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25)

와이프 길들이기 3

“최인규 씨... 내가 어떻게 맘 먹느냐에 따라 당신 인생이 달라져. 아니, 당신 마누라와 아이의 미래가 달라져... 그건 알고 있겠지?”

“네... 그저... 선처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 선처라... 그럼 어떻게 선처해 줄까? 당신 생각은 어때?”

“......”

최인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닭똥 같은 눈물만 흘렸다.

사람들이 흘낏거렸지만 신경 쓸 여유조차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젊은 날 호프집에서 송미한테 뺨을 맞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때의 수치심과 모멸감이 고스란히 상기되며, 못난 나를 흘낏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살아나며, 가슴 한켠에서 통렬한 쾌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다.

나는 칼자루를 쥐고 있었고 최인규는 나의 칼날 밑에서 목을 드러낸 채였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제 그는 과장 진급은커녕 불명예스런 퇴직을 당해야만 할 것이다.

가정이 풍비박산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제발... 형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형님? 최인규 씨 당신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걸로 아는데?”

“그래도...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제발... 저좀 살려주십시오...”

“근데 말이야... 나는 그러고 싶은데... 송미가... 송미가 너를 가만 안 두겠다는데?”

“네에? 형수님께서요...?”

최인규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자신의 노예처럼 여겨온 송미가 오히려 가만 안 두겠다고 했다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언제는 걸레보지라 부르더니 이젠 이제는 깍듯이 형수님이라는 건가? 세상 참 요지경이군...”

최인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어쨌든 말이야... 당신이 살려면 송미 말을 들을 수밖엔 없어... 어때...?”

“네... 형수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송미가 말하기를... 최인규 당신이 그동안 자신을 가지고 놀았으니까... 당신 애엄마를 내가 가지고 놀게 해야겠대.”

“네? 울 와이프를요?”

“응, 한림이 엄마를...”

최인규가 다시 고개를 푹 꺾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가슴 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겠지... 백척간두에 선 채 아차 하면 곤두박질을 치게 될 처지니까 말이야... 나는 짜릿한 희열 속에서 최인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애엄마가 승낙할지...”

“승낙? 최인규 당신이 언제 내 승낙 받고 우리 송미를 농락했어?”

“그, 그건...”

“알아서 해. 일주일 여유를 주지. 일주일이야. 그후 일어날 일은 책임 못져. 알아서 하도록 해.”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세상이 금빛찬란하게 보였다.

일주일 후, 최인규는 다시 커피숍에서 내 앞에 조아리고 앉았다.

“그래? 결정했나?”

“네, 형님...”

“어떻게?”

“경주를 형님께 바치겠습니다...”

박경주. 최인규의 아내 이름이었다.

올해 서른 여섯. 송미보다 한 살 위였다.

160이 조금 넘는 자그마한 키에 오동통한 스타일의 귀염성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키에 비해 볼륨감 있는 몸매에 양볼에 쏙 들어간 보조개가 남자를 끄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어떻게 바칠 건데... 애엄마한테는 얘기했어?”

“아뇨 사실... 와이프한테는 얘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와이프의 동선과 기호를 모두 말씀드릴 테니... 형님께서 알아서 작업해 주시면... 물론 스케줄도 제가 맞추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최대한 협력하겠다...?”

“네...”

“최인규 씨...”

“네... 형님...”

“당신, 당신 와이프 믿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 와이프의... 정조를 믿느냔 말이야... 네가 아무리 노력해 봐라. 내 와이프가 호락호락 넘어가나... 그런 심보는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형님... 사실... 우리 애엄마... 보기보다 쉬운 여잡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결혼 전에도 여러 남자 만났던 사실... 제게 다 털어 놓았습니다.”

“그래? 음...”

“키 크고 근육질에 훈남이면 뻑 갑니다. 잠자리에서... 겪어 봐서 압니다...”

사실 그 정도 정보는 이미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박경주의 젊은 시절 행적까지 이미 다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그래... 그렇다면 오늘 저녁... 시내 L호텔 나이트클럽으로 애엄마를 데리고 와.”

“네?”

“당신 이름으로 룸이 예약되어 있을 거야... 당신은 술 한잔 가볍게 하고...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가봐야 한다고 해.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알았지?”

“네... 형님... 그럼...”

“성공하게 되면... 최인규 당신이 저지른 일은 없던 게 되는 거야. 물론 당신은 애엄마 앞에서는 끝까지 비밀을 지켜야 하고... 아마 올해는 과장 진급 쉽게 될 거야.”

“네, 형님...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