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부
그들은 다른 직원들 보다 일찍, 밝은 표정으로 새 장난감들을 들고 화인상사에 도착했다. 사실 숙희보다 더 일찍 출근한 터라 성기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들 와. 표정이 밝은 걸 보니 간밤에 잘 잔 모양이군.”
재구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조금요.”
사실 수정이 도와주기 전까지 간밤엔 잠을 들이기가 쉽지 않았었다. 하지만 수정의 화끈한 손놀림이 자신의 주요부위를 훑고 지나가자 어린애처럼 곤히 잠들 수 있었다.
“백업부터 시작 할까요?”
“그러세. 자네가 먼저 가서 기다리게. 난 몇 군데 알려주고 갈 테니까. 고객관리부서에는 전화통이 난리가 날거야 아마.”
“알겠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재구와 수정은 서버가 있는 방으로 가서 기다렸다. 잠시 후 성기와 수영이 돌아왔다.
“다 됐어. 시작해봐.”
재구가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서버와 연결시켰다.
“그게 뭔가요?” 수영이 물었다.
“이건 외장 하드에요. 백업이나 큰 파일을 옮길 때 쓰는 거지요. 서버에 CD 버너가 없으니 이 방법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렇군요.”
재구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하드를 서버에 꽂았다. 곧이어 사용할 준비가 됐다는 메시지가 뜨자 참았던 숨을 길게 내 쉬었다. 한 고비는 넘긴 셈이었다.
“준비 됐어요. 이제 서버를 끄겠습니다.”
성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재구가 서버프로그램을 껐다.
외장 하드를 서버에 꽂으면 재구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잠시 후 모니터에 사용 준비완료라는 메시지가 떴다.
“오케이. 준비 됐어요.” 재구가 성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서버를 꺼야겠어요.”
성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재구는 서버종료 버튼을 눌렀다.
“됐어요.” 이제 파일을 복사하기 시작했다. “백업하고 있어요. 시간이 좀 걸리겠네요.”
“얼마나 오래 걸리나요?” 수영이 물었다.
“한 20분 걸리겠네요.”
“그럼 좀 다녀올게요.” 그리고는 수영이 자리를 떴다.
“여기서 내가 뭐 도와줄 일 있나?” 성기가 물었다.
“지금은 없어요.”
“알았어. 그럼 여기서 얼쩡거릴 필요 없겠군. 백업 끝나면 알려주게.”
“그럴게요.”
재구는 잠시 모니터를 살펴보더니 수정에게 비밀대화를 시작했다.
‘지난번에 차안에서 구 수영 부사장 얘기했었잖아... 내 생각엔 그녀를 받아주고 그녀역시 좋아할 만한 남자를 찾아주면 되는 거 아냐?’
‘거의 그렇지’
‘그럼 간단하네.’
‘아니’
‘뭐가 아냐?’
‘지난번에 오빠한테 말했던 연관성의 문제야. 수영씨도 아는 사람이 없고 오빠도 아는 사람이 없고... 그러니 내가 어디서부터 맞는 사람을 찾아야 할지 시작도 못하는 거야.’
‘제기랄. 그럼 그냥 새로운 연관성이 만들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찾아보는 건 가능해?’
‘응, 오빠.’
‘좋아’
재구는 백업이 끝날 때까지 모니터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백업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금방 올게.”
재구가 성기의 사무실로 바삐 가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파일을 다 복사했어요.”
“좋았어! 그럼 다 된 거야? 한 두어 시간 걸린다고 안 그랬어?”
“서버가 다운되는 시간이 두어 시간 걸린다는 말이죠. 이제 첫 번째 응급처치는 했고 업데이트하고 나서 다시 서버를 켤 생각이에요.”
“그럼 여기 서서 떠들지 말고 빨리 가서 해!” 성기가 웃으면서 말했다.
재구가 서버가 있는 방으로 돌아가 보니 수영이 거기 와 있었다.
“어디 갔었어요? 가능한 한 빨리 서버가 복구되어야 하는데.”
“사장님이 백업이 완료되면 알려달라고 하셔서요.”
“알았어요. 빨리 시작하세요.”
재구가 성기에게 했던 대로 다시 대략적으로 설명을 해 주었다.
“좋아요. 계속 하세요.” 말을 마치고 수영이 다시 자리를 떠났다.
한 시간 가량 지나 재구가 다시 성기의 방에 나타났다.
“다 됐어요. 한번 테스트 해 보세요.”
재구가 성기의 모니터를 가리키자 성기가 사이트를 띄워보았다. 사이트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신제품들이 초기화면에 뜨고 있었다.
“끝내주는군. 고마워, 아우님.”
“천만에요.” 성기에게 몇 장의 CD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백업 CD에요. 어디 안전한 곳에 보관해 두세요. 그리고 이건 지금 현시점의 사이트 백업이니까 이후에 업데이트 된 건 따로 또 백업을 만들어야 해요.”
“그렇군. 혹시 문제가 생기면 뭐가 없어지는 거야?”
“제일 중요한 건 고객 정보와 구매기록이죠.”
“음... 카드 사용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니 별 문제가 없고 청구서나 송장은 PC에서 바로 프린트를 하니까 그 기록도 남아있고... 그래도 전자 기록을 남겨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좀 싸게 수작업으로 하는 거고 자동으로 하면 돈이 좀 들죠. 수동은 주기적으로 계속 한 사람이 백업을 하는 거고 자동은 따로 백업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두기만 하면 됩니다.”
“돈이 들면 얼마나 드나?”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 한 20만 원 정도 할걸요?”
“어떤 게 좋을까?”
“우선 당분간은 누군가 출근할 때 마다 백업을 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문제는 주말인데...”
“주말에도 출근하는 사람이 있지. 그 친구도 꽤 쓸 만한데 할 수 있을까?”
“괜찮을 것 같네요. 어렵지 않으니까 제가 간단히 가르쳐주죠 뭐. 그 여자분 주중에도 일하나요?”
“응.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한다네.”
“그럼 내일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저하고 같이 일하게 해 주세요. 내일 설명해주고 목요일에는 좀 도와주고 금요일에는 혼자 하게 해볼게요. 형님이나 다른 사람이 같이 봐도 되구요. 토요일쯤에는 혼자서 할 수 있을 거예요. 아 참! 목요일에는 제가 다른 거래처에 약속이 있는데 오후에 해도 될까요?”
“그러지 뭐. 좋은 생각이야.”
“좋아요. 나머지 것들도 다 손 봤어요. 이제 모든 인터넷 회선이 정상 작동할 거예요. 여기 영수증 있어요.”
“고맙네, 아우님. 이제 사이트가 다시 떴다고 알려줘야겠군.” 성기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럼 이제 제 방으로 가 볼게요. 부사장님 보시거든 제품 사진 촬영 준비 다 됐다고 알려주세요.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성기가 전화기에 뭐라고 계속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구가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고 수정이 조명을 조정하는 동안 수영이 나타났다.
“사진 촬영 준비가 다 됐다고요?”
“네. 제품의 순서를 정해주시고 촬영하는 거 최소한 몇 장 정도는 보고 가시죠.”
“알았어요. 그럼 첫 번째 제품을 가져올게요.”
수영이 돌아오자 재구와 수정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수정이 검은색 배경으로 준비하자 수영은 만족하지 못한 듯 바꾸기를 요구했다.
계속 그런 식으로 요구하자 무척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곧 그것이 신경전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는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며 살살 달래서 최상의 촬영 조건을 만들어 나갔다. 그녀에게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서로 생각을 공유해 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꾸준히 일을 해서 퇴근 무렵에는 꽤 많은 제품의 촬영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영의 태도가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이지나 제품 촬영이 완료되었다.
“이제부터 재밌는 일이 시작되겠네요. 제품의 설명서를 만들어야하니까요.” 재구가 웃으며 말했다.
“기존의 제품 설명서를 그냥 쓰면 안 되나요?” 수영이 물었다.
“뭐 어떤 건 써도 되겠지만...” 재구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설명서를 들더니 읽기 시작했다. “새로운 다단계 성기는 당신의 몸을 활처럼 휘게 만들고 바로 그곳에 자극을 가합니다.” 그리고는 눈을 치켜뜨며 수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 꼬리가 올라가며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그건 안 되겠군요.”
재구에게는 놀랄 일도 아니지만 수영을 놀래키며 수정이 아주 적절한 설명서를 작성해 나갔다. 그들은 다음날 설명서 작성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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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에게 말한 재구의 목요일 약속은 서부유통의 이 명숙 부장이었다. 아침 일찍 재구는 명숙의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잘 되시나요?”
“아주 잘 되고 있어요. 다 재구씨 덕분이죠.”
“천만에요.”
그녀가 살짝 웃었다. 그녀의 웃음을 보며 재구가 명숙의 머리위에 상황판을 띄웠다. 자신에게 푹 빠지진 않았지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재구가 슬쩍 농담을 걸었다.
“몸매가 멋지시네요.”
“듣기 좋군요.” 명숙이 웃었다.
재구는 명숙이 좋았다. 하지만 성적으로 끌리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몸매는 근사했지만...) 업무에 관한 얘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그녀의 귀에 “엉덩이가 예술이네요.”라고 말하자 그녀가 마시던 커피를 쏟을 뻔 했다.
그 외에 재구의 오전시간은 지루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수정이 회장님 놀이를 제안했다. 재구 회장님이 사무실에서 비서를 따먹는 놀이였다. 순간 수정이 섹시한 안경을 쓰고 머리를 올린 채 필기구를 들고 나타났다.
“현 비서, 내 말을 받아 적으면서 한 가지 더 해줘야 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그의 책상에 걸터앉아 스커트 사이로 꼬은 다리를 살짝 비치며 새침을 떨고 있는 현 수정 비서가 안경 너머로 재구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회장님.”
“좋아요. 그럼 블라우스를 벗고 스커트와 팬티를 벗은 채 책상에 엎드려서 받아 쓸 준비를 하세요.”
아주 우아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현비서가 그녀의 정상 블라우스와 스커트를 벗자 크림색의 브라와 스타킹이 드러났다. 하지만 팬티는 없었다. 그녀가 사무적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외설적인 동작으로 책상위로 몸을 숙이며 길고 흠잡을 데 없는 다리를 벌렸다. 그녀가 신고 있는 하이힐이 그런 그녀의 다리를 더욱 더 완벽하게 만들고 있었다.
재구가 일어나서 그녀의 뒤로 갔다. 그리고는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완전히 노출된 그녀의 보지를 바라보며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그것은 여전히 누구도 손대지 않은 처녀의 그것이어서 바로 공격하고 싶은 유혹이 들었으나 잠시 생각해보더니 좀 더 느긋하게 제대로 갖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그녀의 하이힐로 인해 높이도 적당했다. 귀두를 질 입구에 대고 재구가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좁은 구멍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그녀가 부드럽게 신음했다.
“현 비서, 지금 뭐라고 했지?”
“아닙니다. 회장님.” 자신의 상체를 팔꿈치로 지탱하며 펜을 노트에 대고 현 비서가 말했다. “받아 적을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회장님.”
재구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 자세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길고 강력한 움직임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신음 소리를 내면서도 실제로 무엇인가 받아 적고 있었고 재구 회장은 그런 그녀를 뒤에서 강력하게 박아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일’을 하다 보니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러운 오르가즘을 만끽했다.
이윽고 수정이 마법의 힘으로 뒷정리를 하고 그들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내 수정은 다시 사라졌다가 재구가 일을 마치고 서부 유통의 주차장으로 나오자 조수석에 다시 나타나 수줍게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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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화인 상사에 도착했다. 주말 근무자와 서버 백업 작업에 대해 얘기하고는 다시 제품 설명서 작업에 돌입했다. 수정은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해 나갔고 이내 수영의 미소도 점점 더 커져갔다. 그녀는 미소가 예뻤고 고르고 흰 치아와 깜찍한 보조개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편안한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금요일이 되자 작업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 성기와 안 부장, 그리고 수영과 함께 회의를 열었다.
“이제 사진과 설명서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수정이와 저는 다음 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바로 진행을 할까요? 아니면 지금 현재 사이트를 유지하시겠습니까?”
성기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작업은 얼마나 걸리겠나?”
“저희는 주말에 계속 작업을 해서 다음 주 초에는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요...”
“우리야 빨리 하면 좋겠지만 그럼 자네들이 주말에도 일해야 하지 않겠나.” 성기가 끼어들었다.
재구가 웃었다. “그런 걱정은 마세요. 프리랜서란 원래 그래요.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일하고 또 어떤 때는 좀 한가하고 그렇지요. 화요일경에 마무리하고 테스트를 거치면 목요일쯤에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기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좋아 그럼 가능한 한 빨리 홈페이지를 바꾸도록 하지.” 수영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좋습니다.” 재구가 대답했다. “제가 인쇄 광고도 함께 만드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그건 이미 논의 된 거니까 자네가 알아서 잘 해주게.” 성기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하죠. 주말 잘 보내시고 화요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그 안에라도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전화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두 사람 다 수고 많았네. 고맙네.”
회의가 끝나자 재구가 수영을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몇 가지 질문할게 있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럼요.”
“건전지도 많이 파시나요?”
“조금요. 왜요?”
“제품 판매할 때 같이 묶어서 패키지로 만들면 어떨까 하구요.”
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에요, 재구씨.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떤 제품을 판매할 때 다른 제품과 연계해서 살 수 있도록 제안하는 건 어떨까요?”
“자동으로 그렇게 할 수 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고객이 물건을 사면 그 물건을 산 다른 고객들이 이런 저런 상품을 또 구매했다는 메시지는 띄울 수 있죠. 그래도 처음에는 수작업으로 제품들을 연결 시켜두어야죠. 게다가 수작업으로 하는 게 더 많은 제품을 팔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그럼 시간을 너무 잡아먹지 않나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부사장님께서는 어떤 상품이 어떤 상품과 주로 많이 팔리는지 아실 테니 언제 시간 내서 같이 작업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
“좋아요, 재구씨.”
“알겠습니다. 그럼 주말 잘 보내십시오.”
“네. 그쪽두요.”
주차장으로 가며 수정이 말했다. “둘 다 좋은 생각이야, 오빠.”
“고마워. 돈 받은 만큼은 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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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 재구는 컴퓨터에 새로 찍은 제품 사진과 설명을 올리느라 분주했다. 잠시 후 재구가 수정에게 말했다.
“수정아. 이제 대략 어떻게 하는 건지 수작업으로 해 놨으니 나머지는 우리 생각대로 자동으로 처리되게 할 수 있을까? 만약 필요하면 최상의 형태로 알아서 고치게 해놓고. 그 다음에 우리 둘이 주말을 낭만적이고 섹시하게 보내면 좋을 것 같은데.”
“당근이지.”
“간단하군.” 재구가 길게 한숨을 쉬더니 행복한 듯 학교에서 파한 어린아이처럼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주말을 낭만적이고 섹시하게 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가능한 한도 내에서 마음껏 음란하게 보냈다. 더구나 일요일에는 태풍으로 정전이 되어 촛불을 켜고 마음껏 서로를 탐닉했다.
그들은 월요일도 그렇게 음탕하고 느긋하게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월요일 이른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재구가 귀찮은 듯 전화를 받았다.
...
"뭐라구요? 왜요?"
...
재구가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곧 가죠.” 전화를 끊었다.
“왜 그래?” 수정이 물었다.
“방 성기 사장이야. 어제 태풍으로 웹 서버가 망가진 것 같다네. 가봐야겠어.”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재구는 간단히 면도를 하고는 길에 나섰다. 이른 시간이라 한산해서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재구가 문을 두드리자 성기가 맞아주었다.
“와줘서 고맙네. 일찍 불러서 미안해.”
“아니에요. 그럼 피해가 어느 정돈지 좀 볼까요?”
웹서버는 다운되어 있었지만 파워의 문제였지 PC 자체에는 큰 피해가 없는 듯 보였다.
“별 문제 없을 것 같은데요. 한두 시간 정도만 손보면 될 것 같아요. 만약 문제가 복잡하다면...”
“그럼 어쩌지?” 성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재구가 수정을 쳐다보았다. 새 웹사이트가 벌써 완성됐다고 말하기는 싫었다. 그러면 다음에는 그들의 기대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새 웹사이트가 거의 완성 됐어요.”
“뭐라고? 어떻게? 내일이나 돼야 완성될 거라고 하지 않았어? 주말 내내 잠도 안자고 일했단 말이야, 그럼?”
“네. 주말 내내 일했어요.” 재구가 대답했다. 물론 주말 내내 바빴지만 그건 웹사이트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내친김에 해버렸어요. 오늘 오후에 좀 자야죠.” 성기와 수영이 놀란 듯 바라보았다.
“세 가지 중에 하나죠. 문제가 복잡하지 않으면 한두 시간 고쳐서 기존의 웹사이트를 띄우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서버를 고쳐서 기존의 웹사이트를 띄우거나 아니면 새 서버로 바꾸는 거죠. 그럴 경우 오늘 하루 종일 걸릴 겁니다.”
“세 번째 방법은 새 사이트로 바꾸는 겁니다. 그건 이미 제 서버에 올라와 있어요. 몇 시간만 작업하면 링크까지 다 수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방법이 그럴듯하군요.” 수영이 말했다.
“저도 그 방법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 테스트를 못해본다는 문제가 있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할 거라고 자신합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성기가 말했다.
“그럼 필요한 장비를 좀 사와야 할 텐데 제가 적어드릴 테니 한 사람 보내시죠.” 재구가 말했다.
“내가 갔다 올게요.” 수영이 말했다.
그러자 수정이 수영이 뿐만 아니라 재구까지도 놀라게 만들며 말했다. “같이 가실래요?”
수영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좋아요.”
두 여자가 쇼핑을 가고 재구는 PC를 손보기 시작했다. 한 시간 남짓 흐르자 필요한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여자들이 부품과 아울러 샌드위치를 사들고 돌아왔다. 재구는 일에 몰두한 나머지 요정의 상자를 연 후 처음으로 수정과 떨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으나 그녀를 본 순간 슬쩍 걱정이 피어올랐다. 게다가 너무도 보고 싶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땠어?’ 그가 속으로 물었다.
‘좋았어. 그냥 좀 친해져보려고 했어.’
‘그리고?’
‘괜찮은 여자였는데 조심하는 거 같더라구. 근데 오빠말대로 맘껏 장난을 좀 쳤지.’
‘정말이야?’
‘응. 처음에는 좀 놀라는 것 같았는데 조금 지나니까 즐기는 것 같았어. 오빠가 네트워크 고장 내서 우리 둘이 다시 한 번 쇼핑가게 해줄래?’
재구가 뭔가 대꾸를 하려는데 성기가 들어섰다. “필요한 건 다 구했나, 아우님?”
“네. 이제 시작하려구요.”
“좋아. 그럼 진행 상황을 수시로 알려주게.”
“네.”
부품상자를 열며 재구가 속으로 물었다. ‘내가 상자를 연 후로 우리가 처음으로 떨어져 있었다는 거 알아?’
‘육체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완전히 떨어져 있었던 건 아냐. 오빠와 나는 절대로 분리될 수가 없어.’
‘그렇다면 너 쇼핑하는 동안에도 나와 대화할 수 있었단 말이야?’
‘당근’
‘그럼 니가 나 보호해 주는 것도 가능했단 말이야?’
‘그것도 당근.’
‘우리 둘 다?’
‘응’
‘음. 그럼 내가 뭐가 필요하던지 원하던지 했다면?’
‘그럼 내가 즉시 오빠 옆에 나타났겠지.’
‘그럼 수영씨는. 니가 갑자기 없어진 걸 눈치챌 거 아냐?’
‘그럴 경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지. 수영씨나 주변 사람들이 내가 없어지거나 돌아오는 걸 눈치 채지 못하게 하거나 복제된 나를 남겨두거나 기타 등등.’
‘복제도 할 수 있어?’
‘완전한 복제는 아니야. 복제된 나는 소원을 들어 줄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 밖에 다른 기능은 다 정상적인 복사판이지.’
‘음... 그렇단 말이지.’ 그 생각을 계속 하다보면 아무 일도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재구였기에 다시 맹렬히 하던 일에 매달렸다.
퇴근 무렵 모든 PC와 네트워크 작업을 마치고 재구가 전부 모아 회의를 열었다. “이제 모든 PC를 네트워크에 연결시켰고 기존의 웹 주소를 새 사이트로 연결하는 것도 오늘 밤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더 빨리 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만 그건 인터넷 회사에서 해주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고맙네, 아우님. 자네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천만에요. 하지만 이제부터 바로바로 백업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알겠네.” 성기가 말했다. “다른 분 뭐 달리 할 말 있어요?”
아무 말이 없자 회의는 파하였다.
재구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화인상사의 새 홈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안 화영 부장에게 새로운 기능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안 부장이 말했다. “좋긴 좋은데 이걸 다 어떻게 기억하지?”
재구가 씨익 웃으며 코팅된 카드를 들이밀었다. “여기보시면 다 설명이 되어 있으니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두세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시구요.”
안 부장이 재구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좋았어!”
재구는 건물을 돌며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확인하고 수영의 사무실에 가서 머리를 디밀며 말했다. “실제 사용법 사진 촬영하려고 하는데 원하시면 와서 보세요.”
“알았어요. 15분만 주세요.”
15분은 촬영준비를 마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어떤것부터 시작할 생각인가요?” 수영이 나타나서 물었다.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하는 거니까 고객들이 제일 헷갈려 하는 것부터 하지요.”
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안 부장한테 가서 반품이 제일 많이 되는 게 어떤 건지 물어보고 가져 올게요.”
수영이 간 동안 수정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재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수정이 초록색 레이스 브라와 팬티, 그리고 검은 스타킹만을 남긴 채 옷을 벗었다. 초록색은 그녀의 길게 땋은 머리와 잘 어울렸다.
‘끝내주는군.’ 재구가 그녀의 비단결 같은 몸매를 보며 생각했다.
‘치...’ 수정이 자세를 바꿔 그가 잘 보이게 만들며 말했다.
‘초록색이 맘에 들어.’
‘고마워, 오빠. 나도 그래.’
수영이 들어서며 수정을 보자 멈칫하더니 말했다. “어머!”
수정이 아무것도 모르는 듯 쳐다보며 물었다. “뭐가 잘못 됐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그저... 아뇨 잘못된 거 없어요.” 수영이 상자를 집어들었다. “데모 페이지에 진동 풍뎅이를 사용했었죠? 그런데 이 제품이 가장 불만이 많은 상품이라니 아이러니네요.”
“그래요? 저는 아무 불만 없던데.” 수정이 약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수영은 할 말이 없어져서 상자를 수정에게 건넸다. 수정이 잠시 옆에 내려놓고는 스타킹과 팬티를 벗었다. 전혀 음란하지 않게 벗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재구의 자지는 수정의 실크 팬티가 바닥에 떨어지기 훨씬 전부터 바위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순간 감추려고 했지만 그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이내 깨달았다. 다음 주 내내 그렇게 커져 있을 텐데 감추려고 하면 오히려 더 많은 시선을 받을 것이 뻔했다. 수영 또한 촬영을 지켜보려면 견뎌야만 했다. 슬쩍 보기만 해도 그녀의 스커트 속에 무엇인가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수정이 모른척하며 몸을 더 숙이며 풍뎅이를 몸에 착용하자 자지가 더욱 힘차게 용솟음 쳤다. 마침내 수정이 원하는 위치에 고정하고 검은 천으로 싸인 쿠션위로 올라가서 카메라를 향해 자세를 잡자 수영이 그들을 막았다.
“잠깐! 착용위치가 틀렸어요.”
“그래요?” 수정이 의외인 듯 쳐다보았다.
“네. 이래서 불만이 많은 것 같아요.” 수정에게 가까이 가며 말했다. “조금 더 위쪽에 착용해야 해요.”
수정이 위치를 약간 옮겼다. “여기요?”
“아니... 그러니까... 그... 대음순 위쪽에요.”
“정말요? 여기요?”
“아니 거기가 아니라...”
수정이 손을 치우고 풍뎅이를 가리켰다. “직접 보여주실래요?”
“음...” 수영이 머뭇거리자 수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재촉했다. 그러자 수영이 약간 떨리는 듯 한손을 뻗어 그녀의 음부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며 풍뎅이를 잡았다.
“거기요?” 수정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그리고는 풍뎅이와 연결된 작동장치의 스위치를 켰다. “죄송합니다만 부사장님, 이건 느낌이 안 좋은데요.”
“하지만 설명서에...” 수영이 설명서를 보이자 수정이 낚아챘다.
“부사장님, 이건 잘 못 됐어요. 만약 고객들이 이대로 했다면 당연히 불만이 많을 수밖에요.” 수정이 설명서를 공중에 던져버렸다. “풍뎅이를 3~4cm 정도 아래로 내려 주실래요?”
수영이 손을 뻗어 시키는 대로 하자 풍뎅이가 정확하게 대음순 안쪽으로 자리를 잡고 클리토리스위에서 진동했다. 수정이 한숨을 내 쉬었다.
“보세요. 제대로 들어맞죠? 이 상태로 전 재구씨가 조명을 조절하는 동안에만 두 번이나 오르가즘을 느꼈어요.” 이번에는 재구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렇군요.” 수영의 볼도 붉게 타 올랐다.
“혹시 이 제품 사용해 보셨나요?” 수정이 물었다.
재구는 이 질문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나 곧 그리 잘못된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뇨. 아직.”
“제 경험은 단지 한 여자만의 경험이니까 직접 한번 사용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다른 여직원들도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프론트에 있는 숙희씨도 있고 안 부장님도 계시구요.” 그러자 재구와 수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요? 안 부장님도 여자예요.”
“음...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죠. 지금은 하던 거 마저 하죠.”
수정이 음란하게 웃었다. “지금 하고 있어요.”
그런 그녀를 보며 재구도 웃으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수정은 재구가 사진을 찍는 동안 간신히 참았다가 이내 온몸을 비틀었다. 재구는 수영의 스커트 속에서 무엇인가 꿈틀대는 것을 정확히 보았다.
그렇게 그날과 다음 날을 보냈다. 수정의 예상은 적중했다. 사진 촬영장소 근처에 갑자기 사람들의 발길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수영이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저지했지만 재구가 말했다.
“부사장님이 알아서 하실 일이지만 수정이와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안 부장님이 저 친구들을 아무렇게나 놔두진 않으실 테니 휴식시간에 잠깐 즐기게 놔 두시죠.”
수영도 반대하지는 않았다. 재구와 수정이 알아서 잘 처리하는 것 같았고 그녀 역시 다른 사람과 같은 이유로 촬영장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영도 좀 느슨하게 사람들을 대했고 성기가 와서 한동안 머물다 가는 것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지금 수정은 기다란 인조 성기를 가지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재구는 그 긴 놈이 사라져 가는 것을 차례대로 찍고 있었다. 그 긴 것이 전부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성기의 발길도 잦아졌다.
그들은 수요일 오후까지 사진을 찍은 후에 찍은 사진에 설명을 달았다. 놀랄 것도 없이 수정은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마침내 수정이 손을 내 저으며 말했다.
“이걸 전부 다 사용해 본 사람 같네.”
수정은 단지 미소만을 지었다. 수영이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떴다. 그들은 다섯시 정각에 일을 마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자 간단히 저녁을 먹고는 자동으로 사이트를 업데이트하고 나니 둘 다 굉장히 달아올랐다. 둘은 느긋하고 창의적인 오르가즘을 만끽하고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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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유통의 이 명숙 부장이 전화를 해서 이번 주의 회의를 모두 취소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웹사이트에 아무런 할 일이 없다고 했다. 덕분에 목요일은 수요일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예전처럼 잠시 사무실에 들르자 성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잘 돼가나?”
“그럼요. 사진 촬영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예정보다 약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좋아! 내가 이걸 좀 막아 주면 좋겠나?” 성기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뇨. 부사장님한테도 얘기했지만 저희는 상관없어요. 직원들이 훔쳐보는 걸 즐기는 것 같고 안 부장님이 관리를 잘 하시는 걸요. 게다가...” 재구가 수정 쪽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저 친구는 관객이 있으면 더 흥이 나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인지 알겠네.” 성기가 웃었다. “그건 그렇고... 부사장님도 들으세요. 내가 개인적인 용무로 한 이삼일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아. 화요일이나 수요일 쯤 돌아오겠네.”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니죠?” 수영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럼. 몇 가지 처리할 일이 있어서 그래요. 자, 그럼. 그만 방해해야겠군. 주말 잘 쉬고 다음 주에 봅시다.”
모두들 작별인사를 하자 재구가 속으로 물었다. ‘꼬치꼬치 캐고 싶진 않지만 사장님 별 일 없는 거야? 우리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
‘성적인 문젠 아닌 것 같은데, 오빠.’
‘그래... 그래도 잘 살펴봐, 알았지?’
‘알았어. 이제 빨리 사진이나 마저 찍어. 오빠하고 하지도 못하는 데 계속 이 짓만 하고 있으니 미치겠어.’
재구가 웃었다. ‘좋아. 집에 가서 뿅가게 해주지.’ 수정이 샐쭉한 듯 쳐다보자 재구는 여전히 웃기만 했다.
그날 일을 마치고 재구와 수정은 집으로 돌아와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 동안에도 재구는 성기가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