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결박이 풀리고... 송희가 자리로 와 앉으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어때요, 송희 씨... 제 말이 맞았죠?”
반차가 송희의 잔에 술을 따르며 싱긋 웃었다.
“죄송해요, 여보... 저 너무... 시끄러웠죠?”
송희가 내게 기대며 무안한 듯 말했다.
“아니, 나도 너무나 좋았어... 송희 네가... 허참... 내가 그걸 몰랐다니...”
“아니에요, 사실... 저도 몰랐어요... 지난 번에 경주 씨가 묶인 걸 보고... 내심 흥분하긴 했지만... 저도 사실은 긴가민가 했을 분이에요...”
송희가 부끄러운지 얼굴을 가렸다.
“지난 번 우리 가게에 왔을 때 송희 씨 표정을 보고 척 알았지요... 송희 씨도 틀림없는 섭이다... 제 짐작이 맞았죠?”
“네... 저 정말... 이런 건 첨이에요... 진짜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송희야, 어쩜... 그렇게 좋았어?”
“언니... 안 겪어보면 몰라요...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소리도 못 지르지... 무섭고... 아니 무섭도록 흥분되고... 뜨거워 죽겠는데 몸은 더 뜨거워지고... 말로는 표현 못해요... 거기다가... 인규 씨가 침입할 때는... 나 정말 까무러치는 줄 알았어요... 뒤로 할 땐 더욱... 이게 죽는 거구나 싶었다니까요...”
“하... 그렇게까지...”
“정말이에요, 언니... 언니도 한번 해 보세요...”
송희가 갈증이 났는지 한번에 잔을 털어넣었다.
“나도... 이런 자극은 처음이다. 너무 좋았어... 흣...”
“여보, 진짜 당신도 좋았어요?”
송희가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래... 송희 네가 당하는 모습... 너무나도 짜릿하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어이 반차. 가끔 해 보자구, 너무 좋았어.”
“하하하... 첨이니까 더 짜릿했겠지. 하지만 친구야. 이것도 한계가 있어. 그걸 알아야 해. 명진이 네가 요즘 슬럼프 같아 내가 이벤트 한번 해준 것 뿐이야. 이것도 계속하다 보면 곧 식상해... 다시 네토로 돌아갈 거야. 그걸 알고 하라구.”
“알았어... 참고하지... 하지만, 어쨌든 고맙다.”
그 후로 우리의 컨셉은 에셈이었다.
나는 송미와 송희에게 남자를 만날 때마다 에셈을 강요했다.
물론 둘다 내 말을 거역하지 않았다.
아니, 적극적으로 내 컨셉에 따랐다.
나는 송미가 거쳤던 남자 중에 하나를 골랐다.
흑인처럼 시커멓게 생긴 테니스 선수 출신의 자영업자였다.
누가 봐도 동남아 출신으로 여길 만큼 피부가 시커먼데다 생긴 것도 무식하게 생겨 그야말로 막노동꾼 같아 보였다.
황동팔... 이름도 촌스러웠다.
나는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녀석을 택한 것이었다.
송미의 자백서를 빌리자면...
황동팔과의 관계는 이러했다.
결혼 이년 차에 만난 남자였다.
<테니스를 배우려고 등록을 해서 갔는데...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황동팔... 코치라고 했습니다.
얼굴이 시커멓고 고릴라처럼 생겼는데... 덩치도 아주 크고 남자다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꼬리를 쳤습니다. 팬티가 거의 드러나보이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그 남자에게 살랑거렸습니다.
그 남자의 성기도 클 것 같았고... 정력도 아주 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를 유혹했는데... 너무나도 쉽게 그 남자가 저에게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첫 관계는 모텔에 가서 했습니다. 점심 같이 먹고 바로 따라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황동팔은 변태였습니다.
저를 침대에 묶어놓고... 마구 욕보였습니다.
성기도 너무 커서... 아프기만 했습니다.
딱 세 번 만나서 관계하고...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입니다. 믿어주세요.)
그 남자가 계속 연락해 왔지만 더 이상은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가 무서워서였습니다...>
“전화해.”
“네? 여보...”
송미가 새파랗게 질렸다.
“그 남자... 무서워요... 싫어요...”
“일단 전화해. 네가 아니라 송희야. 알았지? 송희 네가 나가.”
“네? 제가요?”
“그래. 이번에 송희 니가 나가서... 알았지?”
송미가 마침내 스피커폰으로 켜놓은 채 황동팔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음이 가고... 황동팔의 걸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여보세요...”
“저기... 오빠... 저, 송미예요...”
- 어? 송미? 연락도 안 되더니... 폰 갈았어? 모르는 번호네...“
“네... 사정이 있어서...”
- 그래? 요즘은 어때? 잘 지내? 보고 싶네...“
“저두요... 근데 옵바... 저한테 언니가 있는데요... 이혼해서 혼자 살고 있는... 제가 옵바 얘길 했더니...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데... 시간낼 수 있어요?”
“흐흣... 돌싱 언니? 송미 너 닮았으면 엄청 미인이겠네? 그야 물론 시간 내야지...”
“저보다 훨씬 이쁘고 관능적이세요... 성격도 개방적이고... 제 언니... 즐겁게 해주실 수 있죠? 부탁드려요...”
“하핫... 알았어. 염려 말라구... 언제 만날까? 오늘이라도 시간낼 수 있는데...”
황동팔은 달아오른 모양이었다.
“네... 그럼 오늘 저녁에...”
식사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나는 약속한 모텔 방에 송희를 먼저 가 있게 했다.
물론 카메라 설치가 우선이었기에...
송미나 송희나 이젠 카메라 다루는 솜씨가 보통 아니었다.
송희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카메라를 설치한 후 눈을 찡긋해 보였다.
나는 전화로 잘 되었다는 말을 해주고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알았지? 그 자식 원하는 대로 다 해줘. 너도 마음껏 즐기고... 내숭떨지 말란 말이야.”
“알았어요, 여보... 사랑해요...”
송희가 다시 윙크를 했다.
화면은 제대로 방 전체를 온전히 커버하고 있었다.
나는 송미를 발가벗긴 채 소파에 앉아 전송되어 오는 화면을 응시하며 술잔을 나누었다.
짜릿한 흥분감이 벌써부터 취기처럼 올라왔다.
송미도 흥분되었는지 보지가 이미 질펀하게 젖어 있었다.
“동팔이 저 색기 자지 너무 큰데... 송희가 제대로 버틸 수 있을까 몰라...”
송미가 걱정되는지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염려 마... 송희 보지는 내가 알아... 오히려 좋아할 걸? 흐흐흐...”
“진짜 그럴까? 아무려면...”
“송희 저년은 미국에 있을 때 흑인 말자지랑도 해봤다잖아. 그말 못 들었어?”
“하긴... 나도 흑인이랑 해보고 싶다...”
“왜? 넌 동팔이 저놈 물건이 너무 커서 무섭다며?”
“그래도... 이젠 할 수 있을 것 같애...”
“그래? 알았다... 기다려 봐...”
“정말? 여보 나, 정말 흑인 붙여줄 거야? 진짜 해보고 싶어...”
“미친 년... 섹에 환장했구만...”
“아잉... 여보... 당신이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흣... 놀고 있네. 그 전엔 안 그랬냐? 저는 걸레보지예요... 크흣...”
“칫, 여보... 그 땐... 하지만 지금은 당신 말만 따르잖아요...”
“그래, 알았다. 그래서 니가 너무 사랑스러워. 고맙다. 우리 송미...”
“전 죽을 때까지 당신 말만 들으며 살래요... 너무 행복해요...”
“그래... 나도 행복하다. 우리 송미, 일케 귀여운 마누라를 둬서... 덕분에 송희까지...”
“송희도 절대 버리시면 안 돼요... 아셨죠? 송희도 죽을 때까지 당신만 섬기며 살겠다고 저한테 약속했어요. 안 버리시는 거죠? 응?”
“하... 이년들이... 그래, 절대 안 버린다. 니들 두 년은 영원히 내 마누라야. 죽어서도 니들 두 년하고 함께 묻힐 테니 걱정 마라.”
“으응... 여보... 고마워요...”
송미가 앙증스럽게 품에 안겨들며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엇, 동팔이 들어왔다.”
나는 맥주잔을 들었다.
화면 속에서 동팔이가 예의 그 고릴라 같은 떡대를 자랑하며 모텔 방에 들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