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와 함께 하장실 옆 비밀의 문을 열자 넓직한 공간에 온갖 에셈 기구가 나열된 또다른 공간이 나왔다.
“헛...”
그리고 나는 눈앞의 광경에 헛웃음이 나왔다.
“오빠, 오셨어요? 호호...”
반차의 아내 콩쥐가 맑은 웃음로 인사를 했다.
콩쥐는 검은 가죽 수트에 장화까지... 전형적인 매저키스트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손에는 채찍이 들려 있었다.
“어, 콩쥐? 이게 뭔 일이여?”
나는 놀라 반문했다.
콩쥐는 새디스트였으면 새디스트였지 매저키스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은 전형적인 매저키스트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응, 사실은... 오늘 역할을 맡은 애가 좀 늦는대서... 내가 잠깐 대역을 하고 있었거든? 어때, 옵바, 나 이뻐?”
콩쥐는 반차의 와이프였지만 나와도 이미 여러 번 관계를 한 바 있었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오빠 동생으로 부르는 사이였다.
“하... 콩쥐야 언제 봐도 이쁘지이~~~”
“거짓말, 저릏게 이쁜 미인을 데리고 와 놓구선... 호호호... 오빤 거짓말쟁이야... 호호호...”
“응, 내 세컨이야. 인사해.”
“송희 언니? 그렇죠? 호호호... 반가워요.”
콩쥐가 송희의 손을 잡으며 명랑하게 웃었다.
하지만 내 시선은 다른 데 있었다.
벌거벗은 채... 목에는 개목걸이를 하고 아주 좁은 사각의 철창 안에 갇혀 있는 최인규...
반차가 설계하고 시연했음이 분명한 로프에 온몸을 결박당한 채 허공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박경주...
경주의 온 몸에는 콩쥐가 했음이 분명한 채찍 자국이 시뻘건 생채기를 남기며 고스란히 퍼져 있었다.
“주인님 오셨다, 인사해라.”
반차가 내뱉었다.
“주인님, 오셨습니까...”
“주인님, 반가워요...”
최인규와 박경주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오늘은... 특별히 늬들의 전 주인님이 오셨으니까... 색다른 이벤트를 해 보겠다. 알았느냐?”
“네... 주인님...”
“네... 알았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송희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해 잔뜩 긴장해 있었다.
그저 눈만 두리번거릴 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윽고 반차가 철창 문을 열자 최인규가 무릎 걸음으로 개처럼 기어 나왔다.
“저 숙녀 분 발을... 개처럼 핥아라. 너는 개야. 본분에 충실해라, 알았지?”
반차가 말을 마치자마자 최인규가 기어오더니 송희의 하이힐부터 핥기 시작했다.
“어머, 어머...”
송희가 놀라 자지러졌다.
“가만 계세요, 제수 씨... 개가 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가만 계세요.”
반차가 그런 송희를 만류했다.
“어마나, 징그러... 이 색기 뭐하자는 거야.”
송희가 진저리를 치며 최인규를 발로 차 버렸다.
그러나 최인규는 아랑곳없이 다시 일어나 송희의 하이힐을 핥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허공에 매달려 있던 박경주가 소리쳤다.
“제발... 부탁드려요... 저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나는 아연했다.
“들었지? 넌 어떻게 생각해?”
“......”
나는 사실 할 말이 없었다.
박경주를 섭으로 만들 생각을 한 건 나였다.
하지만 최인규까지라니... 그것까지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명진아... 이제 저 두 사람 놔 주어라. 어때? 이젠 저 두 사람이 제 갈 길 갈수 있도록... 네가 빠져주면 안 되겠냐? 이제 충분하잖아...”
반차가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곧 반차의 말을 이해했다.
“그래... 알았다... 이젠 모든 것을 너한테 맡기마... 난 이쯤에서 발을 빼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도 몰랐습니다. 제 와이프 역시... 하지만 명진이 형님이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명진이 형님이 제 와이프를 친구 분들께 인정사정없이 돌릴 때... 처음에는 화도 나고 증오심까지 품었지만... 형님이 제게 주신 동영상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최인규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우리는 제이콥의 밀실에서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저도... 저이도... 처음에는 이게 현실 같지가 않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지요... 제가 반차 님의 섭으로 길들여져 가면서... 그것을 보는 애 아빠의 눈빛이 예전과 다르게 변해가는 걸 느꼈어요...”
“그랬나...”
“네... 저는 정말이지... 반차 님의 조교를 받으면서... 제 속에 숨어있던 본능을 깨달았어요. 저는 타고난 섭이였어요. 반차 님이 그걸 일깨워 주신 거죠...”
“반차 님이 집 사람을 통해 보내주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급격히 끓어오르는 그 무엇인가를 제어하기 힘들었어요... 밧줄에 묶인 채 허공에 매달려 ant 사내의 좆을 받아들이는 와이프를 보면서... 사실이지, 저는... 저 역시 그렇게 당해보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밤을 지새시가 일쑤였어요. 그러다가 스스로 반차 님을 찾은 거였지요...”
“저희 부부는 지금 더할 수 없이 행복해요... 저이한테... 이야기 다 들었어요... 이제... 부디 저 사람을 용서해 주시고... 지금 저희가 누리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원하신다면, 뭐든 들어 드릴게요... 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복수는 이미 끝났고... 내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경주는 이미 내 친구 선후배 가릴 것 없이 걸레가 되어 스스로 보지를 벌려 주었다.
“이봐, 명진아... 넌 어때?”
반차가 싱긋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난 그만하련다. 앞으로는 너 알아서 해라.”
“잘 생각했다. 역시 넌 마음 넓은 친구야. 뭐해, 경주 너... 감사의 보답을 해야지...”
그러자 박경주가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게로 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내 바지 지퍼를 열고 자지를 꺼내 빨기 시작했다.
송희는 그저 놀란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최인규의 일은 그것으로 끝냈다.
앞으로는 알 바 아니었다.
이제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어쨌든 나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고... 내가 원하던 쾌감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적이 실망스러웠다.
나는 최인규가 최소한 박경주에게 실망해 가정을 깨뜨려 버리길 바랐다.
걸레가 된 박경주를 향해 침을 뱉으며 나에게 이를 갈기를 원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이없었다.
어쩌면 오히려 자신들의 성향을 직면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만 거였다.
하지만 나는 만족했다.
나는 충분히 박경주를 학대하며 내 만족을 채웠고... 더 이상 그녀를 붙잡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나에게는 다른 작업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