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3주가 거의 지났다.
내가 와이프에게 약속한 기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그 동안 와이프에게 송희 처형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와이프가 어떻게 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안 되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와이프는 첫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부담감을 더 가져야 할 것이었다.
그런데 한달의 기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금요일이었다.
점심 시간에 와이프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기... 여보... 오늘은... 저녁 드시지 말고 퇴근하시면 안 돼요?”
나는 회사에서 홍보부장을 맡고 있다.
밑으로 과가 3개에다 직원만 50여명이다.
그래서 나는 매주 금요일마다 돌아가며 한 과 씩 회식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물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왜? 나... 금요일마다 회식 있는 거 알잖아...”
나는 짐짓 퉁명스럽게 내뱉았다.
“실은... 언니가... 오늘 집에 온다고...”
“송희가?”
“네...”
나는 처형이라는 호칭을 생략해 버리고 함부로 이름을 불렀다.
그래도 와이프는 따질 생각조차 못하는 것 같았다.
“뭐하러 온대?”
나는 다시 퉁명스럽게 물었다.
“......”
와이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그럼 모든 게 내 뜻대로 이루어질 거란 말이지? 확실해?”
“네...”
“알았어. 일찍 갈게... 좋은 안주나 충분히 봐 둬. 그리고... 너 지금 노팬티 노브라 맞지?”
“네...”
“인증샷 찍어 보내고... 송희한테도 노브라 노팬티 차림으로 홀복 입혀놔. 네 그 빨간 홀복 있지? 그걸루... 알았어?”
“...한번... 말해 볼게요....”
“말해 보긴? 오늘 집에 오기로 했다면 뭔가 얘기가 있었을 거 아냐, 안 그래? 알아서 해.”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은근히 놀랐다. 내 자신에 대해서...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타고난 네토라레라고만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와이프를 닦달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는 예전에 맛보지 못했던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건 분명히 네토와는 다른 쾌감이었다.
와이프의 쩔쩔 매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시키는 건 뭐든지 군말없이 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쾌감의 원천을 발견해 낸 것이었다.
변태(?)적인 성향이 흔히 그렇듯이... 내 속에는 에세머의 본능까지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와이프에게 미안하고 애처러운 마음을 느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예처럼 복종하는 와이프를 더욱 궁지로 내몰고 학대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일었다.
“송희 인증샷도 보내. 두 년 인증샷 다 보내지 않으면 오늘 만남은 없어. 알았지? 끊어.”
나는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 버렸다.
가슴 한켠에서 쏴~~~ 해일 같은 설레임이 일었다.
설마... 했는데...
20분 쯤 지났을까. 톡이 왔다. 와이프였다.
놀랍게도... 두 여자의 노브라 노팬티 차림의 인증샷이었다.
와이프는 친절하게도 송희 처형의 옷 갈아 이븐 모습까지도 덧붙여 보내왔다.
와이프의 양 젖꼭지에는 골드 링이 귀고리처럼 달랑거렸고, 절대 빼서는 안 된다고 못박아 두었던 것처럼 클리토리스와 소음순에 보석알이 박힌 링이 고스란히 꽂혀 있는 채였다.
나는 답글 대신 업무를 서둘러 정리하고 과장들을 불러 오늘 회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걸 알렸다.
그리고 바로 퇴근해 집으로 향했다.
벨을 누르자 문을 열어준 건 송희 처형이었다.
키판을 내가 직접 누르고 열 수도 있었지만 나는 내심 집안 풍경이 기대되어 참았던 것이다.
“제부 어서 와요.”
와이프와 어떻게 이야기가 된 것인지 처형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오히려 내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어, 처형...”
나는 얼버무렸다.
“송미가 모처럼 잔칫상을 봤네요, 호홋... 제부 좋아하는 전복에 문어에... 어서 들어와서 옷부터 갈아입어요.”
도대체 두 자매가 어디까지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일까... 나는 대충 옷을 벗고 샤워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서면서 자못 궁금해졌다.
어떻게 구워 삶았길래 여우 송희가 생글생글 웃으며 맞아들이는 걸까...
게다가 인증샷까지...
나는 눈앞의 현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아 샤워가 건성일 뿐이었다.
욕실 문을 열고 나오자 와이프 송미 대신 처형 송희가 가운을 내밀었다.
그 순간 나는 두 자매 사이에 모종의 딜이 확실히 오간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확신이 갔다.
“애들은?”
“엄마가 데려갔어요. 오늘 거기서 재운다고 신경 쓰지 말래요...”
와이프는 그러고보니 주방 식탁이 아니라 거실 한가운데에 상을 차리고 있었다.
일년에 두어 번 제사나 명절 차례를 지낼 때 꺼내 쓰는 교잣상이었다.
일찍부터 준비했는지 상 위에는 내가 좋아하는 전복에서부터 문어 숙회, 그리고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진 하지만... 우선 한잔 목부터 축여요, 우리...”
처형이 다소 불그레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민망하고 쑥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자매가 나란히 앞에 앉자 나는 말없이 잔을 내밀었다.
그러자 처형이 먼저 양주병을 들어 나에게 내밀었다.
“고마워요... 제부... 우리 송미 용서해 줘서...”
그렇다면.... 나는 처형의 말을 듣자마자 와이프가 자신의 모든 것을 언니에게 말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마 어느 남자라도 용서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그 조건으로 차라리 나를 택해주신 것도... 내가 이런 역할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해요...”
“언니가... 다 이해해 주신대요... 여보...”
와이프가 고개를 푹 수그렸다.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하긴... 어느 여자가 자신의 친언니를 남편 앞에 벌거벗긴 채 들이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짠한 마음에 문득 코끝이 찡했지만 억지로 참았다.
하여튼 두 여자 모두 상식을 초월할 만큼 대단한 여자임에는 분명했다.
“알았어요. 일단 술이나 들자구...”
나는 다소 누그러진 말투로 잔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