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시작.원작 돌입과 빌어먹을 긴급 퀘스트.&WTV9172643=갑작스런 퀘스트에 덕후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2달 동안 죽을똥 살똥 간신히 모은 오덕력이 겨우 5천 2백이다. 이른 아침부터 깊은 밤까지 꼬박 두 달 동안 성실하게 사텐을 조교하며 모은 결과가 바로 이것인데, 실패하면 몽땅 허공으로 붕 날아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원작이 어떤식으로 꼬였을 지 모를 이 상황에서 오덕력이 날아가면 곤란해지는건 덕후였다. 도처에 사망플레그가 깔려 있을 텐데, 오덕력이 없이 진행한다는것은 마치 총알없이 전쟁터로 내몰아진 군인과 같은 꼴인 것이다.
‘젠장!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원작이 어긋나더라도 하는 수 밖에 없다. 덕후는 미사카를 쓰러뜨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원작은 이미 어긋났고, 어떻게 꼬였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덕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눈을 감고 폭탄을 해체하는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덕후의 마지막 말에 심기가 상했는지 미사카는 상큼하게 아미를 찡그리며 무시무시한 전류를 내쏟았다. 하늘로 올라간 전기덩어리가 대기의 기류를 자극하자 하늘에서 거대한 크기의 먹구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 순간 시꺼먼 먹구름이 요동치듯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거대한 크기의 뇌창이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릉!
하지만 번개는 미리 쳐들고 있던 이메진 브레이커에 막혀 허무하게 무력화됐다. 내가 쳐
들고 있는 오른손 사이로 번개 다발이 비껴나가자 미사카의 눈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너, 너 정체가 뭐야?”
미사카의 경악성에 오른손으로 번개줄기를 막아 낸 덕후가 천천히 걸음을 때며 입을 열었다.
“그저 평범한 레벨0.. 무능력자다.”
“웃기지마! 레벨0이 방금전의 일격을 견뎌낼 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능력을 경계한 미사카가 찌릿찌릿하게 전기를 끌어올리며 커다랗게 외쳤다.
“다가오지마!”
덕후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거리를 좁혀오자 슬그머니 불안감이 치솟아 오른 미사카가 수십줄기의 번개를 자잘하게 내쏘며 물러섰다. 경계하듯 내리쳐진 번개가 바닥을 날카롭게 때리며 스파크를 일으킨다.
지지지직!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후가 계속해서 걸음을 멈추지않자 어지간한 미사카도 살짝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전격이 먹히지 않는 능력자라니, 들어본 적 없다.
“다가 오지 말라니까!”
덕후와의 거리가 손에 닿을 정도로 다가오자 미사카는 정전기를 일으키며 훌쩍 뛰어 올랐다. 자력을 띠게 된 그녀의 몸이 거꾸로 뒤집히더니 마치 자석처럼 다리를 이루는 철근에 달라붙었다. 덕후의 얼굴에 처음으로 난감한 표정이 나타났다.
그녀가 달라붙은 위치가 제법 높은 곳에 있는 철근이라 덕후의 손이 전혀 미치지 않는다. 결국 덕후는 미사카의 강한 자존심을 자극하기로 하고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뭐야? 설마 학원도시의 230만명중 7명밖에 없다는 레벨 5중에서도 서열 3위의 높은 위치에 계시는 찌릿찌릿 양이 힘도 없는 레벨 0의 무능력자를 두려워해 도망을 치신건가?”
자존심이 상한 미사카가 커다란 눈을 고양이처럼 치켜뜨며 반박했다.
“-웃기지 마! 파악할 수 없는 능력을 적의 사정거리 바깥에서 파악하는 건 상식중의 상식
이야!”
그녀가 빽 소리를 지르자 덕후가 귓구멍을 휘휘 후비며 말을 이었다.
“아아.. 그러니까 내 손이 안 닿는 것으로 도망쳤단 말이지?”
“아니야!”
“내가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다는 이야기잖아!”
“아니라니깐!!”
짐짓 그녀를 무시하는 태도로 말을 건내자 발끈한 미사카가 거꾸로 선 채로 벌떡 일어섰다. 그 덕분에 한 손으로 누르고 있던 교복치마가 흘러내리며 그녀의 속옷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그 예상치 못한 상황에 덕후도 그리고 미사카도 순간적으로 쩍 굳어 공기가 냉각된다.
‘어째서 반바지가 아닌거냐?!’
원작에서 미사카는 항상 치마안에 반바지를 받쳐입고 다니는 남자같은 성격을 지닌 여자얘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팬티인거냐? 자신의 금서목록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을 느낀 덕후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미사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 너 어째서 얼룩무늬 팬티...”
펑-!
“꺄아악!”
덕후의 말이 기폭제였다. 미사카가 얼굴을 사과처럼 빨갛게 붉히며 철골에 주저앉아 비명을 내질렀다.
“죽어어어엇!”
“우와아앗?”
외간남자에게 속옷을 보인 창피함에 미사카가 풀파워로 전기를 내쏘자 덕후는 비명을 내지르며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미처 무효화되지 않은 잔여량의 전기가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자, 잠깐 진정..”
“죽어, 죽어, 죽어엇!”
미사카가 마침내 주머니에서 코인을 꺼내들며 레일건까지 내쏘자 덕후의 얼굴이 창백해
졌다. 빛살처럼 날아온 레일건이 오른손을 강타하자 상당한 충격이 전해지며 몸이 밀려나갔다. 무시무시한 위력이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모든 이능의 힘을 무효화 시키는 오른손이 욱신욱신거릴정도였다.
미사카가 계속해서 힘을 방출하자 조금씩 몸에 데미지가 축적되는 것을 느낀 덕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미사카가 높다란 철골위에서 공격을 하는 통에 그녀를 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젠장, 결국 써야하나?”
사실 덕후는 그녀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딱 하나 알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3C어둠어둠 열매 - 암수(1회).%3E
소모EXP exp52038404/exp52004304
지금까지 모은 오덕력이 거의 몽땅 날아가 버리는 상황. 거기에다 영구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딱 1회만 사용할 수 있는 오덕력의 양에 덕후의 표정이 팍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능력밖에 해결책이 없었기에 결국 덕후는 눈물을 머금고 능력을 구현하는 수 밖에 없었다.
“망상구현, 암수. 끄아아아아악!”
왼손에 착용중인 건틀렛의 수정구에서 빛이 번쩍일며 오른손이 검게 물들기 시작하자 덕후는 커다란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짜릿한 고통이 온몸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원피스의 나오는 어둠어둠 열매의 능력.
그중 암수는 멀리있는 적을 끌어오는 능력이다. 하지만 이 능력의 패널티는 온 몸을 강타하는 고통을 그대로 겪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연계에 속하는 열매니만큼 직접적인 데미지는 없지만 그 끔찍한 고통은 그대로인 것이다.
“아아아... 꺄아아아앗!”
덕후의 검게 물든 손바닥에서 일어나는 강력한 흡인력에 자력으로 철골에 붙어있던 미사카의 몸이 강제적으로 끌려오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블랙홀에 버금가는 엄청난 인력을 발휘하는 암수의 위력을 미사카가 버티기엔 무리가 있었다.
“꺄아아악!”
“크으으윽!”
미사카와 덕후의 몸이 한데 엉켜 단단한 도로변에 거칠게 나뒹굴었다. 크게 다칠 것 같았던 미사카는 덕후의 몸이 쿠션이 되어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그리고 오덕신의 힘으로 일반 성인 남자의 2배의 체력을 지닌 덕후 또한 그다지 상처가 없었다.
오히려 덕후는 바닥을 구르며 느껴진 통증에 암수로 인해 느껴지던 고통이 가시자 살 것 같았다. 고통에 몸을 떨던 덕후는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미사카를 보자 급격하게 눈썹이 휘어지는 것을 느꼈다. 짧은 시간 암수로 인해 느껴진 전기에 감전되는 고통은 덕후의 화를 치솟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덕후는 미사카를 거칠게 바닥에 내리누르며 난폭하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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