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오는 유키 부인이 어둠을 생리적으로 싫어함을 캐닫고 마
치코에게 회중전등을 갖고 오게 하여 지하실 안을 비췄다.
'자, 가시죠.'
마사오에게 등을 떠밀린 부인은 발밑을 비추는 회전전등의 불빛
에 의지하여 벌벌 떨면서 발을 짚었다
'여긴 옛날,술인지 뭔지를 저장하는 창고였던 모양이야
가즈에도 유키 부인의 뒤를 따라 천천히 돌계단을 내려가기 시
작했다. 열 계단 정도 내려오자, 원형의 포석이 깔려있고. 그 주위
는 벽돌로 쌓은 벽이었다.
'봐요, 아주 튼튼하게 지어졌죠?"
마사오가 한쪽 벽을 가리켰는데, 그곳에는 두 개의 쇠창살 우리
가 벽돌을 파내고 끼워져 있었다.
'만약 당신이 약속을 어기고 도망치거나 하면, 동생 유리코도
잡아다 이곳에 가둘 작정이었어 .물론 당신과 함께 말이야.'
오싹하게 빛나는 쇠창살을 앞에 둔 유키 부인의 몸은 심하게 떨
리고 있었
다 여 여기에 나를 가둘 건가요?'
유키 부인이 입술을 덜덜 떨며 말했다
'어때.노예의 거처로는 꽤 괜찮다고 생각지 않아?
가즈에가 뒤에 늘어선 여자들을 의기양양하게 둘러보며 말했다.
'정말 딱 어울려요."
누군가가 말하고는 폭소를 터뜨렸다
'현월류 꽃꽂이의 대가가 시바다류 꽃꽂이회의 지하실에서 노
예생활이라니, 이건 정말 걸작이야.'
마치코도 자지러졌다
'너 너무해요."
유키 부인은 참지 못하고 어캐를 떨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키 부인은 우는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여자들은 오욕
의 서러움으로 흐느끼는 유키 부인의 윤기 흐르는 목덜미와 희미
하게 흔들리는 예쁜 머리 등을 멍하니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들어가실까?"
가즈에는 흐느껴 우는 유키 부인을 보자 한층 잔학성이 고양되
었는지, 허리띠 사이에서 열쇠를 꺼내 철문을 열었다. 우리 안은
한 평 반 정도의 넓이로, 거칠게 짠 거적 한 장이 아무렇게나 깔려
있을 뿐이었다.
문이 열린 우리 내부로 시선을 보낸 부인은 움찔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지금까지 호화로운 저택에 사시던 부인이 오늘부터 이 좁은우
리에서 살게 되다니 .다 지금까지 우리들을 업신여겨 온 대가야.'
란코가 매끈한 하얀 뺨에 눈물을 적시고 있는 부인을 고소하다
는 듯이 바라보며 톡 쏘아붙였다.
모르겠어요. 왜 내가 당신들에게 이런 잔인한 처사를 받아야
하는지."
유키 부인은 격하게 흐느끼면서 상기되어 드높아진 소리로 항의
했다.
'뭐라고 떠드는 거야! 이러쿵저러쿵 잔말 말고 어서 들어가.'
도시에가 뒤에서 부인의 등을 우리 쪽으로 떠밀었다.
그때 마치코가 유키 부인의 밧줄 끝을 꼭 쥐고 아직 안 돼. 하며
말했다.
'알몸으로 우리에 들어가도록 해 이런 호화로운 옷이 노예에게
합당하다고 생각해?'
'맞아.그런 맹세를 했었지. 잊진 않았겠지,부인?'
가즈에가 끄덕이며 두 손의 포박을 풀기 시작했다.
'자. 옷은 모두 여기에 벗어놓도록! 오늘부터 영구히 부인은 알
몸으로, 누더기 한 장 몸에 걸치는 걸 허락지 않겠어.
밧줄이 풀린 유키 부인은 화사한 하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훌
쩍훌쩍 흐느꼈다
'언제까지 훌쩍이고 있을 거야! 빨리 벗지 않고!'
도시에와 요오코가 몸을 움츠리고 우는 유키 부인의 어깨를 옆
에서 흔들었다
'이봐. 혼이 좀 나 볼 테야?"
요오코가 어디에선가 청죽을 갖고 와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
는 부인의 등을 찰싹 내리쳤다.
'폭력은 금물이야. 예쁜 피부에 상처라도 나면 헛수고잖너. 이
부인은 말야,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아주 백설같이 고운 피부를 갖
고 있단다."
가즈에가 요오코를 제지하며 말했다.
그때 마치코가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어머나,이 여자 다이아 반지를 끼고 있잖아!"
마치코의 말에 유키 부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의 신변용품은 모두 오랫동안 자신을 섬겨 온 두 하녀에게
주었지만, 어머니의 유품인 다이아 반지는 아직 손가락에 끼고 있
었다
. 반지도, 손목시계도 빼서 어서 내놔!'
가즈에가 마치 불량소녀와 같은 말투로 말했다
'이, 이건... ..'
어머니의 유품이에요라고 말했지만, 이미 그런 사실이 통용되지
않을 상대임을 깨닫고 부인은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며 반지와
손목시계를 풀어놓았다
어머나. 굉장한데 이건 내가 가져야겠어 '
가즈에는 반지와 손목시계를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떻게 말하더
니 주위에 서있는 여자들에게 너희들은 부인의 옷을 나궈가지보록
해, 하고 말했다
'자.다음은 기모노야.빨리 벗어!'
우리 안 ?
마치코에게 등을 떠밀린 부인은 마침내 비장한 결심을 한 듯 고
개를 들고, 눈물에 젖은 눈으로 구석에 서 있는 마사오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
'마사오 씨,내 이런 꼴을 보게 되니 꽤나 흡족하시겠군요.'
어쩌면 그 한 마디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반발일 것이었다.
유키 부인은 조용히 일어서서 천천히 끈을 풀기 시작했다. 그때
무라카미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들어왔다
'지금 부하에게 연락이 왔는데,시마하라가를 압류했다고 합니
다
무라카미는 가즈에에게 사무적인 어투로 보고를 계속했다.
가구,세간살이에서 옷가지에 이르기까지 일체 압류했다고 하
니 안심하십시오
'그래요?여러 가지로 수고하셨군요.'
가즈에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눈물을 떨구며 띠를 풀고 있는 부
인을 바라보았다
'시마하라 저택을 압류했다는군.이것으로 더 이상의 미련은 남
지 않았겠지?'
그러더니 가즈에는 무라카미의 얼굴을 쳐다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하였다.
'꾸라카미 선생, 이제 곧 유키 부인은 알몸이 되어 우리 속으로
들어갈 거예요. 노예로샤 첫발을 내딛는 셈이죠.'
무라카미도 한쪽 뺨을 일그러뜨리며 소리를 높였다.
'이제 집도 없고 옷도 없으니,말 그대로 알몸 신세로군요.
'앞으로는 무라카미 선생도 원하는 시간에 이 부인을 안을 수가
있어요. 요전처럼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아아.그때 맨션에서는 가쿠다가 급사하는 바람에 당황했었는
데.이제부터는 느긋이 정사를 즐길 수 있게 됐군.흐흐흐.'
이윽고 유키 부인은 진홍색의 긴 속옷 차림이 됐다. 어슴푸레 어
두운 지하실 안이 돌연 요염한 색향을 띠기 시작한 느낌이었다.
'어서 그것도 벗어!'
여자들의 재촉에 유키 부인은 애처롭게 굳어진 표정으로 긴 속
옷의 띠에 손을 얹었는데. 그 하얀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
다. 그러나 이내 끈이 풀려 속옷자락이 스르르 떨어졌다
밑에 입은 횐색 속옷도 벗은 유키 부인은 마침내 요염하기 그지
없는 하온 살결을 드러내었다 이제 유키 부인의 몸을 덮고 있는
것은 횐색 두루미가 수놓아져 있는 속치마와 하얀 버선뿐이었다
유키 부인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교차시켜 가슴을 가디며 그 자
리에 주저앉았다.
'와.정말 기막힌 몸이네."
여자들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몸을 움츠리고 있는 유키 부
인의 비단처럼 광택을 띤 등줄기와, 단 한 장의 천만으로 가려져
있는 아랫도리를 눈을 번뜩이며 응시하고 있었다
여자들 중의 하나가 이 띠는 네가 갖겠어, 하며 칠보 문양의 띠
를 낚아챈 것을 계기로, 억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속옷 쟁탈전을
벌였다.
'이런! 이건 마치 부랑자 같군. 정말 한심해 "
그러나 가즈에는 말과는 달리 서로 속옷을 빼앗느라 정신없는
제자들을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부인 그 허리에 걸린 속치마도 깨끗이 벗어 이 아이들에게
주지 그래?"
유키 부인이 버선을 한짝 한짝 벗자 여자들이 손을 뻗어와 버선
도 삽시간에 가져가 버렸다
여자들의 성가신 재촉에 유키 부인은 마지막으로 남은 속치마에
손을 댔지만, 차마 더는 견디지 못하고 격하게 오열하기 시작하였
다.
'부 부탁이에요. 제발 이것만은 그냥 놔 두세요.
무슨 소리야 안 돼!'
마치코가 뾰로통한 얼굘로 가늘게 떠는 유키 부인의 우웃빛 어
깨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태어났을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에 들어가는 거야.그러기
로 약속했잖아.'
하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없어. 빨리 벗으라니까! 우리 말을 거역하면
기쿠오 군이 어떤 일을 당할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마치코의 히스테릭한 말을 란코가 받았다.
'앞으로 부인은 개, 고양이나 마찬가지로 사는 거야. 개나 고양
이가 허리에 뭘 걸친다면 이상하잖아?"
이번엔 요오코가 청죽으로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유키 부인
의 넓적다리를 쿡 찔렀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간 혼쭐날 줄 알아!
유키 부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아,알았어요_버,벗을게요."
부인은 모멸의 빛을 담아 요오코를 쏘아보더니 속치마를 벗기
시작했다
한쪽 무릎을 세워 꼬고 앉은 살집 좋은 넓적다리 위를 미끄러지
듯이 속치마가 떨어진다 그러나 그 안엔 엷은 기모노용 홴티가 있
었다
마치코가 속치마를 낚아채면서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안 래.그것도 벗어야 해.'
유키 부인은 오열의 소리를 내면서 허리를 약간 들어 팬티를 내
려 발목에서 잡아뺀 뒤 살며시 옆에 놓았다.
이제 여자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유키 부인을
황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조금 전까지 호화로운 옷에 몸을 감싸고 있던 절세의 미
녀가 지금은 옷을 모두 뺏기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구나 생각하니 마치코도, 란코도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그럼 우리 안으로 들어가!'
마치코가 뒤에서 유키 부인의 볼륨있는 엉덩이를 가볍게 발로
걷어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