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주를 친구에게 넘긴 것은 그즈음이었다.
나는 **넷의 에셈 ‘전설’ 친구 ‘반차’를 불러냈다.
반차는 그의 닉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경주를 불러내 인사를 시켰다.
“이년이야?”
역시 에셈의 전설답게 반차는 눈빛 한 차례와 한 마디 던지는 말로 경주를 옭아버렸다.
대단한 친구였다.
“너... 화장실 가서 팬티 벗고 와.”
“네?”
주눅이 든 경부가 한마디 하나 싶은 찰나였다.
쫘악!
어느 틈엔가 반차의 손이 날아가 경주의 뺨을 강타했다.
“씨발년아, 못 들었어? 팬티 벗고 오라구.”
그래도 몇몇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있는 커피숍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 쏠렸다.
“흑...”
경주가 눈물을 훔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갔다.
“기다려... 여기서 결정돼...”
반차가 여유롭게 웃었다.
“뭐가?”
나는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고 봐... 저년이 진정한 섭 기질이 있다면 울면서도 팬티 벗고 올거구... 아니라면 그냥 갈거야. 아닌 건 아무리 조교해 봐야 소용없어... 눈빛을 보면 섭 끼가 다분한테... 그거야 모르지. 까 봐야 아니깐...”
“그래...”
역시 프로는 프로다웠다... 라고 해야 하나. 나는 친구의 말에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5분 쯤 지났을 때였다.
경주가 다소곳이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
반차가 나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벗었어요...”
경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 다리 벌리고... 보여줘 봐.”
그러자 놀라웠다.
경주가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다리를 벌리더니 치맛단을 들추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나를 통해 별의별 일에 길들여진 그녀였다.
하지만 반차의 한 마디에 팬티를 벗고 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었던 것이다.
“앞으로는 이년 내가 조교할 테니... 넌 딴데 신경 써라. 경과 보고는 내가 자세히 해줄 테니깐... 하하.. 이년은 노예 근성이 꽉 찬 년이다.”
“경주 너... 이 친구한테 넘기는 거니깐... 말 잘 들어, 알았지?”
나는 노파심에 한 마디 던졌다.
그런데 의외로 쉽게 경주의 입술이 열렸다.
“네...”
세상 일이란 참... 알 수가 없다.
한달이나 지났을까... 나는 그동안 송미년을 거쳐간 놈씨들을 추적해 경주처럼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한동안 잠잠하던 반차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친구야. 너 제이콥 알지?”
<제이콥>은 강남에 자리한 에세머들의 은밀한 모임 공간이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카페처럼 보였으나 비밀문 하나만 열면 에세머들의 천국이었다.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는 그곳은 정회원의 추천이 없으면 얼굴조차 들이밀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응, 알아. 왜?”
“오늘밤 와봐... 재밌는 거 보여줄게. 아마 네가 보면 깜짝 놀랄 걸? 하하핫...”
“뭐가? 뭔데...?”
“하하핫... 일단 와 봐. 우황청심환 챙겨갖고. 하하하...”
나는 송희를 대동한 채 제이콥에 들어섰다.
송미가 아닌 송희를 데리고 간 건 나름대로 계산이 있어서였다.
“여기야.”
내가 제이콥에 들어서자 한쪽 모서리진 곳에서 반차가 손을 들었다.
“내 세컨이야. 송미 언니...”
나는 앉으며 송희를 인사시켰다.
“아하... 송희 씨, 맞죠? 친구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만... 송희 씨 보지가 그렇게 꿀보지라면서요?”
반차는 거리낌이 없었다.
나는 풋, 웃음이 나왔다.
당황한 건 송희 뿐이었다.
송희는 내가 시킨 대로 노브라 노팬티에 홀복 차림이었다.
나는 다양한 홀복을 송희와 송미를 위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주문해 놓았던 것이다.
“어때요, 송희 씨... 보지 한번 보여줘 봐.”
반차가 웃음을 가득 베물고 웃었다.
“친구들은 모두들 송희 씨 보지 맛을 봤다던데... 하긴 나야 에세머니까... 하하핫... 그래도 되게 궁금하네. 우리 송희 씨 보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반차의 이미지... 덩치가 크지도 않고... 안경을 낀 지적인 동안의 이미지... 그런 반차의 입에서 너무나 태연스레 나오는 말에 어지간한 송희 역시 당황스럽기만 한 모양이었다.
“벌려 봐...”
나는 커피잔을 들며 가볍게 말해 주었다.
얼굴이 시뻘개진 채 송희가 홀복 아랫단을 들추었다.
클리토리스와 소음순에 실버 링을 낀 송희의 아랫도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호... 보지 이쁘네... 제모도 완벽하고... 친구 자넨 정말 대단한 능력자야, 하하하... 이런 미인을 종처럼 부리다니... 부럽구먼...”
“내가 깜짝 놀랄 일이 있다면? 뭔데?”
“이 친구 급하긴... 맥주나 한잔 마시고 가 보자구. 이봐, 여기 맥주 한잔 가져와.”
웨이터가 재빠르게 맥주병을 가져왔다.
“명진아, 사실... 나도 첨엔 어이가 없었다... 근데... 하하 참... 최인규 그넘...”
“최인규?”
“제 발로 날 찾아왔드라... 경주 고년 한참 길들이고 있는데... 날 찾아와서 무릎 꿇고 빌드라... 지를 조교해 달라고... 허참...”
“뭐? 그넘이?”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근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까... 그넘이 아무 생각 없이 날 찾아 왔겠냐? 지딴엔 고민 많이 했겠지...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드라... 워낙 이쪽 바닥이... 너도 알잖냐... 일단 자신의 성향에 대해 확인하게 되면... 벗어나기 힘들다는 거...”
“하긴... 근데 그넘은 완존 네토린데?”
“글세... 나도 첨엔 그렇게밖에 생각 안 했는데... 그넘 고백을 듣고 보니까... 이해가 되드라...”
“하...”
최인규가 에세머라...
반차한테 찾아와 조교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걸 보면 새디스트가 분명했다.
천하의 바람둥이 최인규가 새디스트라...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