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1화 (61/72)

아무리 외설스런 묘기를 훈련받고 부인이지만, 그 단아한 용모

에는 여전히 우아함이 감돌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남자의 마음을 녹아들게 만드는 요염함 같은 것이 깃들어

있었고. 가늘게 뜬 채 멍하니 전방을 향하고 있는 아름다운 눈에는

정감어린 촉촉함이 끈끈하게 배어있었다

오몽이 다가와 부인의 발밑에 어질러져 있는 쓰레기를 빗자루로

쓸면서 말했다.

'요 닷새간 우리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 부인도 열심히 해줬어.

조이는 법, 휘감는 법, 처음 여기에 왔을 때보다 근육이 아주 좋아

졌지.안 그래,여보?'

'암, 그렇지.'

진바치도 기분이 썩 좋은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체 물건이 좋지 못했다면 우리가 아무리 갈고 닦아도 명기가

되지 못하지. 그런데 이 부인은 타고나길 좋은 도구를 갖고 태어났

어. 꽃꽂이인지 뭔지를 하느라 자신의 도구가 훌륭하다는 것을 미

처 깨닫지 못했던 제야.

진바치는 그렇게 말하고 껄껄 웃기 시작했다.

요컨대 명기의 소유자란 얘긴가요?'

마사오가 말하자 진바치는 고개를 끄덕먹 보이며 또다시 웃었

다 응, 진짜로 명기야.낙지와 염낭주머니를 합친 거랄까?게다가

다른 사람보다 배는 민감하고, 질액의 양이 많아서 분명히 손님들

을 기쁘게 해줄 거야

오몽은 그렇게 말하고, 서늘한 뺨을 이쪽으로 향한 채 입을 다물

고 있는 유키 부인을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정말 볼수록 미인이야. 게다가 물건까지 훌륭하니, 이런 경우

는 좀처럼 보기 드문데 말이야 '

오몽은 그렇게 말하고 부인 앞에 앉아, 너저분하게 젖어있는 섬

모를 휴지로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다

'이봐.부인 일단 청소하자구."

유키 부인은 오몽의 그런 행동에 별로 주저하는 기색 없이. 그저

멍하니 복숭아빛으로 물든 정김석인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있었

'이런,홈뻑 젖었네."

오꽁이 웃자 유키 부인은 죄, 죄송해요, 하고 기어들어가는 소리

로 자못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깊숙이 떨궈 버렸다.

가까스로 술병의 마개를 닫고 일어선 진바치는 휘청이는 걸음으

로 방을 나갔다

'잠깐, 소변 좀 누고 와야겠어 그리고 나서 다시 시작하자구

좋지,부인?'

그러자 오몽도 뒤를 따라나서다가 문득 유키 부인 쪽을 보고 물

었다.

'부인은 어때? 소변 마렵지 않아? 변기를 사용할 거라면, 지금

싸는 편이 좋아.'

그러면서 오몽은 방 한켠에 놓아 두었던 함석 변기를 가지러 가

려 했다. 노예인 시마하라 유키는 변기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됐어요.괜찮아요.

유키 부인이 오몽에게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

'옆에 마사오 씨가 있어서 그래?"

오몽이 웃으며 뒤돌아보자.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울먹이는 소

리로 말했다

'청말 괜찮아요.

'아이구,마사오 씨,미안해.잠시 지키고 있어요

오몽이 잰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유키 부인과 단 둘이 남게 된 마사오는 구석의 의자를 끌어와 조

교주 옆에 앉았다.

'이런 지옥 밑바닥에 부인을 밀어넣은 것도 까놓고 말하자면 제

탓이지요.제 얼굴을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 않습니까?'

마사오가 담배연기를 내뿜으면서 말했다

부인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당신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잖아요. 누구를 원망한들 어쩌겠어요.

유키 부인의 그늘진 눈에 문득 눈물이 빛났다

'이제 괜찮아요, 마사오 씨. 여기에서 최하층의 여자로 다시 태

어날 결심을 했어요. 꿈도 없이, 있는 거라곤 지옥의 질고뿐, 그래

도 저, 목숨이 붙어있는 한 여자 노예로서 살아갈 거예요. 다만, 마

사오 씨.

어느 샌가 부인의 뺨에 커다란 두 줄기의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

,다만 지금도 걱정되는 것은 유리코예요.그 아이만은 무슨 일

이 있어도 행복하길 바라요.

유키 부인은 유리코가 교토로 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으리라

믿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사오는 갑자기 멋쩍은 기분이 되었다.

'글쎄요.유리코 씨의 일은 모르겠지만,오스기라는 할머니로부

터는 편지가 와있어요.'

마사오는 지금은 시바다 가즈에의 소유가 되어버린 집에서 오스

기로부터 편지가 온 것을 발견하고 보관하고 있었다.

'아니,할머니한테서 편지가요?"

부인의 눈이 반짝이며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마사오는 설레

는 표정을 짓는 유키 부인을 보면서 편지봉투를 찢었다.

'내가 읽어 드리죠.'

마사오는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저는 지금 아들 내외에게 얹혀서 평화로운 시골에서 살고 있습

니다. 지금도 부인 꿈을 종종 꾸는 일이 있어, 억러 가지로 친절하

게 대해 주셨던 일을 떠올리며 눈물지을 때가 있습니다... ..

그런 네용이었는데 마사오가 읽는 동안 유키 부인의 눈꼬리에

선 눈물이 넘쳐흘러 뺨을 적셔갔다

아무쪼록 부인도 몸 건강하세요. 행복하시길 빕니다. ... 하고

편지의 끝 문장을 읽자, 유키 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어깨를

떨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비단 같은 광택을 띤 알몸으로 오스기로부터 온 편지 사연을 듣

고 가슴이 미어져 흐느끼는 유키 부인 .... 마사오는 그런 그녀를

색정적인 아름다운 꽃을 보는 양 황흘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

'꽤나 주인 염려를 하는 할머니군요."

마사오가 말하자, 부인은 오열로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함께 지낸 할머니예요.정말로 저에

게 극진히 대해 주셨어요.'

그 할머니는 설마 꽃꽂이의 대가였던 자신의 주인이 현재 실오

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외설적인 훈련을 받고 있으리라

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마사오는 뭔가 아이러니컬한 기

분이 들었다.

'아니,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훌쩍이고 그래?'

그때 진바치가 들어오며 흐느끼는 부인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집에서 일하던 할머니한테 온 편지를 보고 감회의 눈물

을 흘리고 있는 거예요.'

마사오가 엷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옛날은 옛날,지금은 지금이야! 알아들었어.부인?"

예전의 당신은 죽었다는 걸 알아야 해!'

진바치와 오몽은 단호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더니, 계란이 든 바

구니를 꺼내들고 부인 앞으로 다가왔다

자,다시 한 번 계란 깨기 연습을 하자구.됐어?'

유키 부인은 젖은 눈으로 발치에 놓여있는 바구니 안의 계란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비참한 자신의 신세가 사

무쳐 오는지, 다시 어깨를 떨며 울기 시작하였다.

'자. 자, 이제 됐어 그만 울어!'

오몽이 손수건을 꺼내 부인의 눈에 고인 눈물을 라아냈다

진바치는 바구니 안에서 골라낸 계란을 손으로 비비고 나서 매

끈하고 풍만한 부인의 넓적다리께를 손으로 감싸쥐었다.

'자, 시작해 볼까?"

그러자 부인은 온몸을 경직시키고, 넓적다리를 딱 모은 채 울음

섞인 소리로 진바치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기 기다려 주세요.

'왜 그래,갑자기?

부드럽고 무성하게 자란 음모를 헤치고 막 계란을 밀어넣으려던

진바치는 부인이 근육을 경직시키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하지만.......

부인이 소리 죽여 흐느끼면서, 진바치 부부에게 매우 어려워하

는 말투로 떨며 말했다.

오늘은 좀체 기분이 나질 않아요.죄송하지만 오늘 연습은 이

걸로 끝낼 수 없을까요?"

'꿔라고,연습을 그만하자고!'

진바치가 갑자기 눈을 치켜뜨고 노기등등하여 외쳤다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야!'

진바치가 무서운 눈초리로 다가오자, 유키 부인은 당황하여 고

개를 떨구었다

. 너는 시바다 가즈에 님의 노예야! 연습을 끝내 달라고 할 권리

가 없단 말이야.'

오몽도 가시돋힌 소리로 말했다.

'주제넘는 소릴 하면 용서 못 하지 '

진바치는 의자 위에 놓여 있던 승마용 채찍으로 부인의 넓적다

리께를 찰싹 내리쳤다.

그런 가혹한 처벌도 훈련과정 안에 들어있는 건가 하고, 마사오

눈물의조교 벅

는 옆에 서서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이눈 화나면 어쩔 도리가 없어 자. 부인, 제가 잘놋했습니

다.하고 고분고분하게사과드려.'

오몽은 파랗게 질려 경직되어 있는 유키 부인에게 다그치듯이

말했다,

'제가,제가 잘못했어요.연습하겠어요

결코 다신 주제넘은 소리 하지 않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