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2화 (52/72)

'그렇게 잠자코만 있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머리카락을 물들인 요오코가 험악하게 입을 놀리며 유키의 무릎

위에 발을 얹었다.

그러나 유키 부인은 입술만 꽉 캐물 뿐 그 무례에 반발감을 나타

내지 않았다.

'호호호,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부인을 마음 깊이 증오하는

사랍들뿐이에요.그러니 다소의 무례를 용서하세요.'

그러나 말과는 달리 가즈에는 자신의 제자들이 유키를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호고 있었다 방의 한쪽 구석에 앉아있

는 여자들은 유키 부인을 향해 귤껍질이나 빈 담뱃갑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유키 부인은 여전히 눈을 굳게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여자들의 처사를 견디고 있었다

'흥,여기 와서도 내숭을 떨고 있군.꼴 보기 싫어.

도시에가 유키 어깨를 세차게 밀어제쳤다

유키 부인이 버티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는 순간, 국당초 무늬

의 옷자락이 뒤집히며, 긴 속옷과 속치마 자락이 화려한 극채색 꽃

송이가 날리듯 다다미 위에 헝크러져 퍼졌다

와아, 하고 여자들이 손뼉을 치며 엉덩방아를 찧은 유키 부인을

보고 깔깔거렸다

'너무 서둘러 오셨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난폭하게 다루지 말라

고!'

검은 스웨터를 입은 마사오가 방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유키 부인은 힐끗 마사오와 시선을 마주쳤지만, 이내 외면하고

손을 짚어 상체를 일으켰다

'저는 각오하고 여기에 왔어요.자 이제 기쿠오 군은 풀어 주세

요. 그 약속만 이행해 주신다면, 저는, 저는 어떻게 돼도. ....

부인이 눈물을 꾹 참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가즈에나 마사오는

그 말에 대=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지하도 공사가 대충 완료됐으니, 잠시 부인에게 보여

드리는 게 어떻겠어요?"

마사오의 말에 가즈에가 그렇군, 하며 일어섰다.

'앞으로 부인이 살게 될 지하움막을 보여 드리지. 알몸으로 지

내게 될 것을 생각해서 썩 괜찮은 난방장치도 달아놨어

가즈에는 이어 란코와 마치코 쪽을 보고 말했다

우선 묶어. 이 부인은 오늘부터 우리들의 노예니까'말이야."

마치코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기모노를 벗으실까?"

'그건 나중에 해도 돼. 기모노며 속옷은 모두 제비뽑기로 나누

어 갖자고."

가즈에의 말에 여자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라 했다.

'자,부인.두 손을 뒤로 하실까?'

마치코와 란코가 오랏줄을 들고 부인의 등뒤로 돌아갔다 부인

은 마치코가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우자, 순순히 손을 뒤로 돌렸

다. 두 여자가 밧줄을 친친 감았다

'걸어 !'

뒷결박 모양으로 부인을 단단히 묶은 마치코와 란코는 바짝 긴

장한 유키 부인의 얼굴에 냉혹한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니릭으로 떠나디 쟈

'제가 안내하죠.'

마사오가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

네 평 정도 넓이의 광 안은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었고, 판자를

깐 바닥의 중앙에 커다란 목제 침대가 있었다. 그 침대의 네 모퉁

이에는 가죽 벨트가 달려 있는데, 그것은 누운 사람의 사지를 대

()자로 벌려 고정할 수 있는 장치였다.그리고 침대의 바로 위를

가로지르는 파이프에는 두 개의 도르래가 달려있고, 굵은 로프가

섬뜩하게 늘어뜨려져 있었다.

'이곳은 부인의 몸을 완벽한 창부로 바꿔 주기 위해 설계한 방

입니다.'

마사오가 유키 부인의 겁먹은 눈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며 말했

다. 그리고 한쪽 벽을 따라 늘어뜨려져 있는 로프를 잡아당기자,

침대 위에 늘어진 굵은 로프가 도르래에 말려 올라갔다

모모코 네가 한번 실험대가 되어 보렴.'

유키 부인을 묶은 밧줄 끝을 쥔 마치코가 졸졸 광 안으로 따라들

어온 여자들 중 청바지를 입은 하나에게 말했다.

재밌겠는걸.'

모모코는 자그마한 몸에 탄력을 넣어 침대 위로 뛰어올랐다

두 다리를 매달아 올리는 거군 '

침대에 벌러덩 누운 모모코가 재미있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자

도시에와 란코들도 재미있다는 듯이 침대로 다가가 도르래의 로프

를 끌어당겨 모모코의 양 발목을 묶기 시작하였다.

마사오 씨,끌어올려 봐요."

도시에가 말하자 마사오가 오케이 하고 손을 들며 벽의 로프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모모코의 두 다리가 금세 공중으로 끌어올려

졌다

'아파 그만해.

공중을 향해 활짝 벌어진 꼴이 된 모모코의 꼴을 보고 여자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꾸슨 소리야!너,발레 배운 적 있다고 했잖아

란코가 웃으면서 침대 아래에 있던 반원형의 목침을 두 다리가

공중에 매달린 모모코의 엉덩이 아래로 밀어넣었다.

싫어, 하고 모모코가 과장된 비명을 질렀다 베개에 얹혀진

이의 근육이 당겨져 청바지가 찢어질 듯했다

엉덩

,싫어 언제까지 이런 창피한 몰골로 있으란 말야.빨리 로프를

풀어 줘.

침대 위의 모모코가 두 손을 버우적거리며 아우성을 쳐댔다

,넌 어쩌면 그렇게 아프다거나 창피하다고 떠들어댈 수 있는 거

니! 몰인정하잖아. 이 부인은 이제부터 매일 알몸으로 그런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야 안 그래요.부인?'

유키 부인의 밧줄을 거머쥔 마치코가 필사적으로 침대 쪽을 외

면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유쾌한 듯이 말했다.

여자들이 모모코를 침대에서 풀어 줬을 때, 문이 열리고 마흔 정

도의 자그마한 체구에 고양이 등을 한 남자와 뚱뚱한 여자가 함께

들어왔다.

'오카메와 효토코입니다.'

얼굴이 온통 주름투성이인 못생긴 남자가 가즈에를 향해 굽실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오카메와 효토코라는 이름은 그들의 예명이었는데, 실로 적절한

이름이었다 뚱뚱한 부인의 얼굴은 편편하고 민둥민둥하여, 오카

메(둥근 얼굴에 이마와 광대뼈가 나오고 코가 납작한 여자.추녀의

표본으로 일컬어짐) 그 자체였다.

'마침 잘 와줬어요.진바치 씨."

가즈에는 원숭이처럼 생긴 남자에게 말하고, 그 부인에게도 말

을건떴다

'오몽 씨도 달인이더군.'

오몽이라 불린 그 오카메형의 추녀는 마흔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촌스럽게 화려한 기모노를 꼭 끼게 입고. 사각사각 띠 소

리를 내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여러 가지로 신세가 많았습니다.'

오몽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가즈에에게 인사를 했다

이 두 사람은 가즈에가 오사카에서 초빙한 방석 쇼 전문 실연

()부부였다.요컨대 두 부부는 남들 앞에서 성행위를 연기해

보이는 직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제일선에서 물러나, 진바치는 아내인 오몽의 벌

이로 먹고살고 있었다. 오몽은 특수기능을 갖고 있어 제법 돈벌이

를 하고 있었는데, 그 특수기능이라는 것은 소위 화전차(=

라는 것으로, 손님들에게 자신의 그 곳을 사용해 갖가지 진기한 묘

기를 해 보이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 스폰서 중의 한 사람이 가즈에에게 오몽의 그 묘기를 보

여 준 적이 있어,그 이후 이 부부와 친해지게 되었던 것.이엇다.

오몽의 그 묘기는 정말 명인의 묘기야.'

가즈에가 제자들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하자, 오몽은 손을 내저

으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아이. 별 말씀을! 이미 은퇴했는걸요

그리고는 이 나이가 되니 거기 근육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

고 말해 사람들을 웃겼다

'오몽 씨의 뒤를 이을 여자는 없나요?그러니까 오몽 씨의 제자

랄까?

'그런 게 있겠어요?'

오몽은 주름살을 지으며 웃어 보이더니 제 묘기는 저 일대로 끝

나는 거죠라고 말했다.

'당신들을 이리로 오라고 한 것은 말이죠.. ...'

가즈에는 마치코에게 밧줄 끝을 잡힌 채 움츠리고 있는 유키 부

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진바치 부부 쪽으로 억지로 얼굴을 돌려놓

았다

'이 먹자를 오몽의 후계자로 삼아 달라고요."

'에엣?"

진바치는 유키 부인의 우아한 상아빛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는

그 아름다움에 한 대 얻어맞기라도 한 듯 숨을 삼켰다.

'노.농담이라도 그런 말씀 마세요,가즈에 님.'

진바치와 오몽은 동시에 가즈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농담이 아니에요.요전에 전화로 말한 여자 노예가 바로 이 여

자인걸. 앞으로 이 여자는 일생 우리들의 여자 노예로 살게 될 거

예요

가즈에의 말에 진바치와 오몽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부터 이 여자는 우리들의 노예이고, 창부로 다시 태어날

거예요. 오몽이 알고 있는 묘기를 전부 이 여자에게 가르쳐 줬으면

해요.오몽 씨에게 뒤지지 않을 방석 쇼의 예인으로 말이에요."

가즈에는 그러면서 보수로 두 사람에게 월 이만 엔을 지불하고

이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네? 숙식이 제공되는데다 이만 엔의 급료라니! 여보, 이런 꿈

오욕의 꽃

같은 얘기 들어 봤어?'

오몽은 진바치의 어깨를 치며 금니가 드랴나게 웃었다.

'이런 미인을 정말로.. . 괜찮습니까?'

진바치는 유키 부인의 미모에 압도되어 재차 가즈에에게 다짐을

받았다.

'이쪽도 이미 단단한 각오가 돼 있는걸.그렇지,부인?'

가즈에는 유키 부인의 슬픔이 드리운 얼굴을 예리한 냉소를 머

금고 바라보았다

'대가집 젊은 마나님같이 보이는데요.'

오몽의 말에 가즈에가 앙칼진 소리로 웃어댔다.

맞아요. 외교관의 전부인, 현월류 꽃꽂이의 대가죠. 후후후. 하

지만 그건 어제까지의 얘기고, 오늘부터는 이 시바다 가즈에에게

노예로서 봉사할 몸이지."

'그렇습니까? 뭐, 자세한 사정은 제가 알 것 없고. 가즈에 님의

명령대로 이 여자의 몸을 상품으로 통용되도록 단련시켜 드리죠 "

오몽에 말에 진바치가 맞장구를 쳤다.

'게다가 상대가 이런 미인이라면 일할 맛이 나지. 안 그래, 오

몽?'

그러나 오몽은 미간을 찌푸리고, 자못 애처롭게 눈을 내리깔고

있는 유키 부인의 단정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뒤를 이을 여자라. ....."

오몽은 한숨처럼 불쑥 내뱉더니 가즈에에게 눈을 돌렸다.

'처도 할 맛이 납니다, 미흡하나마 전력을 다해 훈련시켜 보겠

어요."

조교사 무무

'그떻게 말해 주니 안심이에요 '

가즈에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럼. 부인. 지금까지 우리가 하는 얘기 모두 알아들었지? 이

제부터 부인은 자신의 무기를 살려 다양한 묘기를 배우는 거야. 방

석 쇼의 스타가 되기 위한 수업을 쌓도록 하라고."

그러면서 가즈에는 유키 부인의 부드러운 어깨를 손가락으로 찔

렀다.

',어째서 그런 끔찍한 일을!

부인의 입에서 신음하듯이 그 한 마디가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비틀비틀 그 자리에 무릎흘 끓고 주저앉았다

가즈에는 고소하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현월류 꽃꽂이의 대가가 화전차나 에로영화의 스타로 재출발

한다. 이런 통쾌한 얘기는 없을 거야.'

그러자 란코와 마치코가 손뻑을 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사오는 여자들의

잔인함에 문득 등골이 오싹해져 옴을 느꼈다 자신의 잔학성 따윈

가즈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둥을 여기에 세웠는데, 괜찮을까요'.)"

가즈에가 방 한쪽 구석에 서 있는 둥근 기둥을 가리키며 진바치

에게 물었다. 그것은 진바치의 주문에 따른 것이었다 진바치는 그

둥근 기둥을 흔들어 튼튼한 정도를 시험해 보고 만족스러운 듯이

끄덕였다

. 침대도 좋고, 기둥도 좋군요."

가즈에는 광 안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이어 마치코에게 한쪽

구석의 바닥에 깔린 널판지를 치우게 했다. 그곳에는 지하로 통하

는 돌계단이 나있었다.

그럼 부인 이제부터 당신의 처소를 보여 드리지. 잠시 납실

까?'

이번에는 마사오가 유키 부인을 묶은 밧줄 끝을 쥐었다.

마사오가 밧줄과 함께 유키 부인의 어깨를 감싸안아 일으켜 세

웠다.

시커먼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지하의 입구에 선 유키 부인은 더욱

몸이 졸아들어 밧줄을 쥔 마사오에게 비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 옷을 벗고 나면 곧 기쿠오 군을 면회시켜 주지. 기쿠오는

부인이 오시길 학수고대하고 있어요.'

마사오 씨,무 무서워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유키 부인의 표정을 마사오는 재미있

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제 와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자, 지하로 내려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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