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64)

 여대생의 밤화장  

    

 두 사람은 아파트를 나왔다.

 목적지 없이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십 분쯤 걷다보니 어두운 골목길이었다.

 묘우미가 마사오의 앞으로 서서 가방을  내려놓고 양팔을 그의 목에  둘렀

다.

 <키스해 줘.>

 마사오는 묘우미의 등을 감싸고 입맞춤을 했다.

 열정이 솟아났다.

 마사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묘우미의에서서 <사랑스런 여자>를  느

꼈다.

 행인이 옆을 지나갔다.

 그러나 묘우미는 오로지 그의 입술을 빤느 데만 열중해 있었다.

 입술을 떼고 묘우미는 마사오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잔다는 건 잘못된 거지?>

 <물론입니다.>

 마사오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 외에는 안 돼, 하고 말해 줘.>

 순순히 마사오는 그 말을 따라했다.

 (지금 이 사람은 연상이 아닌 것 같아.)

 마사오는 묘우미의 스커트 안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어루만지면서 거슬

러 올라갔다.

 팬티 위로 비경의 따듯함이 느껴졌다.

 <이건 내 거예요.>

 <당신 거야.>

 묘우미는 더욱 힘껏 마사오를 포옹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지금의 묘우미의 기분

에는 알맞은 말일 것이다.

 포옹한 채 골목을 나와 큰 길가를 걸었다.

 빈 택시가 저절로 멎추었다.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역으로 행했다.

 달리는 차 속에서 묘우미는 마사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한 손을 그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당신 방에서 잘 수 있어?>

 <일반 가정집 이층을 빌린 거라서 곤란합니다.>

 <그럼 여관에 갈까?>

 마사오도 그러고 싶었지만 그제께 무단 외박을 해서 꾸중을  들은 뒤라 자

중하여야만 했다.

 게다가 이 시간에 여관에 들어가  즐기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빡빡했다.

 <오늘밤은 좀 곤란합니다. 다음에.>

 <그렇겠지? 역시 집으로  가야겠어. 내일은 토요일이라  난 강의가  없어. 

당신은?>

 <오전 수업입니다.>

 <그럼 열두 시에 만나. 나도 도서관에 갈 거야.>

 <일부러?>

 <만나고 싶으니까. 싫어?>

 <아닙니다. 그러면 열두 시 정각에, 오늘 그 장소로.>

 <응. 이젠 오늘처럼 귀찮은 일은 하지 않을게.>

 묘우미는 점점 어려지는 듯했다.

 처음 만났을 때가 가장 어른스러웠다.

 마사오는 묘우미와 헤어져 곧바로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은 닫혀져 있었고 평소와 달리 찌에가 안에서 열어주었다.

 <지금 와요? 오늘밤도 또 자고 들어오나 했어요.>

 <아니오. 앞으로도 외박은 별로 하지 않을 겁니다.>

 계단을 올라가는 첫 번째 기둥에 편지꽂이가 있었다.

 마사오에게 온 우편물이 그 안에 들어 있게 된다.

 흰 봉투가 있었다.

 다에꼬의 글씨였다.

 주머니에 넣고 마사오는 아무 뜻 없이 물었다.

 <할머니는요?>

 <목욕하고 계세요. 이제부턴 가끔 물을 데우기로 했어요. 마사오 씨도  일

요일에는 이용하세요.>

 오늘 아침에 이어 지금까지는 없던 대화였다.

 (조용한 여자였는데. 이제 나와 친해졌다는 건가?)

 마사오를 향는 눈에 언뜻 색기가 어른거렸다.

 의외의 느낌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듯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이 사람은 미망인이다.)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문득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단순한 주인집 며느리가 아니라, 매력적인 여

인이라는 걸 의식했던 것이다.

 다음 날, 마사오는 시간에 맞추어 묘우미와의 약속 장소로 갔다.

 묘우미는 벤치에 앉아 시계탑을 보고 있었다.

 여자는 일부러 약속 시간에 늦는  법인데 묘우미는 그런 잔재주를  부리는 

자잘한 여자가 아니었다.

 정확했다.

 두 사람은 점심을 먹고 신주꾸로 나가 프랑스 영화를 보았다.

 그런 뒤에 간단히 저녁을 먹고  주점에 들러 정종을 몇 잔씩  마셨을 때는 

거의 어둑어둑해질 무렵이었다.

 두 사람이 기꾸가 있는 여관으로  향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었

다.

 기꾸는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로 반갑게 맞앗다.

 <어머! 어서오세요. 자, 들어오세요.>

 <묵고 싶습니다.>

 전에 왔었을 때와 똑같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오늘밤도 술을 좀 마신 것 같네요.>

 <조금이요.>

 <그러면 좀더 마시겠어요?>

 <아니, 사양하겠습니다. 저 번처럼 대접을 받을 수도 없고 정식으로  주문

하면 비싸잖아요.>

 <그런 걱정은 말고, 아가씨, 어때요? 한 시간 정도라면 제가 방해해도  되

죠?>

 <그럼요. 저도 또 재미있는 얘길 듣고 싶어요.>

 기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열한 시쯤 좋겠네요. 술을 마시고 싶으면 전화해요. 전화가 없으면  드시

지 않는 걸로 알게요.>

 이윽고 두 사람은 함께 목욕탕에 들어갔다.

 마사오의 제안에 묘우미도 흔쾌히 승낙한 것이었다.

 먼저 마사오가 재빨리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 갔다.

 여자가 먼저 탕 안에 들어가면 부끄러움이 덜할 테지만  마사오는 일부러, 

묘우미가 어떻게 나올지 보고 싶었기 때문에 먼저 들어간 것이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마사오는 유리문 쪽을 쳐다보았다.

 흐릿한 유리문 너머로 그림자가 나타났다.

 살색이었다.

 환상적인 기분이 마사오를 감쌌다.

 욕정보다는 심리적인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진한 분위기였다.

 문이 열렸다.

 묘우미는 역시 수건을 들지 않았다.

 양팔을 움츠려서 가슴을 가리려고도 하지 않았고 은밀한 텔타 지대도 굳이 

감추려 하지도 않았다.

 두 손을 허리에 댄 자세로 다가왔다.

 떨어져서 보니 듬성듬성한 비모가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욕조까지 와서야 몸을 움츠리며 비로소 가슴과 비부를 가렸다.

 그 뺨은 붉고 눈은 촉촉했다.

 쪼그리고 앉으며 묘우미는 눈을 살짝 흘기고 말했다.

 <저쪽을 봐.>

 아마 비부를 씻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마사오는 돌아앉았다.

 물 끼얹는 소리가 들렸다.

 세 번 물을 끼얹고 난 묘우미는

 <실례해.>

 하고서 거침없이 탕 안으로 들어왔다.

 물이 넘쳐 흘렀다.

 마사오는 다시 돌아앉아 묘우미의 새하얀 가슴을 보았다.

 더운 김이 서려 습기가 찬 밝은 전등빛을 받아  수면은 흔들리고 젖무덤이 

어른거렸다.

 마사오의 손길이 묘우미의 젖가슴에 가 닿았다.

 <우리 관계가 이렇게 진행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가능하면 빨리 성숙한 여성이 되고 싶어. 시간을 끌면 발전이 없어. 시루

꼬도 그렇게 말했어.>

 <하기사 남자에 대해선 그 사람이 훨씬 선배니까요.>

 <시루꼬 뿐만이 아니야. 다른 애도 같은 생각이더군.>

 마사오는 계속 젖가슴을 애무했다.

 점점 유두가 단단해졌다.

 <조금 몸을 세워 봐요.>

 묘우미는 마사오의 요청에 따라 몸을 일으켜세우자 젖가슴이 물 속에서 밖

으로 드러났다.

 뽀얀 살결이 빛나고 파란 실핏줄이 환상적으로 드러나 보였다.

 <예쁘다!>

 <난 별로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남자는 자기에게 없으니까 그렇게 생

각하나 봐.>

 <아니, 유아적  본능이 배어서  그런 것  같아요. 태어나자마자  빨았으니

까.>

 마사오는 상체를 낮추고 충혈된 젖꼭지를 살짝 물었다.

 묘우미는 가슴을 젖히고 마사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사오는 가볍게 깨물고 장난을 쳤다.

 <장시간 목욕은 나빠. 자, 빨리 씻어. 등을 닦아 줄게.>

 마사오는 유두에서 입을 뗐다.

 <등을 닦아 준다구요?>

 <응, 왜 이상한 얼굴을 하지?>

 <당신이 그런 말을 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연한 일이잖아.>

 (보통 여자라면 그렇지만...)

 마사오는 입 속으로만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면 부탁합니다.>

 마사오가 일어섰다.

 터질 듯 부풀어오른 몸은 상하로 고갯짓을 하고 있었다.

 그건 묘우미의 눈 높이와 일직선상이었다.

 묘우미의 눈이 둥그래졌다.

 처음도 아닌데 새삼 놀라워했다.

 뚫어질 듯 정면에서 응시했다.

 부끄러운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태도였다.

 묘우미의 오른손이 물에서 나와 부드럽게 쥐었다.

 점점 그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맥박이 힘차게 뛰네.>

 <묘우미 씨 때문입니다.>

 <저 아주머니, 당신의 이걸 노릴지도 몰라.>

 <아닙니다. 항상 혼자니까 말 상대가 필요한 거죠.>

 <아니, 내 생각이 맞을 거야. 그렇지만 난 싫어. 오늘은 안 돼.>

 <물론입니다.>

 묘우미는 왼손도 참가시켰다.

 관찰하는 태도였지만 순진한 여자의 요염함도 느껴졌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계속 이걸 상상해 왔어.>

 <그래요?>

 <막상 알고 보니 여러 가지로 상상했던 것과는 훨씬 달라. 난 지금까지 남

자를 체험한 여자을 주인공으로 한 적이 없었어.그러길 잘 했다고  생각해. 

망신당할 뻔 했어.>

 <어떻게 상상과 달라요?>

 <이렇게 크리하곤 생각하지 못했어. 더 작고 아담할 거라고 생각했지.>

 처녀들의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한다.

 남자를 맞이 하는 자신의 비너스가  실제보다 훨씬 좁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

 감각적인 쾌감과, 지금 보고 있다는 심리적 즐거움이 동시에  마사오를 휩

쌌다.

 <그리고 여기가 이상해.>

 묘우미는 둥근 부분을 가리켰다.

 전등 빛을 반사하며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첫 경험한 감상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말하는 여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을 땐 첫 인상의  대부분을 잊어버리

지. 지금 난 대단히 특별하고 보기 드문 여자와 대화하고 있는 거야.) 

 <왜 여기만 다르지? 다른 곳이라면 피부가 벗겨지면 아프잖아.>

 처음 듣는 말이었다.

 자기 몸에 이미 잇구해져 있으므로 미처 색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신선함을 느꼈다.

 <그렇게 말하니 그렇군요.>

 묘우미는 반질거리는 둥근 부분에 살짝 입술을 댔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뺨을 어루만졌다.

 <어떤 친구는 첫 인상이 징그럽다고 했지만 난 그렇ㅈ 않았어.  소박한 조

작 예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원시인의 신앙의 대상이 될 만해.>

 두 사람은 다시 물 속에 앉아 포옹하며 정열적인 키스를 했다.

 마사오의 오른 손은 묘우미의 허벅지로 내려가 꽃밭에 닿았다.

 평상시의 상태가 아니었다.

 마사오를 갖고 장난친 때문인지 꽃잎의 내부는 놀랄 만큼  넘쳐 흐르고 있

었다.

 <나, 마사오를 보자마자 흥분했었어.>

 묘우미는 낮게 신음하며 안겨왔다.

 다리가 움직이고 욕조 안에 작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그만 해. 등을 닦아 줄게.>

 <예.>

 두 사람은 탕에서 나왔다.

 마사오는 앉음 대에 앉고 묘우미는 등 뒤에 갔다.

 <신혼 초야에 함께 목욕을 할까?>

 <글쎄요. 정말 초야라면 신부가 부끄러워하는 게 보통이겠죠.>

 묘우미는 비누칠한 수건으로 마사오의 등을 닦기 시작했다.

 너무 부드러웠다.

 <더 세게 해주십시오.>

 <응, 등이 참 넓구나. 한 번 남자의 등을 닦아주고 싶었어.>

 <왜요?>

 <어른이 된 기분일 테니까.>

 묘우미가 그의 등을 다 닦고 나자 두 사람은 잠시 물에 들어갔다가 이번에

는 마사오가 묘우미 앞으로 왔다.

 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다리를 벌리려고 했다.

 묘우미는 고개를 저으며 저항했다.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우면 눈을 감고 있어요.>

 싫다고 저항하는 걸 겨우 설득하여 다리를 벌리게 했다.

 <왜?>

 <깨끗한 물로 씻어려고요. 가장자리만 할게요.>

 드디어 선홍색의 세계가 펼쳐졌다.

 꽃싹의 돌기는 도드라져 보였고 꽃잎은 매혹적이었다.

 새 물을 받아 화구에 넘쳐 있는 꿀물을 씻어냈다.

 그러나 또 다시 안쪽에서 배어나와 영롱하게 빛났다.

 <다른 여자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어?>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죠.>

 <남자는 여자의 그곳을 일일이 다 기억해?>

 <그럼요.>

 <이것만 보고도 날 알 수 있을까?>

 <예, 몇 백명이 있다고 해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정말?>

 <예>

 마사오는 거짓말을 했다.

 자기를 주장하고 싶어하는 묘우미의 자존심을 세워주려는 것이었다.

 마사오는 어릴 때 앓았던 폐 때문인지 몰라도 욕실에서  오래 있지를 못한

다.

 그러나 지금은 전에 없이 긴 목욕이었다.

 묘우미와의 색다른 대화가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욕실을 나와 마사오는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묘우미는 거울  앞에  

앉았다.

 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내 얼굴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여대생도 밤화장을 하나?)

 역시 묘우미도 여자였다.

 마사오는 담배를 피우며 그 뒷모습을 음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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