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잠깐만,마사오 씨
부인은 격렬하게 고개를 흔들며 마사오의 손을 뿌리쳤다.
적 적어도 허리 아랫부분은 가려 주세요.유모지 정도는 하고
있게 해줘요,네?부탁이에요.'
부인은 이제 거의 포기를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시바다와 상면하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그래 봤자 금방 벗겨 버릴 텐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그냥 마
음 편히 먹고 있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게 폼을 재려고 하는 것이 귀부인들의 나쁜 버릇이라고 마
사오는 일부러 냉혹하게 말했다.
'자 재갈을 물릴 테니 입이나 벌려요.
마사오가 다가가자 부인은 무서워요, 아아. 무서워요, 하며 머잖
아 나타날 악녀의 얼굴을 떠올렸는지 몸을 달달 떨며 입술에 경련
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 부인은 자신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다가선 마사오에게 필사적인 기세로 부딪쳐오더니 마사오의 입술
에 강하게 입술을 포갰다
마사오는 부인의 뜻밖의 행동에 한방 먹은 듯했지만 반사적으로
손을 부인의 어깨에 두르고 꽉 껴안았다. 부인은 공포를 잊기 위해
발작적으로 마사오에게 키스를 했는지도 모른다 궁지에 몰린 부
인의 기분을 이해한 마사오는 숨이 막힐 만큼 거세게 부인을 껴안
고 피할 수 없는 그녀의 격정을 받아들였다.
녹을 듯이 달콤하고 격렬한 지옥의 키스였다. 부인의 눈가에 흐
르는 뜨거운 눈물이 마사오의 볼을 적셨다. 달콤한 혀의 감촉에 유
키 부인은 눈을 감았다. 구름 위를 타고 가는 듯한 황홀한 표정이
었다. 길고 농후한 키스가 끝나자, 부인은 전신의 힘이 다 빠진 듯
이 상체를 굽혔다
마사오는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부인의 등을 부드럽게 어
루만지면서 이 부인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미안해요.마사오 씨.'
부인은 마사오의 가슴속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로 말했다. 그리
고 눈물을 떨쳐 버리듯이 마사오의 가슴에서 얼굴을 들었다
'자.재갈을 하세요."
모든 것을 단념한 표정이다
마사오는 또다시 가책 같은 것이 생겨났지만, 그런 마음을 뿌리
치기라도 하듯 고개를 한 번 저은 뒤 손수건으로 부인의 입을 막
고 재빨리 묶었다. 그리고 전화기를 끌어당겼다
' . ..아아, 여보세요. 시바다 씨? 마사오입니다 '
마사오는 전화에 가즈에가 나오자 빙그레 웃으며 재갈을 물고
있는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인은 마사오가 시바다 가즈에
와 얘기 나누는 것을 알고 자못 슬픈 듯이 눈썹을 찡그리며 눈을
꼭감았다
'준비됐으니 지금 당장 오셔도 됩니다. 예, 시마하라 유키 선생
님 말입니까? 바로 내 앞에 있습니다. 알몸으로 뒤로 손을 묶은 채
기둥에 묶여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와 보면 아실 거 아닙니까. 예,
도망요? 허 참, 염려 마세요. 기모노에서 속옷까지 모두 옷장에 넣
고 열쇠로 잠가 버렸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고문 도구라고 해
봤자 여기엔 장난감 정토밖에 없습니다만. 예, 면도칼? 어쩌시려
고요?그건 참아 주십시오. 나도 한참은 이 부인과 더 즐기고 싶습
니다. 예, 그야 시바다 씨가 현월류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거야
알지요.그러나 궁조입회(쫓기는 새가 몹시 급해 사람의 품안으로
들어온다는 뜻)라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완전히 체념하고 알몸
으로 묶여있는 부인이니까요.너무 심한 짓은 삼가 주십시오.'
이윽고 전화를 끊은 마사오가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야,현월류 꽃꽂이에 대한 시바다 그룹의 증오는 상당하군요
털을 깎겠다느니, 클리토리스를 실로 묶겠다느니 엄청나요. 물론
내가 있는 한 그런 짓은 못 하겠지만요,"
그러나 이떻게 된 바에야 부인도 어느 정도 감수할 각오는 헤야
겠죠, 하며 마사오는 재갈 속으로 오열의 소리를 홀리고 있는 부인
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바다 여사가 당장 여기로 달려온다고 합니다.심복인 마치코
와 란코도 데리고 온다는군요.'
마사오에게 그 말을 듣자 부인은 찬물을 끼얹은 듯 소름이 쫙 끼
쳤다. 여기 오는 도중 마주친 그 두 억자를 머릿속에 떠올려 봤다
자신을 보자마자 험담과 욕설을 퍼붓던 혐오스러움 그 자체인 두
여자도 같이 온다니...... 부인은 이제 살아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지진이라도 일어나 모든 것이 붕괴해 버렸
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흐느끼고 있었다.
마치코와 갇코는 레스비언 관계라면서요?왜 그런지 몰라도 그
두 사람은 옛날부터 부인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
더군요.부인의 욕을 자주 하던데요."
마사오는 그런 식으로 란코와 마치코가 부인에 대해 어떤 고문
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해 주었다.
'자 이제 슬슬 을 시간이군요.
마침내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은 깜짝 놀라며 전신을 돌처럼 굳히고 결박된 나신을 더욱
조그맣게 움츠렸다.
마사오가 문을 열자 가즈에와 란코, 그리고 마치코가 연이어 들
어왔다. 세 사람 모두 상당히 마셨는지 얼굴이 빨갛다.
'그래,시마하라 선생님은 어디에 계시지요?"
가즈에가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말했
다. 가즈에의 뒤를 이어 딸꾹질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간 란코가 침
실 쪽을 들여다보며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마마 봐요. 여기야. 시마하라 유키가 있어 이야, 정말 알몸이
되어있어요.'
란코의 뒤에서 침실을 들여다본 마치코가 찢어지는 듯한 금속성
소리를 질렀다
'어머나.정말."
가즈에도 침실에 들어가 기둥에 묶여 몸부림치고 있는 부인을
보고 엉겁결에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마마,어때요,확실하죠?
마사오가 담배를 옆으로 꼬나물고 히죽거리며 가즈에에게 손을
내밀었다
'약속한 수표, 지금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 물론이지."
가즈에가 흥분한 어조로 말하며 핸드백을 열고 수표책을 꺼냈다
'현월류 꽃꽂이를 밟아 뭉갤 수만 있다면 백만 엔이고 이백만
엔이고 전혀 아깝지 않지 '
그러더니 수표에 백오십만 엔의 금액을 써서 마사오의 코끝에
들이댔다.
'오 고맙습니다.'
'그 대신 마사오 씨.오늘 밤은 이 시마하라 유키와 우리들끼리
만 있게 해주지 않겠어?'
가즈에는 술로 충혈된 눈동자 속에 냉혹한 및을 띠고 있었다
'예, 좋구 말구요. 오늘 밤뿐만이 아니라 이 부인은 내일도 이
맨션에 머물기로 되어있으니까, 마음껏 즐기세요.'
결박된 나신을 엎드리고 재갈 물린 입으로 흐느껴 울던 유키 부
인은 마사오의 그 비정한 말에 한층 몸을 더 떨어댔지만. 마사오는
아예 무시해 버리고 수표를 책상 서랍에 넣었다.
'카메라도 준비해 왔어요.'
란코가 가지고 온 종이가방에서 신형 카메라와 스트로보를 꺼냈
시마하라 유키의 아주 외설스런 사진을 찍어 줄 거야. 마사오
다.
씨의 사진은 좀 부족해. 똥구멍까지 나오는 사진을 찍어야지 . 그런
필름만 있으면 현월류 꽃꽂이는 완전히 끝장이긷 말야."
마치코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떨고 있는 부인의 옆에 고소하다는
듯이 다가가 앉았다.
'후후후.시대를 풍미하는 현월류 꽃꽂이의 대가가 알몸이 되어
이런 곳에 처박혀 있다니, 아아, 오늘 밤은 정말 유쾌해.?
그러자 란코도 장단을 맞췄다.
'서기, 유키 선생님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말고 뭐라고
말씀 좀 해보세요.'
그러면서 부인의 매끄러운 등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댔다.
'깨는! 재갈을 물고 있는데 어떻게 말을 하니! 그런데 란코, 유
키 부인의 몸을 자세히 봐.훌륭하지 않니?"
'정말이야.빈말이 아니고 진짜 그야말로 미술품이야.'
마치코와 란코는 술기운으로 충혈된 눈을 비비면서, 관능미를
물씬 풍기는 유키 부인의 상아빛 나신에 반한 듯 넋을 잃고 바라보
았다
여자의 눈으로 보아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부인의 관능적인
나신...... 가즈에도 아까부터 질투와 선망이 섞인 복잡한 기분으
로 부인의 예쁜 몸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니네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계획대로 일을 실행해
지옥도 궈
야지."
가즈에가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면서 말했다.
'그떻군요.우리가 잠시 넋이 빠졌나 봐요.'
란코가 그렇게 말하며 수치와 굴욕으로 빨갛게 물든 부인의 볼
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오늘 밤 우리와 부인은 공동의 비밀을 만드는 겁니다, 알겠지
요? 요컨대 말예요, 우리 세 사람이 부인과 레스비언 관계를 맺는
거예요.
그녀는 가즈에 쪽을 돌아보며 웃었다
수치의 불기둥으로 빨갛게 물든 부인의 볼이 다시 굴욕감에 일
그러졌다. 그리고 재갈에 반쯤 가려진 얼굴을 세차게 흔들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싫어도 할 수 없어.지금 부인한테는 그걸 거부할 권리가 없거
란코의 말이 끝나자 마치코가 부인의 귀를 손가락으로 잡아당기
든
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