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추억
초인종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보니 같은 층에 살고 있는 가네스키 다찌오와 낯선 여자가 상기
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가네스키는 키가 크고 잘 생긴 스물 대여섯 정도의 청년이었는데, 수도
배관공이었고, 마사키와는 몇 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여자는 흰 블라우스와 검은 스커트를 입고 긴 생머리
에 꽤나 귀엽고 순진해 보였다.
도끼에가 가네스키의 애인의 이름은 기무라 아유코로 이 아파트 아래층에
산다고 했는데, 아마 그 여자인 것 같았다.
아파트 정보통인 도끼에는 그들이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남자의 부모가
자주 아파트로 찾아오기 때문에 동거는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의 덧붙였다.
가네스키는 영문 편지를 번역해 달라고 왔다.
편지를 건네받은 마사키는 영어는 거의 본토인 수준으로 능숙한 터라 읽
어내려가는 것과 동시에 번역해주었다.
편지는 무려 여섯 장이나 되었는데, 남녀 간에 관계가 있었던 사실을 으
로 노골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여러 군데 있었다.
또 여자의 육체를 찬미하고, 마지막으로 올해 안으로 프로포즈하러 갈테
니까 기다려 달라며 끝을 맺었다.
그가 읽는 것을 듣고 있는 동안 가네스키와 여자의 얼굴빛이 점차 변해갔
다.
<이 편지 정말로 그런 내용이에요?>
<그렇습니다. 당신도 조금은 읽을 수 있겠죠?>
<예, 하지만......>
거의 성적인 내용으로 점철된 그 편지는 왠만한 영어 실력이 있다고 하더
라도 해석이 쉽지 않았고, 막상 해석을 해놓아도 그 의미가 이상할 것이었
다.
플레이 보이를 읽으며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많은 성과 관련된 속어와 비
어들 때문에 곤란을 겪었던 마사키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넌 날 속였어.>
가네스키는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속았다니요. 토마스 씨와의 일은 전부 고백했잖아요.>
<하지만 이 편지 내용과 네 얘기하곤 완전히 달라.>
<술 한 잔 하시겠어요?>
마사키는 주방에서 가지고 온 위스키를 권했다.
가네스키는 잔을 단숨에 비웠다.
<죄송하지만 한 잔 더 주시겠습니까?>
<그만 마셔요.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술에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이 쓴약을 먹었을 때 같은 표정으로도 알 수
있었다.
<스트레이트보다 언더 락이 좋을 것 같네요.>
마사키가 잔에 얼음을 채워 건네주었다.
<우리 나가서 얘기해요.>
아유코가 가네스키의 팔을 잡고 일어나려고 했다.
마사키와는 별상관없는 일이지만 그의 호기심이 발동하고 있었다.
외국인과 또 섹스가 관련된 일이니 흥미가 생기지 않을 리가 없었다.
<괜찮다면 여기에서 얘기를 나누세요. 대충 들어보니까 그 편지 내용이
진짠냐, 아니냐가 문제의 핵심인데, 그건 두 분이 아무리 다툰신다고 해도
밝혀질 것 같지는 않네요.>
아유코는 막무간내인 가네스키와는 대화도 안 될 것 같고, 손찌검이라도
하지 않을까 겁도 났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유코는 다시 앉았고, 가네스키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전 기무라 아유코입니다. 조그마한 의류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이 사람
은 가네스키 다찌오입니다. 수도배관일을 하고 있어요. 우린 정식으로 사귀
고 있는 사이에요.>
<정말 뻔뻔하군. 이 여자와 나와의 관계는 그 양키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당신도 편지를 봤으니까 알 것 아닙니까?>
<이건 그쪽의 일방적인 편지일 뿐 기무라 씨가 그 남자를 어떻게 생각하
고 있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을 수도 있어요. 늦었지만 제 소개를 하죠. 전
도쿠가와 마사키입니다.>
마사키의 변론에 마음이 놓였는지 아유코가 입을 열었다.
토마스는 미국 무역상으로 작년에 토쿄에서 3개월간 있었는데, 그때 그녀
와 잠시 사귀었다.
그러다가 귀국하면서 연락이 끊겼고, 그 후에 가네스키를 만났다.
그런데 느닷없이 일 주일 전에 편지가 왔다는 것이었다.
<이 편지에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 써 있는데요?>
<그런 약속 같은 건 한 기억이 없어요.>
<실례의 질문이지만 그럼 관계를 가진 건 사실입니까?>
가느다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하지만 진지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참, 당신 회화는 잘 하나요?>
<그냥 기본적인 것밖에 못해요.>
가네스키가 술을 들이켰다.
이제 눈까지 빨갛게 충혈되고 상체를 휘청거렸다.
<빌어먹을!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그 놈이랑 그냥 개처럼 막 달아붙은
거야?>
언어 사용이 난폭해져 갔다.
급속히 취기가 오른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 아직도 그 놈을 잊지 못한 거지? 너도 다른 골빈 여자처
럼 외국 남자라면 사죽을 못쓰니? 내가 편지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몰래 만
날 속셈이었나?>
<정말 6개월 전에 헤어진 사람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아예 그 사람과의
일을 고백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또 편지는 숨길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기
회를 봐서 보여 줄 생각이었어요. 정말이에요.>
결사적인 해명이었다.
그 절실함이 마사키에게도 전해왔다.
<가네스키 씨, 제 생각에는 기무라 씨가 한 말이 사실 같아요. 대개 서양
사람들이 여자에게는 과장된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그런 편지 신경 쓸 필
요도 없어요. 틀림없이 우리 나라에 올 일이 생기니까 그제야 다시 어떻게
해보려고 쓴 걸겁니다.>
갑자기 가네스키가 일어났다.
<난 이제 싫어.>
휘청거리며 벽을 짚고 몸을 지탱했다.
<난 이제 자야겠어.>
쓰러질 듯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유코가 일어나 부축하려고 했지만 가네스키는 완강히 뿌리치고 고함을
질렀다.
<이 손 치워. 앉아 있어. 진실을 말하기 전까지 여기서 나오지 마. 도쿠가
와 씨 내일 이 여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해주세요.>
<괜찮겠습니까?>
<예, 꼭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아유코는 울음을 터트렸다.
마사키는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미인이 우는 것을 보니 제 마음까지 아파지는 군요. 눈물을 거두세요.>
눈물을 닦는 그녀의 어깨에 다정스레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저 사람 항상 저런 식으로 화를 잘 내는 성격입니까?>
아유코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겠지요. 질투를 하는 걸 겁니다. 그만큼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고.>
어깨의 따스함이 전해져 왔다.
둥글고 탄력있는 어깨였다.
<지금은 그만을 사랑하고 있죠?>
<예.>
<그럼 됐어요. 가네스키 씨는 좀 쉬고나면 괜찮을 거에요. 걱정말아요. 상
태를 지켜봐서 저와 함께 갑시다.>
아유코는 울음을 그쳤다.
울음을 그친 이상 어깨에 손을 계속 올려놓을 이유가 없었다.
<당신 찬 친절하네요. 고마워요. 저... 며칠 전에 당신과 도끼에 부인이
얘기를 나누는 것을 봤어요.>
<저한테 누나처럼 잘 해주세요.>
<전 그 여자 싫어요.>
<아니 왜요?>
<그냥 싫어요.>
마사키를 바라보는 눈에 색기가 어른거렸다.
(이 여자, 잘만 유혹하면 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문득 가네스키와 도끼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
이 생겼다.
젊고 잘 생긴 청년와 요염한 이웃집 유부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
다.
또 아유코의 도끼에에 대한 적개심도 그걸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혹시 가네스키 씨와 도끼에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아닙니까?>
<......>
<그런 것 같군요. 당신은 아까 일방적으로 비난받았어요. 그런데 왜 그
일은 말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몸이 조금 휘청거리면서 손수건 쥔 손이 마사키 무릎 위로 놓여져
무게가 더해졌고 상체가 기울어져 왔다.
<그건 저 사람과 내가 서로 알기 전의 일이에요.>
<토마스란 사람의 일도 그렇지 않은가요?>
바지 위로 아유코의 손가락 힘이 허벅다리에 가해졌다.
허리 부근에 팔꿈치도 얹었다.
첫 대면치고는 매우 친밀한 접촉이다.
마사키는 분신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긴 하죠. 우린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하면서 과거를 모두 털어놨어
요.>
<그때 말하지 않았다면 이번 편지는 시치미를 딱 잡아뗄 수도 있었을 텐
데.>
다리 사이가 불룩해져 바지 위로도 눈치챌 수 있었다.
당황한 마사키는 그녀로부터 떨어져 제 자리로 가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
았다.
<나 가네스키 씨와 헤어져도 좋아요.>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사람은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그 일을 입에 올리며 절 못살게 굴 것
같아요.>
<그렇지는 않을 거에요.>
마사키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 어깨에 손을 얹고 귓가에 입을 대어 조용히
속삭였다.
<저... 좀 곤란한 질문이지만 중요한 것이라 물어보는 겁니다. 가네스키
씨와의 잠자리에 만족하시나요?>
조금 뒤에,
<예.>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그도 알고 있습니까?>
<예.>
<그럼, 됐습니다. 그런데 토마스란 사람과 비교해 볼 때 부족하다고 생각
되는 점은 없으신가요?>
그녀는 주저함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전혀 없어요.>
마사키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문제될 게 없어요. 가네스키 씨는 아마 그걸 신경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어, 오늘밤 사랑을 나누면서 당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그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신이 토마스 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 장소로 이사가길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블라우스의 옷깃 사이로 뽀얀 가슴이 보였다.
브래지어를 하고 있지 않은 가슴의 1/3이 드러났다.
<하지만 갑자기 갈만한 곳이 없어요. 돈도 별로 없고.>
<그걸 그에게 상담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도 기뻐할 거에요.>
마사키는 어깨에 왼손을 얹고 있었다.
그녀의 육체의 모양새와 관계할 때의 반응에 대해 편지에 자세히 묘사되
어 있는 내용이 사실일까 궁금했다.
강한 층동에 휩싸인 마사키는,
(이 여자 도망갈 것 같진 않아.)
그렇게 판단하고 오른손을 움직여 왼쪽 가슴을 건드렸다.
그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욕심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 보다는 그냥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아!>
아유코는 놀라며 낮은 소리를 질렀지만 마사키의 직감대로 피하려고 하지
는 않았다.
유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상체를 제꼈다.
<내 것 그렇게 크지 않죠?>
그것은 이미 마사키의 손길을 용인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닙니다. 이 정도가 난 좋아요. 아주 감촉이 좋아요.>
마사키의 몸이 뜨거워지자, 얼른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바지 중심부
가 한껏 부풀어올랐다.
<가네스키 씨와 상의해보세요. 반드시 기뻐할 겁니다.>
가네스키와의 화해를 위해 조언하는 한편 유방을 계속 주물러댔다.
<알았어요. 그렇지만 그도 여유가 없으니까 별 뾰죽한 수는 없을 거에
요.>
<그래도 당신의 심정을 분명히 전하는 게 중요해요.>
아유코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제 그만해요.>
목쉰 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말뿐이고 아무 움직임 없이 그대로 있었다.
그녀의 귀에 입술을 대고 뜨거운 숨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조금 뒤에 저쪽으로 가면 가네스키 씨도 술이 깨었을 겁니다. 그럼 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세요. 당신이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게 좋겠군요.>
마사키는 귓가에 뜨거운 호흡을 뿜으며 혀를 그 속에 넣고 굴렸다.
아유코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그 사람, 당신의 소중한 곳에 키스해주나요?>
<가끔씩요.>
<오늘밤은 키스해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당신도 그의 것에 키스해주세요.>
<그렇게 하는 게 처음은 아니겠죠?>
마사키의 손은 오른쪽 가슴으로 옮겨갔고 왼팔은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
다.
아유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마사키에게 기대어왔다.
그녀의 손이 마사키의 허벅지 위에 놓여졌다.
<기분이 이상해요.>
<괜찮아요. 느껴도 돼요. 오늘밤은 그와 즐길테니까 지금 아무리 느껴도
상관없어요.
자신이 생각해도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그런데 저... 거기가 젖은 것 같아요.>
<정말로요?>
<예.>
<만져서 확인하고 싶어요.>
<안 돼요. 그건.>
아유코는 그러면서 마사키의 허벅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상황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당신 여자가 많죠? 그렇다고 소문이 있던데.>
<전혀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소문은 부풀어지기 마련이죠.>
<그래도 당신 바람둥이군요. 싫어요.>
그제야 왼손이 마사키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유방에서 떼내려고 했다.
그러나 센힘은 아니었으므로 거꾸로 손과 손이 휘감긴 형태가 되었다.
<바람둥이는 아니에요. 우연히 그렇게 된 것 뿐입니다.>
마사키는 다시금 유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여긴 내가 딱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마음에 들어요.>
<누구한테나 그렇게 말하실 테지요?>
<그건 아니에요. 난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아요. 당신은 정말 특별해
요.>
<그럼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이제 아유코는 오늘 소동은 다 잊은 듯 그 목소리가 감미로웠다.
<이런 걸 묻는다고 막돼 먹은 여자라고 생각하면 싫어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 당신 지금 여기 어떻게 되어 있어요?>
아주 나지막하고 끈끈한 목소리였다.
<당신이 그렇게 매혹적으로 만져주니까 기뻐하고 있어요.>
<정말인가요?>
<만져보세요.>
<그래도 돼요?>
<아까부터 잡아주길 기다라고 있어요. 아주 애틋하게 말입니다.>
<난 겁이 나서 못하겠어요. 무서워요.>
마사키는 유방에서 손을 떼내 아유코의 손을 잡았다.
<그럼 내가 하는 대로 그냥 따라 오면 돼요.>
마사키는 아유코의 손을 허공에 띄었다가 천천히 내려뜨려 자신의 것을
잡게 했다.
아유코의 손이 여전히 자신에게 내맡겨져 있는 것에 안심하고는 자신의
손을 떼었다.
<초면인 나와 벌써 이런 미묘한 짓을 하고 있다. 이 여자는 현재 과연 가
네스키만을 지키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신이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는 이상심리에서 이러는 걸까?)
어떤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했지만, 그녀는 첨단의 끝을 살짝 감싼 채
그대로 있었다.
마사키의 손은 스커트 위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제 알았지요.>
<정말이군요. 그런데, 어떡하지요?>
<그렇게 된 건 당신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그래요. 당신 책임입니다.>
<그래도 책임질 수 없어요.>
그러면서 드디어 아유코는 손가락을 미묘하게 움직이며 예민한 곳을 간지
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남자의 몸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렇겠죠. 오늘밤 당신은 가네스키 씨와 함께 자겠죠.>
아유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둥이 힘껏 잡히자 쾌감이 밀려왔다.
아유코 손의 맥박이 바지와 팬티를 뚫고 생생히 전해졌다.
<저... 이렇게 커도 여자가 고통스러워하지 않아요?>
불기둥의 크기와 굵기를 확인한 그녀는 그렇게 물었다.
진심으로 의아해하는 것 같지는 않고 만족감의 은유적인 표현인 듯 했다.
손가락이 더욱 미묘하게 꼼지락거렸다.
<오히려 좋아합니다.>
(나도 똑같이 이 여자의 팬티 위를 쓰다듬는 것이 좋겠지?)
<나도 당신이 젖어 있는지 어떤지 확인하고 싶어요.>
<안 돼요. 부끄러워요.>
그것은 거부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안 된다'는 말은 형삭적인 말에 지나지 않고, '부끄럽다'는 말은 손을 뻗
쳐도 괜찮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아유코의 허벅지를 어루만지고 있던 마사키의 손은 조금씩 안쪽으로 접근
해 들어갔다.
아유코는 말과는 달리 무릎을 살짝 벌리며 손이 파고들기 쉬운 자세를 취
했다.
손은 이내 팬티 위로 비부에 도달했다.
따뜻했다.
젖어 있는 것은 확실했다.
좀더 욕심이 생겼다.
<나는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직접 만져봐야겠어요.>
<이제, 안 돼요. 그만...>
간곡한 거부는 아니었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면 여자는 본능적으로 겁을
먹을 수도 있었다.
<가네스키 씨는 틀림없이 어느 때보다 정열적일 겁니다. 당신도 평소보다
몇 배나 더 즐길 수 있어요. 서로 다툰 뒤에는 그렇게 되는 거니까요.>
그들은 키스를 하지 않고 있다.
보통 남녀관계의 첫걸음은 키스라는 의식으로 시작된다.
그것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이 상황은 대화의 연장인 셈
이다.
그리고 그 대화는 가네스키와의 화해를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말이 그녀의 자기 합리화를 조장하고 거부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손가락이 팬티 가장자리의 고무줄을 들추고 그 안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지
만 그녀는 저항의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아유코는 덩어리를 세게 쥐며 말했다.
<안 돼요.>
하지만 몸은 반대로 손이 진행하기 쉬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두 개의 손가락 끝에 부드러운 음모가 닿았다.
점차 손가락은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그곳은 뜨거운 용암으로 젖어 있었다.
<정말 이렇게 젖어 있군요.>
<아! 아...>
살짝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아유코의 진주알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가 다른 여자들보다 민감하군. 하나코와 미도리 정도는 아니지만.)
순간 아유코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놀라운 일이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바지의 지퍼를 열고 직접 두 손으로 마사키의 심벌을 잡
아온 것이었다.
손가락은 가장 예민한 첨단의 갈라진 틈새와 잘룩한 부분을 비벼대기 시
작했다.
<아! 좋아요. 아유코 씨가 최고에요.>
그러면서 마사키는 두 손가락으로 꼭지점을 집어 비벼댔다.
그러자 아유코는 허리를 비틀며 강하게 덩어리를 잡았다.
<당신을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난 이미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 걸요.>
<우린 그러면 안 돼요.>
<그만하고 싶어요?>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요.>
<여기에 키스받고 싶지 않아요? 난 그렇게 하고 싶어요.>
<아! 안 돼요. 그건.>
마사키는 진주알을 손톱으로 살짝 꼬집었다.
<이것 너무 매혹적입니다. 보고 싶어요.>
<여기서는 안 돼요. 아! 가네스키 씨가 돌아올지 몰라요.>
아유코가 갑자기 몸을 확 비틀자 순간적으로 마사키의 손이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요.>
(좋아, 여기까지가 한계였어. 그가 정말 돌아올 가능성도 있고 다음을 생
각해서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
마사키는 오히려 안심이 되는 기분으로 자세를 바로 잡았다.
<솔직히 보내고 싶지 않아요. 당신과 그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상상을
하며 밤새 괴로워할 거에요.>
<미안해요.>
<하는 수 없죠.>
갑자기 아유코는 마사키의 다리 사이로 쓰러져 엎드렸다.
그리고 매우 빠른 동작으로 잡고 있던 심벌을 입속에 넣는 것이었다.
기둥을 잡은 채로 첨단을 세게 애무한 뒤 혀로 굴리기 시작했다.
<아... 좋아요.>
마사키는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
대단한 비약이지만 그가 유도한 것은 아니었다.
마사키는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쾌감 속에서도 복도의 인기척에 주의
를 기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분쯤 지나서 아유코는 고개를 들어 입을 뗐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걸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첨단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시 후 그것을 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좋아.>
마사키가 듣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한 작은 목소리였다.
그건 마사키의 남성이 좋다는 의미였고 자신의 호색성을 드러내는 말이었
다.
아유코는 다시 한 번 천천히 마사키의 것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단순한 애무가 아니라 분출을 시키려는 듯 집요했다.
오늘밤 자신이 가네스키가 즐기게 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이고 혼
자 남게 되는 마사키에 대한 위로였다.
하지만 꽤 시간이 지났어도 마사키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가 이제는 포기했는지 고개를 들었다.
<당신 지속력이 굉장하네요.>
<그런 편입니다.>
<아쉽지만 이러다가는 끝이 없겠어요. 그만 가봐야겠어요.>
마사키는 아유코를 안아 일으키고 비로소 키스를 했다.
그녀는 정열적으로 응해왔다.
긴 입맞춤 후에 그들은 자세를 가다듬고 옷을 매만졌다.
<정말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저도요.>
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요염함은 사라져 버리고 맨처음 봤을 때의 청순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마사키는 과연 그녀와 있었던 일이 정녕 꿈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