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규는 하늘끝까지 메아리쳤다.
그것도 3천 년동안 동정으로 살아왔을것 같은 오덕신따위에게 낚여서 고자가 됐다면 더욱 더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고자보단 강간범이 수백배 낫다.
그때 퍼뜩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잠깐! 만약 여기가 금서목록의 원작대로 진행된다면?”
그렇다! 만약 원작대로 진행된다면 나에게도 한줄기의 희망이 있다.
뭐니 뭐니해도 난 미래를 미리 알고 있는것이니까!
그나저나 초전자포의 스토리로 가는거야, 아니면 금서목록의 스토리로 가는거야?
스토리의 흐름을 알고 있어도 언제 시작되는지 모르면 무용지물이자나.
난 안될꺼야.. 아마
혼자서 좌절하고 있는 내 눈에 사텐이 보인다.
뭐? 사텐이 보여?
너무나 절망적인 현실에 내 뇌내에서 멋대로 조합된 환상덩어리는 아니겠지?
혹시 환상인가 싶어 눈을 마구 마구 비벼보았지만 여전히 내 눈앞에는 사텐이 존재하고 있었다.
자,자,자,자,잠깐!
어째서 사텐 루이코가 이런 후미진 골목길을 싸돌아다니고 있는건데?
이건 누군가의 농간이 틀림없어!
난 여기서 나가겠어.
오덕의 신 네놈의 짓이냐아아!
나는 마구 두근거리는 심장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떨리는 눈으로 사텐을 바라보았다.
사텐쪽에서도 날 눈치챘는지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생긋 미소를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그 순수한 미소가 더럽혀진 내 양심을 푹푹찌르는 것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안돼! 내 쪽으로 다가오지마! 더럽혀 진다구! 난 강간범이라고!
막다른 벽에 몰려 나 자신을 마구 자학하고 있는데 사텐이 고개를 갸웃하며 내 코앞에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토우마 오빠?”
“히이익!! 잘못했어요!…엥?”
...방금 뭐라고? 사텐의 귀여운 얼굴이 갑작스래 코앞에 디밀어진 파괴력에 횡설수설하던 나는 순간 그녀가 한 말을 이해 못한 채로 벙찐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샤텐이 볼을 빵빵하게 불리며 나의 손을 잡아채는 것이 아닌가?
귀여운것도 귀여운것이지만 난데없는 상황전개에 반응조차 못하고 손을 잡았다.
“토우마 오빠, 이런 골목에서 뭐 하는 거야. 계속 찾아다녔잖아.”
이건 또 무슨 상황?
어린애마냥 사텐이 이끄는 대로 질질 딸려가며 난 꼬일때로 꼬인 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맹렬히 머리를 굴렸다.
종합하면 어째서인지 사텐이 날 어딘가에 플래그마스터로 오인하고 있으며, 나와 매우 친밀한 사이인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원작에서 카미죠와 사텐이 만난적은 없을 터인데!!’
이건 연구대상이다! 미스터리다! 무시무시한 충격과 공포가 휘몰아치며 지금까지 쌓아왔던 금서목록의 지식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아니면 설마 동명이인? 아무리 카미죠가 플래그의 화신이라지만 원작에도 없는 설정을 만들었을 리가….
‘토우마 이새끼..’
어딘가에 하렘마스터이며 1만명[시스터즈]이 넘어가는 플래그를 가지고 있는 색욕마인, 페로몬제조기 토우마라면 가능할지도…. 아니, 이 새끼라면..
%3C가능하다%3E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과 동급을 이루는 새로운 발견에 입을 쩍 벌리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내 머릿속으로 돼지가 꽥꽥 거리는 것 같은 오덕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덕후를 이 세계에 적응시키기 위해 준비한 첫 번째 선물이라능.]
오덕신 네 이놈! 텔레파시도 가능한 것이더냐!
[나의 오덕력으로 덕후를 카미죠 토우마의 몸에 빙의시켰고, 새로이 사텐 루이코와의 인연을 친한오빠의 관계로 이어붙였다능.]
나는 오덕의신이 자랑스럽게 말하는 선물의 내역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뭐, 뭐야? 원작을 꼬아버렸단 말이냐!! 설마 이 일로 미래가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명색이 신인데! 그렇게까지 생각이 없진 않겠지.
[….]
왜 말이 없는거냐, 설마..?
[킁! 나비효과라고 해서 작은 비틀림이 큰 비틀림으로 바뀌는 현상이 조금 있을거라능. 그러나 큰 줄기는 무사하니 걱정하지말..]
‘뭐라고오오오!’
나는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끼며 폐부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분노성을 터뜨
렸다.
내가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점으로 가지고 있던 카드가 바로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원숭이보다 못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오덕의신이란 잡놈이 내 유일한 희망을 송구리째 뽑아버린 것이다.
[뭐, 여러 가지 자잘한 사건만 바뀌었을 뿐이라능. 너무 흥분하지 말라능.]
‘그 여러 가지 자잘한 사건에 누구는 생명보다 소중한 존슨을 걸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것도 네 녀석이 멋대로 만들어 낸 설정에 말이다. 만약 내 눈 앞에 오덕신이 있었으면 죽든 살든 떡이 되도록 두들겨 팼을 것이다.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데 그래도 자기가 잘못한 것은 아는지 한결 풀이 죽은 오덕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잘, 잘못했다능. 사과의 의미로 토우마의 능력에 덕후의 능력을 더해주겠다능.]
뭐? 설마 오덕력의 봉인을 풀어주겠단 뜻인가? 오덕력이란 단어 덕분에 굉장히 한심해 보이지만 망상구현이라면 상당히 쓸만한..
[자 이제 딱 덕후가 지니고 있던 육체의 기능만큼 카미조토우마의 신체가 향상되었다능.]
신체적능력이였냐!! 참고로 나의 근력은 2kg아령을 힘겹게 드는 정도다. 한 마디로 잉여.
띠링.
system - 카미조토우마의 신체가 아주 약간 향상되었다.
“....”
[자 이젠 정말 안녕이라능! 사텐을 먹을때까지 나는 그쪽 세계에 간섭할 수 없다능.]
‘야! 야!!’
마음속으로 오덕신을 다급하게 불러봤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 상황.. 이제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텐에게 질질 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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