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5화 (15/72)

이제 끝이야......

'어이,아가씨,좀더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려.

절망의 한계에 다다른 유리코는 마사오의 지시에 망설이지 않고

얼굴을 돌렸다.

찰칵,찰칵 소리가 들렸다

'하하하,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 말고,환하게 한번 웃어 보라

마사오는 어둡고 슬픈 유리코의 표정이 한없이 즐거웠다,

'이봐, 좀더 대담한 포즈를 취했으면 좋겠는데. 아가씨, 양 다리

를 벌려 보지 않겠어?'

유리코는 마사오의 잔인함에 도전이라도 하듯이 눈을 꼭 감으면

서 매끄러운 양 다리를 힘껏 좌우로 벌렸다.

'됐어요? 이렇게 하면 되나요?"

'그래 그래,그떻게.'

마사오는 연신 들뜬 소리를 내며 셔터를 눌러댔다

'네 그것을 클로즈업해서 찍어 두고 싶은데.'

마사오는 다리를 벌린 자세로 이를 악물고 있는 유리코 앞에 다

가가 허리를 굽히며 초점을 맞췄다

이 확대사진이 나오면 네게도 보여 주지."

마사오는 그렇게 말하며 셔터를 눌러댔다

유리코는 벌린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속눈썹을 내리깔고 억울

한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일종의 쾌감 같은 것이 체내의

깊은 곳에서 끓어올라 오는 것을 느꼈다.

피학의 괘감인가? 그렇다, 전락해 가는 피학의 쾌감, 그런 것이

셔터소리가 날 때마다 유리코의 가슴에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좋아,이만하면 됐어 "

마사오는 필름 한 통을 다 찍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유리코를

묶은 줄을 풀기 시작하였다.

줄이 다 풀리자 유리코는 힘없이 그 자리에 푹 주저앉아 버렸다

'정신차려,이 아가씨야."

마사오는 흩어져 있는 옷과 속옷을 주섬주섬 모아 유리코 앞에

하나하나 던졌다.

'자, 이제 그 예쁜 꼬까를 입고 집에 가거라. 언니가 걱정하고

있을 테니.

마사오는 일부러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실컷 놀림을 당하고 수치를 당한 유리코가 다시 저 예쁜

옷을 입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로 귀가할 것을 생각하니 속

으로는 우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것으로 이 여자는 이제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마사오는 득의

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다음에는 이 유리코를 포로로 해서 유리

코의 언니를 내 것으로 만들어 주겠다. 마사오는 마치 사무라이라

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사오의 뇌리에 다시 여러 가지 공상

이 떠오른다.

동생의 일로 꼭 할 애기가 있다고 불러내서 앞으로 이사갈 예정

인 맨션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을까. 유리코에게 전화를 걸게 해서

불러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유키에게 오늘 찍은 유리코의 외설

스런 사진을 보이고 이 필름을 얼마에 사 줄 것인가, 하고 협박을

한다 아니, 미리 사진을 그녁에게 보내고 그 필름을 백만 엔에 팔

겠다고 하면 그 정도의 돈쯤 당장 준비해서 내 맨션으로 달려을 것

이다 그러면 나는 백만 엔의 현금과 유리코의 필름을 교환한다.

그녀는 아마 후련한 표정으로 일어설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허리

를 휘청거리며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겠지. 흐흐. 왜냐하면 내가 그

녀의 찻속에 몰래 수면제를 넣어 두었기 때문이지 .

마사오는 끝도 없는 공상에 잠기면서, 숨죽떡 흐느끼며 옷을 입

고 있는 유리코를 풀어진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유키의 옷을 모두 벗겨 침대에 묶어 놓은 다음 일단 맘껏

가지고 놀아야지, 그 다음에 유리코와 마찬가지로 관장을 해서 사

진을 찍어 두면 얼마나 금상첨화이겠는가. 아! 유키와 유리코를 같

이 데리고 사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거기까지 공상이 미치자

마사오는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따분하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생

각이 들었다

불과 어제만 해도 유리코 같은 아름다운 여자를 안을 수만 있다

면 당장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

제 시마하라 유키 같은 기품있는 미녀와 정사를 나눌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충분히 가

능한 일이 된 것이다.

그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유리코는 속옷을 이미 다 입고 응

크린 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아가씨.옷 입는 거 좀 도와 줄까?'

마사오는 히죽거리면서 일어나 유리코의 등뒤로 돌아가 원피스

의 지퍼를 올려 주었다

알았지 아기씨?다음 일요일 오후 한 시,먹기로 오는 것을 잊

지 마. 만약 오지 않으면 지금 찍은 사진을 네가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돌려 버릴 거야.'

'알겠어요,꼭 오겠어요.'

유리코는 맑고 아름다운 볼에 처량한 그늘을 드리우며 희미하게

끄덕였다

'만 엔도 잊지 마. 이런 누더기 아파트에서 빨리 떠나고 싶으

니까 '

'알겠어요.

유리코는 눈을 내리깐 채 한 번 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

유리코는 옷을 다 입자 유리창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흐트

러진 머리칼을 다듬었다.

오늘 아침 미용실에서 정성껏 세팅한 머리도 지금은 슬프기만

할 뿐이고, 화려한 원피스도 뭔가 애처롭고 처량한 느낌이 든다.

'그럼 저 돌아가겠어요.'

유리코는 가슴을 비집고 흘러넘칠 듯한 눈물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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