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25)

어느 날 밤이었다.

처형 송희가 내 위에 올라앉아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며 쾌감에 신음을 내지르다 문득 말을 던졌다.

“여보... 고마워요...”

“뭐가?”

“사실... 저도... 너무나 힘들었거든요...”

“그래... 이해해...”

나는 혼자 살아가는 여자의 입장을 말하는 줄 알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나도... 여잔데... 사실... 저도 남자 품이 너무 그리웠어요. 하지만... 아무한테나... 그럴 수는 없고... 밤마다 입술을 깨물면서 참아 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무튼 고마워요... 여보...”

그랬나... 나는 순간 처형의 말이 이해되었다.

그래서 송미가 이야기했을 때 두말없이 그 뜻을 따랐나...

“그럼... 이제 온전히 나를 니 서방으로 섬길 생각이냐?”

“네... 명진 씨가 원하신다면 그럴게요... 송미가 진짜 와이프니까... 제가 첩실이니까... 송미한테 언니라고 부르라시면 언니 대접 할게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우리 둘 돌 봐 주시면서... 이렇게 살아요...”

“진심이야?”

“네... 진심이에요...”

“송미 네 생각은 어때?”

와이프는 보지를 내 얼굴에 들이댄 채였다.

“언니랑... 이미 얘기 끝났어요... 여보...”

“그래? 니들이 얘기 끝났다면... 나로서는 환영이지... 하지만... 송희 니가 세컨이라는 거... 알지? 앞으로 내 앞에서는 송미를 언니라고 불러. 그럴 수 있지?”

“알았어요...”

“그리고... 앞으로 내가 니들한테 어떤 요구를 할지 몰라...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시키는 대로 할 자신 있지?”

“네...”

나는 바야흐로 내 꿈이 실현될 순간이 왔음을 확신했다.

네토라레...

에세머...

나는 내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나는 과연 어느 쪽일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결론은 하나였다.

네토라레이면서 동시에 소프트 에세머?

그것이 분명한 것 같았다.

와이프가(이제는 송희까지 포함해서) 외간 남자 품에 안겨 발버둥치는 모습에 자지가 서는 남자... 그것은 누가 봐도 분명한 네토라레였다.

하지만... 내가 학대하고 능욕할 때 두 여자가 보여주는 복종과 굴복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그것은 분명한 매저키스트의 모습이었다.

나는 생각다 못해 예전부터 알고 있는 친구를 불러냈다.

**넷이라는 사이트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이른바 원조 **맨 친구였다.

그리고 에세머로서 ‘전설’이라는 평가를 받는 친구였다.

“큭... 그건 말이야. 구분 자체가 별 의미 없어...”

친구는 그냥 웃었다.

“변태는 말야... 다 거기서 거기야. 알아? 네토리가 때로는 라레가 되기도 하고... 라에가 때로는 네토리 역할을 하며 흥분감에 싸일 때가 있어... 물론 적극적인 성향이야 차이가 있겠지만... 변태는 거개가 다 거기서 거기야... 혼합되어 있다는 뜻이지.”

“그렇군...”

“너 같은 경우야 좀 특수한 상황이지만... 처형까지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는 지경이니까... 하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야.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보자면... 상황에 따라서 쾌감을 주는 기제가 달라진다는 것일 뿐... 구분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어...”

“음...”

“구태여 네 성향이 무엇이라고 단정하려들지 마. 그건 의미가 없어. 단순히 네가 끌리는 대로 행동해. 이제 여건이 주어졌잖아? 한번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하지 마. 그게 다야. 해 보고 좋다 싶으면 그 쪽으로 가. 그게 친구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야...”

“......”

“그리고 한 가지... 모든 것에는 패턴이 있어. 곡선 그래프가 있다는 뜻이지... 네토에 한참 미쳐 끓어오르다가도... 어느 날 문득 흥미가 사라지기도 해... 에셈 쪽이 새삼 흥미로워진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에셈 쪽에서 어느 절정에 오르다보면... 그땐 또 흥미가 시들기도 하고... 모든 건 굴곡이 있는 것 같애. 그러니까... 꼴리는 대로... 그 말이 정답 같드라...”

“꼴리는 대로...”

나는 친구의 말이 수긍되기도 했다.

변태는 복합적인 것이다...

그것이 맞는 말 같았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나는 집에서, 적어도 내 앞에서는 송희에게 송미를 언니라고 부르게 했다.

두 사람만 있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앞에서 송미는 정실 부인이었고 송희는 첩이었다.

아무리 친자매라 할지라도... 나는 일부러 그렇게 부르게 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짜릿했다.

친언니가 자신의 동생한테 언니라고 부르는 역설적인 상황...

그것을 지켜보며 나는 더할 수 없이 증폭되는 쾌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확인할 것도 없이 매저키스트였다.

그러나 늘 마음 속에서는 두 여자에게 미안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송희에게도 전에 없던 애정이 샘처럼 솟아나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두 여자 모두... 내게는 진정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칠 수 없는 귀한 존재였고 내 일부였다.

하지만 스간이 흐르면서... 나는 드디어 꿈꾸던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했다.

지금 이 상태도 너무나 행복했지만... 두 여자가 내 지시에 따라 다른 놈씨의 자지를 받아들이며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던 것이다.

네토의 근성이 꿈틀거려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아무도 모르게 작업에 착수했다.

와이프가 옵바라고 부르던 그놈...

알고 보니 젊은 날 호프집에서 와이프가 내 뺨을 갈겼을 때... 바로 그 옆에서 웃고 있던 놈이었다.

그렇다면 대학 시절부터... 최근까지 와이프를 가지고 논 놈이었다.

가지고 놀았다는 표현을 쓰는 건... 그놈 역시 가정이 있고 애까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놈에 대한 신상 자료와 사진들을 책상 앞에 던지며 눈을 감았다.

‘씨발놈...’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지만 어쩔 수 없이 불끈 서는 자지의 팽창을 막을 길이 없었다.

내가 뺨을 맞는 걸 보며 승리감에 도취해 싱글거렸던 놈이었다.

체격도 나보다 훨씬 크고... 잘 생긴 놈...

어쩌면 자지도 나보다 훨씬 크고 굵을 것이다...

그러니 외이프가 ‘옵바, 내 보지는 오직 옵바 꺼야.’ 라고 고백했겠지.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걸레보지’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휘젓고... 솟아오르는 자지를 감당할 수 없었다.

내 와이프 송미가 그놈 밑에 깔려 다리를 처올리고 울부짖는 모습을 상상만 했는데도...

나는 곧 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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