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신경쓰지 마. 신경쓰이면 딴 방에 갈게.>
그렇게 말하면서 비쯔는 마사오의 반대 편에 누웠다.
<괜찮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리고 마사오는 다에꼬에게,
<그래도 되지?>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에꼬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쯔가 시를 읊듯 말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한다. 부끄러울 게 없어. 자연스러운 모
습이야.>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어느새 비쯔는 알몸이 되어 있었다.
(알몸으로 자는 습관이 있었나?)
마사오가 그녀와 함께 잠을 잔 적은 작년 초겨울의 하루밤 뿐이어서 알 수
없었다.
(하여튼 더우니까 이상할 것도 없지, 뭐. 그럼 나도 벗을까?)
마사오는 유까다를 벗고 다에꼬도 알몸으로 만들어 버렸다.
일단은 비쯔가 잠들 때까지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러나 마사오는 다에꼬의 나신에 팔과 다리를 얽은 채 스르르 정말 잠이
들고 말았다.
어느 정도 잤는지 눈을 떴을 때 다에꼬의 그의 팔에 머리를 올려놓은 채
분신을 쥐고 있었다.
마사오가 눈을 뜨자 더욱 꼭 쥐어 왔다.
그리고 입술을 찾았다.
<안 잤어?>
<잠이 안 와.>
<그래도 좀 자야지.>
마사오는 고개를 돌렸다.
비쯔는 등을 돌리고 누워 있었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남은 주무셔. 이젠 우리 둘 뿐이야.>
마사오가 속삭였다.
다에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사오를 끌어안았다.
마사오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 다에꼬의 꽃밭으로 손을 뻗었다.
<난 역시 둘만 있을 때가 좋아.>
다에꼬가 응석부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서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점점 숨결이 거칠어지던 다에꼬는 이윽고 다른 손으로 자신의 꽃잎을 벌리
고 마사오의 몸을 그리로 이끌었다.
<부탁해.>
마사오는 비쯔를 돌아보았다.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응.>
마사오는 그녀의 몸 위로 자신을 올리고 천천히 나아갔다.
다에꼬는 낮게 신음하며 그를 꼭 껴안았다.
얼마 되지 않아 다에꼬의 몸 깊숙한 곳에서 신호가 왔다.
다에꼬는 허리를 젖히며 다급해 했다.
마사오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다에꼬의 동작도 커지더니 급속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몸의 율동과 호흡이 격렬해졌다.
<나, 이제 곧 할 것 같아.>
다에꼬가 헐떡였다.
<응, 알아.>
<마사오는?>
<아직 괜찮아.>
<그러면 나 먼저 한다.>
절규하듯 다에꼬는 급상승했다.
보통 때보다 훨씬 다급한 소리를 냈다.
격렬하게 움직였다.
비쯔의 잠을 깨우면 안 된다는 염려를 할 텐데도 이상한 일이었다.
중요한 순간이 계속되었다.
마사오는 살짝 비쯔를 쳐다보았다.
비쯔의 흰 얼굴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다에꼬의 소리에 막 잠을 깬 모양이다.
다에꼬의 신음소리는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이제 비쯔도 다에꼬가 여자라는 걸 확실히 알겠군.)
다에꼬는 꼬리를 길게 늘인 환의의 탄성를 내지르며 그에게 힘껏 매달여
왔다.
마사오는 정지했다.
강한 울림이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 비쯔가 말을 걸었다.
<마사오도 끝났어?>
그 말이 다에꼬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다에꼬는 더욱 힘껏 달라붙으며,
<아니, 아직이에요.>
라고 말했다.
바쯔가 알몸으로 다가왔다.
<정말 너희들 부부 같아.>
마사오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비쯔는 수건으로 그의 등을 닦아주면서 다에꼬를 불렀다.
<다에꼬, 자고 있지 않아서 미안해.>
<아뇨, 괜찮아요.>
마사오가 물었다.
<처음부터 주무시지 않으셨어요?>
<조금 잤어. 너희들이 움직이는 기척이 나서 잠을 깼지. 덕분에 순수하게
사랑하는 걸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어. 그렇지만 이번엔 정말 잘게.>
마사오는 왼팔을 풀어 비쯔의 가슴에 손을 댔다.
다에꼬도 잠을 깨운 사죄로 이 정도는 용서하리라고 생각했다.
크게 주물렀다.
<다에꼬와 비교하는 거야.>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긴 내가 더 아이 같지? 다에꼬는 모델이 되어도 충분하겠던
데.>
마사오는 비쯔의 젖꼭지를 잡았다.
<여긴 선생님이 더 어른입니다.>
<당연하지. 네게도 책임이 있어.>
다에꼬는 양팔로 힘껏 끌어안은 채였고 내부의 울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마사오는 비쯔의 몸이 너무 그리워졌다.
(다에꼬에게 확실히 알리고 할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해 버릴까? 자연스
럽게 손을 뻗었다는 편이 좋겠어.)
다에꼬는 이미 마사오의 왼손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거부 반응을 보일지, 혹은 묵인해 줄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이 정도까지라면 눈감아 주겠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무튼 남자를 독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게 장래의 다에꼬와
의 교제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라고 마사오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켰
다.
마사오의 손은 아래로 내려와 촉촉이 젖은 비쯔의 꽃잎을 어루만지기 시작
했다.
손가락을 구부려 꽃잎을 나누었다.
비쯔는 다에꼬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참기 힘들어하는 신음소리를 냈다.
다분히 꾸며내는 소리였다.
다에꼬에게 들려주고 싶을 것이다.
마사오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 애무했다.
<아아... 거기야, 거기.>
비쯔는 상황을 확실히 알리는 말을 연발했다.
그러나 그녀는 마사오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마사오가 범하는 형태였다.
다에꼬가 비쯔를 책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교묘했다.
그때 다에꼬가 속삭였다.
<나와 어떻게 달라?>
(나에게 중요한 건 뭐니뭐니 해도 다에꼬야. 이 원칙은 어느 것보다도 우
선이야.)
<여러 가지로. 하지만 다에꼬가 나에겐 가장 잘 어울려. 확실히 그래.>
다에꼬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요구했다.
그건 마사오의 장난을 용인한다는 뜻이며 동시에 안심한다는 의미였다.
당연히 그 말은 비쯔에게도 들렸다.
그래서 비쯔가 손을 뿌리칠 수도 있다는 것을 마사오는 계산에 넣었다.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비쯔는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사오의 애무를 받는 허리 아래는 고정시킨 채 상체를 다에꼬 쪽
으로 틀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돌발적인 행동에 놀란 마사오는 손가락을 멈추었다.
<마사오가 어떤 장난을 쳐도 다에꼬는 안심해도 돼. 마사오는 너만 사랑하
고 넌 근사해. 게다가 젊고 마사오밖에 모르잖아.너희 둘이 어울리는 건 당
연한 거야. 남자의 바람기는 그리 대단한 게 아냐. 말 그대로 바람 같이 잠
시 스쳐지나가는 거지.>
<선생님은 마사오에게 화가 나지 않나요?>
<화날 리가 없지. 나도 마사오와는 단지 놀이였으니까. 내게는 아직 어린
애야.>
그렇게 말하면서 비쯔는 한쪽 허벅지를 크게 움직여 마사오의 손목 위에
올려놓았다.
마사오의 손바닥 전체가 비쯔의 용암에 눌린 형태가 되었다.
비쯔의 맥박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전 선생님이 두려워요.>
다에꼬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려울 거 없어. 난 네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않아. 그러니 오늘밤은 그런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즐겨. 내게도 조금만 즐기게 해주고.>
다에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모두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아요. 분명히 후회할 거에요.>
비쯔는 다에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순수해. 너무 아름다워. 나도 너처럼 순진할 때가 있었는데.>
비쯔는 마사오의 손을 다리 사이에 꼭 끼운 채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마사오의 등을 쓰다듬으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곧 마사오는 비쯔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참가하려는 것이다.
궁극의 목적은 다에꼬 앞에서 마사오와 관계를 갖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다에꼬가 인정하지 않으리라.
마사오는 괜히 비쯔를 건드렸구나 하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다에꼬의 귀에 속삭였다.
<다에꼬는 안심해도 돼. 난 다른 여자는 정말 조금도 관심 없어.>
<알아. 믿어. 난 안심하고 있어.>
다에꼬의 몸 속에 마사오는 신호를 보냈다.
디에꼬도 곧바로 신호를 보내왔다.
비쯔의 손이 마사오의 허리를 크게 감으며 아래를 향했다.
다에꼬의 꽃밭에 닿아 있는 마사오의 둥근 주머니에 손을 댔다.
두 개의 구슬을 가만히 쥐었다.
다에꼬가 불안해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뭘 하시는 거야?>
귀속말로 마사오에게 물었다.
<부끄러워? 그럼 그만 두게 할까?>
다에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비쯔가 손가락으로 장난치기 시작하였다.
보통 때와는 다른 쾌감이 마사오에게 번져갔다.
마사오는 허리를 살짝 들자 그 사이로 비쯔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허리가 물러나면서 다에꼬에게서 조금 빠져나온 원주에 감겼다.
마사오는 비쯔의 꽃밭에 묻힌 손가락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아... 좋아.>
비쯔는 매우 고조된 목소리를 내며 마사오의 몸을 애무하려고 했다.
그러나 워낙 좁은 공간이라 그 손가락은 자유롭지 못했다.
이어 다에꼬가 신음했다.
<나, 나 아아...>
비쯔가 이제 그의 몸을 포기하고 다에꼬의 민감한 부분에 손을 댄 것 같았
다.
(큰일 났군요.)
비쯔의 호흡은 이미 매우 거칠어져 있었다.
눈도 타오르는 욕정으로 빛나고 있었다.
비쯔의 상반신이 그의 등을 덮쳐 누르고 있었다.
마사오는 허리를 밀어 다에꼬 깊숙이 들어가 비쯔의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
하게 했다.
<선생님, 이제 됐습니다.>
마사오가 그렇게 말하자 비쯔는 그의 귀에 나지막하고 빠르게 속삭였다.
<나에게 와.>
그리고는 손을 빼고 자기 이불로 돌아가 누웠다.
들어줄 수 없는 청이었다.
마사오는 그대로 다에꼬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내가 저쪽으로 가면 안 돼. 그렇지?>
<싫어. 절대로 안 돼.>
비쯔는 다에꼬의 말을 들었다.
<괜찮으니까 이리 와.>
비쯔의 하얀 나신이 요염하게 꿈틀거렸다.
입가에 유혹을 미소가 배어 있었다.
자신의 매력을 시험하는 듯했다.
자신감에 넘치는 표정이었다.
마사오는 자신을 어린애로 여기는 마음을 바탕에 깔고 있는 듯한 비쯔의
자신감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마사오는 다에꼬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장난을 치는 거야.>
일부러 비쯔에게 들리도록 했다.
다에꼬는 고개를 끄덕이고 허리를 꿈틀거려 마사오에게 신호를 보냈다.
마사오는 서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내 마사오는 비쯔에게 직접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거절 방법이었다.
<난 이제 놀이는 그만두겠어. 정말 자야지. 오늘밤은 별로 마시지 않던 술
을 마셔서 내가 취했나 봐.>
비쯔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가슴까지 이불을 덮고 돌아누웠다.
그리고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다.
마사오가 눈을 떠보니 모기장은 이미 치워지고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활짝 열려진 창문으로 상쾌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머리맡에는 어제 다에꼬가 빨아준 속옷이 개어져 있었다.
마사오는 담배를 물고 엎드려 발 너머로 정원을 내다 보았다.
다에꼬와 비쯔가 화단 앞에 쪼그려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맑은 아침 햇살이 두 여자의 새하얀 피부를 더욱 눈부시게 했다.
마사오는 문득 어젯밤의 일이 생각났다.
(큰일날 뻔했어.)
그러나 정원에 있는 두 여자의 정다움 속에는 그런 어두운 그림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사오는 꿈을 꾼 것 같기도 했다.
담배를 끄고 일어나 속옷을 입었다.
다에꼬가 꿀물을 쟁반에 받쳐들고 들어왔다.
마사오는 꿀물을 마셨다.
<선생님이 아침 식사 후에 두 시간 정도 외출을 하신대. 젊은 사람들을 위
해 자리를 피해 주시겠다고.>
<고마운 일이군.>
<자, 일어나서 새수해.>
마사오는 이불을 개는 다에꼬의 신선한 모습을 잠시 지켜보고 부엌에서 아
침을 준비하는 비쯔에게 다가갔다.
머리를 숙여 꾸벅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잘 잤어?>
<예. 덕분에.>
<참, 다에꼬에게 들었지? 나 외출할 거야.>
<바람 피우러 가십니까?>
<후후. 그러면 좋겠지만 볼일이 있어서. 남편은 밤에나 돌아올 테니 신경
쓰지 말고 저녁 때까지 천천히 놀다 가.>
<예.>
(제멋대로 행동하고 호색적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상냥한 사람이야.)
마사오와 다에꼬가 비쯔의 집을 나온 건 오후 네 시가 지나서였다.
헤어질 때 비쯔는 그 빛나는 눈으로 마사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에꼬에게 잘해 줘.>
그리고는 다에꼬에게도 말했다.
<겨울 방학에 또 함께 놀러와. 올 거지?>
<가능하면요. 선생님께 너무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요?>
<당치도 않아. 나도 즐거웠어.>
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다에꼬가 그의 팔을 잡으며 귓속말을 했다.
<겨울 방학 때 또 올 거야?>
<그러자. 선생님도 시골의 단조로운 생활에서 자극이 필요했던 거야.>
<나 간밤에 정말 불안했었어.>
<내가 선생님한테 가면 헤어질 작정이었어?>
<아니, 헤어지진 않아. 그래도 싫어. 만약의 일에 각오을 하면서도 마사
오를 믿었어.>
버스는 푸른 들판을 달렸다.
멀리 산에는 어슴푸레한 안개가 서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