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화 (30/43)

삼켰다. 삼켜버렸다. 누구도 침범한 적이 없었던 희지씨의 입 속에 내 자지가 삼켜져 버렸다.

자지에서 느껴지는 희지씨의 혀의 움직임이 골반을 타고 그대로 뇌속으로 전달되었다.

확실히 어색한 움직임이지만 어떻게든 내 자지를 발기시키겠다는 정성과 노력이 느껴졌다.

이런 여자가 또 있을까? 처녀면서, 내가 발기부전이라는 걸 알았으면서,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희지씨의 애정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희지씨.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정말 여기서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 희지씨 같이 좋은 여자의 사랑을 받은 자격이 없는 놈이에요."

"또 그 소리에요? 대체 왜 그렇게 자기비하를 하는 거예요?"

"난.... 난...."

"말해줘요.. 그렇지 않으면 나 포기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말하자. 희지씨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나 같은 놈과 연결되는 것보다 그게 그녀를 위하는 길이다.

나는 희지씨에게 아내와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내가 아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미라와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 내가 미라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내가 아내와 미라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그리고 내가 왜 아내와 이혼하고 미라와의 관계를 정리했는지에 대해 모조리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희지씨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내 뺨을 때렸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요! 어떻게, 어떻게 그런 짓을.... 제 방에서 나가 주세요."

"미안해요."

옷을 고쳐 입고 방을 나설 때까지 희지씨는 나를 더러운 오물처럼 여기는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났다. 우연히 희지씨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나를 보더니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처럼 대해주었다면 좋으련만 그런 행동이 오히려 그녀에 대한 죄책감으로 나를 힘들게 했다.    

"한가롭네.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공휴일에 할 일도 없어 그냥 계속 TV만 보다가 시간을 보내던 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응? 누가 날 찾아올 일이 없는데."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생각하여 가만히 있으니 곧바로 다시 문에서 똑! 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해서 문을 열어보니....

"오랜 만이네."

아내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전 아내인 이정애였다.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이혼하기 전부터도 스타일이 세련되었던 아내였는데 반 년만에 만난 아내는 다른 스타일의 세련미를 자랑하는 미인으로 바뀌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헤어스타일과 악세사리였다. 파마를 했는지 살짝 웨이브가 진 머리카락과 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디자인의 귀걸이와 목걸이. 특히 악세사리는 귀찮다고 안하던 여자였는데.

그나저나 여긴 대체 어떻게 안 걸까?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나 계속 여기 세워둘 거야?"

"무슨 일이야?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싸늘한 내 음성에 아내, 아니 이정애, 아니, ..........그냥 아내라고 해야겠다.

아무튼 내 말에 아내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애절하게 느껴진 나머지 나도 모르게 안에 들이기로 해버렸다.

"일단..... 들어와."

아내는 안으로 들어오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좁네. 짐도 별로 없고."

"남자 혼자 사는데 이 정도면 됐지. 앉아."

앉으라는 말에 아내는 입고 있던 정장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새하얀 정장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아내의 몸매는 여전히 육감적이었다.  

누가 아내의 저 몸매를 보고 아이 둘을 낳은 이혼녀라고 생각하겠는가.

타고난 미모에 몸매까지 받쳐주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20대 아가씨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입고 있는 새하얀 정장 셔츠가 좀 얇은 천이라 검은 브래지어가 아주 희미하게 비치는 것이 아닌가. 보통은 같은 흰색을 착용할 텐데 말이다.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어?"

"사람을 좀 썼어."

흥신소 같은 곳에 의뢰를 했다는 말이었다.  

"미라도 알아?"

"아니. 아직 나만 알고 있어. 미라 동생한테는 집에 가서 얘기하려고."

"아직 같이 살고 있는 거야?"

"응. 나도 그렇고, 미라 동생도 그렇고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어."

솔직히 좀 의외였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그냥 지냈지. 그러는 당신하고 미라는?" 

"우리는....."

  

아내의 말에 따르면 볍원에서 이혼이 결정되기 전에 그러니까 내가 집을 나간 뒤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별장에서의 일들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동네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단다.

그 일로 동네 주민 몇 명이 찾아왔는데 처음에는 아니라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이 뜻하지 않게 커졌고 기자까지 취재를 하러 오자 잔뜩 겁을 먹은 아내는 서둘러 별장을 처분하고 핸드폰 번호도 바꾼 후 며칠동안 집에서 나오질 않았다고 한다.

"당신한테 연락하려고도 했는데.... 염치가 없어서.... 큰일을 겪고 나니 당신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할 말이 뭐야? 사람 써가며 날 찾았으니 용건이 있을 거 아냐."

아내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이내 결심을 한 듯 나와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당신..... 우리 용서해주면 안 될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내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당신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당신하고 미라한테 화가 난 게 아니야. 난 당신들한테 화낼 자격도 없는 놈이니까. 그저..... 내가 버티지 못해 이혼하자고 한 거야. 그런데 누가 누구를 용서한단 말이야?"

"차라리 화를 내. 그래야 우리 마음도 조금이나마 편해질 것 같아."

"화를 낼 자격도 기운도 없어. 뭐 그래도 그게 당신하고 미라가 편하다면. 용서할게. 이제 됐지?"

"그럼 우리 다시.... 합칠까?"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갑자기 합치자는 말이 왜 나온단 말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당신하고 다시 합쳐?"

"미, 미안해. 내가 너무 성급했지? 그냥 못들은 걸로 해줘. 아, 당신 점심 먹었어?"     

"아니. 아직 안 먹었는데."

"그럴 줄 알고 내가 반찬 좀 가져왔어. 빨리 차릴 테니까 같이 먹자."

내가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아내는 싱크대로 가 점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부부로 살았는데도 나는 아내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누군가 차려준 밥을 먹어본 지도 꽤 오래 되었으니 이번 한 번만 신세를 지기로 했다.

TV를 보면서 점심 준비가 다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음식을 차리는 아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육감적인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타이트한 정장을 입은 아내의 뒷모습.

이렇게 보니 스커트도 조금 짧은 편이었다. 스타일의 변화에 혹시하는 생각이 들어 물어보았다.

"당신 혹시 남자 생겼어?"

"뭐?"

"아니 평소에 불편하다고 악세사리 같은 건 잘 안했잖아."

"아아, 이거? 그냥. 그리고 우리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남자가 생겼겠어! 그럼 당신은.....?"

"나? 없어. 앞으로도 그럴 생각도 없고."

"아니 왜?"

"관심이 없어졌다고 할까? 시들시들해. 아, 그런 표정 짓지 마. 당신 탓도, 미라 탓도 아니니까."

아내와 이혼하고 미라와의 관계를 정리한 다음 여자에 대한 관심이 소수점 만큼도 생기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예쁜 여자들한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으니까.

다만 희지씨만이 예외였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날 혐오하고 있겠지.

반년 만에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받고 뭐랄까.... 조금 따뜻한 기운을 얻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 설거지까지 해주고. 그런데 갈 줄 알았던 아내가 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당신 안가?"

"응. 조금만 더 있다가 갈게."

딱히 불편한 점도 없거니와 당장 가라고 내보내는 것도 미안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예 저녁까지 같이 먹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나 좀 씻을게."

아예 샤워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다 씻고는 검은 란제리 차림으로 나왔다.

희미하게 비치는 셔츠 안에 검은 색의 브래지어를 보긴 했으나 설마 저런 것일 줄은 몰랐다.

"당신 안 씻어?"

"씻어야지."

샤워실에 들어온 뒤 나는 거울을 보며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아내가 속옷 차림 그대로 있었다.

"당신 집에 안 가?"

"으응.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될까?"

"뭐?"

"아니. 벌써 어두워졌고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좀 무섭잖아."

강도가 덮쳐도 악을 쓰며 달려들 호랑이 같은 아내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후우~ 마음대로 해."

어쩔 수 없이 그러라고 하고는 이불과 베게를 꺼내 바닥에 누웠다.

"당신은 침대에서 자. 난 바닥에서 잘 테니까."

"벌써 자게? 이제 9신데?"

"내일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거든. 적어도 여기서 6시에는 나가야 해."

"회사 일이 힘들어?"

"평소에는 널널해. 요즘이 바쁜 때지. 그럼 먼저 잘게."

내가 자리에 누우려 하자 그때 아내가 날 멈춰 세웠다.

"침대에서 같이 자."

"1인용이라서 당신 불편해. 그냥 난 바닥에서 잘게."

"괜찮으니까 같이 자. 응?"

뭔가 애절해 보이는 아내의 음성에 나는 하는 수 없이 침대로 올라갔다.

이혼을 했어도 난 여전히 아내에게 약한 것 같다. 침대에 눕자 아내가 내 곁으로 바짝 붙었다.

"오랜 만에 당신하고 이렇게 자보네?"

"그러게. 이혼하고 반년 만이니...."

눈을 붙인 후 20분? 30분 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갑자기 아내가 날 불렀다.

"당신 자?"

"..........."

자고 있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아내의 손이 슬그머니 내 하반신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샤워실에서 느꼈던 느낌에 확신이 들었다. 차림새부터며 여기서 자고 가겠다고 한 것까지. 

아내는 이곳에 올 때부터 날 유혹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당신 정말 자?"

계속 물어오는 것이 내가 깨어있다는 걸 이미 눈치 챈 모양이다.

아내는 대담하게 손을 내 트레이닝 바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 넣더니 아예 팬티 안까지 침범했다.

부부로 지낼 때처럼 강제로 발기시켜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 작정이었다.

그러나 아내의 의도와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

한참을 애무해주던 아내도 이내 포기를 했는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자 아내가 차려준 식사를 먹었다. 출근 준비를 도와주는 아내의 손길에서 옛 추억이 떠올려졌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때 그 시절을 말이다. 

"이제 오지마."

"당신 부담되면 가끔씩만 올게."

"아니. 그냥 이제 오지 않아도 돼. 당신은 당신대로, 난 나대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아이들은 보고 싶지 않아?"

"보고 싶어. 하지만 보지 않을래. 무책임한 아빠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어."

"첫째는 아빠 보고 싶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우는데?"

"........."

빌어먹을. 갑자기 아이들 생각이 나니 눈물이 났다. 하지만 만나고 싶지 않다.

아이들까지 만나면...... 난 평생 아내를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럼 난 너무 힘들어지고 결국 아내도 힘들어진다. 그리고 결국 우릴 기다리는 건 또 다른 이별 뿐이다. 그냥 여기서 끝내고 싶다.

"정말이야. 앞으로 오지 마. 오면 나 또 사라질 거야."

"그럼 다시 사람 써서 찾을 거야."

"..........."

아내의 고집을 누가 말리겠는가. 그냥 이대로 내가 냉담하게 대하면 알아서 떨어질 것이다.

다음 날이 되자 미라가 찾아왔다.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부어있었다.

"윤호씨....."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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