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19/72)

마사오가 시부야의 맨션으로 이사한 것은 그 다음달이었다. 4만

5천 엔의 월세. 물론 그런 경제력이 마사오에게 있을 리 없고, 모

든 것을 유러코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마사오는 이 맨션으로 옮기면서 유리코에게 매달 2만 엔씩 달

라고 당당하게 요구했다.

'너는 부르조아 아가씨야.그 정도의 돈이야 조금만 머리 쓰면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겠지

유리코의 안색이 조금만 변하면 전에 찍어놓은 필름을 내놓는

람에 그녀는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사오는 자신에게 운이 돌아왔다고 믿었다. 이렇게 세상 사는

법도 있구나 하고 광명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유리코라고 하는 미

모의 아가씨를 비합법적 수단으로 획득하여 그것을 자기 이상 성

욕의 대상으로 함과 동시에 생계 불안을 해소시킨다. 이 얼마나 고

마운 일인가 하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마사오는 유리코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에게 마음이 기울어

져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본질적인 정사와 사랑이 싹튼다는 것

은 불가능한 이야기. 그래서 마사오는 비상수단을 썼던 것인데, 그

결과 유리코는 마사오의 성욕과 경제까지 맡아 주게 된 것이다.

마사오는 이렇게 되고 보니 남자와 여자의 관계 따위는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한마디로 난센

스였다 여자를 편의적인 것으로 생각하면 세상은 참 살기 편한 곳

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유리코는 수치와 오욕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매달 20만 엔썩 바

쳐야 한다. 요컨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녀에게 고뇌를 줌으

로써 마사오의 가학적인 성벽이 점점 돋구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부잣집 아가씨라고는 하지만 매달 20만 엔은 부담되는 금

액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기품 높은 그녀가 언니인 유키에게 저

간의 사정을 고백할 리는 없을 것이다. 마사오는 그녀 혼자 고민하

고 있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번지는 것을 느꼈다.

마사오가 맨션에 호리구치, 야마오카, 이와다 등을 불러 마작을

한 것은 그곳으로 이사하고 반 달이 지난 후였다

마사오는 아버지가 시골의 산림을 팔아 큰 돈을 손에 넣게 되어

미리 상속분을 떼주었다는 식으로 자신의 달라진 환경을 설명하였

. 그랬냐? 너, 아주 능력 있는 아버지를 뒀구나.'

호리구치는 마작 파이를 섞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돈이 있으면

친구들의 태도가 이렇게도 달라지는가 하고 마사오는 쓴웃음을 지

었다

자신은 시골에서의 송금이 끊겨서 대학을 그만두었지만, 이 친

구들은 부모에게서 긁어낼 수 있을 만큼 긁어내서 여자와 술, 도박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사오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이 부르조아

친구들에게 좋지 않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호리구치 무리를 마작에 부른 이유는 혹시 그가 유리코와 자신

의 관계를 눈치채지 않았나 하는 염려에서였지만, 그런 걱정은 전

혀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

요즘 네 피앙세는 어때,건강한가?'

'요즘 만나기가 힘들어.바쁜가 봐.'

'크 아가씨의 언니 있잖아, 꿔라고 했지? 그래그래. 시마하라

유키 말이야.한번 잡지에서 본 적이 있는데 대단한 미인이더라."

아마 호리구치라면 실물을 본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마사

오는 슬썩 그의 얼굴을 건네다보았다.

아아,그럼,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지

호리구치는 늘어놓은 파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느낌도 있지만 깊은 맛도 있어 물에 젖

은 듯한 섹시함이 풍기지 .'

'이야."

야마오카가 불쑥 끼어들었다.

'물에 젖은 듯한 섹시함이라, 문학적인 표현이군. 나이는 몇 살

인데?"

'이제 서른이 될걸.'

?"

'후후, 한창 물오를 때구먼. 그런데 미소년에게 빠져있다니

참......, 남자를 만들 생각만 했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을 텐

데,'

이와다가 웃으며 말했다.

글쎄,아마노 기쿠오라고 하는 그 소년 말이야,내 동생하고 같

은 학교여서 한번 가까이서 본 일이 있는데, 그런 미소년이라면 차

라리 호모가 되고 싶을 정도였어.'

야마오카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 미남자가 주간지에 실린 스캔

들 기사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저런 고등학교를 그만두었구나."

이와다의 말에 호리구치가 고개를 쳐들었다.

'아니,그만두게 한 것은 유키 부인일 거야.폭로기사 건으로 미

소년이 학교에서 받을 고통을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을 게지.'

'그럼 부인과 미소년은 목하 애욕에 빠져 있겠네?'

'반은 자포자기가 되어있지 않을까?'

'이야,그 미소년이 부럽다."

이와다와 야마오카가 웃었다.

'어쨌든 유키 부인은 매일 밤 미소년을 미치게 하며 즐기고 있

을 거야.'

이와다의 말에 호리구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야야,내 피앙세의 언니에 대해 아직 그런 나쁜 말은 듣고 싶지

않다.'

후후, 동생도 결코 거기에 뒤지지 않아. 마사오는 입속으로 중얼

거리며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순간, '론' 하고 호리구치가 손을 들어 마사오가 친 파이로 만관

(마작에서 규정의 최고점으로 이기는 것)이 되었다

쳇,오늘은 안 되는군.

마사오는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담배를 입에 물었다. 유리코의

얼굴 위로 유키의 얼굴이 오버랩되어 마사오의 가슴이 묘하게 뜨

거워지기 시작했다.

유리코와 유키를 동시에 농락하면 얼마나 짜릿할까? 마사오는

어느덧 그런 공상에 빠져들었다. 마사오는 숨마저 가빠져 옴을 느

끼며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손바닥으로 뒤아내었다.

'어이 마사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야마오카가 마사오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이 들여다보며 말했

다.

일요일, 유리코가 약속한 20만 엔을 가지고 마사오의 맨션에 오

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

빌어먹을 계집애, 이제 겨우 두 번 상납을 했을 뿐인데 . .. 마

사오는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워 천장을 쳐다보면서 토하듯이 중

얼거렸다

마사오는 초조한 기분이 되어 방안을 획 돌아보았다 꽃모양

주단이 깔린 큰 방, 주단 위에는 꽃무늬 탁자가 놓여있

운 더블베드가 있는 침실에는 유화가 걸려 있고,

화기가 있다. 모두 앞으로 유리코에게 상납받을

사들인 것이다.

그날 결국 유리코는 나타나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마

사오는 다음날 아침 유리코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집에 전화만은 걸지 말아 달라고 유리코가 신신당부를 했지만,

그녀가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려보세요 저는 음악출판사의 이토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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