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64)

    

아버지가 돌아 온 건 여섯 시 반쯤이었다.

모두 식탁 위에 음식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아버지는 목욕을 금방 끝내고 나와 식탁에 앉았다.

아버지가 권하는 잔을 다에꼬는 부끄러워하면서 받았다.

술을 따라주며 아버지가 말했다.

<양조장 주인 영감이 너를 며느리 삼고 싶어하더구나. 내가 너희 아버지와  친

하게 지내니까 말을 넣어 달라고  하더군. 부탁받은 이상 말은 전해야지.  물론 

거절하고 안 하고는 다에꼬 아버지가 결정하실 일이지만.>

아무래도 혼담은 여자 쪽이 빠르다.

4년 전부터 다에꼬에게 간간히 그런 얘기가 있더니 은행에 다니면서부터 본격

적으로 혼담이 많이 들어왔다.

마사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에꼬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버지가 아니라 제가 결정할 일이에요.>

<그래? 그럼 어떻게 할 거니? 양조장 집 아들이면 이 근처에서는 최고의 신랑

감인데 선도 보지 않을 거냐?>    

<보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께선 제가 마사오와 결혼하길 바라지 않으시나요?>

얌전한 다에꼬답지 않은 당돌한 말이었다.

자세를 똑바로 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술잔을 비우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사오는 아직 어떤 인물이 될지 알 수 없다. 별볼일 없는 사람이 될지도  몰

라. 그래도 좋으냐?>

<예.>

이번에는 아버지가 마사오에게 얼굴을 돌렸다.

<다에꼬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될 자신이 있느냐?>

그제야 마사오는 아버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두 사람의 의향을 확인하기 위해 양조장 주인 얘기를 꺼낸 것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좋아,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는 다시 다에꼬를 보았다.

<그러면 정식으로 너희 아버지와 얘기를 해 보겠다.>

<잘 말씀드려 주세요.>

다에꼬가 다다미에 손을 짚고 머리를 숙였다.

마사오도 따라 했다.

옆에서 어머니도 거들었다.

<나하고 다에꼬 어머니는 벌써 얘기가 다 돼 있어요.>

이렇게 해서 비로소 마사오의 아버지도 두  사람을 어릴 적 친구가 아닌  정식 

연인으로 안정하게 되었다.

아홉 시가 지나서 아버지는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침실로 들어갔다.

  <소년 시절 나에게 한 살  연상인 다쯔는 눈부신 존재였다.  그녀는 그의 

선배의 약혼녀였는데, 그 선배가 교통 사고로 죽었다. 난 그녀가  그 사람에

게 모든 것을 허락한 것은 알고 있었어. 선배가 그걸 자랑삼아 상세히 들려 

주었으니까. 그리고 그로부터 이  년이 지난 후의  본오도리(음력 7월 15일 

남녀들이 모여 추는 윤무)의 밤이었어.>

  농촌에서의 성애에 관한 이야기에서 본오도리는 빠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본오도리가 열리는 신사의 경내에서 유까다 차림의 다쯔를 만났다.

  그때도 여전히 다쯔는 미혼이었다.

  다쯔는 그를 보고 반갑게 말을 건넸다.

  <어머,오랜만이네.>

  그의 가슴은 마구 뛰고 있었다.

  선배의 자극적인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황해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다시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반딧불 구경 가지 않겠어?>

  그러면서 가까이 다가와 그의 팔에 손을 둘렀다.       

  잠시 후 그들은 본오도리를 등 뒤로 하고 강의 제방쪽으로 발걸음을 옮겼

다.

  그의 가슴은 그녀의 몸에  관한 선배의 묘사가  떠올라 두근거렸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것을 떠올리는 것은 실례라고 스스로 타이르고 있었다.

  갑자기 다쯔가 그의 팔을 잡아끌고 잠시 멈춰 섰다.

  <나 괴로워.>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겠죠.>

  <아니...>

  다쯔는 고개를 저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야.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

  그러면서 잡고 있던 그의 왼손 손바닥으로 자신의 유방을 눌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쓰찌다는 손을 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중량감이 느껴지는 유방의 뭉클거림은 그의 심벌을 부풀게했다.

  <여기가 아려.>

  다쯔의 음성이 흐트려졌다.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당신이 좀 도아 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순간 멍청해진 쓰찌다는 곧바로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안아 줘.>

  들길엔 행인이 없었다.

  그는 양팔로 다쯔를 포옹했다.

  <아...>

  다쯔는 탄성을 발하고,

  <좀더 세게.>

  라고 말했다.

  양쪽 유방이 쓰찌다의 가슴을 압박했고,  여자의 향긋한 머리향이 머리를 

혼란시켰다.

  <키스해 줘.>

  쓰찌다는 꿈결같이 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그러자 다쯔가 먼저 격렬하게 입술을 빨아대고 혀를 꿈틀거렸다.

  열정적인 키스를 하면서 다쯔의 손은 활발하게 움직이며 끌어안자마자 발

기된 쓰찌다의 중심을 잡았다.

  처음 유끼다 위에서 잡은 순간, 다쯔는 '억'하고 신음했다.

  입을 맞추고 있었으므로 다른 소리는 내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후 손은 유까다를 가르고 곧 단단해진 심벌을 움켜쥐었다.

  (이렇게 길 한복판에서 있다간 사람들에게 들키고만다.)

  그렇게 생각한 쓰찌다는 길옆의 옥수수밭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저쪽으로 가십시다.>

  그러자 다쯔는 덩어리를 더욱 세게 잡으며 말했다. 

  <아냐, 여기도 좋아. 이렇게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  아... 이것 

너무 오랜만이야.>

  (하는 수 없지, 뭐. 이여자는 나를 좋아해서 이러는 건 아니다. 외로운 것

이다. 남자의 몸을 원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아직 욕정을 풀만한 상대가 없는 그로서는 불만이 없었다.

  더구나 다쯔는 소년 시절 짝사랑했던, 눈부신 존재였다.

  <제가 만져도 괜찮을까요?>

  대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말로 확인한 것은 뒷날을 위해서였다.

  <부탁이야. 그렇게 해줘.>

  쓰찌다의 손이 다쯔의 유끼다를 가르고 들어가 탄력있는 허벅지를 어루만

지기 시작했다.

  비너스에서 넘쳐난 사랑의 샘이 허벅지 안쪽을 따라  무릎 근처까지 적시

고 있었다.

  쓰찌다의 손은 그 흐름을 거슬러서 비부에 이르러 그 따뜻한 느낌을 즐겼

다.

  다쯔는 그에게 더욱 달라붙으며 허리를 흔들어댔다.

  <나, 그 외에는 누구하고도 하지 않았어. 맏어 줘.>

  <알고 있습니다.>

  <아... 이런 일은 처음이야.>

  그때 모기가 습격해왔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순간 쓰찌다는 결심했다.

  <다쯔 씨, 우리 집으로 가요. 이 모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겠어요.>

  <이젠 어디라도 가겠어. 날 당신에게 맡기고 싶어.>

  등 뒤로 본오도리의 큰 북소리를 들으면서 두 사람은 들길을 돌아 쓰찌다

의 집으로 향했다.

  쓰찌다는 집 밖 감나무 아래에 그녀를 숨겨놓고 집안의 동정을 살폈다. 

  전 식구가 본오도리에 함께 갔으므로 역시 아무도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다쯔를 불러 들였다.

  달빛이 비쳐드는 가운데에서 서둘러 이불을 펴고 다시 포옹했다.

  쓰찌다는 자신이 먼저 옷을 벗고 전라가 되어 다쯔의 옷을 벗겼다.

  적나라한 나신으로 누운 다쯔는 양팔을 벌려 쓰찌다를 더욱 세게 안았다.

  <날 좋아하는 것, 이전부터 알고 있었어. 나와 결혼해줘.>

  그것은 그가 소년시절부터 은근히 꿈꾸어오던 바였지만, 보잘 것 없는 집

안 출신인 그에게 인근에서 제일 부유한 집안의 금지옥엽인  다쯔는 언감생

심인 존재였다.

  그래서 막상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지금 뭐라고 하셨죠?>

  <나와 결혼해 달라고.>

  <저 같은 남자가 좋으세요?>

  <좋아, 그러니까 따라 온 거지.>

  순식간에 결혼 약속이 성립했다.  

  <그럼 약속의 표시로 여기에 키스해 줄게.>

  다쯔의 얼굴은 쓰지다의 복부를  따라 점점 아래로  내려가, 마침내 둥근 

부분만을 입에 넣고 세차게 빨아댔다.

  흥분한 나머지 쓰지다의 입에서는 뜨거운 신음이 연신 터져나오고 그녀의 

머리를 양손으로 누르며 경련하듯 허리를 떨었다.  

  <아... 다쯔 씨,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다쯔의 애무에는 정성이 듬뿍 담겨 있었고, 아주 능숙했다.

  이윽고 쓰찌다는 그녀의 입안에  들어가 있는 불덩이를 축으로하여  몸을 

회전시켜 자신의 얼굴도 다쯔의 다리 사이에 묻었다.

  거긴 이미 뜨거운 바다를 이루고 있었고 그의 입술을 거부하지 않았다.

  서로의 애무가 길게 계속되었고 그 사이에 다쯔는 몇 번이나 경련하며 기

성을 뱉아냈다.

  쓰찌다는 이미 그 소리를 막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 사람들에게 다쯔가  자신의 애무로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충동도 들었다.              

  <이제 해줘.>

  쓰찌다는 몸을 돌려 그녀의 다리 사이로 허리를 밀어넣었다.

  허리를 힘차게 물결치기 시작했고, 곧바로 다쯔는 리듬에 맞춰 허리를 흔

들어댔다.

  다쯔는 탄성을 질렀다.

  <나, 나, 이제 됐어.> 

  죽은 약혼자와의 관계로 이미 여자의 기쁨을 알고 있음을 굳이 숨기려 하

지 않았다.

  (아! 근사한 조임이야.)

  쓰찌다는 다쯔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 함께 해요.>

  <정말 좋아.>

  그 직후 그들은 거의 동시에 정상에 도달했다.

  결합된 채로 쓰찌다는 다쯔의 깊은 곳의 속살의  감촉을 음미하면서 말했

다.

  <이렇게 뜨거운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잘 참아 오셨군요?>

  <믿어 줘. 정말로 다른 남자는 없었어. 오늘밤이 한계였어.>

  쓰찌다는 그 대답을 욕망을 참는 한계에 달한 끝에 자신을 유혹한 것이지 

특별히 애정을 느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럼 나와 즐기는 것만으로도 됐을 텐데요. 굳이 결혼까지  하지 않더라

도 말입니다.>

  다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그런 방종한 짓은 할 수 없어. 그러니까 당신과 결혼하려는 거야.>

  쓰찌다의 얼굴이 다소 굳어졌다.

  그녀와 결혼을 약속한 건 정말 기쁜 일이지만, 그런 말을 듣고 기분 상하

지 않을 남자는 없었다.

  그제야 그것을 눈치챈 다쯔는  응석을 부리듯 쓰찌다의 품으로  파고들었

다.

  <오해하지 마. 다른 남자라면 이렇지 않아. 힘들더라도 참았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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