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44/72)

'언제까지 마사오 씨에게 응석부리고 있을 거야. 자, 이제 해수

를 뿜어 보자고. 마사오 씨도 아주 궁금할 텐데 말이야.'

마치코와 란코가 다시 마사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는 부

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사오 씨,유키가 그렇게 미워요?네,그렇게 미운 거예요?"

한참 동안 마사오의 가슴속에서 오열의 소리와 함께 헛소리처럼

같은 말을 되뇌던 부인은 여자들에게 어깨를 잡히자 알, 알겠어요,

하고 단념한 듯 말하며 이윽고 마사오의 가슴에서 얼굴을 들었

다.

유키 부인은 눈물로 젖은 속눈썹을 슬프게 깜빡거리며 망연한

표정으로 무릎으로 기어서 매트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매트 위에 올라가서는 이내 무릎을 끓고 정좌한 상태로

눈물에 젖은 시선을 매트로 향하고 있었다.

'그럼 부인, 매트 위에 누워서 다리를 한껏 벌려! 마사오 씨에게

여자의 사정을 자세히 보여 주고 싶으니까.'

란코가 부인을 뒤로 넘어뜨리려고 할 때. 가즈에가 잠깐만.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반쯤 방심상태에 있는 부인에게 다가갔다.

'해수를 뿜기 전에 부인에게 부탁할 게 있어.'

실은 이 순간이 아까부터 가즈에가 노렸던 기회였다

아카사카에 있는 부인의 거대한 저택, 이 시바다류 꽃꽂이에게

물려주지 않겠어?'

가즈에의 말을 듣고 몸도, 육체도 휘청거릴 정도로 충격을 받은

부인은 처연하게 가즈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저택은 토지가 좋아서 시바다류 꽃꽂이의 발전을 위해 꼭

손에 넣고 싶어.'

가즈에는 그렇게 말하며, 부인, 예, 하고 대답해 봐, 하고 부인

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비틀었다

'시바다 씨,어쩌면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세요?'

부인은 아름다운 눈동자에 눈물을 그득 담은 채 억울한 듯 가즈

에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 집만큼은 손 댈 수 없습니다.그것은 아버지가.... .

아버지가 부인에게 상속하신 것이라고 말하고 싶겠지. 부인의

아버지는 아주 훌륭한 분이셨지

가즈에의 비웃는 듯한 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훌륭한 아버지도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시고,부인의

이 비참한 모습을 보신다면 다 이해하시고 용서해 주실 거야.'

마치코도 깐죽거리떠 끼어들었다.

,사진까지 우리 손에 있으니까 당신은 이미 사회적으로 매장된

거나 마찬가지야 알기나 해?'

란코도 빠지지 않았다.

,게다가 부인은 우리들의 노예란 말이야 노예 주제에 그렇게

훌륭한 저택을 갖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돼. 아니 뭐, 해수라도 뿜으

면서 천천히 생각하셔도 괜찮아.'

하고 부인을 뒤로 넘어뜨리며 다시 어깨에 손을 대려고 할 때,

가즈에가 또 한 번 제동을 걸었다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어버렸네 . 실은 말이야, 어떡하든 이 건

에 대해 부인의 승낙을 받기 위해 기쿠오 군을 우리 집에 모셔놨

어. 요컨대 인질이 되어있다는 말이지 .'

가즈에의 그 말에 유키 부인의 눈물에 젖은 뺨이 갑자기 냉수라

도 끼얹은 듯이 얼어붙었다

'뭐 뭐라구요?"

순간 호흡이 멈추는 듯 쇼크를 받은 유키 부인의 창백한 표정을

가즈에가 즐겁다는 듯이 보며 입가를 쩡그렸다.

'어머나 그떻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가즈에는 폭력단의 간부인 동생에게 부탁하여 기쿠오를 어떤 식

으로 유괴했는가 부인에게 설명을 해주며, 그 증거로 기쿠오 군의

목소리를 들려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코에게 전화를 가지고

오도록 시켰다.

가즈에가 수화기를 귀에 대고 다이얼을 돌리는 것을 유키 부인

은 공포에 떨면서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아아,겐지니?어때 미소년은 얌전하게 있어?"

겐지에게 미리 연락을 했는지 가즈에는 금방 전화에 나온 동생

겐지와 뭔가 즐거운 듯이 낮게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유키 부인이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안 돼. 그런 짓을 하다니. 내가 돌아갈 때까지 손대면

안 된다고 했잖아.이젠 할 수 없지만,뭐."

가즈에가 씩 웃으며 유키 부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칩에 내 제자가 두세 명 살고 있는데,지루해서 술상을 벌였다

가 그만 기쿠오 군이 불쌍하게도 술안주가 되어있다네. 거실 기등

에 알몸이 된 채 묶여있대.'

유키 부인의 안면에서 완전히 핏기가 가셨다.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입술만 바들바들 떨 뿐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우리 집에 사는 애들은 도시에와 요오코라고 하는, 옛날부터

있던 제자들인데, 자랑은 아니지만 근성이 그리 좋지 않아. 미소년

이라면 환장을 하지'

유키 부인에게 그렇게 설명을 한 가즈에는 다시 수화기를 들고

기쿠오 군의 목소리를 유키 부인에게 들려 주고 싶은데. 전화기 좀

갖다 대주지 않겠어, 하고 말했다.

'아아 들리네 도시에가 장난치고 있는 모양이야.정말 그 애들

은 어쩔 수 없단 말이야."

가즈에가 부인 쪽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예쁘게 생긴 얼굴에다 물건이 커서 여자들에게 아주 인기인가

봐.지금 기쿠오의 물건에 리본을 묶어놓고 난리인 것 같아.'

자, 기쿠오 군의 목소리가 들릴 거야. 하고 말하며 가즈에가 유

키 부인의 귀에 수화기를 갖다댔다

수화기를 통해 기쿠오의 비명이 들려오자, 부인도 엉겁결에 비

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아아, 기쿠오 군, 하고 부인은 비통한 소리

로 기쿠오를 부르며 굵은 눈물방울로 얼굴을 적셨다.

... 뭐 하는 겁니까, 그, 그만하세요.

...... 괜찮아.리본 묶는 거야

...... 어째서 내가 이런 수치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 어째서라니, 네가 내 기호에 맞는 미소년이기 때문이야.

뭣하다면 빨아 줄까?

. ...그런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해요!

기쿠오의 비통한 소리와 여자들의 조소를 들은 부인은 광기를

띤 표정으로 가즈에를 바라보았다

'시바다 씨,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 주겠어요.그러니 부

탁입니다, 기쿠오 군에게 제발 나쁜 짓을 하지 말아 주세요. 기쿠

오를 내게 돌려 줘요!"

거의 착란상태에 빠진 유키 부인을 보고 가즈에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수화기를 마치코에게 건옜다

어때, 내 작전, 훌륭하게 성공시켰지, 하는 식으로 가즈에는 득

의양양한 표정이 되어 마사오를 쳐다본 후, 울부짖는 유키 부인의

어캐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럼, 부인. 부인의 그 저택, 우리에게 주는 거지? 현월류 꽃꽂

이의 간판이 시바다 전위화도의 간판으로 바뀌는 거야.'

란코가 음란하게 웃으면서 말을 거들었다.

'어젯밤에 우리 밤새도록 애액 바르기 놀이를 했잖아 이제 우

리는 타인이 아니란 말이야. 간판이 바껀다고 해서 별로 이상한 건

아니야.

가즈에와 란코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있을 때, 수화기를

귀에 대고 있던 마치코가. 도시에가 나왔어요, 하고 가즈에에게 알

렸다.

,도시에에게 말해 줘.이쪽 얘기가 잘 돼가고 있으니 더 이상 그

소년을 장난감으로 삼지 말라고 말이야.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지는

절대 손대면 안 된다고 말해.'

마치코는 가즈에가 말한 대로 그대로 알리면서 중간에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안 돼. 그런 짓 하면! 가즈에 마마에게 야단맞아. 더 이상 하지

마.'

그러면서 마치코는 전화를 끊었다.

마치코와 동료의 대화를 들은 부인은 기쿠오의 상황에 대해 더

욱 마음이 안 놓이는지 미친 듯이 얼굴을 흔들었다.

기쿠오 군에게 대체 무슨 죄가 있다는 겁니까? 어, 어째서 기

쿠오 군까지 당신들에게 수모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어

째서... .?'

그렇게 전신을 흔들며 울어대는 유키 부인에게 가즈에가 차가운

어조로 다짐을 받았다.

,그럼,그 저택,우리한테 넘길 거지?'

,좋아요.내 저택도, 땅도 좋을 대로 실컷 가져요. 그, 그대신 기

쿠오 군만은.기쿠오 군만은 내게 돌려 줘요."

부인이 자포자기를 한 듯이 격렬한 오열소리를 내며 그렇게 말

했다

. 어머나. 부인 참 멋있네 상상한 대로 통이 크군 괜찮아, 기쿠

오 군은 반드시 부인에게 돌려 줄 거야 "

가즈에가 얼굴 가득 희색을 띠며 말했다.

'그럼 마음 변하기 전에 사무적인 수속부터 해치울까?'

가즈에는 한 번 더 전화기를 가져오도록 마치코에게 말했다.

실은 말이야, 벌써 며칠 전부터 현월류 꽃꽂이의 고문 변호사

인 무라카미 선생과 우리 고문 변호사가 의논을 했어. 일단 부인의

저택 및 토지의 권리서와 인감을 건네 주면 두 변호사가 알아서 절

차를 밟아 준다고 했어.'

어째서 무라카미가 시바다의 고문 변호사와 그런 의논을 하는

가. 그러나 지금의 유키 부인에게는 그런 의문을 품을 여유조차 없

었다 머릿속은 흔란스럽고, 마음속은 오뇌로 가득하고, 기쿠오까

지 지옥에 떨어졌다는 생각에 부인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

가즈에는, 심부름꾼을 보낼 테니까 그편에 집문서 및 인감 등을

건네도록 유리코에게 전화하라고 하였다.

'란코를 심부름꾼으로 보낼 거야.그러니까 갈코에게 저택의 양

도에 관한 일체의 서류를 건네 주면 되는 거야.'

' =.하낳 언떤 닉=__ 유깃코논치 설명해악 쫓을진 . . .'

유키 부인이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가옥 평가를 받기 위해 잠깐 필요하다고 적당히 얼버무리면 되

잖아."

마치코가 그러면서 전화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했다.

'나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