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3/72)

잠시 말을 끊은 호리구치는 마사오의 눈을 쳐다보며 계속 말했

다.

'야마오카나 이와다에게 빌린 돈도 아직 갚지 않았잖아.'

호리구치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마사오는 아직 그들에게

돈을 갚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꼭 이런 자리에

서 꺼낼 건 없지 않는가 하고 마사오는 떫은 표정이 되었다 그리

고 유리코의 표정에 신경쓰면서 뭔가를 감추려는 듯이 맥주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러나 호리구치는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한 탓인지 주체성이

없느니 인간성이 제로니 하면서 마사오를 향해 맹렬한 비난을 퍼

부었다.

'알겠어?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이 새끼, 유리코 앞에서 폼을 잡고 싶어서 이러는군, 하고 마사

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지껄이고 싶으면 실컷 지껄여라. 이

렇게 공짜 술을 얻어먹고 있으니 할 수 없지. 마사오는 호리구치에

게 빈축을 사도, 층고를 들어도 그저 응, 응 하고 순순히 고개를 끄

덕여 보였다

. 현재의 너는 그야말로 빈대새끼지 꿔냐.'

그때 갑자기 유리코가 호리구치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호리구치 씨 , 그런 말투는 실례예요. 나 불쾌해서 더 이상 들

을 수가 없어요.

그러더니 경직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가 버렸

아연해서 유리코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호리구치는 떨떠름

한 표정으로 마사오를 보았다.

'내가 너무 심했냐?나는 술이 들어가면 딴사람에게 시비를 걸

고 싶어져. 지나쳤다면 용서해라, 마사오.

'뭘,아냐! 어차피 나는 빈대인걸 꿔 "

마사오는 맥주를 단숨에 비워 버렸다.

'그런데 저 아가씨는 네 피앙세냐?'

응, 약혼식 때 너도 초청해 주지 '

부잣집 외동아들과 유명한 꽃꽂이 대가의 동생이라면 아주 어울

리는 부부가 되지 않겠냐고 마사오가 짐짓 맞장구를 쳐 보이자, 호

리구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근데 시마하라 유키 씨의 악취미가 문제야.우리 부모님이 꽤

신경쓰이는 눈치더라고.'

아아,그 미소년을 좋아한다던가 하는... ..

시마하라 유키는 아마노 기쿠오라고 하는 미소년을 집에 하숙시

키며 고등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이것이 {실화 선데이}니 {주간 보

도}니 하는 주간지에 게재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아마노 기쿠오라는 소년은 가야금의 대가인 키네야 카츠사부로

가 술집 여자와의 사이에 낳은 자식이라던가 하여 출신이 확실하

지 않았는데 시마하라 유키가 취미로 키네야 카츠사부로에게 가

야금을 사사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자기 집에 아마노 기쿠오를 하

숙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문제가 된 것은 심야에 시마하라

유키와 아마노 기쿠오가 손을 잡고 귀가하는 모습을 {실화 선데이}

가 잡은 것이었다. 그것도 취해서 비틀거리는 아마노 가쿠오를 시

마하라 유키가 껴안듯이 감싸고 있는 광경으로, '시마하라 유카에

게 너무 젊은 제비'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었다. {주간 보도}는 택시

에서 어깨를 서로 기대고 앉아있는 시마하라 유키와 아마노 기쿠

오의 사진 입수에 성공, {실화 선데이}와 거의 동시에 게재했다.

'너무 젊은 제비'라는 표현 그대로 아마노 기쿠오는 십칠 세의 미

소년으로. 여자라고 해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단아한 얼굴을 가지

고 있었다. 시마하라 유키가 정감있는 계란형 얼굴에다 기품있는

미망인인 만큼 텔레비전 등에서 전문가까지 등장하여 그들의 관계

를 여러 측면으로 억측하거나 추리하척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

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언젠가 시마하라 유키가 전시회장으로 몰려온 취재반에게 곤혹

스러운 질문 세례를 받게 되었는데, 유키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기

쿠오와 자신과의 사이에 그런 불륜관계는 절대로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런 지저분한 상상을 기재하거나 방송하는 매스

컴 관계자를 비난했다

그러나 그 미소년을 집에서 내보내는 일은 생각해 보지 않았느

냐는 어느 여기자의 질문에 대해 시마하라 유키는 쓸데없는 친절

이군요, 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아무래도 시마하라 유키 씨의 미소년광은 사실인 것 같아. 유

리코도 그 일로 가슴아파 할 때가 있거든. 하긴 뭐, 그런 일은 나와

유리코에게 별로 관계없는 일이지만 말이야.'

마사오는 그저 그렇지 , 하고 맞장구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빨리 결흔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만약 그게 사실이

라면 그런 환경에 그녀를 둔다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을 같아서 말이

다 '' ?

마사오는 어쨌건 너희 둘의 행복을 빌어 주마, 하고 말하고 자리

에서 일어섰다.

사실 유리코의 언니가 미소년광이라든가,그 동생이 머리가 텅

텅 빈 부잣집 아들과 결혼한다던가 하는 것이 자기와 무슨 상관이

란 말인가. 마사오는 아까부터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벌써 가려고?"

'그래,정말 잘 얻어먹었다.고맙다."

다음엔 둘이서만 만나라, 이 새끼야, 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린 마

사오는 다시 고양이 등이 되어 카페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마사오 씨!"

마사오가 막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뒤에서 유리코가 빠

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뺨을 가볍게 떨면서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호리구치 씨가 그떻게 실례되는 말을 해서.'

아뇨,별 생각 없습니다."

마사오는 쓴웃음을 지엇다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그러더니 유리코는 고급스런 가죽 핸드백에서 십만 엔짜리 수표

를 꺼내 마사오의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실례인 줄은 압니다만,차비나 하세요.'

그녀는 마사오에게 가벼운 목례를 해보이고 카페 쪽으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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