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화 (1/25)

와이프 길들이기

울 와이프는 여우다.

한 마디로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다.

앙큼하기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이다.

와이프는 아직도 내가 지를 처녀였는 줄로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앞에서 온갖 요조숙녀 행세를 하는데... ㅎ... 혀를 내두를 정도를 넘어 때로는 가증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애를 둘이나 낳은 35살의 유부녀 주제에...

아직도 자신이 아가씨인 줄 착각해서 옷이라고 입는 꼴을 보면 가관이다.

가슴골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헐렁한 티셔츠에 꽉 끼다 못해 금방이라도 실밥이 터져버릴 듯한 청바지...

저런 걸 신고 어떻게 걷지 싶을 정도로 굽 높은 킬 힐...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와이프의 서랍장을 열어 보면 팬티라고는 하나같이 티팬티 뿐이다.

꽉 끼는 옷을 즐겨 입다보니 팬티 라인이 드러나는 게 싫어서라나...

어쨌거나... 그러면서도 와이프는 내 앞에서만은 성스러운 종교인처럼 군다.

순수하다 못해 남자라고는 손 한번 잡아보지 않은 숙맥인 양 꼬리를 감춘다.

사실... 울 와이프는 제법 괜찮은 외모를 지녔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지 잘난 맛에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는 거 아니겠는가.

요염한 웃음이 가득 찬 커다란 눈에 색스러움을 숨길 수 없는 촉촉한 입술...

170에 가까운 키에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고는 믿기지 않는 몸매...

씨컵을 넘어 디컵에 육박하는 탱탱한 젖가슴 밑으로 군살 없는 아랫배...

착 올라붙은 탱클한 힙 아래로 매끈하게 흘러내린 다리 라인...

내 와이프지만 내가 봐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그런 년이다.

사실... 그래서 3년이나 따라다니며 충성 봉사를 다한 덕분에 결혼에 성공하긴 했지만...

3년 동안 와이프를 따라다니면서 나는 손 한 번도 제대로 잡아 본 적이 없다.

키스도 한번 못해 봤으니 섹스야 두말 하면 무엇하겠는가...

어쩌면 와이프는 그런 띨띨한 나를 일부러 결혼 상대로 골랐을 지 모른다.

자기 말이라면 꼼짝도 못하는 내가 데리고 살기에는 적당한 남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꽤 괜찮은 대학 출신에 안정적인 직장의 소유자였으니까...

하지만 천만에... 나도 알건 다 아는 대한민국의 20대였다.

와이프 앞에서는 순진한 척 쩔쩔맸지만... 

그건 와이프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 뒷구멍으로는 이것저것 안 해 본 거 없이 다 해 봤던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충분히 여유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친구가 많았다.

공부는 상위 클래스였지만, 타고난 외모가 변변찮았던 나는 학생치고는 용돈을 펑펑 쓸 수 있었기에 원하는 친구를 제법 많이 사귈 수 있었다.

학교에서 내노라 하는 주먹꾼, 운동 선수, 학생회 간부들...

물론 그들을 친구로 사귈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돈의 위력이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내 주머니는 늘 넘쳐 있었기에 원하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나는 스폰 역할을 자처했으며 늘 그들을 내 주변에 두려고 노력했다.

내 왜소한 몸집과 외모에 그들은 일종의 방패가 되어 주었으니까...

그렇게 친구들을 사귀다 보니 나는 이미 고교 시절에 딱지를 뗄 수 있었다.

내 능력이 아니라 친구들에 빌붙어서...

나는 멋진 여자들을 거느린 내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러웠고...

나도 그런 멋진 여자를 와이프로 갖고 싶었다.

그러다가 같은 대학의 후배인 와이프를 알게 되었고...

일생일대의 결심을 한 거였다.

기어이 내 와이프로 삼고 말겠노라고...

그러면서도 나는 이미 성숙한 육체가 주는 욕망을 떨쳐버릴 수 없어 친구들과 나이트에서 원나잇 하는 것을 암암리에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 입학 기념으로 아버지가 사 주신 아우디 자동차와 든든한 지갑은 의외로 쉽게 여자들의 팬티를 벗게 만들었다.

나는 와이프에게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성욕을 그녀들을 통해 배설했다.

그녀들과 섹스를 나눌 때 머릿속에 가득 찬 얼굴은 늘 와이프였지만...

대망의 결혼식이 끝나고 첫날 밤...

와이프는 철저하게 처녀 흉내를 냈다.

혈흔을 보여주기 위해 결혼 날짜까지도 생리 끝 무렵으로 잡았다는 사실을... 와이프는 설마 하겠지만 나는 벌써부터 다 알고 있었다.

와이프 주변에는 남자가 많았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흘러 넘쳤다.

오늘은 A, 내일은 B...

아니 어떨 때는 오늘은 A와 B, 내일은 C와 D...

와이프가 만난 남자들은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알파벳 Z가 넘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들 거의가 아내의 외모 수준에 맞는 꽤 괜찮은 남자들이었다.

나는 어떻게든지 와이프를 내 여자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틈만 나면 와이프 주변을 얼쩡거렸다.

몰래 미행을 하기도 하고... 비싼 대가를 들여 심부름센터 직원을 사기도 했다.

누군가가 먼저 채 가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내가 프로포즈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념...

그리고 승낙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집념...

나는 3년 동안 와이프를 어떤 식으로든 떠난 순간이 없었다.

그 결과 나는 수많은 아내의 사진을 소유하게 되었다.

한적한 야외에서 남자와 딥키스를 나누는 모습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모텔에서 다정히 나오는 장면...

야외 소나무에 기대 치마만 올리고 남자를 받아들이는 장면...

한밤의 공원 벤치에서 남자의 성기를 게걸스럽게 빨고 있는 장면...

그 중에는 소위 ‘야노’라고 부르는... 야외노출 장면들도 꽤 있었다.

사진은 대부분 심부름센터 사람들이 제공해 주었지만... 간혹은 내가 직접 촬영한 것도 꽤 되었다.

외모도 떨어지고 말주변도 없는 내가 와이프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가 중요했다.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며 감시하지 않으면 불안했던 것이다.

혹자는 이런 나를 보고 손가락질 할 지 모른다.

편집증적인 집착 아니냐고...

그래...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나는 그만큼 와이프를 사랑했다.

어느 누구와 섹스를 했건 지랄을 했건 상관없었다.

평생을 곁에 두고 살 수만 있다면 좋았다.

게다가 나는... 관음증이 있었다.

와이프를 미행하다 스스로 깨달은 사실이었지만... 나는 야밤에 공원 벤치에서 사내놈의 자지를 맛있게 빨아주는 와이프를 훔쳐보며 자위를 했다.

모텔을 나오는 사진을 보며 그들이 룸에서 벌였을 온갖 행위를 상상하며 화장지에 정액을 쏟았다.

나중에야 그것이 네토인가 뭔가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나는 그 때부터 이미 와이프가 나 아닌 누군가의 밑에 깔려 몸부림치는 상상에 더없이 짜릿한 자극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랬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나는 결국 와이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는 일도 많았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와이프를 미행하다 두 사람이 호프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뒤따라 들어갔다.

그런데 막 들어가자마자 와이프와 딱 마주쳐 버린 것이었다.

- 어? 네가 왠일이야?

와이프가 놀라 물었다.

와이프는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리다. 2년 후배인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를 보면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했다.

그만큼 나를 무시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 응... 그냥 우연히...

- 너... 혹시 또 나 따라왔어?

-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놀고 있네. 너, 또 나 뒤따라 온 거지? 이 스토커 새끼!

짜악!

와이프가 사정없이 내 뺨을 갈겼다.

함께 있던 사내놈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싱글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 이 새끼야. 나 따라다니지 말랬지? 한번만 더 내 눈 앞에서 알짱거리면 스토커로 쳐넣을거야. 알았어? 병신새끼...

와이프는 함께 있던 남자의 팔짱을 끼더니 홱 나가버렸다.

주위에 있던 구경꾼들이 나를 무슨 벌레라도 보는 것같은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를 악물었다.

두고 봐라... 기어이 너를 내 것으로 만들고 말테니까...

와이프와의 결혼을 성공시킨 과정은 여기서 구태여 이야기하지 않겠다.

나에게는 우여곡절이었지만 듣는 여러분들에게는 별반 흥미꺼리가 아닌 그저 그런 얘기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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