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화 (20/72)

마사오는 전화를 받는 노파 같은 상대에게 그렇게 말했다.

전에 유리코의 핸드백 속에 음악출판사의 이토라고 하는 명함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내고 대층 속인 것이다.

'예,예,아가씨를 곧 바꿔 드리겠습니다."

한참이 지나 여보세요, 하고 유리코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

'어떻게 된 거야.어제 왜 안 왔어."

마사오가 일부러 험상궂은 소리를 내자, 유리코는 흠칫 놀라는

'전화라도 해야 될 거 아냐.어제 하루 종일 아무 데도 못 가고

너만 기다리고 있었어.'

마사오의 힐난은 계속되었다.

'돈이 마련되지 않았어도 일단 내게 와서 사정을 설명해야 될

거 아냐. 나한데 그렇게 대할 수 없을 텐데.... "

마사오는 마구 쏴붙이면서 여자를 협박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새삼 느끼고 있었다

'펄름을 현상헤서 너를 아는 사람들에게 뿌려 버릴 거야. 이미

주소록도 확보해 놨어.자 이걸 뿌려도 상관없겠지?"

'기,기다려 주세요.'

유리코의 목소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싫다는 건가?그럼 지금 당장 내게로 와! 돈을 준비하지 못했

으면 떳떳하게 벌을 받는 거야. 내가 언젠가 말했지? 네 소중한 곳

의 털을 모두 개아 버릴 거야 '

. 마사오는 유리코를 협박하는 자신의 말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칠낄,잘 드는 면도칼을 준비해 둘 테니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상처가 나지 않도록 예쁘게 존아 줄 데니까 '

마사오는 그러면서 낄낄 웃기 시작했다

'마사오 씨.

유리코는 눈물에 젖은 목소리가 되었다

'나,도저히 숨길 수 없어서 어제 언니에게 모든 걸 얘기해 버렸

어요."

꿔? 마사오는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이 되었다

매달 2만 엔씩이나 갖다 드릴 힘은 나한테 없어요. 전에는 언

니에게 새 피아노를 산다며 받아냈던 거예요. 그러나 그 다음부터

는 아무래도 구실이 생기지 않았고, 언니도 내 태도에 의흑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

유리코의 흐느껴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사오는 그야 그떻겠

지, 하는 생각을 했다.

매달 20만 엔씩이나 요구하면 당연히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겠

지. 그러나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며 마사오는 배에 힘

을 주었다.

'네가 언니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든 안 털어놓았든 그런 것은 나

하고 아무 관계도 없어.그래,결국 언니가 돈을 주겠다는 거야,뭐

야?

마사오는 점점 자신이 악당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면서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언니가 당신과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아 지

금 언니가 왔어요.

유리코가 깜짝 놀라더니 전화는 중단되었다 한참 지나서 수화

기에서 홀러나오는 목소리는 유리코의 것이 아니었다.

'나.유리코의 언니입니다.'

예전부터 꿈꾸었던 시마하라 유키의 목소리란 것을 안 마사오는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서 약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

고 마음을 먹은 마사오는 볼멘 어조가 되었다.

유리코와 나의 일에 언니가 끼어들면 솔직히 말해서 이쪽은 곤

란한걸.'

마사오는 야쿠자 같은 말투를 쓰고 있었다

'그래,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마사오 씨라고 하셨던가요.'

유키의 목소리는 맑고 아름다우며 또 얼음 같은 차가움을 띠고

있었다.

'당신이 동생에게 하신 비열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

다. 그러나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 말해 봐야 소용없겠지요. 유리

코에게서 손을 떼는 대신에 당신의 요구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오

늘이라도 집으로 와 주세요.'

그녀의 음성은 필사적으로 분노를 참는 듯 차갑고 나지막했다.

누가 질 줄 아느냐, 마사오는 유키의 냉정한 어조에 도전하는 듯

한 기분이 되엇다.

'볼일이 잇으면 그쪽에서 이리로 오는 게 도리 아니겠습니까?

오후 세 시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 시간까지 오시지 않으면 동생

의 그 부끄러운 사진은 여기저기에 뿌려지게 될 겁니다_ 그떻게 되

면 동생뿐만이 아니라 현월류 꽃꽂이 대가의 명예도 실추하게 되

겠지요.

그렇게 강압적으로 말하고는 찰칵 전화를 끊었다

속이 시원해진 마사오는 어디 맛 좀 봐라 하고 소리내어 중얼거

리면서 선반 위의 위스키를 잔에 봇다가 퍼뜩 얼굴을 들었다.

현월류 꽃꽂이의 대가 -사교계에서 통칭 아카사카의 유키 부

인이라는 불리는 절세의 미녀가 어쩌면 혼자서 이 맨션으로 찾아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마사오의 체내의 피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마사오는 소리내어 중얼거

렸다

시마하라 유키와 시마하라 유리코, 어쩌면 이 미모의 자매를 확

실한 내 것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마사오는 불이 붙은 듯한 뺨에

손을 대고 좋아, 하는 기합을 넣으며 요괴 같은 미소를 입가에 떠

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