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4화 (64/72)

시바다 가즈에가 응접실로 들어서자. 시마하라 유리코가 약간

긴장된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섰다. 언니인 유키와 마찬가지로

유리코의 용모나 자태 역시 비할 데 없이 아름다워 가즈에는 순간

적으로 넋을 잃고 말았다.

자, 앉으세요.'

가즈에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유리코에게 말했다

'현월류 꽃꽂이 집안의 아가씨께서 무슨 일로 이곳까지 왕림하

셨을까?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가씨에게 있어서는 적일 텐데?'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유리코는 기품과 우아함이 가득한 얼굴로 가즈에를 쏘아보았다

제가 이곳에 온 것은 혹시 언니의 거처를 알고 계시지 않나 해

섭니다.

그러면서 유리코는 언니가 있는 곳을 알고 있으면 가르쳐 달라

고 추궁하듯이 말했다.

'어째서 내가 언니의 거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변호사인 무라카미 씨로부터 들었어요. 어쩌면 당신이 언니가

있는 곳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

유리코는 필시썩인 마음으로 가즈에의 눈을 응시하였다

예에.. .. ."

가즈에는 말끝을 흐리면서 탁자 위에 놓여있는 담배 케이스로

손을 뻗었다

'무라카미 씨는 당신과 언니가 같이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

셨어요.

"참 나, 무라카미 선생도 좀 이상한 사람이군. 시마하라 유키라

고 하면 나 같은 것은 그림자도 얼씬 못할 고귀하신 분 아닌가요?

그런 분과 나 같은 것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다니,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이잖아요?'

가즈에가 잔혹하고도 차가운 맞을 띠며 빈정거리듯 말했다

유키 부인과 똑같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상아색 뺨, 촉촉히 젖어

빛나는 검은 눈동자...... 이 유리코도 오늘부터 나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자 가즈에는 숨이 막힐 듯한 홍분을 느꼈다. 기

품과 우아함, 낭창낭창한 팔다리를 가진 시마하라가의 아름다운

자매를 오늘부터 성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이떻게 통쾌한 복수

가 있을까 하고 가즈에는 담배연기를 천천히 네뿜으면서 유리코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시바다 씨, 부탁이에요. 언니 거처를 알고 계시면 알려 주세요.

유리코는 냉랭함이 가득한 얼굴을 가즈에에게 향하며. 새삼 펄

사적인 어조로 말했다.

'언니께서는요.... '

후후후, 가즈에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이곳에 죽 계셨다오.'

'네?"

유리코의 표정이 굳어졌다

'언니가 이곳에 있단 말인가요?'

순간, 유리코는 가즈에가 입고 있는 화사한 기모노가 혹시 언니

의 옷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러자 곧 정체를 알 수 없는 공

포심에 온몸이 짓눌려지는 것을 느꼈다.

짙은 감색 바탕에 국당초의 자잘한 무늬, 거기에 칠보문양의 화

려한 허리띠. 그것은 분명 언니가 가지고 있던 기모노 중 하나임에

틀림없었다.

'그 증거로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기모노, 당신 언니 거야. 어

때,눈에 익을걸?'

가즈에는 유리코의 창백해진 얼굴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 아 참, 이 다이아 반지도 당신 언니 것이지. 후후후. 모두 당신

언니에게 받은 거야.'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유리코의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에 공포심이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계획했던 대로 문이 열리고 가즈에의 심복인 마치코와

란코, 그리고 청바지를 입은 요오코가 들어왔다

'지난번에는 정말 실례했어,아가씨.'

마치코가 소파에 앉으며 온몸이 얼어붙어 있는 유리코에게 말을

건떴다

시마하라가에서 집문서와 인감을 가져갔던 마치코와 란코의 얼

굴을 보자, 유리코는 아연실색했다.

이 패거리들이 계획적으로 언니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라는 사실

을 간파한 유리코는 흘연 공포의 전율을 느끼며 소파에서 벌떡 일

어섰다.

'당신들이 언니를 함정에 빠뜨렸지?'

유리코는 눈을 치켜뜨고 히죽히죽 자신을 빙 둘러싸고 다가오는

여자들을 노려보았다

둬,그런 셈이지 ."

마치코가 코웃음을 치듯이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동생 유리코까지 우리 올가미에 걸려들었다는

애기지 '

란코 역시 기뻐 죽겠다는 듯이 말했다.

유리코는 무릎까지 덜덜 떨면서 벽 쪽으로 물러섰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언니를 이곳에 감금한 건가요?'

검고 커다란 눈망울에 증오의 멎을 떠올리며 유리코는 조금씩

다가오는 여자들을 노려보았다.

'뻔한 애기 아냐?

가즈에가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내뿜으면서 말했다.

'오랜 세월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현월류 꽃꽂이를 봉괴시키는

일, 또 하나는 현월류가 소유한 상당한 재산을 우리가 몽땅 차지하

는 것.그리고 또 하나는.......'

가즈에는 유리코의 겁먹은 표정을 고소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

했다 꽃꽂이의 대가이자 기품있는 미모를 자랑하는 시마하라 유키

를 훈련시켜서 화전차의 여왕으로 만드는 거지 '

그러자 란코와 마치코가 요란스럽게 웃었다.

유리코의 얼굴에선 핏기가 사라졌다

'당신에겐 안됐지만,언니와 똑같은 운명을 걸어 줘야겠어.'

가즈에가 계속 떠들어댔다.

'시마하라 유키만 우리 노예로 만들어선 안심이 안 돼.아가씨

가 현월류의 당주를 이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말야. 시마하

라가의 아름다운 자매를 모두 잡아들임으로써 마침내 나도 안심하

고 발뻗고 잠 잘 수 있다는 얘기지."

가즈에는 그떻게 말하며 마치코와 란코에게 눈짓을 했다.

'이 아가씨를 붙잡아."

그러자 마치코와 란코가 준비해 온 오랏줄을 가지고 공포심에

눈을 치직뜨고 있는 유리코애게 덤벼들었딪.

'무,무슨 짓이야!'

유리코는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어 문 쪽으로 달아나려고 했다

그러자 그떻게는 안 되지 하고 등뒤에서 마치코와 란코가 유리

코의 낭창낭창한 어캐를 움켜잡았다.

놔, 놓으라고!'

유리코익 섬세한 뺨이 분노로 빨갛계 물들면서. 말치코에게 붙

리흔 어깨촐 미킹 이 풍듭어댔닥

네 언니를 맏나게 해주겠다는 거야 얌전히 굴어.'

마치코의 손이 유리코의 원피스 깃을 획 낚아채자, 찌익 하며 하

얀 원피스가 찢어졌다

'무,무슨 짓이에요!

시고러워 !'

마치코와 란코 그리고 요오코까지 가세해서 필시썩으로 몸부림

치는 유리코를 마침내 마룻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러나 마치코가 유리코의 손을 등뒤로 돌려 꺾으려고 하자. 유

리코가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면서 마치코의 손을 힘껏 물어뜯었

다.

'앗!'

마치코가 비명을 지르며 얼른 손을 움츠렸다

물었어?이년이!

마치코가 어렴풋이 피가 배어 나오는 손을 들여다보고 발끈해서

유리코의 뺨을 힘껏 때렸다

얼굴은 곱상한데,성질은 꽤 사나운 아가씨군.

가즈에는 옆에 우뚝 선 채로 킥킥 웃고 있을 뿐이었다

이게, 이게 하면서 손등을 물린 마치코는 화가 덜 풀렸는지 유리

코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마구 흔들어댔다

'좋아,그럼 몽땅 벗겨 주지.'

란코가 다시 달려들어 유리코의 원피스를 찢었다. 유리코는 날

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여자 셋이 덤벼들어 옷을 찢자, 유

리코는 금세 새하얀 슬껍만 걸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만, 그만해, 하고 유리코는 울부짖으며 여자들로부터 필사적

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네 언니도 홀딱 벗고 우리에 갇혀 있다니까."

여자들이 자지러지게 웃어대며 유리코를 쫓아가 슬럽의 어깨끈

을 잡아뜯었다.

앗! 하고 유리코가 몸을 접어 움츠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횐색

실고 슬럽이 단숨에 벗겨지타턱 다시 덤벼든 마치코에 의해 브래

지어마저 무참히 벗겨지고 말았다

'어머 고운 피부를 갖고 있는데!'

젖가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검은 머리카락을 떨며 흐느끼고 있

는 유리코를 둘러싼 여자들은 한숨을 지으며 넋을 잃고 유리코를

바라보았다.

가즈에도 다가서더니 황홀한 듯이 말했다

"유키와 똑같이 미술품인걸.'

이것으로 두 개의 미술품이 자신의 손아귀에 굴러들어왔다고 생

각하자 가즈에는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앞으로 이 유리코 역시

언니 유키와 똑같이 성의 노예로 만들어 하등동물로 취급하리라.

진바치 부부의 훈련을 받게 해 양가집 규수로서의 자존심 따윈 산

산조각내 버리고 육체적 세뇌를 가해 창녀로 변신시켜 주겠다고

생각하자 가즈에는 거센 흥분이 몰려와 몸까지 떨리는 것을 느꼈

. 이제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군.'

'자.아가씨,팬디도 벗어야지.'

요오코가 흐느껴 울고 있는 유리코의 등뒤로 달려들어 팬티를

벗기려 하자, 유리코는 다시 비명을 지르며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손으로 필사적으로 팬티를 움켜잡았다

'네 언니도 알몸으로 있으니까 너도 몽땅 벗는 거야."

그래야 보고 싶은 언니를 대면시켜 주지 ."

여자들이 조소하면서 달려들어 유리코의 몸에 단 하나 남은 천

조각을 벗겨내려고 했다.

미친 듯이 머리카락을 뒤흔들며 날뛰는 유리코를 본 가즈에는

초조한 어조로 말했다.

'얼른 묶어 버려 !'

여자 셋이 다시 유리코에게 덤벼들어 마룻바닥에 쓰러뜨려서

순식간에 두 팔을 뒤로 꺾었다

그만해!'

유리코가 한층 날카로운 목소리로 울부짖었지만 이미 중간쯤에

비틀려 겹쳐진 유리코의 횐 팔목을 마치코가 팽팽하게 묶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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