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43)

나는 우진이에게서 전후사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 아내와의 서먹했던 사이를 다시 원상태로 돌린 우진이는 공사를 인부들에게 맡기고 해변에서 아내와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아내의 허리에 가있던 손을 슬며시 위로 올려 옷 위로 아내의 유방을 살며시 매만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아내가 우진이의 손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응큼해, 우진씨.' 하면서 웃으며 받아주자 그런 아내의 반응에 참지 못한 우진이가 근처 숲으로 이끌자 그곳에서 아내는 우진이와 진한 포옹을 했다고 한다. 일주일 전 노래방에서는 허락하지 않았던 입술까지 허락하며 격렬하게 키스를 했다는 우진이의 말에 나는 다시 급격하게 피가 아래로 몰렸다.

진한 키스를 마치고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두 사람이 다시 숲에서 나와 팔짱을 끼고 해변을 걷는데 그 때 문제가 발생했다.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정답게 해변을 걷는 모습을 도시락까지 싸서 남편인 우진이에게 가져왔던 제수씨가 보고 말았고 우진이가 집에 들어가자 마자 그 일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형, 저 어떻게 해요? 형과의 약속이라 뭐라고 변명도 못해서 우리 와이프 지금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고요."

이건 순전히 우진이를 끌어들인 내 탓이다.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우진이를 데리고 녀석의 집으로 가니 제수씨는 짐을 싸고 있는 중이었다.

 "여, 여보. 어디 가려고?"

 "당분간 친정에 가있을 거에요."

 "자, 잠시 내 얘기 좀...."        

 "대체 저보고 무슨 얘기를 들으라는 거예요? 당신이 어떤 여자랑 정답게 팔짱을 끼고 해변을 걷는 모습을 내 눈으로 다 봤는데. 어머? 윤호씨?"

우진이 뒤에 있던 날 보았는지 제수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내게 인사를 한다.

 "오랜 만인데 죄송해요.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저기, 제수씨. 잠시 저와 이야기 좀 하시겠어요?"

 "무슨....."

난 제수씨를 앉혀놓고 그간 사정을 되도록 자세히 설명했다.

내 설명에 제수씨는 경악을 하더니 언성을 높였다.

 "어떻게 남의 남편에게 그런 짓을 시킬 수 있는 거죠!! 제가 윤호씨를 잘못 봤군요! 그리고 당신! 아무리 친한 형이 부탁했다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제수씨 마음 다 압니다. 하지만 제 사정이 워낙 급해서 그랬어요. 일단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난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단련된 말빨로 최대한 내 처지가 불쌍하게 여겨지도록 노력했다.

상대가 나와 공감을 가지게 만들고 그에 수긍하도록 만드는 것이야 말로 말빨의 중요한 점이다.

내 노력이 통했는지 제수씨도 어느 정도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그러니 제가 미치지 않겠어요? 생각을 해보세요. 만약 우진이가 제수씨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면 제수씨 기분은 어떻겠어요?"

 "그야... 좋지만은 않겠죠."

이제 결정타를 날릴 타이밍이었다.

 "그래도 참고 또 참았는데 얼마 전 아내가 내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무능력한 주제에 장인어른 회사에 들어가게 해줬는데 뭐가 힘드냐고 하는 거에요."

 "어머나! 그건 윤호씨 아내되는 분이 좀 심했네요. 아무리 그래도 남편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되는데."

난 최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울상이 된 표정으로 제수씨에게 호소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떠올린 계획이 그거에요. 우진이도 내 처지가 워낙 불쌍해서 어쩔 수 없이 내 부탁을 받아주었지만 하는 내내 제수씨에게 미안하다면서 그만 두면 안 되겠냐고 말하는 걸 내가 억지로 계속하게 한 거죠."

 "아무리 그래도.... 방법이 잘못 된 것 같아요." 

 "오죽하면 제가 그런 방법까지 쓰겠습니까? 말했다시피 내 아내 성격이 워낙 드세야죠. 보통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보통 방법이 통하는 여자가 남편에게 무능력한 주제에 라고 말하겠어요?"

나는 시간과 공을 들여 제수씨를 설득했다. 잠시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겨있던 제수씨가 생각을 마친 듯 우리에게 말했다.

 "좋아요. 이해할 게요. 윤호씨 사정도 딱해보이니. 대신 조건이 있어요."

제수씨가 말한 조건이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경과 보고를 자신에게도 할 것. 또 하나는 절대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제수씨도 알게 된 마당에 첫 번째 조건은 당연한 것이었고 두 번째 조건은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제수씨에 대한 문제는 끝나는 것 같았다.

며칠 뒤 갑자기 자기 눈으로 감시를 해야겠다며 제수씨가 내게 연락을 해온 것만 아니었다면.

급히 휴가를 낸 나는 제수씨를 태우고 별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수씨도 알다시피 우진이는 믿을 만한 녀석이라 굳이 감시를 하지 않아도...."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남녀 관계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 제가 직접 감시를 해야겠어요."

나로서는 도저히 제수씨를 말릴 방도가 없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나 또한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한 시간 후 별장에 도착하자 별장은 공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

우리는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쌍안경까지 준비하고 별장을 지켜보았다.

 "저기 제수씨. 인부들이 있는 곳에서는 별 다른 일을 벌이지 못할 테니 지금은 감시를 해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네요."

 "예. 아무래도 그렇겠죠."

 "오후 5시쯤 되야 인부들도 퇴근을 할 테니 그때 와보죠."

 "그럴까요? 그런데 그동안 뭐하면서 기다리죠?" 

 "글쎄요? 우리도 데이트나 하면서 기다릴까요?"

 "데, 데이트요?"

제수씨가 데이트란 말에 놀라자 난 웃으며 말했다.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아이 참! 깜짝 놀랐잖아요."

인부들이 퇴근을 하는 동안 나와 제수씨는 별장에서 좀 떨어진 번화가를 돌며 시간을 보냈다.

제수씨는 정말 내 아내와는 다른 성격이었다. 나긋나긋하고 조금은 조용한 성격이 내 아내도 이랬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은 어느덧 오후 4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아~ 잘 놀았네요. 윤호씨 덕분에 오랜 만에 기분이 상쾌한 것 같아요."

 "그것 참 다행이네요. 슬슬 가볼까요?"

난 제수씨를 데리고 다시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에 도착할 때쯤이 되자 해가 기울고 있었고 얼마 안 있어 주위는 어두워져 해변에 세워진 전조등 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별장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잠시 기다리자 아내와 우진이가 별장 밖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와 제수씨는 차에서 나와 들키지 않도록 조금 멀리 떨어져서 두 사람의 뒤를 밟았다. 그런데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아내와 우진이를 놓치고 말았다.

 "어디 갔죠?"

 "글쎄요? 혹시...."

이 주위에 몸을 숨길 데라고는 숲밖에 없었기에 나는 제수씨를 데리고 조심히 숲 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살폈다. 

 "아, 저기!"

제수씨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두 인영이 숲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난 재빨리 제수씨의 손을 잡아 자세를 낮추고 쌍안경으로 그 인영을 보았다.

해변에 설치된 전조등의 빛이 희미하게나마 두 인영을 비추어 주자 쌍안경을 통해 아내와 우진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때요?'

 '맞아요. 내 아내하고 우진이에요.'

쌍안경이 한 개 뿐이라 나와 제수씨는 각각 한쪽 씩을 맡아 아내와 우진이를 지켜보았다.

덕분에 제수씨와 거의 뺨이 맞닿을 정도가 되자 내 후각으로 제수씨의 향기로운 냄새가 맡아졌다.

제수씨 또한 내가 신경 쓰였는지 얼굴을 살짝 빼는 바람에 자세가 불편해지자 어쩔 수 없이 나와 뺨이 거의 맞닿는 거리를 유지하며 아내와 우진이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아내와 우진이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한참을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나는 갑자기 쌍안경을 통해 보이는 두 사람의 분위기가 뭔가 달라졌음을 감지했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던 아내의 얼굴로 우진이의 얼굴이 서서히 다가가더니 이내 아내의 입술과 우진이의 입술이 겹치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순간 발끈 했지만 나보다는 제수씨가 더 걱정이라 살짝 쌍안경에서 눈을 떼고 옆을 보았다. 

제수씨의 손은 힘이 잔뜩 들어가 꽉 쥐어져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입술을 자근자근 씹고 있었다.

나는 행여나 제수씨가 화를 못이길까 걱정이 되어 말했다.

 '참아주세요, 제발. 여기서 제수씨가 나서면 모든게 엉망이 된다고요.'

 '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게 왜 굳이 감시를 하겠다고 나섰는지. 다행히 아내와 우진이는 키스만 하고 다시 숲에서 나와 해변을 좀 더 걸은 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난 제수씨에게 못참겠으면 그냥 기다리기만 하자고 했지만 제수씨는 기어코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나는 휴가 기간 동안 제수씨와 함께 아내와 우진이를 감시했다.

다행히 제수씨도 어느 정도 면역이 됐는지 단순히 키스만 하는 거라면 참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라면 감시를 하는 동안 뜻하지 않게 제수씨와 데이트도 하게 된 것인데 이전보다 더 친밀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휴가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이네요. 이제 제수씨를 매일 태워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죠. 저 혼자라도 와서 두 사람을 감시할 거예요."

 "더 이상 제수씨와 데이트를 못하는 게 좀 아쉽네요."

 "데, 데이트라니....."

수줍어하는 제수씨를 보니 왜인지 내 가슴도 학창시절처럼 뛰는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별장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해가 기울어져 주위가 어두워질 때가 되니 아내와 우진이가 별장에서 손을 잡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와 제수씨는 차에서 내려 재빨리 두 사람을 뒤따랐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와 우진이는 저녁 해변가를 걸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완전히 기울어 주위가 어두워지자 밤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걷던 중 갑자기 아내가 혼자서 숲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던 나와 제수씨도 조심히 숲으로 들어갔다.

몸을 낮추고 숲에 들어간 나와 제수씨는 숲 깊숙한 곳에서 아내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다고 여긴 아내가 갑자기 치마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며 쪼그려 앉았다. 난 그제 서야 왜 아내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화장실이 급했지만 별장까지 가기 힘들어 아내가 근처 숲에서 볼 일을 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위가 확 트인 장소라 긴장을 했는지 아내는 쉽게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제수씨가 민망했는지 고개를 돌리자 내 차지가 된 쌍안경으로 아내를 지켜보았다.

그때 순간 아내의 얼굴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무언가를 보고 순간 놀란 표정을 짓는 아내의 시선을 따라 쌍안경을 움직이니 아내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진이가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몰래 아내의 소변 보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제수씨가 이걸 안보고 있는 게 다행이로군. 우진이의 변태 성향을 모르고 넘어갔으니.'

아무리 내 주도 하에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소한 내용까지 내가 어찌할 수는 없다.

우진이가 아내의 소변 장면을 훔쳐보러 올 줄은 나도 몰랐다. 

저런 우진이의 모습을 제수씨가 봤다면 어떤 기분일지 한편으로는 안도가 되었다. 

문득 아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해져 재빨리 쌍안경을 아내에게로 돌렸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아내는 자신이 소변 보는 모습을 우진이가 훔쳐보고 있음을 알고도 놀라거나 비명을 지르지 않고 오히려 피식 웃어 보이더니 녀석을 못본 척 해버렸다.

대체 아내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질 그때 아내는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였다.

 '저, 저, 저! 아오! 이정애! 너 진짜!'

난 아내의 행동에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뒷골이 뻐근해질 것만 같았다.

아내는 자세가 불편하여 편하게 교정하려는 것처럼 움직여 방향을 우진이의 정면으로 향하더니 마치 자세히 보라는 듯 다리를 활짝 벌리는 것이었다. 아내의 다리가 양옆으로 벌려지면서 신축성 높은 아내의 실크 팬티가 다리를 따라 양옆으로 늘어난 모습은 너무도 섹시했으며 남편이 아닌 남자에게 보지를 보이고 소변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내의 행동은 배덕적이고 퇴폐적이었다.    

쌍안경으로 보니 아직 아내가 자신을 발견했다는 걸 모르는 듯 우진이는 꽤나 놀란 눈치였다.

남편인 내가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우진이를 향해 다리를 활짝 벌리고 소변을 보려고 하는 아내의 모습에 이걸 참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하고 있을 그때, 아내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주위는 어두웠지만 전조등의 빛이 희미하게 숲으로 들어와 쌍안경을 통해 아내의 표정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아내는....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우진이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걸 재미있다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호랑이 같던 아내에게서 이런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니 놀랄 노자였다.

다시 고개를 든 아내는 긴장을 푸는 듯 두 눈을 감고 숨을 살짝 들이마셨다. 그리고 곧이어 희미하게나마 내 귀로 물줄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쪼르르르르......

싸고 있다.... 내 아내가.... 부끄럽고 불결하다며 남편인 내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소변 보는 모습을 다른 남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내의 소변 보는 모습이, 소리가 남편인 내가 아닌 우진이의 눈과 귀로 들어가고 있다.

난 어이가 없고 황당함에 멍하니 쌍안경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소변을 다 본 후에도 아내는 자신의 보지를 우진이가 좀 더 볼 수 있도록 잠시 다리를 벌린 채로 가만히 있는 듯 했다. 이미 노래방에서 한 번 보여줬으니 부끄러울 것 없다는 건지 아니면 우진이니까 보여주고 싶어하는 건지 모르겠다.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는지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우진이가 도망갈 시간을 주는 듯 느긋하게 팬티를 입기 시작했다.

아내가 일어섰을 때부터 이미 우진이는 그 자리를 뜨고 없었다. 

마치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었지만 실제로는 고작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내의 행동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설마 아내가 저렇게까지 해줄 줄은.....   

다시 아내에게 괘씸함이 들던 그때 옆에 있던 제수씨가 조용히 날 불렀다.

 '다 끝났어요?'    

      

제수씨는 아내가 소변을 마칠 때까지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다 끝났어요.'

 '그럼 우리도 가요.'

다시 나와 제수씨는 아내와 우진이의 뒤를 따랐다. 그 뒤 아내와 우진이는 별 볼 일 없이 각자 차를 타고 헤어졌고 나와 제수씨도 다시 집으로 향했다.

제수씨를 먼저 집에 데려다 준 후 집에 들어가자 먼저 집에 돌아와 있던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대체 지금 이 시간까지 어디 가있었던 거야! 내가 집에 일찍 들어오랬지!"

호랑이 같은 기세로 잔소리를 해대는 아내를 보니 해변 숲에서의 일이 떠올라 순간 욱하여 별장에 다녀왔다! 아주 재미 좋더라? 라고 말할 뻔 했다. 난 아내의 잔소리를 견디며 반드시 저 기를 팍 죽여놓고 말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다음 날 우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예상대로 어제 숲에서 있었던 일을 내게 말해주었다.

우진이는 아직도 나와 제수씨가 몰래 감시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마 제수씨가 말하지 않은 것이겠지. 알겠다며 대략 어느 정도 진도가 나갔는지 묻자 우진이는 적어도 60%는 넘어왔다고 한다. 보지를 보여주고 소변을 보는 모습까지 보여줬는데도 60%라는 사실이 쉬이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거의 100%는 넘어온 것 같은데 말이다. 

하여 숲의 일은 숨기고 노래방의 일을 언급하여 묻자 우진이가 대답했다.

 [보통 여자였다면 100% 넘어온 셈이죠. 그런데 형수님은 그게 아니에요. 설령 보지를 보여줬다고 해도 형수님 반응을 보면 60%가 딱 맞아요.]

그러니까 우진이의 말은 보여주고 애무를 받는 것까지는 허락해도 해주는 것은 아직이라는 말이었다. 그럼 대체 언제쯤이면 진도를 더 뺄 수 있냐고 물으니 우진이는 이번 돌아오는 토요일에 진도를 60%에서 80%까지 뺄 생각이라고 한다. 알겠다고 자세한 스케줄은 알아서 정하라는 말을 끝으로 연락을 끊은 나는 곧바로 제수씨에게 연락을 했다.

우진이와 한 이야기를 해주자 제수씨는 알겠다며 나와 함께 토요일에 별장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처럼 아내는 물론 우진이에게도 비밀로 하고 말이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니 아내가 내게 물었다.

 "여보, 나 돌아오는 토요일하고 일요일에 외박하고 싶은데."

음? 토요일과 일요일? 그렇다면 우진이는 1박을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그 하루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겠지만 우진이가 날 속일 리는 없으니 내가 정한 선을 어기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한 나는 아내에게 그러라고 허락했다.

혹시 의심은 하지 않을까 무슨 일로 외박을 하냐고 묻자 아내는 아는 친구들과 함께 밤새도록 놀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실컷 놀고 스트레스 풀고 오라며 등까지 떠밀어주었다.

아내는 고맙다며 베시시 웃고는 섹스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평소 해준 적도 없는 애교를 부리며 내 입술에 키스를 해준다. 거기에 나는 아내에 대한 괘씸함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

빌어먹을! 난 팔불출이었던 건가! 장윤호! 정신 차려라! 저건 아내가 널 속이는 것이 미안해서 해주는 위안일 뿐이야!

시간은 흘러 드디어 토요일이 왔다. 그동안에도 아내는 지속적으로 별장으로 가 우진이와 만났다. 녀석의 말대로 진도를 80%까지 뺄 준비 기간이었던 셈이었다. 

 "윤호씨! 여기요! 여기!"

약속 장소에서 제수씨가 먼저 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제수씨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마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차림새에 신경을 잔뜩 쓴 것처럼 보였다.

 "이야~ 이게 누구에요? 설마 제수씨?"

 "왜요? 예뻐서 못알아 볼 뻔 했어요?"

 "네. 너무 예뻐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어요." 

내 칭찬에 제수씨는 홍조를 띄우며 기뻐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렇게 차려입은 건가요?"

 "1박 한다면서요. 그럼 거기서 자고 올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 눈도 있으니 잘 차려입어야죠."

 "에이~ 난 또 나 보여주려고 그런 줄 알았죠."

 "푸훗!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세요~"

 "예, 예~ 마님. 어서 타시죠."

차에 제수씨를 태우고 별장으로 향하는 우리는 감시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디로 놀러가는 분위기였다. 제수씨 말을 들어보니 바깥에서 1박을 해본 적이 워낙 오랜 만이라 살짝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이거 정말 감시하러 가는 게 아니라 놀러 가는 기분이다.

차를 타고 별장으로 가던 도중 제수씨는 가지고 온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짜잔~ 이거 보세요."

제수씨가 꺼내든 것은 내 것과는 다른 싸구려 쌍안경이었다.

 "한 개 가지고 보는게 불편해서 저도 하나 장만했어요. 다른 건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지만 이것도 그럭저럭 쓸만 하더라고요."

 "하긴 무슨 첩보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충분하죠."

뭔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제수씨와 함께 별장에 도착한 나는 일단 근처에 있는 민박집에 방 두개를 예약했다. 우리도 자야할 곳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방을 예약하고 별장에 가보니 마침 아내와 우진이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고 있었다.

문득 별장 리모델링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제수씨를 먼저 보낸 뒤 나 혼자 별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1층의 리모델링은 다 끝난 상태였고 2층은 이제 가구만 배치하면 끝이 날 것처럼 보였다.

제법 괜찮게 시공이 된 것 같아 만족하던 차 2층 방문 하나가 열려있어 그 안을 들어가 보니 아내의 가방이 있었다. 호기심에 아내의 가방을 열어보니 가방 안에는 수건 몇 장과 간편한 옷, 그리고 브래지어와 팬티가 각각 4장이나 들어 있었다. 그것도 모두 고급 실크로 된 섹시 란제리들이었다

겨우 1박을 하면서 섹시한 속옷을 4장씩이나 챙긴 아내의 의도는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이 여편네. 아주 더럽혀질 것을 예상하고 가져왔구나.'

이 많은 속옷은 우진이의 애무는 받아들일 요량으로 미리 더럽혀질 것을 예상하고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화가 났지만 애써 참아내고 다시 속옷을 가방 안에 집어넣던 나는 문득 가방 맨 밑 구석에 숨겨진 천쪼가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여 꺼내보니.....

 '이정애! 이, 이, 이것을 그냥!'

가방에서 꺼낸 천쪼가리는 속옷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란제리였다.

입고 있어도 보지 부분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검은 색의 갈라 팬티와 세트인 속이 거의 비치는 브래지어였다. 이건 아내가 몹시, 그것도 아주 기분이 좋거나 아주 몸이 달아올랐을 때 날 유혹하기 위해 입는 승부 속옷이었다. 난 그걸 확인하고 우진이의 예상이 틀렸음을 직감했다.

이미 아내는 우진이에게 100% 넘어간 것이고 오늘 아니면 내일 중으로 아예 보지를 대주고 섹스를 할 생각이 틀림없었다. 

 '오냐, 이정애. 네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나도 아무 양심의 가책도 없이 약점을 잡아 아주 쥐고 흔들어 주마!'

아내를 사랑하는 만큼 배신감도 컸다. 내가 주도한 일이지만 설마 아내가 오늘 이럴 줄은 몰랐다.

어제 애교를 부리며 키스를 해준 행동도 가증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차갑게 머리가 식어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왜 이 속옷만 이렇게 가방 구석에 숨겨놓았던 걸까? 

어차피 대줄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가방 구석에 꼼꼼하게 숨겨둘 이유가 없었다.

곰곰히 생각을 하던 나는 아내가 갈등을 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우진이와 섹스를 할 생각은 없지만 혹시나 하여 챙겨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진이의 예상이 그리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후우~ 일단 좀 더 지켜봐야 확실해지겠군.'

난 가방의 짐을 원상태로 해놓고 별장을 나섰다. 제수씨와 합류하여 아내와 우진이를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이 정답게 놀고 있는 모습에 질투를 느꼈는지 제수씨가 소리쳤다.

 "우리도 놀아요!"

 "네?"

 "저 두 사람만 저렇게 재밌게 놀고 우리만 이렇게 우중충하게 있는 게 불공평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저 두 사람이 부럽지 않게 실컷 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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