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64)

  

 8. 뜨거운 숨결

 마사오의 추측대로 긴쥬의 상처는 급소를 벗어나 있었고 그렇게 깊지도 않

았다.

 소동을 듣고 나온 학생들이 진쥬를 일단 식당으로 옮겨 응급 처치를 한 뒤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긴쥬는 걸어서 병원으로 갈 수 있을 정도였다.

 누가 찔렀는지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긴쥬 자신부터 자신과 관계하던 여자를 치졸한 폭언으로 조롱하다 일을 당

한 것이라 함구해 버렸다.

 때마침 아끼의 아버지는 외출 중이었고 어머니와 고우짱은 시장에 가고 없

던 때였다.

 자연히 부모에게도 비밀로 하자고 했다.

 일이 알려지면 피해 볼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쨌든 아끼는 미성년자였다.

 아무리 그쪽에서 먼저 유혹했다고 하더라도 죄는 상대방이  뒤집어쓰게 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아끼와 관계를 맺었던 사함들이 주동이 되어 사건을 얼렁뚱땅 얼버

무려 버렸다.

 그날 밤 마사오는 아끼의 방으로 몰래 갔다.

 약속보다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 아끼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아끼는 또 나신으로 문을 열어 주었다.

 마사오는 얼른 들어가서 문을 닫아걸었다.

 <안 추워?>

 <추워요. 따뜻하게 해 줘요.>

 곧장 두 사람은 옷장 속으로 들어가 포옹했다.

 아끼의 몸이 찼다.

 <그 놈 죽어 버렸으면 좋았을 걸.>

 <농담하지 마. 정말 큰 일날 뻔 했어.>

 <마사오 씨에게 그런 녀석 따위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

요.>

 <무서운 여자로군.>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하숙생들이 너를 감싸주더군.>

 <자기들을 위해서죠. 그 동안의 일을 후회하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몸이 따뜻해지자 마사오는 손을 아끼의 허리 아래로 뻗었다.

 곧장 따뜻한 꽃밭으로 손을 넣었다.

 그곳은 기름을 부은 듯 미끌거리고 촉촉해져 있었다.

 <오늘 학교 선생님에게 들었어요. 여자는 여러 남자와 관계를 가지면 자신

의 몸의 감각을 제대로 알 수 없어져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없다구요. 그

래서 앞으로도 계속 당신하고만 할 거예요.>

 <선생님이 한 말이 사실이야. 나도 그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키스

할 수 없어.>

 <앞으로도 계속 해줄 거예요?>

 <물론.>

 <기뻐요.>

 이런 말을 할 때 보면 아끼는 꼭 어린애 같았다.

 <키스하게 해주세요.>

 아끼는 마사오의 다리 사이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덩어리에게 장난을 치기 사작했다.

 이제까지는 없던 애무였다.

 <오해하지 마세요. 저 혼자 연구한 거예요.>

 이어서 동시에 서로 깊은 애무를 주고받았다.

 아끼는 계속해서 신음소리를 냈다.

 마사오는 호흡을 진정시키며 아끼의 어깨를 안았다.

 문득 긴쥬의 일 뒷수습에 앞장을 서 유난히 아끼를 보호하려던 2층의 카시

모또가 떠올랐다.

 법률을 공부하는데 30이 가까운 나이에 벌써 중년의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 

아끼와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혹시 2층의 카시모또란 사람과도 관계가 있은 거야?>

 아끼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

 <잘 모르겠어요.>

 <셀 수 없을 정도야?>

 <아뇨. 한 열 번 정도요. 친절한 사람이에요.>

 <누가 먼저 휴혹했어?>

 <제가 먼저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자주 공부을 배우러 가는  척 교과

서를 들고 놀러갔었어요. 워낙 점잖은 사람이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장난치듯 키스를 했는데 그 사람 그곳이 딱딱해지잖아. 그래서  잡았더니 

-장난치지 마.- 그러더군요.>

 <침착하군.>

 <나도 지지 않고 말했죠.- 이렇게 되어 있으면서 큰 소리치지 마세요.->

 <그랬더니?>

 <-자꾸 이러면 널 갖고 싶어져.- 그러데요.- 그러세요- 했죠. 그러자- 넌 

아직 어려.- 하더군요. 그래서 -걱정하지 마세요 전 처녀가 아니에요.- 그

랬더니 -그래도 안 돼.- -왜요- -내가  좋다고 했잖아요.- 계속 그런 식으

로 말을 주고받는 도중에 제가 그 사람의 바지 단추를 풀고 손을 집어 넣었

어요.>

 <아끼다운 행동이었군.>

 <이미 전 고집으로라도 유혹해야겠다  싶어졌죠. 싫다고 하면서도  카시모

또 씨는 제손을 막진 않았어요. 결국 그렇게 해서 관계를 갖게 되었어요.>

 <진지한 사람이니까 다른 남자와 관계 갖는 걸 금하지는 않았어?>

 <했어요. 그러나 그 사람은 친절한  오빠 같은 존재였지 연애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얼마 뒤에 관계를 끝내 버렸죠.>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면서 굳이 그 사람과 관계를 끝낼  필요는 없잖

아?>

 <아니면 다른 사람과 사귈 수 없잖아요? 전 한 번에 한 사람만 상대하거든

요.> 

 (그렇게 이 애는 차례차례 한 명씩 하숙생들에게 몸을 허락해  왔군. 그러

나 한 번 절교하면 두 번 다시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야.  항상 새로운 남자

를 원하는 거 같아. 내가 이렇게  정성을 들여도 아마 몇 달  안 가서 다른 

남자에게 돌아 설 거야.)

 마사오는 아끼의 몸을 더듬으며 냉정히 생각했다.

 아끼가 혐오스러운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묘하게 사랑스러웠다. 

 장지문 사이 

 <큰일났어요.>

 어느 날 저녁이었다.

 마사오가 혼자 방에 있는데 아끼가 찾아왔다.

 마사오 앞에 무릎을 붙이고 앉은 아끼의 표정이 불안으로 가득했다.

 <왜 그래?>

 <어젯밤에 긴쥬에게 당했어요. 밤 한 시쯤에 누가 문을 두드리기에 당신일 

거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어주었는데 긴쥬가 확 뛰어들어오며 칼을 들이대었

어요. 난 힘에 눌려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어요.>

 <정말이야?>

 <예. 그놈은 끝나자마자 가 버렸어요. 난 아마 두 시간 정도  울었을 거예

요. 지난 일에 대한 복수예요.>

 긴쥬 녀석은 욕망 때문이 아니라 자존심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런 것 같군.>

 <그놈이 바지를 올리면서 자기가 성병에 걸렸다며 나에게 전염되었을 거라

고 말했어요.>

 <공갈친 것 아닐까?>

 <사실 같아요.>

 <그러면 병원에 가야지.>

 <예. 이번 일요일에 갈  거예요. 그만 갈게요.  아무 일 없기를  빌어주세

요.>

 <그래야 할 텐데. 말해 줘서 고마워.>

 보통 여자라면 확실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무 말하지 않고  마사오를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아끼는 불량스럽지만 대단히 솔직한 성격이다.

 <저, 나 키스는 당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병, 입까지 전염되지  않았을

까요?>

 <그럴 거야.>

 <그렇겠죠? 그럼 내 입으로만 만족해 주세요.>

 아끼는 더욱 다가왔다.

 당연히 마사오는 욕망이 일지 않았다.

 그러나 바지의 단추를 푸는 아끼의 손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긴쥬에게 몸을 뺏긴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것이다.

 결국 마사오는 절정에 다다라 방출했다.

 근사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아끼에게 화가 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보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일요일, 아끼는 사복 차림으로 병원을 찾았다.

 역시 사실이었다.

 엉덩이에 페니실린을 맞았다.

 당분간 매일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의사가 좋다고 할 때까지 당신과 관계를 갖지 않겠어요.>

 <그것보다 긴쥬에게 또 당하면 치료도 소용없잖아.>

 <그놈을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어요. 쫓아내겠어요.>

 아끼는 그 말을 실행했다.

 긴쥬에게 당해서 병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자기 아버지에게  고백한 것이

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방탕한 사생활이 탄로나는 것도 각오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긴쥬를 추궁했다.

 긴쥬는 그동안의 아끼의 행동을 모조리 들추어냈다.

 그러나 고우짱과 이름이 거론된 학생들 모두 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고 중

장했다.

 아끼 역시 하숙생들과의 관계를 딱 잘라 부인했다.

 하지만 방에서 콘돔이 발견된 후부터는 마사오와의 사이는 시인했다.

 <좋아해요. 결혼도 약속했어요. 그런데 이런 몸이 되어서 이제 얼굴을  쳐

다볼 수 없어요.>

 어머니의 무릎에 엎드려 울기까지 했다.

 대단한 연기였다.

 타고난 장사꾼인 아끼의 아버지는 진쥬의 아버지에게 장거리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길길이 날뛰어 치료비와 위자료를 받아내고는  긴쥬를 

내쫓았다.

 결국 긴쥬의 말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돼 버리고 마사오와 아끼는 불장난

을 저지른 순수한 사랑의 짝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마사오를 전보다 더욱 정중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아끼는 방을 옮겨 안방과 장지문 하나로 겨우 분리된 방을 쓰게 되었다.

 긴다꾸 씨로서는 학생에게 빌려 줄 방이 하나 늘어난 셈이었다.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이었는데 마침 핑계가 그럴 듯했다.

 아끼는 초기에 치료를 받은 데다가 워낙 페니실린의  위력이 절대적이어서 

얼마 되지 않아 깨끗이 나았다.

 그 기쁜 소식을 듣고 돌아오는 길에 곧장 아끼는  마사오의 방으로 직행했

다.

 방에는 고마쯔하라가 있었다.

 두 사람은 복도로 나왔다.

 아끼가 마사오를 포옹했다.

 <지금 막 병원에서 왔어요. 이제 괜찮대요.>

 <잘 되었군.>

 <저, 오늘밤 고마쯔하라 씨는 여자 친구에게 가지 않나요?>

 <글쎄.>

 <가라고 하세요. 이제 내 방은 안 돼요. 제가 여기로 올게요.>

 마사오는 아끼의 뺨에 키스하고 천천히 팔을 풀었다.

 <난 아끼 아버지께 약속했어. 우리 잠시 자중하자.>

 <그런 약속 따윈...>

 말을 하려다 말고 아끼는 입을 다물었다.

 눈동자가 애처럽게 흔들렸다.

 <제가 싫어졌군요?>

 <그런 게 아니야. 지금은 자중하는 게 좋겠다는 거지.>

 <거짓말. 병을 가졌던 내가 싫어진 거야.>

 아끼는 마사오의 가슴을 때리더니 몸을 돌려 뛰어가 버렸다.

 마사오는 쫓아가지 않았다.

 아끼의 모습이 계단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고마쯔하라가 물었다.

 마사오는 방금 전에 있었던 아끼와의 일을 말했다.

 그러자 고마쯔하라가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네가 잘못한 거야. 여자의 마음을 생각해 줘야지. 아무리  자중한다

고 해도 한 번은 안아  줘야지. 그녀가 다 났다는 것을  믿는다는 증명으로 

말이야.>

 <그도 그렇군요.>

 <빨리 가서 사과해. 난 9시에 나갈게. 오늘밤은 자고 오지. 아끼를 불러. 

빨리 가. 홧김에 다른 남자와 약속하기 전에.>

 마사오는 선배에게 쫓기다시피 방을 나와 아끼의 방 쪽으로 갔다.

 아끼의 어머니와 마주쳤다.

 <죄송합니다만 아끼를 만나고 싶습니다.>

 <학생에게 걱정을 끼쳤어요. 아끼에게 들었는데 이제 다 나았대요.>

 그녀는 아끼가 이미 마사오에게 보고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동조하는 편이 편했다.

 <잘 됐군요.>

 <저, 미야자끼 씨.>

 그녀가 그의 팔을 잡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제 당신들 사이라면 참으라고 하는 건 무리겠지. 그렇지만 아직 학생이

잖아요? 임신만은 조심해 주세요.>

 <예, 압니다.>

 마사오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순간 속으로 아차 싶었다.

 (이거 참 큰일났군.)

 아끼 어머니의 관용은 장래 두 사람의 결혼을 전제로  한 것임에 틀림없었

다.

 <콘돔, 미야자끼 씨가 부끄러우면 내가 사 줄게요. 그러니까 조심만 해 주

세요. 그리고 내가 이런 말 했다는 거 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그녀의 눈에 묘한 색기가 짙었다.

 <잘 알겠습니다.>

 <자, 안에는 그 애밖에 없어요. 들어가 보세요.>

 마사오는 꾸벅 목례를 올리고 문을 두드렸다.

 <예.>

 안으로 들어갔다.

 아끼는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에 노기가 서려 있었다.

 마사오는 그 옆에 앉았다.

 <미안해. 화 풀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널 원하고 있었어. 얼마나 기다렸는데.>

 어차피 2학기부터는 자취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름 방학 때까지는 긴다꾸  장에 있어야 하므로 아끼와의  사이가 

불편해 지면 곤란했다.

 <그럼 오늘밤 어떻게 할 거예요?>

 <아홉 시 이후엔 나 혼자야.>

 <알았어요. 아홉 시 반에 갈게요.>

 <기다릴게.>

 마사오는 일어섰다.

 아끼는 턱을 괸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골똘히 하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시간에 맞춰어 아끼가 나타났다.

 마사오는 이미 이불을 깔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끼의 표정에서 이제 화가 풀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깊고 정열적인 키스가 되었다.

 마사오는 아끼에게 어머니의 말을 전했다.

 아끼는 괜히 뾰로퉁해 했다.

 <기분 나빠요. 나에겐 아무 말도 없었는데 콘돔까지 사 주시겠다니 이상해

요. 너무 지나치신데?>

 그러나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마사오와의 시간에 취하고 싶어했다.

 <지금 막 목욕하고 왔어요.>

 둘 다 옷을 벗었다.

 그리고 나란히 누웠다.

 <아, 당신 냄새가 나요.>

 홀린 듯한 음성으로 아끼가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또랑또랑한 눈으로 마사오를 보았다.

 <스탠드 불을 켜고 저를 잘 보세요. 이상한지 어떤지 진찰해 봐요.  전 잘 

모르겠어요.>

 마사오는 아끼가 하라는 대로 했다.

 몸을 낮추어 꽃밭에 얼굴을 가까이 접근시켰다.

 욕망은 별로 일지 않았다.

 그저 소꿉장난하는 기분이었다.

 지금 안에서 흘러넘치는 건 병으로  인한 황색 분비물이 아니라  투명하고 

맑은 액체였다.

 꽃밭은 전과 다름없이 깨끗한 선홍빛이었다.

 모양도 똑같았다.

 그것을 확인하자 마사오의 몸이 부풀기 시작했다.

 아끼를 안을 욕망이 강하게 일었다.

 본래부터 여러 남자가 거쳐간 여자이므로  긴쥬에게 당한 것에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괜찮아.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친구들이 저더러 바보래요. 그런 걸 다 고백한다고. 그래도 거깃말을  하

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아요.>

 두 사람은 서로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아끼의 꿀물이 더욱 넘치고 있었다.

 <아아... 오늘밤은 보통 때와 달라요.>

 <어떻게?>

 <굉장히 원해요. 어서 위로.>

 <아끼가 원하는 대로 마사오는 몸을 일으켰다.

 아끼가 그의 몸을 비너스로 이끌었다.

 <아아...>

 아끼는 기뻐하며 마사오에게 안겨 왔다.

 마사오로서는 오래간만의 여체였지만 곧 목발하지 안ㄹ을 자신이 있었다.

 마사오는 아끼의 뜨거움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낌이 어때?>

 <좋아요. 멋져요. 아아...>

 2분 정도 리듬을 맞추어 나가다가  갑자기 아끼가 보통 때와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에 힘이 들어가더니 힘껏 안겨 왔다.

 그리고 얽혀 있는 발뒤꿈치는 하늘을 치올리는 듯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반쯤 벌린 입으로 힘겹게 가쁜 숨을 쉬었다.

 <당신.>

 아끼가 불쑥 큰 소리로 불렀다.

 상기된 목소리였다.

 <응?>

 <저, 잘 될 것 같아요. 쉬지 말고...>

 <알았어.>

 그제야 마사오는 아끼가 결합에 의한 절정감을 처음 경험하려고 한다는 것

을 눈치챘다.

 그러자 그 사실에 자극받아 갑자기 자신이 위급해졌다.

 어쨌든 역시 오래간만인 것이다.

 곧 자신을 조절해서 아끼의 흐름에 맞추었다.

 <와요, 뭔가 와요. 이제 거의 다 되었어요. 좀더...>

 마사오는 아직 예방품을 준비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까지 보드라운 속살의 접촉을 직접 즐길 생각이었다.

 <잠깐, 저절 끼우고.>

 <싫어.>

 아끼는 거세게 거부하며 마사오를 꼭 껴안았다.

 <그래도 조심해야지.>

 <괜찮아요.>

 아끼는 처음으로 타오르는 어떤 감각이 중단되어 사라지는 것을 염려했다.

 <언제가 예정일이지?>

 <며칠 있으면, 그러니까 괜찮아요.>

 지난 달 아끼의 생리가 끝난 날을 마사오는 기억해냈다.

 대충 계산해 보니 아끼 말대로 며칠 후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시시콜콜 따지고 든다면 모든 게 낭패일 것이다.

 (좋아. 이 애가 괜찮다니까 괜찮겠지. 만일의 경우에는 중절하면 되고.)

 이제 마사오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아끼는 그를 꼭 끌어안고 때때로 경련하면서 감각을 쫓고 있었다.

 중도에 마사오가 혼자 터져 버리면  아끼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쳐  버리게 

된다.

 마침내 마사오는 한계를 느끼고 아끼에게 깊숙이 들어간 채 멈추었다.

 아끼가 초조하게 말했다.

 <조그만 더.>

 아끼 내부의 반응을 느끼면서 마사오는 자신에게 명령했다.

 (조금만 참으면 많은 남자와 관계해  온 이 애의 몸을  비로소 개발했다는 

명예를 얻게 된다.)

 잠시 후 리듬을 바꾸어 다시 물결치기 시작했다.

 아끼도 마사오에게 맞추었다.

 그녀의 눈썹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불량 소녀이긴 해도 예쁘긴 정말 예쁘네. 불량 소녀라 더 예뻐 보이는 건

가? 긴쥬가 나갔지만 다시 복수하러 올지도 몰라.)

 일부러 여러 가지 딴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감각을 겨우 억제시켰다.

 이윽고 아끼가 몸을 크게 경직시키며 신음했다.

 <아.... 아흐....>

 (지금이다.>

 마사오는 자제심을 버리고 격렬하게 움직였다.

 <아... 이제 됐어요.>

 마사오의 손가락이나 혀로 절정에 도달했을  때와는 그 반응이 전혀  달랐

다.

 <어땠어?>

 <처음이에요. 나, 이제 여자가 된 것 같아요.>

 아끼 몸 전체의 울림과 경련, 수축이 그 말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된 거죠?>

 <올 때가 된 거야?>

 <저, 불감증은 아니군요.>

 <이제부터 더 민감해질 거야.>

 조금 지나자 다시 정기가 소생한 마사오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좀전처럼 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걱정하면서 두 번째 시도에  응하던 아끼는 몇 분 후에  다시 크게 

소리쳤다.

 <좀전과 똑같아요. 아... 이상해요.>

 아끼가 방을 나간 건 열 시가 넘어서였다. 

 마사오는 문을 잠그고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아끼 어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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