었다. 동영상은 귀여운 벌레모양의 장난감을 허벅지에 붙인 여인이 어떻게 착용하고, 사용하는지. 그리고 어떤 느낌이 오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마지막 몇 초 동안에는 여인의 엄지손가락이 벌레의 진동을 최대한으로 올려 부르르 떠는 모습이 나왔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단지 데모입니다. 하지만 이런 동영상은 고객들의 관심을 올려주고 아울러 제대로 보고 사기 때문에 반품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 사람의 표정에 생각하는 빛이 역력했다. 잠시 후 성기가 입을 열었다.

“아주 훌륭하네, 아우님. 이거 말고는 또 우리가 알아야 할 게 뭐가 있나?”

“그 다음엔 그냥 지루한 것들이죠, 뭐. 귀사의 홈페이지를 위해 제가 아주 효과적이고 안전한 결재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원하시면 결재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거야 뭐, 잘 알아서 했을 테니 안 봐도 될 것 같고... 그보다 실제 결재는 얼마나 걸리나? 지금 쓰는 시스템은 꽤 늦던데.”

“고객이 카드정보를 입력하면 3초에서 5초 사이에 결재내역이 통보됩니다.”

성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굉장히 빠르군.”

재구가 말을 이었다.

“홈페이지의 배경 색상과 글씨체, 그리고 배너나 아이콘 같은 것들에 대해 디자인을 약간 변형해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본 구성은 동일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재구가 몇 가지 다른 구성들을 보여주고 나서 말했다.

“이상입니다.”

“아주 인상적이야, 아우님. 훌륭해. 자~ 그럼 이제 나쁜 소식을 들을 차례인가?”

“예, 사장님.”

재구가 견적서를 화면에 띄우자 성기의 눈초리가 치켜 올라갔다. 순간 안 부장이 말했다.

“와우!”

수영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그러자 재구가 손을 들었다.

“여러분이 말씀하시기 전에 제 설명을 좀 들어주십시오. 견적가격에는 홈페이지의 디자인과 호스팅서비스는 기본으로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아울러 모든 제품의 사진도 제가 직접 찍어서 올리겠습니다.”

재구와 수정이 찍을 사진이 섹스와 관련 있는 것이었으므로 재구가 말하는 사진은 어느 누가 찍은 것보다 완벽할 것이 틀림없었다.

“또한 제 동료의 목소리와 목선 아래의 몸에 대한 사진과 동영상의 모델비용도 포함되어있습니다. 물론 다른 모델을 원하신다면 그 비용은 추가가 되겠지요. 견적가격은 또한 6개월간의 홈페이지 유지 및 관리비도 포함되어있습니다.”

재구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물었다.

“혹시 카탈로그 제작은 잘 되고 있습니까?”

재구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자 성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디자인하는 쪽에서 곧 최종샘플을 가지고 온다더군.”

“좋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제가 인쇄가 가능한 해상도로 제품 사진을 찍겠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완성이 되면 홈페이지 스타일과 맞춰서 카탈로그 도안도 잡도록 하지요. 유일한 단점은 귀사의 카탈로그 발송이 몇 주 늦어진다는 것뿐입니다.”

“이미 카탈로그 도안비용까지 지불한 상태인데 우리가 왜 그래야 하지요?”

수영이 물었다.

재구가 어깨를 들썩해 보이더니 말했다.

“제가 이미 제시해드린 견적가에 포함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귀사는 추가 비용을 전혀 부담하시지 않은 채 홈페이지의 스타일과 맞는 카탈로그를 만들 수 있는 거죠. 게다가 아직 새 카탈로그를 보진 못했지만 사장님이 보여주신 지난 카탈로그들을 보니 여기저기 엉성한 구석이 많더군요. 제가 도안을 하면 인쇄비도 절약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재구가 서류 한 장을 꺼내 성기에게 건넸다.

“카탈로그에 대한 것 빼고는 지금 말씀드린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 내용도 추가하겠습니다. 그리고 6개월 후의 관리비용도 따로 산정해서 적었습니다. 아, 그리고 사진 촬영은 여기에서 하는 걸 전제로 했는데 그럴만한 장소가 있을까요?”

“응, 다른 작가들도 우리 제품사진들을 찍는 작은 스튜디오가 하나 있어. 조명이나 그런 것들은 제법 잘 갖춰져 있어. 하지만 카메라 같은 장비는 없네.”

“그건 상관없어요. 장비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아우님, 잠깐 우리끼리 몇 가지 상의를 좀 해도 되겠나? 지금 결정할 수 있으면 그냥 결정해 버리면 좋겠네. 안되면 나중에 연락해야겠고.”

“네, 그러세요. 제가 나가 있을까요?”

“아냐, 그냥 여기서 쉬고 있어. 우리가 내방으로 가지.”

그들이 일어서서 문 쪽으로 향하는 동안 재구는 처음으로 구 수영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잘 그을린 살결에 진한 눈빛, 그리고 길고 반짝이는 머릿결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풍성한 블라우스에 긴 치마를 입고 있어서 몸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맘에 들어?’

수정이 속으로 물었다.

‘볼만은 한걸...’

‘하지만 오빠, 저 여자는 어지자지야.’

‘뭐라고?!’

‘남녀양성자라고. 남자면서 여자인...’

‘무슨 말 뜻인지는 나도 알아. 하지만 ... 그러니까 뭐가 어떻다는 거야?’

‘저 여자의 경우는 클리토리스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자지가 붙어있다는 거야.’

‘그~으래... 그리고 또?’

‘그게 다야. 나머진 그냥 정상적인 여자야.’

‘좋아, 그럼... 이런 경우엔 뭐라고 말해야 하나... 아무튼 저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니 아니면 여자를 좋아하니?’

‘음, 남자. 저 여자는 솔직히 양성애자라거나 아니면 양성에 관심이 있다고도 할 수 없어. 그녀는 단지 남자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갖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원해. 하지만 간혹 여자와 섹스를 하고 여자들로부터 오럴섹스를 받고 싶어 하는 환상을 갖기도 하지.’

‘재미있는 여자...? 아무튼 사람이로군.’

‘하지만 오빠도 짐작하듯이 저런 사람들은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기가 힘들어. 어렸을 때는 다른 아이들의 놀림을 받지 않으려고 자신을 숨겼고 대학에 들어가서 자신의 모습을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좋은 사람을 만났지.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그나마 편안한 태도로 자기는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다고 그냥 좋은 친구로 남자고 하고 떠나갔어. 그러니 저 여자의 인간관계가 어땠겠어?’

‘그래서 나한테 그렇게 냉정하게 군거야?’

‘좀 복잡해. 오빠한테 관심을 보이면서도 오빠가 자기를 역겨워 할까봐 겁을 먹고 있어. 그리고 사진에서 본 오빠의 동료, 그러니까 내 모습을 보고 질투심도 생긴 거고...’

‘그렇구나. 그럼 일하는데도 걸림돌이 될까?’

‘음... 그래도 공과 사를 구별하려고 애를 쓰긴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아. 사실 오빠의 프레젠테이션에 감명을 받았지만 표현을 안 하고 있어. 다행히 나머지 두 사람은 완전히 넘어갔네. 아, 사람들 와, 오빠.’

잠시 후 세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성기와 안 부장은 얼굴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우님. 우리 거래 하세. 견적을 몇 군데서 더 받아보려고 했는데 계산해 보니 여러 면에서 자네의 견적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하지만 두 가지 요구사항이 있네. 첫째는 이미 지불한 카탈로그를 버리고 싶지 않네. 비록 홈페이지와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공짜 카탈로그 디자인은 3개월 후에 나올 새 카탈로그 때 해주면 안 되겠나?”

재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렇게 되면 한결 일하기가 수월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좋았어! 그리고 두 번째는 견적대금을 6개월 할부로 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하시죠, 뭐. 하지만 첫 번째 대금은 홈페이지를 올리기 전에 주셔야 하고 계약서는 상호 날인하고 공증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홈페이지의 모든 콘텐츠는 대금이 완납될 때까지는 소유권이 제게 있음도 확인해 주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지.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나?”

“우선 질문이 몇 가지 있어요. 그다음에 계약서에 도장 찍죠.”

“말해보게.”

“어차피 사진 작업도 해야 하니 당분간은 제가 일주일에 며칠은 여기서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초고속 인터넷이 연결된 책상을 하나 내 주실 수 있을까요?”

“사무실을 하나 내 주겠네. 그리고 또?”

“동영상을 올리려면 서버의 용량과 속도가 중요한데 지금 사용하고 계신 서버가 있으신지요?”

“우리 홈페이지가 엉망이긴 했어도 서버는 제법 괜찮은 걸 장만한 것 같네. 자네가 한번 확인해 봐야겠지만 내 생각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아.”

“그럼 됐습니다.”

재구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 한 가지 더 있어요. 왜 남자를 위한 제품은 별로 없죠?”

수영이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그건 남성용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그래요. 그리고 사실 여성용이라는 이 제품들도 남자들이 주로 구매해서 여자들에게 주는 것이니 굳이 여성용이라고 말할 수도 없겠지요.”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서 마무리 해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때 확인하시고 계약하시죠.”

“그러세, 아우님. 그럼 얼마나 걸릴까?”

“최종 시안을 보시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 3~4주 안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재구가 물었다.

“아냐. 그 정도는 걸릴 거라고 예상은 했어. 하지만 신상품 하나가 있는데 빨리 홍보하고 싶어서 그러지.”

“그 제품 사진하고 설명서 있어요?”

“제조회사에서 보내온 브로슈어가 있을 거야.”

“그러시면 그거 저 빌려주세요. 그럼 우선 급한 대로 현재 홈페이지에 올려놓을게요. 월요일 오후까지 해 놓죠.”

“그건 얼마나 비용이 듭니까?”

수영이 물었다.

재구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공짜입니다.”

그러더니 성기에게 히죽 웃으며 다시 말했다.

“지난번에 빌려간 제품 값이라고 하죠, 뭐.”

성기가 웃음으로 답하며 말했다.

“고맙네, 아우님.”

그가 두 손을 비비며 말했다.

“자, 그럼 오늘은 이만 합시다. 아우님은 날 따라오게. 브로슈어 챙겨 줄 테니까.”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고 안 부장이 웃으며 다가와 재구와 악수를 나누었다.

“같이 일하게 돼서 기뻐요, 재구씨. 난 이제 다시 창고에 가서 일들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수영도 안 부장을 따라 재구와 악수를 나누었다.

“월요일에 봅시다.”

두 여자가 떠나자 재구는 프로젝터와 노트북을 챙겨서 성기의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 성기는 브로슈어를 챙겨서 재구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형. 그런데 구 수영 부사장은 별로 안 좋아하던 눈치던데...”

성기가 손을 흔들었다.

“별걱정을 다하네. 부사장은 가끔 기분이 들쭉날쭉해. 게다가 이번 출장이 별로 성과가 안 좋아서 요새 좀 저기압이야.”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그럼 전 이만 갈게요. 월요일 1시 괜찮으세요?”

성기가 달력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응, 괜찮아. 그럼 그때 보세.”

“네, 형. 갈게요.”

재구가 로비로 나서자 아까 그 귀여운 여직원이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김 재구씨.”

재구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안해요. 아직 이름도 안 물어봤네.”

“숙희예요, 안 숙희.”

“그래요, 숙희씨. 월요일에 봐요.”

“네?”

“하하. 이제 앞으로 내가 이 회사 홈페이지 디자인을 할 거예요. 자주 만나요.”

그녀가 웃었다.

“네~ 그렇다면 이제 자주 뵙겠네요. 김 재구씨.”

“나하고 비슷해 보이는데 그냥 재구라고 불러요.”

“그럼 숙희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그럼. 월요일에 보자.”

“그래, 잘가.”

‘바람둥이!’

수정이 속으로 재구에게 말했다. 차로 향하며 재구도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말했다.

‘귀엽지 않아? 질투해?’

‘아니. 난 언제 오빠처럼 장난쳐보지?’

‘너 지난번에 마트에서 애들한테 한 짓은 뭐야?’

‘아, 맞다. 히히히...’

‘숙희 소개 시켜줄까?’

‘좋아. 하지만 걔는 여자한테는 관심 없어.’

‘구 수영이는?’

‘언젠간 그럴지 몰라도 아직은 아냐.’

‘너도 여기서 나하고 같이 일을 할 테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군.’

재구가 차에 타서 주차장을 빠져 나가자 수정이 조수석에 모습을 나타냈다.

“맞아, 오빠.”

재구는 수정이 나타나자 다시 운전에 집중하느라 애를 먹었다. 이 세상에서 그녀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그럼 그 여자한테 그냥 평범한 클리토리스를 주면 되잖아?”

“맞아, 그럼 그 여자 완전 기절해서 미쳐버릴걸.”

“그럼 원래부터 그랬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면 되잖아?”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있어.”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 있어?”

“누구한테 묻는 거야?”

“음... 누구든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

“글쎄... 수정이는 아직 충분한 인생경험이 없어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쩌면 이건 그 여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말이야. 오빠는 벌써 몇 차례 그런 일을 했어.”

“내가? 언제?”

“서부 유통의 이 명숙부장.”

“내가 그 여자하고 그 여자 애인의 성생활을 개선시켜 준거 말이야?”

“응.”

“그럼 니말은 그 여자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내가 했다는 거야?”

“아냐. 분명히 그 여자도 원하던 일이었어. 내말은 그 여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거지.”

재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여자가 선택하게 하려면 너의 존재에 대해 믿게 만들고 또 니가 그 여자의 성생활을 개선시켜 줄 수 있다고 믿게 해야 하잖아. 그게 가능하겠어?”

“오빠 말이 맞아. 오빠가 한 일이 나쁘다는 게 아냐. 하지만 구 수영의 경우는 클리토리스가 생기는 게 그녀가 원하지 않는 일일 수도 있다는 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렇게 되면 그 여자 인생이 훨씬 쉽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럴지도 몰라. 만약 오빠가 그녀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준다면.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그걸 바라지 않을 거야. 누가 자기 기억을 다 지우고 가짜 기억으로 채워지길 바라겠어? 그 여자가 정말로 원하는 건 자신을 받아줄 사람을 만나는 걸 거야.”

“그래... 듣고 보니 수정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수정이 으쓱해 보이더니 말했다.

“꼭 그렇지도 않아. 솔직히 말해서 선택이고 뭐고 잊어버리고 지금 당장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을 써보라고 하고 싶기도 해.”

순간 재구가 평상시와 다른 길로 가는 것을 눈치 채고는 수정이 물었다.

“집에 안가고 어디 가, 오빠?”

“쇼핑몰 근처라서 지난번에 수선 맡겼던 바지 찾아 가려고.”

그가 히죽 웃었다.

“내일 입을 수영복도 있어야 할 것 같아. 오늘 서경이 일해?”

“아니, 오늘은 비번이야.”

“에이! 할 수 없지 뭐.”

“하지만 그때 그 매력적인 중년여성 지배인은 일해.”

“그래서?”

“우리가 나가고 나서 서경이가 지배인한테 다 얘기를 한 것 같아.”

“그래서 서경이가 곤란해 졌어?”

“아니. 단, 다음에 오빠하고 또 그런 짓을 하게 되면 지배인이 볼 수 있도록 CCTV 카메라 켜놓고 하기로 약속했어.”

“보겠다고? 음~ 하는 것 보다 보는 걸 원해?”

“오빠처럼 큰 물건을 가진 사람하고? 어떻게 생각해?”

“그 여자 제법 괜찮던데. 여자도 좋아할까?”

“아니”

“저런... 그럼 어쩔 수 없이 니가 또 사라져야겠네.”

“예쁜 여자를 꼬셔서 미칠 때까지 박아주려고? 그건 내 전공이야, 오빠.”

재구가 웃었다.

“그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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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오늘만 벌써 네 번째 블라우스를 개고 있었다. 인기가 있는 제품이라 좋긴 했지만 왜 여자애들은 전부 다 꺼내서 헤 질러 놓는지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엉성하게 개놓고 가버리니 다 다시 정리를 해야 했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또 할 일이 있나 둘러보다 재구를 발견했다. 서경에게서 피팅룸 사건을 전해 듣고 난 이후 그녀의 환상의 주인공이었던 재구가 지금 자기 앞으로 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 이것들 좀 입어보고 싶은데요.”

재구가 수영복 몇 장을 들어보였다.

“네, 손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정현은 피팅룸 쪽으로 그를 안내하며 도무지 이성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숨어있던 모든 용기를 다 동원해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오늘 서경이가 출근을 안 해서 손님을 도와드릴 수가 없을 것 같네요. 혹시 다른 사람이라도...”

순간 재구의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지배인님이 직접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지난번에 서경이가 도와드렸던 것 같은 걸 말씀하시나요, 고객님?”

“이것들을 제대로 입어보려면 그래야 할 것 같은데요.”

정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마침 다른 직원들이 다 바쁜 것 같으니 제가 도와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재구가 살인미소를 날렸다.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녀의 심장이 가슴 밖으로 뛰쳐나올 것 같았지만 어느새 젖어들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그럼 1번 피팅룸으로 들어가시겠습니까, 고객님. 곧 뒤따라가겠습니다.”

재구가 모퉁이를 돌자 정현은 직원들에게 점심을 먹으로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CCTV 녹화기에 빈 테이프를 넣고 녹화를 시작하고는 방문을 잠그고 서둘러 1번 피팅룸으로 향했다.

문을 노크하는 그녀의 손이 떨렸다. 이런 일은 꿈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서경이 말했던 대로 허리 아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크고 단단한 자지가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정현이 심호흡을 크게 했다. 저 물건이 잠시 후 자신을 꽉 채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무릎이 꺾이며 호흡이 가빠졌다.

“제...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서경씨가 했던 것과 비슷하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만... 우선 옷부터 벗어주시겠어요?”

정현은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경의 말이 맞는다면 이 젊은 남자가 자신을 45분간 쉬지 않고 박아주며 3번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사실 정현은 아직 제대로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서경의 말이 반만 맞아도 오늘 그녀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었다.

재구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비록 서경이 만큼 예쁘진 않았지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브라자를 벗겨내자 생각보다 탄력 있는 젖가슴이 드러났다. 재구가 뒤에서 젖가슴을 잡고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꼬집자 머릿속이 텅 비어왔다.

“서경씨처럼 해도 괜찮겠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구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수영복들을 접어 엉덩이를 받쳐 주고 그녀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할까요?”

그녀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구가 그녀의 촉촉한 입구에 귀두 끝부분을 대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 순간 그녀의 숨이 막혀왔으나 아프지는 않았다. 그는 부드럽고 천천히,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녀를 완전히 채워 들어갔다. 재구는 제 페이스를 찾을 때까지 천천히 속도를 높여갔다. 정현은 천국에 들어있었다. 15분 후에 그녀는 폭발했다. 하지만 전과 달리 다시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대로 굴러 이번에는 정현이 재구를 타고 놀았다. 다시 15분정도 지나자 이번에는 더 강렬한 오르가즘이 찾아왔다. 너무 피곤해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재구가 그녀를 엎드리게 하고는 다리를 한껏 벌린 채 뒤에서 부드럽게, 그러나 강렬하게 박아대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녀의 G 스폿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그렇게 또 15분이 흐르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아주 오래, 아주 천천히 치고 올라오며 최고, 최상의 절정을 안겨준 오르가즘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그녀는 터져버렸다.

몇 분간 숨을 고른 후 그들은 각자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 이윽고 옷을 챙겨 카운터에서 계산을 마치자 정현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꼭 다시 싸러... 아니 사러 와 주십시오.”

재구가 히죽거렸다.

“물론이죠.”

이 젊은이에 의해 오르가즘을, 그것도 다중 오르가즘을 경험한 그녀는 퇴근하자마자 녹화된 테이프를 계속 돌려보며 그 순간의 감동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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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구와 수정은 바지를 찾고 나자 너무 배가 고파 식당가에서 스파게티를 시켜 홀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늦은 점심을 들었다. 오늘은 별로 괜찮은 여자들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쇼핑몰을 나서는 길에 재구는 처음으로 여자의 머리위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을 보았다.

‘저 여자 성병 있어?’

‘응, 오빠.’

‘우리가 고쳐줄 수 있어?’

‘당근’

‘그럼 고쳐줄 까?’

‘그건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냐, 오빠. 미안해.’

‘음... 좋아, 그럼... 저 여자 어쩌다 사고로 저렇게 된 거야 아니면 원래 헤픈 여자야?’

‘어떤 남자의 거짓말에 속아서 저렇게 된 거야. 그리고 병이 걸린 걸 안 이후에는 절대로 섹스를 안 하고 있어.’

‘그럼 됐어. 고쳐 줘. 그리고 앞으로 조심하게 만들어 줘.’

‘됐어, 오빠.’

자신의 차로 가면서 재구가 소리를 내어 말했다.

“아직 소원을 말하는 건 아니고,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성병을 낫게 해 달라고 할 수도 있을까?”

“그건 안 돼.”

“왜?”

수정이 한숨을 한번 쉬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 세상 성병을 모두 치유하는 건 내 능력으로는 너무 광범위한 일이야, 오빠.”

“정말? 왜 그런데?”

“만약 그런 능력이 있다면 반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한 번에 죽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어떤 한 사람을 이 세상의 지배자로 만들거나...”

“그렇구나. 말 된다. 그럼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건 좀 복잡해. 간단히 말하면 오빠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오빠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자체도 애매하잖아.”

“음... 예를 들어볼래? 꼭 병을 고치는 게 아니더라도 그냥 일반적인 예...”

“응, 오빠. 오빠가 만난 사람의 성병을 고쳐달라고 할 수 있어. 또 신문에서 읽은 어떤 사람을 고쳐달라고 할 수도 있어. 또 어떤 사람이 오빠한테 얘기한 어떤 사람을 고쳐달라고 할 수도 있어. 문제가 복잡해지는 건 단체로 연관되는 경우야. 연관성의 문제지. 예를 들면 대학교 교정을 걸으며 지나쳐가는 모든 여자들이 지구가 무너질 만큼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달라고 할 수는 없어. 그 여자들과 충분한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만약 오빠가 학교 극장에서 벌어지는 콘서트에 구경을 갔고 모든 여학생들이 우연히 그 콘서트에 참가했다면 전체 여학생들에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어. 오빠와 같이 한 콘서트에 참가했다는 연관성 때문이지. 중요한 건 오빠가 항상 모든 연관성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거야.”

수정이 재구의 표정을 살피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성병으로 돌아가서... 오빠가 발견한 감염자를 치료해 달라고 할 수 있어. 또 그 사람이 감염시킨 사람, 그리고 또 그 사람들이 감염시킨 사람들까지. 결국 오빠에게서 뻗어나간 가지여야만 돼. 그렇지 않은 것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이해가 돼?”

“응... 어느 정도... 그러니까 아까 그 여자애는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는 않았다는 거야?”

“응, 안 했어.”

“그럼 저 여자애한테 전염시킨 그 망할 놈은? 다른 사람한테도 전염시켰어?”

“응, 오빠. 여자애들 대여섯 명 더.”

“그럼 걔들은 또 몇 명이나 전염시켰어?”

“두어 명.”

“그럼 내가 그놈이 전염시킨 여자애들과 또 그 여자애들이 전염시킨 사람들을 고쳐달라고 하면...? 그건 가능해?”

“응, 오빠. 오빠가 처음에 고쳐준 여자애와 연관성이 깊으니까 가능해.”

“좋아, 그럼 그렇게 해줘. 하지만 또 다시 그렇게 헤프게 아무하고나 섹스하고 돌아다녀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는 말고.”

“됐어, 오빠.”

“그 망할 놈은 말이야... 다시는 그런 짓 못하게 만들어야겠어. 자신이 병에 걸린 걸 설명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여자가 아니라면 어떤 여자 앞에서도 성기능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그리고 그걸 설명하고 받아드리게 만들기 위해 강간을 할 수도 없도록 해야 하고. 순진한 여자애들이 그런 놈 때문에 망가지는 건 보기 싫어”

“그대로 됐어, 오빠.”

한동안 운전을 하던 재구가 다시 물었다.

“그럼 니 힘으로 어떤 사람을 아주 무시무시한 질병에 감염시킬 수도 있어? 그 사람 때문에 아주 많은 사람... 아니 모든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수정이 재구를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네, 주인님.”

“세상에...”

순간 무언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 적 있었어? 에이즈가 혹시 그런 거 아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야. 하지만 에이즈가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어.”

“니가 고칠 수도 없단 말이지?”

“맞아.”

“그럼 멈출 수는 있어?”

“에이즈 같은 경우는 올바른 성교육과 예방, 그리고 약품개발 같은 걸로 없애야 할 문제야.”

“그렇다면 약국에서 팔 수 있는 에이즈 치료제 같은 걸 만들 수 있단 말이지?”

“응, 오빠. 하지만 조심해서 접근해야지 안 그러면 의심을 살 수도 있어.”

“좋아. 그 문제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엉뚱한 사람들이 에이즈 같은 질병으로 죽는 다는 건 너무 싫어. 하지만 니말도 맞아.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어.”

재구가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복잡한 얘기가 돼 버렸지? 가는 길에 영화나 빌려갈까?”

“좋아, 오빠.”

그들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몇 편 빌려 집으로 향했다. 둘은 그렇게 팝콘을 씹으며 영화 몇 편을 보고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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