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피식 웃으면서 몸으로 손을 가린 다음 우진이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우진이가 가버리자 이제 별장에서는 나와 아내만이 남았다. 난 다시 소파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폈다.
"여, 여보. 담배는 속 버려...."
"내 걱정하는 년이 나하고 친한 동생하고 놀아나냐?"
다시 아내가 고개를 푹 숙이자 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애써 참아냈다.
그 호랑이 같던 아내가 저렇게 팍 기가 죽어있는 모습을 보자니 얼마나 속이 후련한지.
'흐아아아!!! 십년 묵은 체증이 확 터지는 기분이로구나! 이정애! 넌 이제 내 밥이야!'
난 다시 분위기를 잡으며 아내에게 말했다.
"이혼하자."
이혼하자는 내 말에 아내가 떨리는 눈빛으로 날 보며 말했다.
"여, 여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이혼은.... 아, 아이들도 생각해야지."
"아이들은 내가 키워. 내일 장인어른과 장모님께도 그렇게 말할 테니 그리 알아."
"흐흑! 여보, 내가 잘못했어.... 흑! 제발 용서해줘..."
난 이대로 아내를 내버려두고 집으로 갈까 했지만 왜인지 이대로 아내를 두기에는 걱정이 앞섰다.
"일어나. 일단 집에 가자고."
아내는 내 말에 순순히 일어나 내 뒤를 따라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이 되자 난 아내를 데리고 처가로 갔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이혼하겠다고 말하자 장인어른이 크게 대노를 하시며 이유를 물었다. 내가 사실대로 말하자 실로 오랜 만에 장인어른의 성질이 터지고 말았다.
"네가 아주 미쳤구나! 미쳤어!"
"아악! 아빠!"
성질이 폭발한 장인어른이 갑자기 아내의 머리카락을 쥐고 흔들면서 손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어!? 이건 좀 심한데!'
"자, 장인어른! 진정하세요! 진정! 이러다 이 사람 죽겠습니다!"
"아이고! 여보, 애 잡겠어요!"
나와 장모님은 간신히 장인어른을 뜯어 말렸다.
"너 이놈의 계집애!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 넌 우리 가문의 수치야! 당장 호적에서 파버리겠어! 딸 하나 없는 셈 치면 돼!"
"아, 아빠... 흐흑! 잘못했어요...."
"아이고! 이걸 회사 사람들이나 내 친구들이 알기라도 하면.... 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나."
한 회사의 사장이란 직분 때문에 장인어른은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신다.
딸이 다른 남자랑 외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야말로 장인어른은 그 체면이 완전히 뭉개지는 셈이다.
"유, 윤호야."
"네. 장인어른."
"우리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
난 아내를 장모님께 맡기고 장인어른을 따라 부엌으로 갔다.
장인어른은 웬만하면 절대 따지 않는 고급 양주 한 병을 따셔서 나와 술을 마시면서 무겁게 말씀하셨다.
"윤호야."
"네. 장인어른."
"난 처음에 널 봤을 때 굉장히 마음에 안들었다. 내 딸을 건드리고 내 회사 꿀꺽하려는 속이 시커먼 놈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 동안 두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 회사에서도 노력하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사심없이 나하고 네 장모한테 잘하는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지금은 난 널 내 아들처럼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네가 일전에 그랬지? 나하고 네 장모를 친부모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물론입니다."
"그럼 장인이 아닌 네 아비로서 부탁하자. 우리 딸, 네 마누라. 한 번만 용서해라."
"장인어른, 그건...."
"안다, 알아. 네 마음을 내가 어찌 모르겠냐. 하지만 아이들 생각도 해야지."
내가 아이들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장인어른은 나를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리고 난 적당한 선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난 이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알겠습니다...... 장인어른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일단 참겠습니다."
"그래! 그래! 잘 생각했다! 그래야지! 장차 내 회사 물려받을 녀석이 여자 허물 하나 덮어줄 정도의 배포는 있어야지!"
'어?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네? 난 장인어른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아니, 장인어른. 전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은 전혀.... 아내하고 결혼한 것도 그저 아내를 가지고 싶다고만 생각해서...."
"아니! 내가 아들이 있냐 뭐가 있냐? 있는 거라고는 딸내미 하나 뿐인데. 그럼 당연히 사위인 네가 내 회사를 물려받아야지."
"전 그럴 만한 그릇이.... 게다가 이건 마치 아내와 이혼하지 않는 조건인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허! 잔말 말고 그런 줄 알고 있어라. 일단 그 자리에서 경험을 더 쌓는 게 중요하다. 잘 하면 3년 내로 이사 자리에 앉혀 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푸훕! 이, 이사?! 다른 집으로 가는 이사 말고 그 이사란 말인가?!'
내가 너무 놀라 정신이 팔린 사이 장인어른이 아내를 불렀다.
아내는 울상이 된 얼굴로 다가왔다. 울상이어도 이쁜 건 역시 본판이 좋아서 인가?
"너! 윤호가 이번 한 번만 용서한다고 했으니 이제부터 윤호 떠받들고 살아라! 그 성질머리 고치지 않으면 넌 내 손에 죽는 거다? 알았냐?"
아내는 장인어른의 말을 듣고 크게 놀라더니 이내 내 품에 안겨왔다.
"흐흑! 여보, 여보."
누가 보면 내가 죽은 줄 알겠다. 난 아내와 함께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인사를 드린 후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당분간 데리고 있겠다고 하셨다. 아마 나와 아내 단 둘이 시간을 보내게 하려는 속셈이실 것이다. 난 아내에게 내 뜻을 강조를 했다.
"일단 이혼은 안한다는 거지 아직 당신을 용서 하는 건 아니야."
"으응....."
안방으로 들어가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던 중 난 문득 아내가 옷을 갈아입으면서 드러난 속옷 차림을 보고 급격하게 자지가 팽창했다. 내 아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몸매 하나는 끝내준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말 아이 둘을 낳은 유부녀라는 걸 믿지 않을 것이다.
하긴 호랑이 같은 성질만 아니었다면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어디 빠지지 않는 아내다.
난 아내에게 잠시 나갔다가 오겠다고 한 뒤 집을 나서서 우진이에게 연락을 했다.
[형. 어때요? 잘 됐어요?]
"물론이지, 임마. 아주 제대로 됐다. 이게 다 네 덕분이다."
[하하하! 잘 됐네요. 전 혹시 형이 형수님이랑 이혼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야, 내가 아내하고 이혼할 생각이었다면 그런 계획을 왜 세우냐? 아무튼 네 덕분에 일이 잘 마무리 됐으니 이 보답은 꼭 하마."
[에이~ 이미 별장 리모델링 건으로 받을 만큼 받았어요.]
사실 제수씨 일로 우진이에 대한 빚은 아직 남아있었다.
"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내가 장인어른에게 잘 말해서 건수 있으면 일단 널 추천하마. 이번 일로 장인어른에게 점수 제대로 땄거든."
[하하! 그래주시면 저야 고맙죠.]
"그래, 이만 들어가라."
난 전화를 끊고 조금 길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내 차로 가 문을 열었다. 차 안에 아내에게 쐐기를 박을 결정적인 물건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운전석 시트 옆에 놓여진 작은 USB를 집어들었다.
사실 나는 별장 리모델링이 거의 완공됐을 때쯤 공사를 쉬는 날 우진이와 아내 몰래 별장으로 가 CCTV를 설치했다. 이 USB에는 바로 그 CCTV가 녹화한 동영상 파일이 들어있다.
난 USB를 들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조용하게 시간이 흐르고 대략 밤 9시가 되자 아내가 내게 말했다.
"여보, 안 자? 내일 출근해야 하잖아."
"회사에 미리 얘기해뒀어. 이혼 문제로 당분간 쉬겠다고. 뭐 이혼은 안하기로 했으니 그 핑계로 며칠 쉴 생각이야."
"그, 그래? 잘 됐다. 그런데 당신 지금 뭐해?"
난 지금 내 노트북을 TV에 연결하는 중이다. 난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어제 왜 별장에 갔는지 알고 싶어?"
"으응?"
"요즘 그 근방에 도둑이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걱정이 됐지. 해서 리모델링이 거의 끝날 쯤에 별장으로 가서 CCTV를 설치했어."
"C, CCTV!?"
아내는 CCTV라는 말에 크게 당황했다.
"CCTV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가보았더니 불이 켜져 있어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지. 뭐 갔더니 도둑이 든 것보다 더 놀란 만한 광경을 보게 되었지만."
"여, 여보."
"이 USB에 CCTV가 녹화한 내용이 담겨있지. 지금부터 그걸 볼 생각이야."
아내는 재빨리 USB를 들고 있는 내 손을 붙잡고는 애절한 표정으로 애원한다.
"제, 제발 보지마. 응? 여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그것만은....."
하긴 이 안에 그동안 별장에서 우진이와의 행각이 들어있으니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렇게 빌께. 응? 제발....."
난 아내의 간절한 애원에 못이기는 척 했다.
"좋아. 대신 이건 내가 계속 보관하겠어. 그리고 당신이 당신 죄를 망각하고 또 날 업신여기거나 배신하는 행위를 한다면 난 이걸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보여드리고 이혼을 요구하겠어. 체면을 중시하는 장인어른이라도 이걸 보신다면 체면이고 뭐고 당신을 정말 쫒아낼 지도 모르지."
"내, 내가 언제 당신을 업신여겼다고....."
"예전에 나보고 무능한 주제에라고 말한 거 기억 안나?"
"그, 그건 당신이 그날 내 생일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술먹고 들어오는 바람에 홧김에.... 절대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니야!"
어...................? 잠깐? 생일? 순간 나는 달력으로 눈이 갔다. 난 아내가 내게 했던 그 말을 언제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XX월 XX일. 그리고 아내의 생일도 XX월 XX일.... 똑같은 날짜다.
'그, 그럼 모든 원인이 바로 내 탓이었단........ 말이잖아.....'
남편이라는 놈이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리다니..... 생일날을 잊어버리고 술까지 마시고 들어왔으니 아내가 빡칠 만 했다. 게다가 결국 아내가 먼저 무언의 사과를 하게 만들고....... 이, 이런 바보 같은 자식이 있나!
"흐흑! 당신이 집보다 회사에 더 오래 있으니 혼자 애들 키우면서 너무 힘들고 외로웠어. 하지만 당신이 회사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이는지 다 아는데 거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해. 흐으윽! 참고 또 참고 있었는데 당신이 내 생일도 잊어버리고 술먹고 들어오니까. 너무 서럽고 섭섭해서 홧김에 한 말이었어...."
"하, 하지만 그렇다고 바람을 핀 건......"
"훌쩍! 훌쩍! 당신 자존심 상할까봐 당신 없을 때 회사 찾아가서 회사 사람들한테 당신 잘 좀 부탁한다고.... 흑! 흑! 그 사람들 집까지 찾아가 부탁하고 다니느라 지치는데 집에 와서는 아이들 키우느라 점점 스트레스는 쌓이지, 내 스트레스 받아 줄 만한 사람은 당신 밖에 없잖아. 흑흑! 그런데 당신이 내 생일까지 잊어버리고..... 외롭고 쓸쓸한데 갑자기 우진씨가 친절하게 다가오니까 나도 모르게...... 흐흑!"
호랑이 같던 아내가 사실은 내조의 여왕이었다. 허탈하다, 한심하다. 모든 것이 내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데 난 그런 아내의 진실된 모습도 모르고 그런 계획까지 세워 아내를 괴롭히려고 했다니.
게다가 미라, 제수씨와 바람까지 피고 장인어른에게 매질까지 당하게 만들었다.
엄청나게 충격을 받은 나는 혼자 자겠다고 말하고는 아내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소주를 꺼내 마신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차라리 모든 사실을 아내에게 털어놓고 용서를 빌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아, 안 돼. 말할 수 없어.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아내와 이혼하게 될 지도 몰라.'
절대 아내에게 진실을 고백할 수 없다.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
그리고 이제와서 아내의 진실된 모습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내의 성질머리가 장인어른도 질릴 정도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난 스스로 내 자신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애써 위안을 하다가 문득 USB로 눈길이 갔다. 아내와 우진이의 행각이 녹화된 동영상 파일이 들어있는 USB.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걸 노트북에 연결하고 동영상을 재생을 하니 아내와 우진이가 그동안 별장에서 어떤 행각을 벌이고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고화질의 동영상과 노트북에 연결된 헤드폰으로 아내와 우진이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호호호! 정말이에요?]
[아아~ 우진씨. 그러지 마요~ 하응~]
[쭈웁~ 쭙~ 우진씨 정액 맛있어요....]
[아아아~ 우진씨 거긴~ 하으응~]
[하악! 우, 우진씨. 거, 거길 좀 더.... 으응! 그, 그래요~ 거길 좀 더 깊숙하게.... 하앗~]
동영상을 통해 아내와 우진이의 행각을 보자 나는 아내에게 분노와 질투를 느끼며 내 자신을 정당화 시키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원인이 내게 있다고 하더라도 동영상에서 나오는 아내의 모습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동영상에서 아내는 지금까지 남편인 내게 해주던 것보다 더 정성껏 그리고 더 야릇하게 우진이와의 음란한 행위를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까지 내 책임은 아니었다.
남편인 나보다 우진이와 함께 있을 때 더 창녀같이 행동한 건 아내 스스로 선택한 일이니까.
노트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아내는 침대 위에 앉아 다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