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벌써 반년이 지났다.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미라와의 관계도 청산하고 말았다.
내가 정했던 한계선을 두 사람이 넘어버려 내린 결정이었다.
내가 정한 선은 두 사람이 가정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선 장기 출장을 가야 해서 일주일 동안 집에 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몰래 아내와 미라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다음 날 아내는 아이들을 장인어른 댁에 맡긴 뒤 미라와 함께 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6일 동안 별장에서 지냈다. 별장에서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말하기도 싫다.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와 미라에게 내가 본 모든 것을 말하고 이혼을 하자고 했다.
아내와 미라는 사색이 된 채로 내게 사과를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이들을 생각해 달라는 아내의 애원에 나는....
'6일 동안 별장에서 그놈들과 지내는 당신들을 보니 더 이상은 내가 버티지 못하겠더라.'
그 말이 결정적이 되어 아내와 미라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합의 이혼 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집에서 나와버렸다.
법원에서 이혼이 결정됨과 동시에 장인 어른의 회사도 그만 두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다.
핸드폰 번호도 바꾸어 아내는 물론 미라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남자 혼자 살려니 큰 집도 필요없어 회사 근처의 작은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생활비는 그동안 모은 돈도 꽤 있어 솔직히 돈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후우~ 지친다."
업무를 끝마치고 귀가 하던 도중이었다. 원룸 근처 편의점을 지나가는 길에 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어머? 윤호씨,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그녀의 이름은 장희지. 내 방 바로 윗층에 사는 여자였다. 반 년 전 내가 처음 원룸에 이사왔을 때 윗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조금 주의를 주러 갔었다. 알고 보니 그녀도 나와 같은 날 이사를 왔는데 이삿짐을 힘들게 옮기느라 시끄러웠던 것이다. 결국 내가 도와주다가 친해진 경우다.
그 후로 자주 점심을 같이 먹거나 힘 쓸 일이 있으면 내가 해주고는 했다
"이제 퇴근하시나 봐요?"
"네. 그런데 희지씨는 왜 편의점 앞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계세요?"
"아, 좀 일이 있어서...."
그녀의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 회사 근처에 있는 휘트니스 클럽에서 일한다고 한다.
일전에 같은 식당에서 마주쳐서 같이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때 클럽 손님들 중에 성희롱을 하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객관적인 외모로 볼 때 희지씨는 미인에 속한다. 헬스 트레이너 답게 몸매도 좋고.
특히 가슴이 아내 만큼은 아니더라도 미라와 엇비슷할 정도로 풍만하다.
아니 아내의 가슴이 한국인 답지 않게 풍만한 것일 뿐이다. 아이를 낳은 후 F컵과 G컵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을 정도니까. 솔직히 내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꼭 내 여자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으니까.
"또 못된 짓 하는 손님 때문인가요?"
"......네, 좀."
"옮겨버려요. 희지씨라면 다른 클럽에서 모셔가려고 할 텐데."
"픽!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언제까지 헬스 트레이너를 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한계가 올 텐데요."
"그럼 다른 일도 알아보고 있는 건가요?"
"네. 원서를 여러군데 넣었는데......"
아마 다 떨어진 모양이다. 요즘 취직이 힘들 기는 하다. 나도 솔직히 장인어른 빽으로 취직했고 이사까지 했었으니. 지금 다니는 회사도 이사였다는 경력 때문에 붙은 거고.
"어디 어디 넣었는데요?"
"XX사하고 QQ, 그리고 TT, CCC 쪽도 넣었는데 다 불합격 통보 받았어요."
"잠깐? TT에도 넣었어요?"
"네."
TT사를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장인어른의 회사였으니까. 내가 이사로 있던.
비록 사표를 냈지만 이사였던 내 전화 한통화면 사람 하나 넣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졸지에 희지씨의 푸념을 들어주는 신세가 됐다.
"세상 살기 정말 힘드네요~"
"그렇죠, 뭐."
벌써 몇 캔째 마시는 건지. 이러다가 여기서 밤 새겠다 싶어 억지로라도 희지씨를 데리고 원룸으로 가기로 했다.
"이잉~ 아직 더 마실 수 있는데~~"
"발음이 벌써 꼬이고 있거든요? 마시더라도 집에 가서 마셔요."
"히히! 그럼 우리 맥주 사가지고 가요~ 안주도~! 안주느은~ 윤호씨가 쏘기~!"
하아~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결국 맥주 캔 3캔과 안주를 사서 원룸으로 갔다.
희지씨를 데려다 주고 곧바로 내 방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녀가 붙잡는 바람에 강제로 마시게 됐다.
"그런데 정말 괜찮아요?"
"뭐가요~?"
"여자 혼자 사는 방에 남자 데리고 와도 되냐고요?"
"히히! 윤호씨라면 안심! SAFE! OK?"
"이유를 모르겠네요."
"히끅! 윤호씨는.... 다른 남자들처럼 날 보지 않으니까요. 뭐랄까?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초탈해버린 스님?"
틀린 말은 아니지만 초탈해버린 스님이란 표현은 진짜 스님들에게 실례였다.
뭐 관심이 없는 건 맞지만 발기부전으로 강제로 고자가 된 경우니까.
물론 발기부전이 낫는다고 해도 이상한 마음을 품을 생각도 없었다.
"빽도 없지, 학력도 안 되지, 돈도 없지..... 저도 이제 20대 중반이 다 되었는데 더 늦기 전에 그냥 미모 하나 믿고 돈 많고 나이 많은 아재나 잡아서 결혼이나 할까봐요~"
"그런 말은 더 도전해 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네요."
"킥킥! 농담이에요~ 혼자 살면 혼자 살지 돈만 보고 늙은 영감하고 결혼하고 싶진 않아요."
"그거 다행이네요."
갑자기 희지씨가 살짝 풀린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윤호씨한테 시집가버릴까요?"
"푸헉! 농담도 참."
"왜요? 저 싫어요? 이 정도면 예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관두세요. 전 이제 여자한테 관심 없으니까요."
"혹시 게이?"
"아니거든요. 그냥..... 이제는 혼자 살고 싶은 것뿐이에요."
턱을 괴고 멍하니 나를 보던 희지씨가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윤호씨 눈빛..... 뭔가 우수에 젖어있는 것 같아서 멋있네요."
우수에 젖기는 무슨. 그냥 등신이라서 그런 거다. 사랑하는 여자들을 망가뜨린 등신.
그것도 모자라 도망치기까지 했으니 상등신이다.
"윤호씨, 혹시 이혼남이에요?"
"에? 어떻게 그걸...."
"여자한테 관심없다, 혼자 살고 싶다. 여자한테 심하게 상처받은 남자들이 그런 말 하잖아요. 특히 혼자 살고 싶다고 하면 이미 한 번 여자랑 살아봤다는 의미고. 그러니까 이혼남이라고 생각했죠."
상당히 날카로운 안목을 가졌다. 고작 그거 가지고 내가 이혼남이란 걸 알아채다니.
뭐 숨길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물론 입에 담기 힘든 부분은 제외하고.
"희지씨 말은 맞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원인제공자가 저거든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윤호씨 나쁜 남자였네요?"
"그냥 등신이죠. 상등신."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못난 남자가 바로 나다. 아내와 미라를 망가뜨린 원인제공자면서 그 책임에서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도망쳐버린 겁쟁이였다. 씁쓸한 상처가 더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자학을 하며 맥주를 마시던 때였다. 계속 나를 멍하니 바라보던 희지씨가 갑자기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쪽."
"희, 희지씨?!"
갑자기 내 볼에 키스를 하는 희지씨의 행동에 깜짝 놀라는 나를 그녀는 아련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저, 이상하죠? 윤호씨만 보면 자꾸 위로해주고 싶어져요."
"자, 잠깐만요! 술을 너무 마신 것 같은데. 이만 쉬는 게 좋겠네요. 전 이만."
"가지 말아요!"
희지씨는 보기와 다르게 상당히 근력이 좋았다. 역시 헬스 트레이너다웠다.
그녀는 나를 바닥에 넘어뜨리고는 그대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 천천히 입술을 부딪혀 왔다.
"쪽..... 윤호씨. 저 지금 술김에 이러는 거 아니에요."
"희지씨. 우리 진정하고 대화로 하죠."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희지씨는 다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왔다.
반 년만에 느끼는 여자의 부드러운 입술이었다. 보통 남자라면 대부분 여기서 저질러 버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현재 여자를 안을 수 없는 몸이지 않은가. 부끄럽지만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내 치부를 드러내야만 했다.
"희지씨. 저 여자하고 못 자요."
"네?"
"저...... 서질 않아요."
아내와 이혼하고 미라와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결심이 섰던 그 날 이후...... 내 자지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발기부전이었다. 의사에게 상담도 했는데 육체적인 문제보다 정신적인 문제란다. 그냥 이대로 살아도 상관없다고 여겨 고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희지씨는 내 말의 의미를 단번에 파악했다. 혹시 내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닐까 유심히 살펴보는 듯 하다가 곧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알고 내 위에서 내려왔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어요?"
"병원에서는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하네요. 그저 정신적인 문제라는데.."
"이혼한 전 부인 때문인가요?"
내가 발기부전이 된 원인은 아내와 미라 탓이 맞다. 그러나 그 원인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나이기 때문에 아내와 미라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자격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럴 생각조차 없었다.
지금은 오히려 지금 이 상태가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내를 원망할 생각은 없어요. 아니 그럴 자격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고요. 전 지금 이 상태로 만족하고 있어요."
".....윤호씨."
"저 이만 가볼게요."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그때 갑자기 희지씨가 날 붙잡아 침대에 눕혀버렸다.
그리고 자기도 침대 위로 올라왔다.
"윤호씨. 옷 벗어요."
"네?!"
"빨리요."
희지씨는 막무가내였다. 내 인생에 여자한테 강제로 옷이 벗겨진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아내에게 강제로 벗겨진 적은 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힘으로 벗겨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깐! 잠깐! 희지씨 좀 진정하고! 우리 솔직히 그런 사이도 아니잖아요!"
"지금부터 그런 사이 되면 되잖아요! 나 전부터 윤호씨 좋아하고 있었다고요!"
뜻밖의 고백에 나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희지씨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언제.... 부터요?"
"윤호씨가 다른 남자들처럼 징그러운 눈빛으로 절 보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요. 저..... 사실 숨기고 있는 게 하나 있어요. 그것 때문에 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웠어요."
"숨기고 있는 거라뇨?"
희지씨가 아무 말 없이 상의를 벗자 스포츠 브래지어가 드러났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스포츠 브래지어를 걷어 올리면서 수박 두 덩어리가 출렁하고 드러났다. 맙소사! 저게 정녕 한국 여성의 가슴이 맞단 말인가! 아내보다 더 큰 유방은 처음 봤다.
저건 아내처럼 F컵과 G컵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닌 완전한 G컵이었다.
더불어 스포츠 브래지어의 위대함에 놀랐다. 저 풍만한 유방을 그 정도로 숨겨주고 있을 줄이야.
"여자로 인해 받은 상처는 여자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내가.... 윤호씨를 치료해줄게요."
가슴에서 느껴지는 G컵의 무게가 느껴지자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졌다.
반 년 동안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나조차도 흔들릴 정도였다. 육감적인 몸매와 한국에서 희귀종인 G컵의 유방을 가진 미인이 나를 좋아한다는 고백은 그만큼 내게 큰 타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도망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여자도 나로 인해 망가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더 이상 피해자를 늘려서는 안 되었다.
"미안해요."
나의 거절에 희지씨는 오히려 오기가 발동했는지 갑자기 내 팬티를 벗겨버렸다.
"희지씨!!!?"
"이, 이게 남자의...... 꿀꺽! 시,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이럴 수가! 그럼 희지씨는 남자하고 자본 경험이 전혀 없단 말이 아닌가.
저 미모에, 저 몸매에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남자하고 자본 적 없어요?"
"사겨본 적도 없어요. 다들 제 가슴만 보느라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 시선들이 징그러워서 제대로 연애 한 번 안해봤어요."
"그, 그럼 제가 희지씨의 첫 남자...... 라는.....?"
"그런 셈이죠."
안 된다. 희지씨 같은 좋은 여자가 나 같은 놈과 귀중한 첫 경험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헬스 트레이너라고 해도 남자와 여자는 선천적인 근력의 차이가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희지씨를 떼어놓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저항을 시도하기도 전에 희지씨의 손에 소중한 내 자지가 붙잡히는 바람에 꼼짝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징그럽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보니 좀 귀여운 것 같아서 거부감이 없네요. 윤호씨 거라 그런가?"
귀여운 그 모습에 솔직히 두근거렸다. 아내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그 느낌과도 비슷했다.
"걱정마세요. 경험은 없더도 지식은 있으니까. 잠시만 얌전히 있어주세요. 하음~"
"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