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리
기꾸가 나가고 마사오는 문에 빗장을 걸었다.
이제 묘우미는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천장을 바라보며 똑바로 누워
있었다.
마사오는 가운을 벗고 그 옆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정말 조금 전의 그 소리 기쁨을 표현하는 거야?>
<예.>
<괴로운 것 같았어.>
<아닙니다.>
<오늘밤 나도 그렇게 될까?>
<아뇨, 저 여자는 숙련된 여자니까요.>
마사오는 손을 묘우미의 아랫배로 뻗어 어루만지면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
뜨렸다.
넘쳐났던 따뜻한 샘물은 지금은 비너스 주위에서만 겨우 찾아 볼 수 있었
다.
마사오가 농밀한 애무가 중단하고 기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차츰 마
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사오는 다섯 손가락을 따로 움직여 꽃봉오리와 비너스, 그리고 꽃잎의
안쪽을 동시에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오 분 정도가 지나자 묘우미의 몸은 마사오를 받아들일 완전한 준비를 갖
추었다.
마사오는 그녀의 위로 몸을 얹은 다음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로 허리를 들
이밀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자신의 몸을 한 손으로 쥐고 둥근 부분을 이리저리 돌려
화구를 마찰시킨 뒤에 드디어 단숨에 처녀의 상징을 돌파해 버렸다.
묘우미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하는 다른 어떤 말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저 꼭 다문 입 속으로 <욱>하는 한 마디만 내뱉을 뿐이다.
<아파하다니, 부끄럽잖아. 그러면 종속당하는 느낌이야. 그럴 수 없어.>
과연 소설을 쓰고 남자와 평등한 것 이상으로 살아가려는 여류 작가 지망
생다운 말이었다.
<별로 아프지도 않고, 기분도 좋지 않아. 나, 불감증인가?>
<첫 체험 때 남자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여자는 극히 없어요. 오히려 페팅
을 좋아하죠. 묘우미 씨의 감각은 아직 표면에 한정되어 있을 거에요. 관계
를 계속하다보면 점점 즐거워질 겁니다.>
마사오는 잠시 허리를 후퇴시켰다가 다시 묘우미의 몸 속 깊숙이 들어갔
다.
아직 분명한 저항감은 남아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묘우미가 또 물었다.
<남자는 언제까지 이렇게 서 있지?>
<여자를 즐겁게 해줄 때까지요.>
<마지막엔 어떻게 되는데?>
<사정하고 그 뒤엔 다시 부드럽고 작아져서 밖으로 나옵니다.>
마사오는 상식적인 설명을 하는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 이대로 내 몸 안에다 사정하는 거야?>
<아니오. 나중에 콘돔을 덮어쒸우죠.>
<갖고 있어?>
<예. 남자의 필수품이에요.>
<그걸 언제 해?>
<되도록 길게 쾌감을 음미하고 나서요.>
<당신은 기분 좋아?>
<예. 멋져요. 여자는 기쁨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몇십 번이나 경험을 해야
합니다.>
<싫어. 오늘밤에만 많이 해.>
마사오가 얘기를 나누며 묘우미 내부의 진동을 음미하고 있을 때 그녀의
몸에서 새로운 현상이 일어났다.
이제까지는 심장의 고동과 같은 울림 속에서 소리도 없이 지긋이 압력을
가해왔지만 이번에는 탄력있는 조임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마사오는 그걸 확인하는 자세가 되었다.
몇 초 후 또 그 현상이 이어졌다.
<저, 나 이상해.>
묘우미가 속삭였다.
<어떻게요?>
<조금 전과 달라.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여. 날 힘껏 안아 줘.>
그 말에 마사오는 힘껏 묘우미를 껴안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여 나아갔다.
<아... 이제 당신을 알 수 있겠어.>
<좋아요?>
<좋아, 아... 좋아.>
묘우미는 눈을 내리감고 있었다.
뺨은 홍조를 띠고 긴 속눈썹이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 좀더 빨리.>
마사오는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묘우미의 입에선 곧 신음이 터져나왔다.
점점 그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아프지 않아요?>
<조금. 아냐, 이젠 아프지 않아. 아...>
<조금 쉴까요?>
마사오는 허리를 멈추고 물었다.
<떼고?>
<예.>
<싫어.>
묘우미는 더욱 힘껏 마사오를 끌어안았다.
<숨쉬기 힘들지 않아요?>
<조금, 그래도 기분이 좋아. 이상해. 이런 걸 현기증이라 하나?>
침묵이 흘렀다.
묘우미는 눈을 감고 가슴을 들썩이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마사오는 묘우미 위에서 가슴을 맞대고 있었으므로 체중이 쏠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
마사오가 속삭였다.
<지금도 좋아요?>
<응>
고개를 끄덕인 뒤 묘우미는 말했다.
<내 눈을 봐.>
마사오는 머리를 들고 그 눈을 내려다보았다.
촉촉하고 충혈된 눈이었다.
눈동자 속에서는 정욕의 불꽃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역시 여자로군.)
그때 묘우미가 마사오의 머리를 당겨 귓가에 속삭였다.
<자, 또 움직여 봐.>
마사오는 허리를 띄었다가 다시 묘우미의 안으로 잠겨 들어갔다.
쾌감이 갑자기 농후해졌다.
묘우미도 목젖을 울리는 소리를 질렀다.
곧 마사오도 자신의 한계를 의식했다.
예상보다 빠른 것은 역시 오래간만이기 때문일 것이다.
묘우미의 내부를 음미하면서 마사오의 동작도 본격화되었다.
묘우미의 할딱임도 강해졌다.
<위험한 날이에요?>
<응.>
<그럼 콘돔을 해야겠어요.>
<싫어.>
마사오는 묘우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친절하게 속삭였다.
<이제 한계입니다. 당신이 너무 멋져서 난 폭발해 버릴 것 같아요.>
<이대로 해. 지금이 좋아.>
<그러다 임신하면? 부모님이 카톨릭 신자라고 했잖아요?>
<괜찮아. 절대 당신에게 책임을 지우지는 않을 거야. 최후까지 정말로 체
험하고 싶어. 그런 인공적인 걸 끼우고 싶지는 않아. 난 지금 제대로 완전한
체험을 하고 싶은 거야. 임신 따윈 신에게 맡기겠어.>
묘우미의 뜻밖의 요구에 마사오는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다시 물결을 일
으켰다.
<아... 기분 좋아. 아침까지 이렇게 하고 싶어.>
<원한다면 그렇게 해요.>
마사오는 곧 한계를 느껴 서서히 움직임의 폭을 줄이다가 정지했다.
<이제 보통 젊은 남자가 애인을 사랑할 때의 세 배 정도의 시간은 지났을
겁니다. 잠시 쉬고 싶어요.>
<그래? 몰랐어. 미안해.>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키며 조용히 떨어졌다.
예상대로 이불에 검붉은 선혈이 있었다.
마사오는 묘오미와 나란히 누워서 어깨를 감쌌다.
<처녀의 표시가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나요?>
<왜?>
<오늘밤 처음 만난 사람인데.>
<오히려 감사하고 있어. 아직도 당신이 내 안에 있는 것 같아.>
<잠시는 그럴 거예요.>
<계속 그런 느낌이 드는 것 아냐?>
<그렇진 않습니다. 얼마 뒤에는 사라집니다.>
<......>
<왜요?>
<정말 곤란해. 난 당황하고 있어.>
<좋아하게 되어 버릴 것 같아. 나, 여자다워질지도 몰라. 난 여자로서의 감
수성이 좀 결여되어 있었거든.>
<그건 일시적인 착각일 겁니다. 당신은 사람을 쉽게 좋아할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나도 여자란 말이야. 본능적으로 페니스에 대한 동경이 있어. 남
자 혐오증을 자인하는 여성 투사도 여자 형무소에 들어가면 그걸 자각한다
고 하더군.>
첫 체험을 하면서 이렇게 이론적인 여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어색하지않고 그 내용도 자연스러웠다.
<그래도 당신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냉정하게 관찰하는 눈을 갖고 있어
요.>
거기에는 대답하지 않고 묘우미가 다른 질문을 했다.
<나, 당신을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마사오도 대답 대신 묘우미의 손을 자신에게 이끌었다.
<여기가 중단된 뒤에도 계속 흥분 상태입니다.>
<아, 그랬지.>
묘우미는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날 원해?>
<물론이죠.>
<역시. 기뻐. 정말로 당신을 좋아하게 될 거 같아. 기다려 봐. 내 마음에게
물어 볼게. ... 역시 그래 나도 계속하고 싶어.>
마사오는 손을 묘우미의 다리 사이로 뻗어 잠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녀는 그에게 힘껏 달라붙었다.
이지적인 자기 관찰에도 불구하고 묘우미의 꽃밭은 새롭게 따뜻한 샘이 넘
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하고 싶어요?>
<응.>
<정말입니까?>
<정말이야. 하고 싶어.>
마사오는 자세를 갖추었다.
두 번째 결합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묘우미는 비로소 아프다고 말했다.
아까 전에도 은은한 쾌감과 더불어 약간의 통증을 계속해서 느꼈을 것이
다.
그건 이제 묘우미가 이지적인 태도를 벗고 감성에 젖기 시작한다는 증거였
다.
조용히 마사오는 잔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처녀 상실 직후의 특유한 강렬함에 휘감겼다.
느끼는 쾌감을 묘우미에게 속삭이고 질문을 덧붙였다.
<싫은 느낌은 없나요?>
<전혀. 그 반대야.>
<그래요?>
<이제 아프지 않아. 뜨거워. 속까지 뜨거운 느낌이야.>
두 사람은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묘우미는 때때로 신음하고 마사오는 묘우미를 음미했다.
남자가 정상에 도달하는 순간도 묘우미는 체험하고 싶어했다.
그러면서도 예방품은 여자인 묘우미가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마사오는 그럴 수 없었다.
위험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결국 묘우미가 승낙하게 만든 건 마사오의 설득이었다.
<이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행해지는 피임법이고, 동시에 성병 예방의 역
할도 합니다. 그 느낌을 체험하는 것도 당신에게 공부가 되지 않을까요?>
마사오는 묘우미에게서 자신을 떼고 재빨리 콘돔을 끼우자마자 곧바로 비
너스로 다시 들어갔다.
그때 묘우미는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냈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동을 좀 과장하는 게 좋겠어. 그러는 편이 이 여자
에게 더 큰 기쁨을 줄 테니까.)
눈앞이 아찔한 현기증이 엄습해 오자 마사오는 힘껏 묘우미를 껴안고 절규
를 외치면서 격렬하게 움직였다.
절정감의 길이는 매번 같은 것이 아니다.
그날 밤은 처녀라는 심리적인 만족감과 묘우미 몸의 뛰어난 감도, 거기에
체력이 충분한 상태였음으로 노곤함을 수반한 절정감은 평소보다 훨씬 지속
되었다.
반복해서 소리쳤다.
그 뒤 허탈 상태로 정지해 있자 묘우미가 그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 손길은 부드럽고 연상의 배려가 담겨 있었다.
마사오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먼저 말을 건 사람은 묘우미였다.
<괜찮아?>
불안해 하는 듯했다.
처음 남자의 절정을 체험한데다 마사오가 상당히 의식적인 과장을 더했음
으로 이 불안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연기가 섞였음을 그녀는 알지 못한다.
마사오는 끄덕이며 조용히 키스했다.
의례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할 수 없이 기쁘게 해준 묘우미에게 솟은
호감의 솔직한 표현이었다.
<최고입니다. 훌륭했어요.>
<정말?>
<정말입니다.>
<얼굴을 들어 봐.>
마사오는 얼굴을 들었다.
묘우미의 눈은 촉촉하게 빛나고 있었다.
<당신은 부드러운 눈을 갖고 있구나.>
<당신에게 감동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사정한 것 알아.>
<알 수 있었어요?>
묘우미는 움츠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나왔지?>
<예.>
직접 할 경우 여자도 그걸 느낀다.
경험이 풍부한 여자 중에는 콘돔을 사용해도 마찬가지로 느끼는 여자가 있
다.
하지만 예방품이 가로막혀 있는 상태에서 첫 체험인 여자가 감각할 수 있
었다는 건?
마사오는 뒷처리를 하려고 일어섰다.
당연히 처음인 묘우미에겐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묘우미가 팔을 잡았다.
<보여 줘.>
밤나무꽃
마사오는 자신이 사정한 것을 내밀었다.
꼴사나운 일이지만 어쨌든 상대는 연구심에 불타는 눈빛으로 유심히 바라
보고 있었다.
<이렇게 많아? 따뜻해.>
<오래간만이라서.>
<냄새를 맡어 볼래.>
<그건 비려요. 안 좋을 겁니다.>
<정말 밤나무꽃 냄새가 나는구나.>
<역시 싫죠?>
<아니, 좋아질 것 같아.>
마사오는 반쯤 일어나 묘우미를 안아 이불 위에 눕혔다.
입을 맞추고 이불을 덮어 주고 일어섰다.
묘우미는 불안한 시선으로 가운을 걸치는 그를 보았다.
<아무 데도 가지 마.>
<씻고 올게요. 곧 돌아오겠습니다.>
마사오가 소변을 보고 욕실로 가 차가운 물에 씻고 돌아왔을 때 묘우미는
누워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묘우미는 양팔로 휘감아왔다.
긴 키스를 하고 입술을 뗀 묘우미는 이불 속에서 마사오의 몸을 잡아왔다.
<또 한 번 만나.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애매하게 헤어지고 싶
지는 않아.>
<저도 그렇습니다.>
<나, 멋대로지?>
<아뇨, 그런 명이 호감이 갑니다.>
<체험한 것, 남들이 내 얼굴이나 거동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알리고 싶지 않죠?>
<지금은 그렇지만도 않아. 난 가만히 있고 사람들이 추측해 본다. 그래도
증거는 없지. 아무 것도 모르고.>
마사오는 묘우미의 비부에 손을 뻗었다.
세 손가락을 이용해 부드러운 애무를 시작하였다.
자연히 묘우미는 다리를 벌려 마사오가 움직이기 쉽게 해주었다.
대화가 끊기고 마사오는 애무에 전념했다.
묘우미는 미묘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좀전보다도 감각 그 자체를 쫓는 색채가 농후했다.
마사오의 귀에 속삭였다.
<거기, 좋아.>
<샘물이 솟고 있어요.>
<아...>
잠시 후 마사오는 다른 장소로 옮겼다.
<여기는요?>
<좀전이 좋아.>
<그러며 이번엔.>
여러 가지로 마사오는 시험하고 묘우미는 확실하게 대답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묘우미는 계속 흘러넘치고 있었고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
다.
<어떤 기분?>
<좋아.>
묘우미가 가장 민감한 곳은 역시 다른 여자와 마찬가지로 꽃봉오리였다.
마사오는 거기에 애무를 집중했다.
그리고 마사오는 새로운 욕망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었다.
마사오는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여덟 시 조금 전이었다.
(첫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겠군.)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켜 위에서 묘우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묘우미는 눈을 뜨고 있었다.
<깨어 있었군요?>
<응.>
마사오는 상체를 낮추어 얼굴을 접근시켰다.
묘우미는 머리를 흔들었다.
<머리가 아파.>
<술 때문일 겁니다.>
<그럴 거야.>
마사오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묘우미의 가슴에 손을 둘렀다.
부드러운 피부였다.
그녀는 거부하지 않았다.
마사오의 손은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거기가 아파.>
<여기가요?>
<아니, 아래. 찢어지는 것 같아.>
<이제 사라질 거에요.>
손을 아래로 내려뜨려 부드럽게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묘우미는 눈을 감았다.
<역시 이제 만나지 마.>
<좀전부터 눈을 뜨고 그 생각을 하고 있었군요.>
<응. 아무래도 어젯밤은 내가 어떻게 되었었나 봐.>
<내가 그걸 이용했나요?>
<아니, 그건 아냐. 책임 전가는 하지 않아.>
<그러면 뭐가?>
<어젯밤 두 번째 사랑을 나누면서 당신이 내 그곳에 키스했을 때의 감각
말이야. 꼭 꿈을 꾼 것 같아. 내 자신을 잃는 것 따위는 싫어요.>
그녀로서는 난생 처음 맛보는 절정감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당신은 참 어려운 사람입니다.>
한 손을 이마에 대고 일어서서 마사오는 묘우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도 곧바로 마사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싫어.>
묘우미는 생떼를 부리는 어린애 같았다.
억지를 부리면서도 순정파 아가씨인 묘우미, 연상이긴 해도 마사오에게 저
절로 미소짓게 하는 귀여운 여인이었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당신을 좋아해요.>
<내가 어떤 여자인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생각해요?>
정면으로 그 푸른 기운이 감도는 눈을 들여다보았다.
<당신을 안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하루의 내용이 풍부했죠. 난 지
금 당신 주위의 어떤 남자보다도 당신을 더 잘 압니다. 핵심을 접했으니까
요.몸의 개성을 알고 마음도 알고. 당신은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입니다.
흔히 남자가 어떤 여자와 육체 관계를 갖고 나면 그 여자를 다 알았다고 으
스대죠? 그건 일리가 있어요. 맨몸은 정직하고 그 몸의 반응은 마음과도 뗄
래야 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경우는 특별하니까 더욱더 확실해요.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 잊지 못할 겁니다. 그리울 겁니다.>
<그런 게 싫어. 곧 다른 사람과도 체험할 거야?>
<왜?>
<비교하지 않으면 체험을 확인할 수 없으니까.>
<그런 점도 당신답군요.>
<게다가 당신을 잊지 못한다는 것이 억울해. 당신은 나 말고도 다른 여자
와 하잖아. 불공평해.>
마사오는 묘우미의 입술에 키스했다.
<아무하고나 하진 않아요. 나도 여자를 선택합니다.>
<나 이외에 다른 여자와 하는 건 다 마찬가지야.>
결국 보통 여자의 심정과 다를 게 없다.
표현이 이론적일 뿐이다.
<그럼 이대로 일어날까요?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 빨리 헤어지고 싶을 텐
데.>
<......>
<혼자서 어젯밤 일을 다시 기억해내고 싶겠죠?>
<응.>
<그러면 전 일어나죠.>
그리고 막 일어서려는데 마사오를 묘우미가 힘껏 포옹했다.
<서둘 것 없잖아. 당신은 1학년이니까 수업에 빠져도 큰 지장은 없잖아?>
<그러면 일어나지 말까요?>
<응.>
단호하게 대답을 한 묘우미는 열정적으로 마사오의 품에 안겼다.
묘우미의 손은 어느 새 마사오를 쥐고 있었다.
그 손에 힘이 더해지며 스스로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허리도 조금씩 꿈틀거렸다.
마사오가 꽃밭에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한지 몇 분 되지 않아 묘우미
는,
<아... 당신.>
하고 상기된 목소리로 마사오를 끌어당겼다.
<이쪽으로 와.>
기대하지 않았던 요구였다.
지난 밤 마사오의 집요했던 손놀림이 이제야 묘우미에게 기쁨을 주고 있는
게 아닐까?
아직 마사오의 몸을 원하는 단계는 분명 아니었다.
<조그만 이대로 있어요.>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아니, 이리 와. 부탁이야.>
그건 틀림없이 결합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젯밤과 달리 명료한 의식 속에서 자신이 체험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려
는 것이라고 마사오는 판단했다.
<그러면 이렇게 할까요?>
그러면서 마사오는 손가락의 위치를 바꾸었다.
묘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야. 이제부터는 내 말을 들어. 자.>
마사오는 묘우미가 시키는 대로 그녀의 몸을 덮었다.
묘우미는 손을 고쳐잡고 덩어리를 자신의 화원에 가져다 댔다.
마사오는 천천히 비너스 안으로 잠기고 묘우미는 그의 등을 힘껏 껴안은
채 크게 꿈틀거리며 콧소리를 냈다.
마사오는 용암의 근사한 조임을 느꼈다.
어젯밤의 취기에서 완전히 깨어 있었으므로 감각이 처음 맛보는 것처럼 신
선했다.
깊이 잠긴 채 마사오는 정지했다.
묘우미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움직이지 않았다.
<어젯밤 일이 꿈이 아니죠?>
<응.>
<지금은 어떤 느낌?>
<어젯밤보다 훨씬 좋아.>
마사오는 그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긴 키스가 되었다.
그 동안에 마사오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아갈 땐 의식적으로 허리를 바짝 밀착시켜서 화구와 그 주면을 계속 자
극했다.
묘우미의 신음이 고조되고 마사오의 움직임도 점점 폭이 넓어졌다.
<지금은 어때요?>
<아...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기분이야.>
상승 기류를 타고 있음을 확인했다.
계속 사랑의 샘이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사오는 동작을 본격화시켰다.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묘우미는 그 리듬을 맞춰 응하고 있었다.
어색한 불협화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묘우미는 자신의 감각이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이제 조금밖에 남지 않았을 거라는 느낌이 들어.>
<나도 그걸 느끼고 있습니다.>
<꽉 찬 듯해. 아... 저말 좀더...>
묘우미는 힘겹게 지난 밤의 절정감을 이번에는 마사오의 혀의 애무 없이
재현하려고 했다.
(아직 그건 무리인데.)
마사오는 그렇게 판단했지만 그래도 협력하며 온 힘을 기울였다.
역시 묘우미는 정상 부근만 겉돌 뿐이었고 그 감각도 불규칙했다.
(그래도 하룻밤만에 숫처녀를 여기까지 도달하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실력
을 자부해도 괜찮을 것 같군.)
묘우미가 눈치채지게 슬쩍 시계를 보았다.
아홉 시가 가까웠다.
첫 수업에 빠지기로 마음 먹은 이상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다만 마사오 자신이 묘우미를 절정으로 이끌기 위해 오랫동안 계속해서 움
직인 탓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고 더구나 민감한 묘우미의 점막에 상처를
입히는 결과가 되면 장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마사오는 동작을 늦추고 좀금씩 작게하면서 이윽고 휴식을 취했다.
얼굴을 들고 묘우미를 내려다보았다.
묘우미도 마사오를 보았다.
<이대로 있어.>
솔직한 표정이었다.
다다미 위에 태양이 비치고 있어서 방안은 밝았다.
열 시경에 두 사람은 여관을 나와 곧바로 근처 식당으로 갔다.
마사오가 한참 정신없이 밥을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묘우미는 젓
가락을 놓은 채 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왜요?>
<다음에 만나. 언제 만날래?>
<언제든.>
<그런 표현은 비겁해.>
<그러면 내일?>
<좋아, 몇 시?>
<다섯 시에 도서관 옆 벤치.>
<알았어.>
드 사람은 식사를 끝내고 전차를 탔다.
통근 시간이 지난 뒤라 전차는 한산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다.
묘우미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관에서 나온 걸 아무도 모를 거야. 이렇게 호색적이고 대담한
여자가 왜 지금까지 체험하지 않았을까?)
학교에 도착해 시계탑 앞에서 헤저질 때 묘우미가 말했다.
<내일 오지 않으면 집으로 쳐들어갈 거야.>
마사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야말로 당신이 올지 안 올지 도박을 거는 심정입니다.>
그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노파 하쥬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첫 무단 외박인가요?>
엄한 표정이었다.
<죄송합니다.>
마사오는 고개를 숙였다.
<취해서 친구 집에서 잤습니다.>
<다음부터는 외박할 경우에는 미리 말해 줘요. 곤란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관문은 안에서 열쇠로 잠그게 되어 있었다.
보통은 그 문을 걸어 두지 않았다.
마사오의 귀가가 늦어질 때 잠근 뒤면 안에 있는 사람이 깨어나서 열어주
어야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밤새 문단속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곤란할 뿐만 아니라 무슨 일이 있나 걱정도 되잖아요.>
일반 가정에 세를 들었으므로 이 정도의 문제는 각오하고 있었다.
마사오는 거듭 사과했다.
지방 출신 학생들에게는 출입이 자유로운 아파트가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권리금과 임대료가 비쌌다.
계단을 오르는 마사오에게 하쥬다가 덧붙였다.
<이번에 건넌방에 들어올 사람이 정해졌어요.>
<어떤 사람입니까?>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며 물었다.
<젊은 부부예요. 아이는 없고 이 달 말에 이사올 겁니다.>
<잘 됐군요.>
(역시 건넌방도 주인의 대학 후배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줄 정도로 여유롭
지는 않구나. 난 운이 좋았어.)
저녁 식사를 끝내자마자 마사오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마사오가 부엌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인집 며느리인 찌
에가 나타났다.
엷게 화장한 얼굴에서 평소의 쓸쓸함이 배어나왔다.
화장이 오히려 그런 이미지를 더해 주는 듯했다.
인사를 나누었다.
찌에의 목소리는 기력이 왕성한 시어머니 하쥬다와 대조적으로 조심스럽
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다 말고 찌에가 문득 물었다.
<그제 밤은 어떻게 된 거예요?>
마사오는 조금 놀랐다.
인사와 용건 이외로는 처음 말을 건 것이었다.
<술을 너무 마셔서 친구 집에서 잤습니다.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
다.>
<여자 친구와 함게 있었던 것 아니예요?>
그 질문도 평소의 그녀의 태도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농담을 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무슨? 남자 친구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안심했어요.>
그리고 찌에는 가 버렸다.
초등학생이 연극 대사를 외는 듯한 어조였다.
억지로 말한 느낌이었다.
미리 생각하고 있던 말을 한 것 같았다.
안심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집주인의 한 사람으로서의 말인지, 남녀 문제에 관심 있는 여자로서 하는
말인지 마사로로서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