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64)

 마흔여덟 가지

 묘우미가 가벼운 화장을 끝내고 다가왔다.

 마사오는 시트를 들추고 들어오기 쉽게 했다.

 묘우미는 가운을 벗고 나신이 되었다.

 목욕 후의 발그스레한 혈색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포옹했다. 

 가슴도 배도 밀착시켰다.

 <당신 친구에게 내 얘기 했어?>

 <아니오.>

 <말할 경우, 뭐라고 할 거야?>

 <글쎄, 인격을 무시하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하기야 여자인 나만 비난받을 이유는 없지.> 

 그렇게 말하면서 묘우미의 손은 마사오의 몸을 잡았다.

 <나와 함께 있을 땐 쭉 이렇게 되어 있어?>

 <예.>

 <길을 걷거나 술을 마실 때도?>

 마사오가 끄덕였다.

 <옷을 입고 있을 때고 나도 유심히 보면 알 수 있겠구나?> 

 감동한 듯한 목소리였다.

 묘우미는 지식욕이 왕성했다.

 그선 남자의 몸에 대해서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감각에 대해서도 그랬다.

 오늘 밤은 첫날 밤보다 그녀의 감각이 더욱 예민해져  있었을 뿐더러 호기

심도 왕성했다.

 마사오에게 자신의 몸을 시험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사오는 본격적으로 치밀히 애무하기 위해 이불을 젖히고  묘우미의 다리 

사이로 어깨를 넣었다.

 <여기, 크리토리스가 여성의 성감이 가장 예민한 곳입니다.>

 묘우미에게 정확히 전달되도록 마사오는 하나하나 이름을 대면서  애무 방

법도 여러 가지로 바꾸었다.

 묘우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채, 

 <아... 거기가 좋아.>,

 <간지러워.>

 <좀 아픈 것 같아.>,

 <따뜻하고 부드러워.>

 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감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신음과 할딱임으로 표현하는 보통 여자와 비교할 때 색다른 맛이 있었다.

 그 동안에도 투명한 사랑의 샘은  끊임없이 솟아났고 결국 화구에  가득찬 

샘물은 아래로 흘러내려 이불까지 적셨다. 

 그 반응은 그녀 자신의 지극히 이지적인 말과 모순되고 있었다.

 마사오가 손가락 애무를 완료했음을 알리자 묘우미는 가슴에서 손을 떼고, 

 <고마워. 이제 마음 대로 해.>

 라고 말했다.

 마사오는 사랑스런 꽃밭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그러자 묘우미는 비로소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냈다.

 새로운 반응이 시작되었다.

 이윽고 마사오는 그녀의 위로 몸을 겹쳤다.

 순진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을 듣게 된 것도 바로 그때였다.

 촉촉하게 흔들리는 눈망울로 마사오의  눈을 올려다보던 묘우미가  놀라운 

질문을 했다.

 <당신은 항상 정상위야?>

 <체위를 알아요?>

 <마흔여덟 가지나 있다며?>

 <억지로 분류하면 그 정도는 되겠죠. 그런데 누구에게 들었어요?>

 <시루꼬에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싶어.>

 <서둘면 좋지 않습니다.>

 <당신, 체위는 잘 모르는구나.>

 <웬만큼은 압니다.>

 <그러면 어서 해 봐.>

 <놀라군요. 훨씬 연상의 아주머니라면 모를까, 당신이 그런 주문을 할  줄

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미안해. 화내지 마. 난 응석부리고  싶었어. 여유있는척 하고도 싶었고.

사실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냥 당신을 원할 뿐. 자, 이리 와.>

 묘우미의 위에서 내려와 옆으로 누우면서 마사오는 말했다.

 <처음엔 옆으로 해 볼까요? 자,  내게 등을 돌리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요.>

 묘우미는 마사오가 시키는 대로 자세를 잡았다.

 마사오는 등 뒤에서 다가가 묘우미의 가슴을 한 손으로  감싸며 몸을 밀착

시켰다.

 가슴과 가슴은 떨어졌지만 뒤에서도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손으로 묘우미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아래로 내려가  꽃잎을 벌리고 

자신을 대었다.

 각도를 맞추어 나아갔다.

 따뜻함에 휩싸이며 화구 속으로 들어 갔다.

 묘우미는 눈을 감고 두세 번 턱을 치켜올렸다.

 마사오는 그때부터 힘차게 허리를 움직여 나아갔고 강한 조임을 받았다.

 호흡이 가빠진 묘우미는,

 <아아... 이 느낌이야. 저번의 느낌이 꿈이 아니었어.>

 하고 상기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허리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내부의 파도가 전해져 왔다.

 마사오는 잠시 멈추고 손가락으로 꽃잎의 윗부분을 어루만졌다.

 <아아...>

 묘우미가 눈을 반쯤 떠서 마사오를 돌아보았다.

 <부끄러워. 얼굴을 저쪽으로 돌려.>

 <그러죠.> 

 마사오가 고개를 돌리자 묘우미는 작게 끄덕였다.

 어쨌든 묘우미는 감각을 쫓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관찰까지  해야 했음으

로 몸도 마음도 바빴다.  

 마사오는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묘우미는 들뜬 신음을 토해내며 나름대로 그의 리듬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마사오는 손가락 애무를 계속했다.

 이 자세에선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어때요?>

 <아아...>

 마사오는 다시 멈추고 묘우미의 손목을 잡았다.

 둘이 결합되어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이 자세에서는 손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묘우미의 손가락이 마사오의 덩어리에게 닿았다.

 마사오는 삼분의 일 정도를 밖으로 빼낸 상태였다. 

 묘우미는 마사오의 몸 뿐만 아니라  꽉 맞붙려 있는 자신의  비너스까지도 

확인하였다.

 잠시 사이를 두고 마사오는 조용히 좀더 허리를 후퇴시켰다.

 <자, 이제 다른 체위로 옮겨갑시다. 이대로 가능해요.>

 다리의 얽힘이 풀렸다.

 묘우미는 마사오에게 등을 돌려 엎드린 형태로 엉덩이가 위를 향했다.

 그 당시에는 남편이 이런 체위를 요구하면 아내는 굴욕적으로 여기고 거부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상적인 체위와는 남자가 압박해 들어가는 방향이 정반대이고  또 마찰도 

반대로 생긴다.

 묘우미는 엎드린 채 이불에 뺨을 대고 엉덩이를 높이  쳐든 채 지금까지와

는 다른 소리를 냈다.

 마사오가 느끼는 감각도 달랐다.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키고 무릎을 세워 허리를 물결쳤고  묘우미는 계속해

서 음탕한 소리를 질렀다.

 나아갈 때마다 묘우미의 부드럽고 두툼한 엉덩이 살이  마사오의 하복부에 

부딪쳤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묘우미는 비명을 질렀다.

 내부에 파도가 생겼다.

 <부탁이야. 처음처럼 해 줘.>

 묘우미는 마침내 가늘게 소리쳤다.

 <왜요?>

 <가슴을 맞대고 싶어.>

 <아직 여러 가지로 변형시키지도 않았는데요?>

 <이제 됐어. 응? 처음처럼 부탁해.>

 마사오는 묘우미에게서 완전히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재빨리 묘우미의 몸을 홱  돌려 천장을 향하게 하고 그  위로 덮쳤

다.  

 묘우미는 양팔로 마사오를 포옹하며 입맞춤을 햇다.

 키스하면서 마사오는 묘우미의 내부로 다시 잠겨 들어갔다.

 <그런 것 싫었어. 이렇게 있는 게 좋아.>

 <왜요?>

 <안겨 있고 싶어.>

 <저도 실은 당신의 매력적인 얼굴을  계속 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몸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원하니까요. 난 지금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비너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덩어리에  의식적으로 힘을 

주어 신호를 보냈다.

 <알겠어. 느껴져.>

 <자, 이대로 일어납시다.>

 <어떻게 하게?>

 <다른 걸 또 하나 가르쳐 줄게요.>

 마사오는 조심스럽게 묘우미를 일으켜  어깨를 껴안았으며 다리를  벌리게 

했다.

 그리고 풍만한 엉덩이를 자신을 무릎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러자 서로 마주보며 앉게 된  묘우미의 다리는 마사오의 등뒤로  뻗어졌

다.

 묘우미는 양팔을 마사오의 목에 힘껏 감았다. 

 가슴과 가슴이 맞닿았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허리에 양손을 대고 아래로 내리눌렀다.

 두 사람은 더욱 깊이 교접하는 자세가 되었다.

 묘우미의 엉덩이가 마사오의 허벅지 위에 있게 된 셈이 되었다.

 이 자세에서는 여자의 움직임이 주가 된다.

 마사오는 그런 요청을 하기 전에 자신의 등 뒤로 뻗은 묘우미의 다리를 몸

쪽으로 바짝 당겨 묘우미로 하여금 마치 엉덩방아 찧는 자세를 취하게 만들

었다.

 <아아...>

 묘우미는 괴로운 듯한 소리를 냈고, 마사오는 전방에 강한  압박감을 느꼈

다.

 <깊숙이 들어 갔어요.>

 <알아. 아아...>

 묘우미는 더욱더 마사오에게 매달렸다.

 <자, 이 자세에서는 난 움직일 수가 없었요. 당신이 리드해야 해요.>

 묘우미는 싫다는 고갯짓을 해댔다.

 <난 못 해.>

 <어렵지 않습니다. 엉덩이를 띄웠다가 그대로 주저앉으면 돼요.>

 묘우미는 수줍어하면서도 마사오의 지시 대로 따르려 했다.

 역시 어색했다.

 부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자연적으로 쓸데 없는 곳에 힘이 들어가 버린다.

 마사오가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괴로운 숨소리가 들렸다.

 묘우미의 호흡은 급속히 빨라졌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귓볼을 가볍게 깨물었다.

 <이제 됐어요.>

 <나, 별볼일 없지?> 

 <아니요. 터무니 없는 말입니다. 아주  근사한 기분이에요. 전 계속  별천

지에서 놀고 있는 기분입니다. 당신, 이 상태를 관찰하고 싶지 않아요.  볼

래요?>

 <아니, 됐어. 나, 눕고 싶어.>

 <그래도 봐두는 편이 좋을 겁니다.>

 묘우미의 엉덩이를 이불 위로 내리며 서로 상체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묘우미의 얼굴을 아래로 향하게 했다.

 왼손으로 마사오는 묘우미의 수풀을 어룸나지고 그대로 그 손을 옆으로 뺐

다.

 공간이 생기고 그 정도만큼 결합이 느슨해졌다.

 묘우미는 마사오의 것이 그녀 자신에게 몰입되어 있는 모습을 비로소 처음

으로 시야에 담았다.

 <이제 알겠어요?>

 <응.>

 마사오는 되도록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허리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뒤로 빼내었다.

 꿀물로 흥건히 젖은 마사오의 실체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자 묘우미는 

오른손을 앞으로 가져가 더욱더 잘 보이도록 손가락으로 꽃잎을 나누었다.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자세였다.

 선홍색 꽃이 피고 그것보다 조금 갈색이 섞인 것이 비집고 들어간 것이 확

실하게 보였다.

 <어때요?>

 <어느 쪽이지?>

 <뭐가요?>

 <당신이 날 범한 거야, 아니면 내가 당신을 물고 있는 거야?>

 음탕한 유희와 관념의 유희가 혼합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 묘우미는 더 이상 수줍어하지 않았다.

 마사오는 더욱 허리를 뒤로 당기고  묘우미는 고개를 구부려 계속  내려다 

보았다.

 말리는 듯한 느낌으로 화구가 넘치고 핑크빛 둥근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지루하고 무리한 자세를 계속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좀더 참아냈다.

 마사오는 주의깊게 움직여 둥근 부분 반 정도를 묘우미의  몸 속에 남겨둔 

상태를 만들었다.

 묘우미은 손이 비너스가 토해내는 기둥을 가만히 쥐었다.

 <좀전보다 더 단단해. 더 커졌어.>

 <그럴 거예요. 자, 이제 어떻게 나아가는지 잘 봐요.>

 마사오는 천천히 다시 허리를 전진시키기 시작했다.

 묘우미의 손은 마사오의 몸에게서 떨어져 꽃잎을 좌우로 활짝 벌렸다.

 그녀의 상체가 더욱 앞으로 구부러졌다.

 둥근 부분이 모두 몰입했을 때 묘우미는,

 <아!>

 하고 나지막히 신음했다.

 묘우미의 미끈한 두 다리는 최대한 벌려졌으나 내부의 조이는 힘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마사오는 묘우미의 내부가 크게 비틀어지는 것을 음미했다.

 더 나아가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이미 마사오의 끝은 따듯한 묘우미의  내부 점막을 헤치고 나아갔는데  그 

끝이 열탕 속에 잠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으음...>

 마사오는 신음하고 정지했다.

 동시에 묘우미도,

 <아!>

 하고 소리지르며 갑자기 어깨를 뒤로 젖히고 머리를 홱 들었다.

 아슬아슬했다.

 마사오는 턱을 부딪칠 뻔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묘우미가 뒤로 쓰러져 두 사람은 떨어져 버린다.

 얼른 마사오는 왼손으로 묘우미의 등을 껴안고 오른손으로 그 허리를 당겼

다.

 다시 깊숙히 맺어졌다.

 묘우미는 다시 마사오에게 안기고 양다리를 경련하며 가쁜 숨을 토해냈다.

 <아아... 으음...>

 그때 묘우미의 내부에 있는 마사오가 징 하고 울리기 시작했다.

 아련한 위기감이 감지되었다.

 겨우 묘우미가 말했다.

 <나, 어떻게 된 거지?>

 <자, 이대로 누워요.>

 조심스럽게 마사오는 묘우미를 눕히면서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감쌌다.

 둘은 서로 결합된 채로였다.

 묘우미는 자연스럽게 마사오의 허리를 미끈한 다리로 감았다.

 묘우미의 꽃잎은 계속 마사오의 몸을 빨아들였고 마사오는 정상을 향한 길

을 재촉했다.

 마사오가 속삭였다.

 <전 한계입니다. 준비하겠습니다.>

 묘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저번과 똑같았다.

 마사오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그 뺨을 가볍게 찔렀다.

 <이상한 사람이군요. 보통은 여자가 요구하고 남자가 싫어하는데.>

 <그러면 당신도 이상한 사람이야.>

 <그렇지 않습니다.>

 <내 몸을 걱정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지?>

 <그렇습니다.>

 <거짓말. 사실은 내게서 빨리 달아나고 싶어서 그런 거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예. 자,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묘우미도 동의했다.

 잠시 후 예방품을 착용한 상태로 마사오는 정상을 맞이 했다.

 그 전과 마찬가지로 절정감의 표현을 조금도 아끼지 않았다.

 아찔한 현기증이 생기고 더욱더 묘우미를 힘껏 포옹했다.

 <알겠어. 기뻐.>

 그의 숨결이 진정어되어 갈 때 묘우미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저번과 같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마사오는 묘우미에게서 떨어졌다.

 여자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남자를 정면으로 보는 걸 부끄러워 한다.

 그러나 다 끝나고 떨어질 때는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아주 느긋하다.

 묘우미도 그랬다.

 마사오는 우선 자신의 뒤처리를 끝내고는 수건으로 묘우미를  친절하게 닦

아 주었다.

 그리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자신도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마사오는 카운터에 전화를 했다.

 기꾸가 받았다.

 <정말 방해해도 괜찮아요?>

 <예. 전에 했던 얘기를 마저 듣고 싶어요. 술도 가져 오시고요.>

  

 우리를 봐 주세요

 오 분쯤 후에 기꾸가 술을  들고 왔을 때 이미 마사오와  묘우미는 가운을 

입고 이불을 창문 쪽으로 밀어놓았다.

 기꾸가 자리를 잡고 앉자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

 두 사람이 방금 사랑을 나눈 뒤끝인 탓도 있었지만 둘 사이에 훨씬 연상인 

기꾸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

 비록 묘우미의 동의를 얻어 그녀를 부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머쓱한 건 어

쩔 수 없었다.

 저번처럼 흥미로운 얘기거리가 없음으로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몇 

잔째 술을 마셨다.

 그런데 묘우미가 기꾸에게 던진 전혀  뜻밖의 한 마디로 어색한  분위기를 

깨 버렸다.

 마사오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저, 제가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물어봐요. 성심껏 대답해 드리죠.>

 <단도직입적으로 묻죠.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무슨 말인가요?>

 <마음에 들죠? 유혹하고 싶으시죠?>

 마사오를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맞선 꼴이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인생 경험과 세상살이의 차이에서 오는 현격한 격차

가 있었다.

 역시 묘우미는 풋내기였고 기꾸에겐 어른의 여유가 있었다.

 <손님의 남자를 유혹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어요?>

 묘우미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거짓말. 될 수만 있다면 이 사람을 안아 보고 싶죠?>

  묘우미 자신은 농담처럼 한 얘기인데 그런 일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딱딱한 어조였고 가시가 들어 있는 느낌이었다.

 기꾸는 뺨이 더 붉어졌다.

 <난 내 처지를 알고  있어요. 아가씨는 그런 것에  전혀 신경쓰지 말아요. 

아가씨 같이 예쁜 분이 있는데, 이런 아줌마를 이 사람이 상대해줄 리가 없

잖아요?>

 기꾸는 정색을 하고 변명했다.

 <아니오. 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이 사람에게도  훨씬 연상의 능숙한 여인

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

 묘우미가 마사오를 보았다.

 <어때? 내 말이 틀려?>

 <아니, 사실 남자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이 전혀 없지는 않아요.>

 <거 봐요. 내 말이 맞잖아요. 게다가 전  그날 바람피운 그 여자의 능숙한 

심음소리에 압도되었어요. 콤플렉스를 느껴요. 그런 여자들에 비하면 전 아

직 어린애예요.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못할지도 몰라요.>

 묘우미의 목소리와 표정에 정말 패배감이 깃들여 있었다.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난 듯했다.

 마사오는 묘우미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고 기꾸가 있었지만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갑자기 왜 그래요?>

 묘우미는 마사오의 물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꾸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었

다.

 기꾸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걱정 말아요. 당신 같은 지적인  아가씨가 그런 교양없고 음탕한 

여자와 자신을 비교해서는 안 돼요.  더구나 꽃이 피는 건 지금부터이니 성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저는요...>

 묘우미는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지금 당신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이 사람은 당신과  즐기고 싶

은 마음이 있다고 했어요. 당신도 여자예요. 당신도 그렇겠죠?>

 <그런 터무니 없는 말을 하다니. 전혀 그렇지 않아요.>

 <거짓말이에요. 당신이 이 사람을 보는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여자의 

눈빛이에요. 아주 매혹적인 눈빛 말이에요. 그러니 나중에 후회말고 진실을 

말해 봐요. 본심을 얘기하면 이 사람도 그럴 마음이 있으니까 당신 방에 데

리고 가서 자도 괜찮아요.>

 아무래도 묘우미는 금방 취기가 오른 모양이었다. 

 자기가 먼저 대담한 말을 해놓고 기꾸에게 생트집을 잡고 있었다.

 마사오는 얼버무리기 위해 묘우미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말했다.

 <그런 마음이 든다는 건 혹시 당신이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아닐까요? 질투심에서 말이에요.>

 <설마?>

 묘우미는 과장되게 어깨를 추켜올리며 다시 기꾸에게 눈길을 돌렸다.

 <사실은 저와 이 사람의 관계는 당신이  상상하고 있는 그런 사이는 아니

에요.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죠. 남자와 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 사람에게 배우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니 숨기지 말고 진심을 얘기하세요. 

당신에게도 여자의 욕정이 있잖아요.>

 집요했다.

 그러나 기꾸는 좀처럼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단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정직하게 말하죠. 똑똑한 사람을  당해낼 재주가 없으니까 다  말하

죠. 여자 나이 서른 다섯은 아직 고목은 아니에요. 매달 한 번씩  이 몸에도 

꽃이 피고 괴로운 밤도 있으니까요.>     

 <역시 내 말이 맞잖아요.>

 묘우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했다.

 <그리고 이 사람에게 마음이 있죠?>

 기꾸는 쓴웃음을 지었다.

 <있고 말구요. 젊고 잘 생겼으니  상대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근사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다는 걸 전 잘  알고 

있어요.>

 술잔을 들었다.

 역시 나이에 따른 여유가 느껴졌다.

 묘우미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마사오를 보았다.

 <역시 내가 말한 대로지? 당신도 서비스를  받고 싶지? 나 같은 애송이와

는 달리 훨씬 능숙하고 훌륭할 거야. 어때? 저 그녀를 안아 보는 건?>

 마사오는 손가락으로 묘우미의 뺨을 가볍게 꼭 찔렀다.

 <당신은 너무 솔직하고 순진해요. 저 여자가 그냥 한 번 해본 소리일 뿐입

니다.>

 지난 번과 달리 지금은 팬티를  입고 있음으로 가운이 흐트러져도  걱정이 

없다.

 묘우미를 꼭 껴안았다.

 <아주머니에게 나는 아직 햇병아리예요.  나를 원할 리도  없구요. 나와는 

소꼽장난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그러면 나는 중년 남자와 체험해야겠는데.  오늘밤 당신은 저 여자  방에 

가서 자. 자, 난 이제 잘 테니까.>

 묘우미는 마사오의 팔에서 빠져 나가려고 버둥거렸다.

 마사오는 힘을 더 주어 꼭 껴안고서 도망가치지 못하게 했다.

 그때였다.

 잠잠하던 기꾸가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 말했다.

 <그러면 아가씨 희망대로 이 사람을 내 방으로 데리고 갈까요?>

 그리고는 조롱하는 눈빛으로 묘우미를 보았다.

 <예. 그렇게 하세요. 전 이제 자야겠어요. 당신은 아주머니 방에 가서 술을 

더 마셔.>

 마사오가 기꾸의 말에 놀라 순간 멍하게 있는 틈을  이용해 묘우미는 그에

게서 빠져나왔다.

 <안녕히들 주무세요. 그리고 절 깨우지 마세요.>

 창문 쪽으로 치워놓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등을 돌리고 누웠다.

 눈언저리가 붉어진 기꾸가 마사오를 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놀리지 마세요. 전 저 사람을 혼자 두고 다른 곳에 갈 수 없어요.>

 <그렇겠죠. 후후후. 저는 이제 물러가죠.>

 <잠깐.>

 묘우미는 그렇게 소리치고 등을 돌려 두 사람을 보았다.

 <좋은 생각이 났어요. 두  사람이 여기에 이불을 깔고  자는 거예요. 저는 

견학하고 싶어요. 그래요. 일거양득이군요.>

 기꾸는 마사오에게 물었다.

 <이불은 있으니까 요만 가져오면 돼요. 그렇게 할까요?>

 내색은 안 하지만 기꾸도 묘오미의 지나친 말에 오기가 난 듯했다. 

 그러나 마사오는 묘우미가 괜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라는 느낌

이 들었다.

 능숙한 여자의 반응을 진심으로 견학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잠깐, 기다려 주세요.>

 마사오는 그렇게 말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묘우미를 끌어안았다.

 <정말로 보고 싶어요?>

 <그래. 난 공부를 위해 여기 온  거니까. 이런 기회는 거의 없을  거고. 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알고 싶어.>

 <이제 나와는 끝이라는 건가요?> 

 <모르겠어. 하지만 당신과 그 여자가 무엇을 하든지 그 문제와는  전혀 상

관이 없어. 당신과 나와 둘 사이의 문제니까.>

 <과연. 알았어요. 당신 뜻에 다르기로 하죠.>

 마사오는 묘우미를 끌어안은 채 기꾸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함께 자도 괜찮겠어요?>

 <예.  이젠 내 할 일은 없으니까요. 곧 야근할 아줌마가 오기로 되어 있어

요. 준비하고 올게요.>

 기꾸가 방을 나간 뒤 마사오느 묘우미의 입술에 키스했다.

 묘우미는 거부하지 않았다.

 <내 짐작대로야. 저 여자는 당신을 마음에  두고 있었어. 그러니까 저렇게 

부리나케 요를 가지러 간 거지.>

 <글쎄, 그건 어떨지 모르지요. 장난으로 그러는 것인지도 몰라요.>

 묘우미는 마사오의 몸을 더듬어 잡았다.

 부드럽게 움츠려든 상태였다.

 묘우미는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열심히 마사오를 만지작거렸다.

 이내 그것이 부풀어올라 단단해졌다.

 기꾸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나탄나지 않았다.

 마사오도 묘우미의 비부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묘우미가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그 여자에게 해 줘.>

 그러나 거부하지는 않았다.

 수풀을 쓰다듬고 이어서 꽃잎을 열었다.   

 조금 촉촉해져 있었다.

 <난 이렇게 단 둘이 있는 게 좋은데요.>

 <안 돼. 내가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한다면 고향에 애인이 있는  당신은 곤

란하겠지?>

 <아니, 곤란할 거 없어요.>

 <바람둥이인 당신은 그렇지 않아도 난 힘겨워.>

 이십 분쯤이 지나자 전화벨이 울렸다.

 마사오가 받았다.

 기꾸와 잠시 통화를 했다.

 <그 여자인데, 오지 않겠다고 했어요.>

 <꼭 오라고 해. 그 여자는 애기 화가 난 줄 알 거야.>

 마사오는 수화기를 들었다.

 역시 기꾸가 나왔다.

 <어때요? 다시 친해졌어요.>

 <처음부터 싸움 따위는 없었어요. 그녀는 진심으로 당신이 우리와 함께 자

기를 원해요.>

 <왜요?>

 <좀전애 말한 대로입니다.>

 <그러면 가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냥 자는 조건이라면 갈 수 있어요. 당신

은 그녀와 함께 자기로 하고.>

 <그러죠.>

 오 분 뒤에 기꾸는 잠옷과 요를 들고 방에 들어왔다.

 얼굴에 술기운이 올라 있었고 맨발이었다.

 발이 아주 하얀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여기서 자기로 하죠. 뒷일은 일하는 사람에게 전부 

맡겨 두고 왔어요.>

 마사오와 묘우미는 한 이불 속에 누운 그대로였다.

 묘우미는 기꾸를 의식하지 않고 이불  속에서 마사오의 몸을 계속  가지고 

놀았다.

 구석에서 잠옷으로 갈아입은 기꾸가 두 사람이 누워 있는 옆에 이부자리를 

깔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묘우미가 마사오에게 귓속말을 했다.

 <자, 저쪽으로 가.>

 기꾸는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워 있었다.

 묘우미의 말이 기꾸에게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기꾸도 말했다.

 <내가 여기 있어도 신경쓰지 말아요.  대신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죠. 당신들은  잘모르겠지만 방으로  나를 부르는  아베크족이 있어

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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