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64)

 고향의 첫날밤 

 점점 여름 방학이 다가올수록 마사오의 마음은 온통  고향의 다에꼬에게로 

달려갔다.

 아끼와 헤어진 뒤에도 시나노를 만나지 않았다.

 갑자기 이사를 하느라 경황도 없었다.

 게다가 욕망이 가득 찬 상태에서 다에꼬를 만나고 싶었다.

 방학이 시작되는 첫날 마사오는 꼬박 하루가 걸리는 급행  열차 편으로 귀

향길에 올랐다.

 열차 안은 만원인데다 무척 더웠다. 

 열 시간이나 서서 가던 끝에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고향에 도착한 건 저녁 여섯 시가 지나서였다.

 역시 다에꼬가 마중나와 있었다.

 흰 블라우스에 검은 스커트, 윤기 흐르는 머리결이 가냘픈 어깨를 덮고 있

었다.

 마사오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그 가는 목을 이리저리  둘러대며 찾고 있

었다.

 정말 청초하고 아름다웠다.

 마사오는 피곤한 상태에서도 다에꼬를 보는 순간 몸이 갑자기 발기해 버렸

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스무 살의 다에꼬의 모습은 맑고 깨끗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름답구나 생각하겠지만 마사오는 욕망부터 가득히  차 올

랐다.

 그런 자신이 조금은 경멸스럽기도 했다.

 <다에꼬!>

 다에꼬가 곧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달려왔다.

 <마사오, 왔어?>

 이마와 콧등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마사오는 오래되고 친숙한 냄새를 맡았다.

 갑자기 충동적인 욕정은 사라지고 그리움이 그윽이 밀려왔다.

 사랑의 감동 같은 진한 느낌이 일었다.

 다에꼬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대로였다.

 마사오는 그것을 자신을 향한 다에꼬의 사랑이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받

아들였다.

 <잘 있었어?>

 <응, 덥지? 앉아서 왔어?>

 <응, 중간부터.>

 <언제까지 있을 거야?>

 <팔월까지.>

 다에꼬가 여행 가방을 받아들려고 했으나 마사오는 괜찮다고 했다.

 욕정은 사그러졌어도 몸의 흥분 상태는 계속 유지되었다.

 간단히 진정될 것 같지 않았다.

 오랫동안 여체를 안지 못해서 그럴 것이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다에꼬를 보니까 거기가...>

 <어머!>

 다에꼬는 놀라며 난처한 얼굴로 마사오의 앞을 가렸다.

 <어떻게 하지?>

 <글쎄.>  

 <내 뒤를 바짝 따라와.>

 <알았어.>

 다에꼬는 앞서 걷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가방으로 옆을 가리면서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중간에 다에꼬가 멈춰 서서 뒤돌아보았다.

 <아직도?>

 눈이 촉촉했다.

 마사오의 말에 자극되었을 것이다.

 <응.>

 다에꼬의 시선이 마사오의 중심부로 내려갔다.

 얼굴이 빨개졌다.

 비스듬하게 솟아 있었다.

 주의해서 보면 남들도 눈치챌 정도였다.

 마사오가 다에꼬의 말을 잡았다.

 <그럼 우리 저기 의자에 앉다가 가자.>

 의자는 비어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다에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도쿄에서도 그런 적 있었어?>

 다에꼬도 굳이 여자가 없더라도 남자의  몸이 그렇게 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실제로 어떤 여자를 보고 그랬던 적이 있으냐는 뜻이었다.

 <아니.>

 <정말?>

 <그래. 걱정하지 마. 난 그보다 다에꼬가 걱정이었어.>

 <난 안심해도 돼. 정숙 그 자체니까.>

 그때 두 사람 앞으로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동창이 지나다 알아 보

고 멈춰 섰다.

 얼굴만 아는 사이였지만 오래만이라 반가웠다.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 친구는 다에꼬가 마사오의 애인인 것도 모르고 제법  진지하게 물어 왔

다.

 <마사오, 너 도쿄에서 여자 친구 한 명 건지지 않았니?>

 <내가 그런 재주가 있니? 공부하기도 바쁜데.>

 친구와 헤어진 뒤 마사오는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버리고 주위가 조용했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가슴의 봉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에꼬만의 냄새가 났다. 

 부드럽고 뽀얀 목줄기와 동그스름한 어깨가 느껴졌다.

 고혹적인 그 속눈썹도 사랑스러웠다. 

 다에꼬의 눈에는 친밀함이 가득했다.

 희미하게 남은 저녁 노을빛을 빨라들인  듯 그녀의 눈은 촉촉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도 날 사랑해?>

 <영원히.>

 두 사람은 입맞춤을 했다.

 그러면서 마사오는 다에꼬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젖가슴이 눈에 뛰게 풍만해져 있었다.

 중량감이 느껴졌다.

 마사오는 귀에 그런 말을 속삭였다.

 다에꼬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커졌어. 나도 무게를 느껴.>

 <보고 싶어.>

 <여기선 안 돼. 나중에.>

 결국 두 사람은 마사오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키스만 몇 번  했을 뿐이었

다.

 마사오의 어머니는 다에꼬에게 마중나가 줘서 고맙다고 했다.

 땀을 씻기 위해 마사오는 욕실로 들어갔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익숙한 편안함을 음미하고 있을 때 수줍은 빛을 띤 다

에꼬가 문을 살짝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등 닦아줄까?>

 <응, 고마워.>

 마사오는 탕에서 나왔다.

 다에꼬는 들어와 문을 닫았다.

 몸이 젖어 있어서 옷을 입은 다에꼬를 안을 수 없었다.

 그냥 입술을 내밀었다.

 다에꼬의 입술이 부드럽게 와 닿았다.

 <아주머니가 먼저 말씀하신 거야. 그래서 뻔뻔스럽게 들어온 건데  괜찮을

까?>

 <아버지는?>

 <책 보신다고 아주머니가 살짝 말씀하셨어.>

 <그럼 이해해 주신다는 거네. 괜찮아. 다에꼬도 벗어.>

 <안 돼.>

 마사오의 몸은 벌써 흥분되어 있었다.

 다에꼬의 손을 이끌었다. 

 다에꼬는 덩어리를 잡고 나지막이 탄성을 올렸다.

 확인을 하는 게 아니라 기억을 더듬는 듯한 의식이었다.

 도쿄에서의 마사오의 생활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분명 다에꼬 자신이 깨끗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에꼬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마사오의 몸에 뺨을 비벼댔다.

 <내일 나 휴가를 받았어.>

 오늘밤은 하나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마사오도 알고 있었다. 

 <잘 되었군. 아침에 인사도 드릴 겸 데리러 갈게.>

 <알았어.>

 다에꼬는 그의 몸을 닦아준 뒤 손을 씻고 먼저 나갔다.

 마사오는 뜨거운 물을 머리부터 끼얹고 유카다 차림으로 나갔다.

 다에꼬는 어머니를 도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막 아버지는 방에서 나와 식탁으로 가서 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아버지 앞에 앉았다.

 아버니가 그에게 잔을 건넸다.

 이제는 아버지의 술상대가 될 수 있는 나이였다.

 아버지가 등을 돌리고 있는 여자들에게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침에 저 애와 같은 열차를 타지. 항상 책을 읽더군. 어느새  처녀가 다 

됐어.>

 <......>

 어머니가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식사를 하고 두 시간쯤 있다가 다에꼬가 알어섰다.

 마사오는 배웅하려고 따라나섰다.

 길은 가로등이 없어 어두웠다.

 둘은 포옹했다.

 마사오의 손이 다에꼬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손이 나아감에 따라 다리의 힘이 느슨해졌다.

 팬티에 손이 닿았다. 

 열기가 전해져 왔다.

 소담한 언덕이 느껴졌다.

 나지막한 신음을 내며 다에꼬가 속삭였다.

 <마침 잘되었어. 나 생리가 어제 막 끝났거든.>

 <그러면 내일부터는 괜찮구나.>

 임신 걱정 없이 다에꼬도 그의 몸을 직접 받아들이고  싶을 것이고 마사오

도 그러는 편이 감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좋았다.

 기억 속의 수풀의 감촉이 되살아났다.

 역시 부드러웠다.

 전보다 조금 울창해지고 풍성해진 것 같다.

 천천히 쓰다듬고 있는데 모기가 슬슬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손가락을 전진시켰다.

 꽃잎을 갈랐다.

 꽃밭은 벌써 꿀물로 넘쳐 있었다.

 <아아...>

 다에꼬는 신음했다.

 가슴과 비모는 달라졌어도 다에꼬의 비경은 변하지 않았다.

 <갖고 싶어.>

 <안 돼. 내일.>

 <알아.>

 마사오의 매우가 계속되는 동안 다에꼬도 그의 몸을 더듬어 왔다.

 <나도 마사오랑 하고 싶어.>

 그러나 모기가 더욱 극성을 부렸다.

 결국 두 사람은 다시 걸어야만 했다.

 마사오의 손에 다에꼬의 은밀한 향기가 배어났다.

 <정말 사랑해.>

 다에꼬의 달콤한 목소리였다.

 그런 달콤함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느끼지 못했었다.

 역시 두 사람의 관계는 연륜이 주는 깊이가 있었다.

 선배의 약혼녀

 아침을 먹고 방에서 뒹굴며 소설을  읽고 있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

다.

 <마사오, 손님이 찾아 왔어.>

 마사오는 유카다 차림으로 정원으로 나갔다.

 양산을 쓴 채 조금 수줍은 듯 서 있는 사람은 아는 얼굴이었다.

 긴이 스즈꼬로 같은 학년으로 몇 번 말을 해 본 적이 있는 정도였다.

 살결이 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인이라 마사오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 너구나.>

 <오래간만이야.>

 <응. 넌 요즘 뭐하니?>

 파마를 하지 않은 스즈꼬의 머리가 웬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계속 집에 있어.>

 <그럼 신부 수업.>

 <호호. 어제 길에서 요시다를 만나서 너 돌아온 소식을 들었어.>

 역에서 만난 친구가 요시다였다.

 <응, 어제 돌아왔어. 스즈꼬는 변함없이  예쁘군. 아니 그때보다 더  예뻐

졌어.>

 <말재주가 늘었네.>

 <진심이야. 그런데 지나던 길에 들른 거야?>

 <아니, 네가 왔다고 해서 일부러 온 거야.>

 스즈꼬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용기를 내어 온 모양이었다.

 <그래? 대체 누구 소식을 듣고 싶어서?>

 진학와 취직을 통틀어 같은 학년 중 30명 정도가 도쿄로 올라갔다.

 그런 이유가 아니면 스즈꼬가 마사오를 만나러 올 리가 없었다.

 <고마쯔하라 씨.>

 (고마쯔하라 씨와 이 애가?)

 뜻밖이었다.

 고마쯔하라가 학교를 다닐 땐 아직 남녀공학도 아니었다.

 <사실대로 말해 줘. 그 사람과  한 학기 동안 같은 방에서  지냈으니까 잘 

알 거 아냐.>

 (얼마 전에 긴다꾸 장에서 나온 걸 이 애가 알 리 없지.>

 굳이 그 얘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뭘?>

 눈을 크게 뜨고 마사오를 바라보면서 다가왔다.

 <그 사람, 도쿄에 여자 친구가 있어?>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일단 깨끗하게 부정하는  것이 고마쯔하

라에 대한 예의였고 남자간의 의리였다.

 <그 선배는 그런 사람이 아냐.>

 약 한 학기 동안 같은 방을 쓰면서 스즈꼬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편지 오는 걸 본 적도 없었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물어 봐도 돼?>

 <그 사람, 내 약혼자야.>

 <뭐? 네가 진짜 그 선배의?>

 <사실이야.>

 마사오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자, 일단 들어 와.>

 신세를 진 선배의 약혼녀라면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는 게 예의였다.

 어머니에게 차를 부탁하고 툇마루에 나란히 앉았다.

 <난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 분명히 그 사람도 그럴 거야. 어릴 때 

부모님이 마음대로 정하신 것이거든.>

 <그랬었구나.>

 <응, 그러니까 그 사람에게 애인이  생겼다면 잘 된 거야. 솔직하게  말해 

줘.> 

 어머니가 차를 가져왔다.

 잠시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서로에게 마음이 없다면 정혼을 취소하면 되잖아?>

 <그런데도 그 사람은 분명히 뭐라고 말은 하지 않아.>

 <넌 왜 그 사람은 싫어하지? 성실하고 착하고 거기다 수재잖아.>

 <함께 있으면 지루해. 성격도 맞지  않고. 상대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거

야.>

 <그럼 두 사람이 차분히 이야기해 본 적은 있은 모양이네?>

 <여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몇 번. 그리고는 거의 말을 한 적도  없어. 길에

서 만나도 잠깐 고개만 끄덕일 뿐이고.>

 <그러면 실제로 명색뿐인 약혼자로군.>

 <그래도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하질 않아. 그래서 난 자유를 구속당하

고 있어.>

 <곧 고마쯔하라 씨도 내려올 거야. 그때 확실하게 얘기를 정리해.>

 <여자 친구가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야? 정말이면 난 안심이야.>

 주의해야만 했다.

 지금 스즈꼬가 떠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체 그런 얘기를 누구한테 들은 거야?> 

 <그건 말할 수 없어. 비밀을 지키기로 약속했거든.>

 먼저 저쪽에서 소문의 진원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마사오도 사실을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이상하네? 그 사람은 여자라곤 모르고 오로지 공부만 하고 있어.> 

 <그럼 소문이 근거가 없는 거란 말야?>

 <어떤 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마쯔하라 씨에 대해서는 같은  방에서 

살던 내가 더 잘 알지 않겠어?>

 스즈꼬는 굳은 얼굴을 하며 입을 꼭 다물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마사오는 스즈꼬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며 말했

다.

 <넌 교제하는 남자가 없니?>

 <없어. 꽃꽂이, 자수, 거문고, 그런 거만 해.>

 <요즘은 다들 먹고살기에 급급해 그런 우아한 생활을 하지 못하는데 넌 태

평세월이구나.>

 <평범하고 지루해. 때때로 소리치고 싶어. 그 사람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까.>

 불쑥 마사오의 가슴에 장난기가 동했다.

 스즈꼬의 말에서 웬지 요염한 뉘앙스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쥐를 둘러보고 슬쩍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얼굴을 가까이 갖다댔다.

 <그리워?>

 실례라는 건 알고 있다.

 화를 내면 농담으로 돌리고 사과하면 된다.

 스즈꼬는 그의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의 손바닥에 어깨의 따뜻하고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분신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오래동안 여자와 관계를 갖지 못한데다 어젯밤 다에꼬와 농밀한 애무만 나

눈 탓에 욕구불만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비록 명색 뿐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선배의 약혼녀인 스즈꼬를 향한 부도덕

한 욕망이었다.

 (난 어쩔 수 없는 색골이군.)

 스즈꼬의 무저항에 더욱 대담한 마음이 되어 어깨를 끌어당겼다.

 스즈꼬는 순순히 상체를 그에게 기울였다.

 뺨과 뺨이 닿았다.

 일 초, 이초, 잠시 그대로 있었다. 

 스즈꼬의 고조된 숨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렇다면 놀아 줄래?>

 떨리는 목소리였다.

 마사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신이 더욱 부풀어오르고 맥박까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 애와...)

 <그럴까? 누구에게 말할 거야?>

 <아니. 너에게 다에꼬 씨가 있다는 건 알아.>

 마사오는 뜻밖의 새로운 모험을 향한 기대에 가슴이 설레었다.

 더욱 힘껏 스즈꼬의 어깨를 안았다.

 <논다는 건 함께 영화를 보거나 배를 타러 거거나 하는 것만이 아니야.>

 <알아.>

 마사오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한 번 해볼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고교 시절에 스즈꼬는 남학생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아주 얌전한  소녀였

다.

 졸업 후에 심정적으로 어떻게 변했을까?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것도 예상할 수 있었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마사오는 스즈꼬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그녀의 몸 전체가 굳어졌다.

 그러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

 (내가 아직 어젯밤 마신 술이 깨지 않아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반성을 하면서도 마사오는 더욱 손을 바짝 끌어당겨 힘껏 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거기서 잠시 힘을 늦추어 스즈꼬의 반응을 살폈다.

 조금 손을 빼려는 듯하더니 이내 손에 힘을 풀고 가만히 있었다.

 마사오는 일단 안심하고 이번엔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스즈꼬의 다섯 손가락이 펼쳐진 채 유까다 위로 우뚝  솟아 있는 마사오의 

몸 바로 근처까지 옮겨왔다.

 마사오는 손목을 쥔 위치를 반대로 하여 스즈꼬의 손가락으로 하여금 덩어

리를 감싸게 했다.

 순간적인 동작이었다.

 스즈꼬는 아마 자기에게 뭘 하게 하려는지 모른 상태에서  그가 시키는 대

로 그것을 쥐었다.

 다음 순간에야 스즈꼬는 자신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 깨달았다.

 손바닥을 펴며 세찬 기세로 손을 뺐다.

 마사오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순식간의 일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싫어, 그런 거. 무서워.>

 스즈꼬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치며 양산을 집어들더니 그대로 달려나갔

다.

 <미안.>

 마사오는 뒤에 대고 사과했다.

 스쯔코는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미 쫓아갈 수도 없었다.

 (순진한 소녀에게 서툰 짓을 했군.)

 상대는 술집 여자가 아니었다.

 자기 혐오로 반성을 해야 했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역시 난 지금 정상이 아냐. 욕구불만이 잠시 나를 지배하고 있는 거야.)

 마사오는 옷을 갈아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에꼬의 집으로 향했다.

 다에꼬는 빨래를 하고 있었다.

 마사오는 어젯밤에 다에꼬를 늦게까지 있게 한 것을 어머니에게 사과했다.

 마사오가 학교로 가서 선생님들에게 인사들 드리고 돌아왔을 때는 벌써 열

한 시가 지나 있었다.

 다에꼬의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30분쯤 전에 일이  있다고 나가셨어. 일부러  피해주신 것 같기도  하고. 

저녁때 돌아오신다고 하셨어.>

 마사오는 방으로 올라가 와이셔츠와 바지를 벗었다.

 점심으로 국수를 먹으며 양가 어머니들의 이해와 관용에 대해 이야기를 주

고받았다.

 다에꼬가 말했다.

 <확실한 말씀은 없으셨지만 적어도  우리 어머니는 우리들의 일을  아시는 

것 같아.>

 <주의를 주신 적이 있어?>

 <아니, 분명히 마사오를 신뢰하시기 때문이야.>

 <어머니들끼리 의논하신 일이 있는 걸까?>

 <글쎄, 있는 것 같기도 해. 어젯밤도 그런 걸 권하시다니, 보통 생가할 수 

없는 일이잖아.>

 다에꼬에게 마사오의 등을 닦아주라고 한 걸 말하는 것이다.

 분명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건 그래.>

 <그래서 마사오는 난처해?>

 <도와주시고 인정해 주시는 거니까 감사하고 있어. 그런데 아버지들은  어

떨까?>

 <모르실 거야. 분명히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께 아무 말씀도 안 하신 것 같

아. 그런데 짐스러워?>

 <아니, 전혀. 안심이 되는 걸.  혼담이 들어와도 어머니가 분명히  거절해 

주실 테니까.>

 <이미 그러고 계신 것 같아.>

 식사 후에 두 사람의 다에꼬의 방으로 갔다.

 방에 전에 없던 작은 경대가 있었다.

 다에꼬가 이미 소녀가 아니라 여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두 사람은 거울 앞에서 포옹하며 입맞춤을 했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젖가슴을 더듬었다.

 <기다려.>

 다에꼬가 입술을 떼고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얇은 여름 이불을 내놓았다.

 <누워 있어. 나, 빗장을 걸고 외출한 것처럼 해놓고 올게.>

 다에꼬가 나가자 마사오는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그리고는 옷을 다 벗고 돗자리 위에 누웠다.

 여기저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마사오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이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다에꼬는 금방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히 목욕하고 있을 거야.)

 그의 예상대로 다에꼬는 속옷을 손에 든 채 유까다  차림으로 방에 돌아왔

다.  

 알몸으로 누워 있는 마사오의 옆에 앉았다.

 마사오의 몸은 천장을 향해 큰 폭으로 고갯짓하고 있었다.

 다에꼬는 몸을 숙여 한 손으로 덩어리를 잡았다.

 고갯짓이 멈추고 쾌감이 퍼져갔다.

 다에꼬는 방향을 바꾸어가며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뺨은 발그스레하고 눈은 촉촉해 있었다.

 거기로 얼굴을 대었다.

 살짝 잡아당기며 뺨을 비볐다.

 그리고는 입술을 대었다.

 둥근 부분의 갈라진 틈새에서 투명한 이슬이 배어 나왔다.

 혀로 물방울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조금씩 입에 넣기 시작했다.  

 다에꼬의 애무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리움이 물씬 풍겼다.

 <자, 이제 됐어. 이리 와.>

 마사오는 다에꼬의 팔을 끌어 돗자리 위에 눕혔다.

 허리띠를 풀고 유까다를 벗겨냈다.

 속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뽀얀 맨살이 환하게 드러났다.

 마사오가 젖가슴을 쓰다듬자 다에꼬가 물었다.

 <커졌지?>

 <예뻐. 전보다 훨씬 좋아.>

 다에꼬의 살결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있었다.

 마사오는 봉오리에 뺨으로 감촉을 음미하기도 하고 가슴살을 살짝 배어 물

기도 했다.

 확실히 풍만해져 있었다.

 그러나 유두의 색과 크기는 여전했다.

 꼭 작은 앵두 같았다.

 잠시 다에꼬 옆에 나란히 누워 그 젖가슴을 감상했다.

 <가슴이 커질 땐 아프다고 하던데 정말이야?>

 <응, 조이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속이 간지러울 때도 있어.>

 교대로 양쪽 유두를 빨면서 손으로는 비모를 쓰다듬었다.

 다에꼬의 호흡이 가빠졌다.

 <아아...>

 마사오는 유두에서 입을 떼고 허리 아래로 내려갔다.

 다에꼬는 그저 약간, 저항이라고  하기보다는 당황이라고 할 정도로  몸을 

비틀었다.

 마사오는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고개를 숙였다.

 다에꼬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수풀은 분명히 좀더 짙어져 있었다. 

 그 아래의 화원 근처는 이미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꽃잎을 열었다.

 맑은 핑크색의 세계가 펼쳐지고 투명한 샘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역시 다에꼬의 그곳은 마사오가 가장 좋아하고 친밀해 하는 성이었다.

 상경 이전과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곳에 입을 대었다.

 다에꼬의 냄새가 났다.

 다른 여자에게선 맡은 적 없는 독특한 향기였다.

 입술이 닿자 다에꼬의 허리가 크게 진동했다.

 다에꼬는 연이어 뜨거운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마침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마사오의 팔을 잡고 말했다.

 <이리로 와.>

 그래도 마사오는 애무를 계속했다.

 다에꼬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약간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

 평소의 맑은 목소리와 다른 그 목소리에서 달콤함이 느껴졌다.

 <아아... 싫어. 네 것으로 직접 느끼고 싶어.>

 처음 듣는 말이었다.

 신선했다.

 마사오는 감동했다.

 다에꼬의 얼굴에서 손을 떼어내고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다에꼬는 마사오를 끌어안으며 입술을 찾았다.

 입맞춤을 하자 처음부터 격렬하게 빨았다.

 마사오의 입을 자신의 입으로 깨끗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모든 문을 꼭 닫았으므로 방안은 몹시 더웠다.

 마사오의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다에꼬도 마찬가지였다.

 입술을 떼고 서로 마주보았다.

 다에꼬의 표정에 수줍음이 번졌다.

 <나 만나고 싶었어?>

 다에꼬가 물었다.

 어쩌면 나랑 하고 싶었어라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럼. 항상 꿈을 꾸었는 걸.>

 마사오는 다에꼬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내렸다.

 그러자 다에꼬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부풀대로 부푼 마사오의 몸을 잡았다.

 첨단을 비너스에 대고 천천히 문지르기 시작했다.

 따뜻함이 온몸에 퍼져갔다.

 마사오는 그 김촉을 음미했고 다에꼬는  눈을 감고 마사오를 만지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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