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데요?>
묘우미는 손을 떼고 기꾸의 지시를 기다렸다.
마사오는 좀전보다 더 모르모트가 된 기분이었다.
다만 의학 실험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호색성이 넘치는 여자들의 장난이다.
당연히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기꾸는 오른손으로 마사오의 경직된 몸을 배쪽으로 친절하게 잡아당겨 뉘
어 놓고, 상체를 기울여 왼손으로 주머니를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나서 주머
니 전체를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애널 바로 위까지 기꾸의 시선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사오는 수치심으로 뺨이 뜨거워졌다.
이제까지 다에꼬에게도 보인 적이 없는 부분이었다.
목욕을 한 뒤가 아니라면 서둘러 제지했을 것이다.
기꾸의 손가락이 두 개의 주머니의 가운데 선을 간질이며 더듬었다.
<좋죠?>
<기분 좋습니다. 제 자신이 만지는 것과는 정말 다르군요.>
곧 기꾸는 묘우미에게 권유했다.
<정말 이상한 부속물이야.>
묘우미 또한 조금 감동하면서 마사오의 손가락을 대고 기꾸가 시키는대로
따라했다.
<그러면 이젠 정말 중요한 일을 지도받아 볼까요? 허리를 사용법을 배우
고 싶어요.>
<가르칠 건 없는데, 그렇지만 좋아요.>
기꾸의 눈에서 음탕한 놀이를 즐기려는 빛이 엿보였다.
얼굴은 빛나고 더욱 젊어 보였다.
마사오는 일어나 묘우미의 두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앉았다.
묘우미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자신의 유방을 감싸고
기꾸를 보았다.
<이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 것에는 이상한 곳이 없나요?>
기꾸는 고개를 저었다.
<당치도 않아! 정말 아름다워요. 색깔도 모양도. 그림 모델이 돼도 좋겠어
요. 부러운데요.>
<정말 아름답죠? 내게는 과분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예요.>
마사오는 맞짱구치고 묘우미의 비모를 어루만졌다.
기꾸가 다가왔다.
마사오의 등에 손을 올렸다.
마사오가 기꾸에게 말했다.
<그녀의 희망대로 같은 여자로서 봐 주십시오. 키스하겠습니다.>
마사오는 상체를 낮추면서 손가락을 움직여 묘우미의 선홍색의 세계를 열
었다.
투명한 사랑의 샘이 넘치고 있었고 전등빛에 빛났다.
<예뻐요.>
감격을 억누르는 목소리를 기꾸는 연발하며 마사오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마사오는 무릎을 꿇고 그곳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역시, 아가씨! 이 사람은 당신을 깊이 사랑하고 있어요.>
마사오는 꽃밭의 중심에 입을 대었다.
우선 조용히 빨기 시작했다.
<아!>
묘우미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고, 마사오가 빨기 시작하자 꽃밭 전체로 꿈
틀거렸다.
마사오는 계속했고 묘우미는 더욱더 소리를 질렀다.
기꾸는 턱을 마사오의 어깨에 대었다.
<맛있어요?>
묘우미에게도 들릴 수 있는 목소리였다.
마사오는 끄덕였다.
기꾸의 손은 묘우미의 등을 타고내려와 슬그머니 앞쪽으로 돌더니 마사오
를 꽉 쥐어왔다.
마사오는 빨아들인 꿀물를 삼키고 계속 혀를 움직였다.
기꾸의 손은 쉬지 않고 움직여 마사오를 계속 애무했다.
보통의 경우와 다른 방향에서의 애무이므로 마사오는 신선한 감각에 휩싸
여 있었다.
묘우미는 계속 흘러넘치고 있었다.
묘우미가 또 생각지도 않은 말을 했다.
<당신도 보여 주세요.>
<터무니 없는 말이에요.>
당황하여 기꾸가 거부했다.
<난 안 돼. 아줌마라서 안 된다고.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는...>
<왜요?>
<당신처럼 젊고 아름답지가 않다구요. 나중에 알게 될 거에요.>
기꾸의 거절은 당연한 것이었다.
묘우미는 자신과 기꾸가 같은 여자라는 사실에 사로잡혀 그 나이 차를 생
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리고 묘우미는 다리로 마사오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
<이제 그만. 당신을 직접 받고 싶어.>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켜 기꾸가 보고 있는 앞에서 묘우미에게로 다가갔다.
묘우미는 자연스럽게 더 크게 다리를 벌렸다.
두 손은 유방에놓여 있었다.
<도아줄게요.>
기꾸가 손을 뻗어 묘우미의 꽃잎을 벌렸다.
그곳에 마사오가 닿았다.
<정말 이상해요. 이런 것이 들어가다니!>
기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감상을 토해냈다.
마사오는 조금씩 전진하면서도 기꾸의 허리를 껴안았다.
기꾸를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기꾸는 결국 묘우미에게서 손을 떼고 뒤로 돌아가 를 등 뒤에서 눌렀다.
묘우미의 사지가 마사오에게 얽혀 들었다.
문틈의 눈길
일요일 아침이었다.
여덟 시쯤에 눈을 떴을 때 마사오는 분신이 터질 듯이 경직돼 아파오는 것
을 느꼈다.
평소 아침마다 그렇지만 그날 따라 좀 별나게 심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지난 주에 묘우미와 한 번도 관계를 갖지 못했다.
두 번 만나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거나 어두운 공원에서 잠깐 애무만 했을
뿐이었다.
돈이 없어서 여관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원에서 사랑을 나눈다는 건 마사오의 성미에는 맞지 않지만 사정이 여의
치 않은 형편이라 무리해서 결합을 시도했었지만 묘우미가 최후의 선은 끝
내 허락하지 않았다.
몸을 뒤척이며 별 생각 없이 이불을 들추고는 단단해진 분신을 팬티 밖으
로 꺼내 만지작거렸다.
<지금, 돈만 있다면 묘우미를 만나는 건데.)
그때 문 쪽에서 조그마한 인기척이 났다.
문이 조금 열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어젯밤 술기운에 문 닫는 것을 깜빡했나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에 웬 사람이 서 있었다.
이 집 손녀딸 유끼꼬였다.
얼굴이 굳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마사오의 손장난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볼일이 있어 온 참이었을 것이다.
워낙 조심스러운 아이라서 발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사오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상대가 순진한 아이이기 더욱 그러했다.
(보고 있는 걸 내가 눈치챘다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돼. 당황해서도 안
돼.)
마사오는 천천히 이불을 덮고 반대 편으로 등을 돌렸다.
역시 조금 있자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소리를 질렀다.
<서류 왔어요.>
마사오는 짐짓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알았다. 잠깐만 기다려.>
마사오가 재빨리 옷을 입고 문을 열어주자 유끼꼬가 흰 봉투를 내밀었다.
<마침 기다리고 있던 거야.>
집에서 생활비를 부쳐 온 것이었다.
유끼꼬는 방으로 쑥 들어서더니 마사오 앞에 단정하게 앉았다.
얼굴엔 벌써 조금 전의 놀라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수줍음이나 혐오의 빛도 없었다.
까맣고 맑은 눈동자였다.
(이 애는 틀림없이 그게 뭔지 모를 거야. 그냥 신기한 것을 본 그런 기분
일 거야. 돌아갔다가 다시 온 건 이 애 마음에도 모르는 척한느 편이 나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야.)
<피아노 쳐도 돼요?>
사람들이 늦잠을 자는 일요일이라 조금 조심스러운 모양이었다.
<응, 괜찮아. 듣기가 참 좋아.>
<거짓말! 전 잘 못치는데요.>
금새 유끼꼬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니, 잘 치던데.>
마사오는 안심했다.
역시 소녀는 좀전에 본 광경에 대해서는 아무 느낌이 없는 것 같았다.
유끼꼬는 작은 몸집의 찌에를 꼭 닮았다.
더구나 외동딸로 자라 그런지 다른 애들보다도 더 어려 보였다.
아직 성에 대한 관심이 있을 리 없었다.
마사오는 이불 위에 엎드려 봉투를 뜯었다.
어머니의 편지도 들어 있었다.
마사오가 편지를 다 읽은 뒤에 말했다.
<어머니가 감을 보내 주신대. 도착하면 유끼꼬에게도 줄게. 맛있어. 아주
크다구.>
<오빠네, 감나무 있어요?>
<응. 세 그루.>
<밤나무도 있어요?>
<집에는 없고 근처 산에 아주 많아. 작고 맛이 달아.>
<가 보고 싶어요. 전 여행이라곤 가까운 강이나 섬밖에 못 가 봤어요.>
<겨울 방학 때 함께 갈까?>
<와! 그래요.>
<어머니가 허락해 주실까?>
<말씀드려 볼래요.>
<좋아. 나도 거들어 주지.>
여동생이 없는 마사오는 귀여운 유끼꼬의 손을 잡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자
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기분이 흐믓했다.
물론 어머니도 몹시 반기실 것이다.
부모와 다에꼬가 얼마나 마음이 놓이겠는가?
자신이 도시에 나가 한눈 안 팔고 공부만 착실히 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일
테니까.
유끼꼬가 내려가고 얼마쯤 지났을 때 집 앞에 짐수레가 도착했다.
수레에는 이사짐이 가득 실려 있었다.
두 남자가 끌고 있었다.
마사오의 건너편 방에 젊은 신혼부부가 이사온 것이다.
남편의 친구도 도와주러 온 모양이다.
노파 하쥬다가 젊은 부부를 마사오에게 소개했다.
하시자끼 구시에와 그 아내인 센까였다.
하시자끼는 동북 사투리를 쓰고 단단해 보이는 체격을 가졌으며 스물 다섯
이었다.
아내인 센까는 스물세 살로, 피부가 희고 좀 통통한 느낌을 주는 여자였다.
미인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제법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하시자끼는 인쇄소에 다니고 센까는 집 안에서 봉투 붙이는 부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엄격한 하쥬다가 방을 빌려 준 만큼, 성실성 하나만은 믿어도 될 사람일
것이다.
다만, 부엌을 같이 쓰게 된 불편은 있었다.
하시자끼를 따라온 청년은 몸짓이나 표정이 어쩐지 몹시 호색스러워 보였
다.
그 사람이 이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 마사오는 다행스러웠다.
한참 부산스럽게 짐을 옮기더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세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마사오가 덮어두었던 책을 다시 펴 들고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끼꼬가
또 왔다.
<할머니께서 차 한 잔 같이 하시재요.>
유끼꼬를 따라 내려 간 아래층 객실에는 찌에도 있었다.
찌에는 차와 과자를 권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이제 좀 시끄러울 텐데, 참아 주세요.>
<예, 좋은 사람들인 것 같던데요. 잘 지낼 수 있을 겁니다.>
하쥬다가 말을 받았다.
<공부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해 달라고 말해 두었어요. 만약 무슨 불편한
점이 있으면 제게 말씀하세요. 곧 주의를 주겠습니다.>
그리고는 불쑥 어투를 고쳐 말했다.
<유끼꼬가 이상한 말을 하는데 무너지 말해 주겠어요?>
순간 마사오는 가슴이 철렁했다.
고개를 숙인 채 책을 읽고 있던 유끼꼬가 고개를 들고 또랑또랑한 눈빛으
로 말했다.
<오빠 시골에 가고 싶어요.>
<예. 겨울 방학 때 데리고 갔다오면 안 되겠습니까?>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사오가 말했다.
하쥬다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 정말 그러고 싶습니까?>
<예. 진심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아이들을 좋아하십니다. 분명 기뻐하실
거예요.>
<그러나 이 애는 엄머 곁을 떠난 적이 없어요. 분명히 도중에 돌아온다고
떼를 쓸 겁니다.>
<아니에요. 전 울지 않아요. 오빠와 함께 가는 걸요.>
<정말 울지 않아?>
찌에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예. 울지 않아요.>
<갑자기 들이닥치면 어머니께서 당황하실 겁니다. 그런 폐를 끼치면...>
<그 점은 안심하십시오. 유끼꼬는 귀엽고 예뻐서 어머니도 굉장히 좋아하
실 겁니다.>
<저, 가고 싶어요. 사랑하는 자식은 여행을 보내라는 말도 있잖아요.>
유끼꼬가 어른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자. 미야자끼 씨 어머니 허락도 받아야 되
니까.>
<저는 생활비 보내신 것에도 감사드릴 겸 당장 써겠어요. 틀림없이 허락하
실 겁니다.>
그러자 유끼꼬가 끼어들었다.
<다에꼬 씨도 만나게 해 줄 거예요?>
<요것이!>
찌에가 유끼꼬를 가볍게 나무라고는 자리를 떴다.
마사오는 슬쩍 웃었다.
<물론. 만나게 해 줄게.>
한 달에 세네 통씩 편지가 오니까 이 집 식구들이 다에꼬의 이름을 기억하
는 것 당연한 일이다.
차를 마저 마시고 있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던 찌에가 돌아와 앉더니 말했
다.
<목욕물 데워 놨어요. 저, 어머니, 오늘은 미야자끼 씨도 들어가라고 할까
요?>
찌에로서는 보기 드물게 적극적인 말이었다.
하쥬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할아버지께서 나오신 다음이 좋을 겁니다. 할아버지는 탕 속에는
들어가지 않으시니까. 참, 그리고 하시자끼 씨 부부는 아직 목욕탕을 쓰도록
하지 않았으니까, 미야자끼 씨는 처음부터 그러기로 하고 이사왔다고 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혹시 물으면 그렇게 대답하죠.>
그때 또 불쑥 유끼꼬가 말했다.
<저, 오늘은 오빠와 같이 목욕할래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이었다.
반사적으로 마사오는 오늘 아침 일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안심이 되었다.
역시 그 일은 아직 이 소녀의 세계밖의 일이었다.
<오빠, 힘들다.>
하쥬다가 만류했지만 마사오는 가뿐해진 마음으로 흔쾌히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마사오는 방으로 돌아와 책을 펴 들고 앉아 아래층에서 부르기를 기다렸
다.
얼마 뒤에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사오는 일어나 속옷 차림으로 수건과 비누를 대야에 담아 계단을 내려갔
다.
<유끼꼬는 먼저 들어갔어요. 그 애는 이제 혼자 씻을 수 있으니까 신경쓰
지 않아도 괜찮아요.>
하쥬다가 그렇게 일러 주었다.
마사오는 탈의장으로 들어갔다.
유끼꼬의 속옷이 등나무 바구니에 단정히 개어져 있었다.
마사오는 알몸으로 유리문을 열기 전에 수건으로 앞을 가릴까 말까 고민했
다.
연인 이외에는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몸을 가리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어린애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상할지 모른다.
결국 마사오는 몸을 가리지 않고, 그러나 잘 보이지 않도록 수건을 들고
유리문을 열었다.
유끼꼬는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는 탕 속에서 고개만 내민 채 문 쪽을 보
았다.
뜨거운 것을 참느라고 꼭 다문 입술에 큰 눈이 발그레해진 뺨과 어울려 무
척 귀여웠다.
마사오는 탕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유끼꼬는 마사오를 훑어보지는 않았지만 눈길을 굳이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눈을 동그란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몸에 물을 끼얹고 나서 마사오는 앞이 드러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탕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유끼꼬의 벌거벗은 몸이 마사오에 밀착되어 왔다.
그러나 상대는 아이였다.
자극은 느껴지지 않았다.
탕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몇 분을 보내자 마사오는 숨이 막혀
왔다.
원래 탕 속에서 오래 있지 못하는 체질이었다.
<유끼꼬, 안 나갈래?>
<조금만 더요.>
<대단하구나. 난 벌써 답답해서 못 참겠는데. 그럼 먼저 나가서 닦아야겠
어.>
마사오는 탕에서 나와 받침대에 걸터앉았다.
<나도 씻을래요.>
곧이어 유끼꼬도 탕 속에서 일어섰다.
하얀 몸이 드러났다.
상상하던 대로 작은 가슴이었다.
붕홍빛의 유두 주위만 조금 도톰할 뿐이었다.
유끼꼬는 아이답게 마사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욕조에서 나와 섰
다.
정말 이름에 걸맞게 눈처럼 새하얀 살결을 갖고 있었다.
저절로 그의 시선이 다리 사이로 향했다.
작은 언덕도 하얗다.
세로로 가는 선이 나 있을 뿐이었다.
유끼꼬는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얌전하게 작은 손으로 보드라운 목을 닦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누가와 하니?>
<할머니랑 어머니요. 정해져 있지 않아요. 할아버지가 건강하셨을 땐 할아
버지하고도 자주 했어요.>
나란히 앉자 각자의 몸을 닦으면서 유끼꼬는 자기 반 아이들에 대해서 계
속 재잘거렸다.
남자인 마사오와 함께 목욕한다는 것을 전혀 별달리 생각지 않는다는 증거
였다.
마사오는 마음이 놓였다.
그런 유끼꼬의 천진함이 귀여워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자, 나갈까?>
<벌써요?>
<그래. 난 목욕을 오래 못해. 유끼꼬는 좀 더 하고 나오렴.>
마사오는 일어섰다.
그의 분신이 드디어 유끼꼬 앞에 드러나게 되었다.
거뭇한 음모 가운데서 고개를 숙이고 길게 나와 있는 그것은 앉아 있던 유
끼꼬의 눈 높이와 똑같았다.
유끼꼬의 시선이 그것에 꽂히는 걸 마사오는 느낄 수 있었다.
수줍음은 없었다.
확실히 어린애다운 표정이었다.
목욕을 마치고 마사오는 잠시 쉬었다가 저녁 찬거리를 사러 밖으로 나가다
가 현관에서 유끼꼬를 만났다.
둘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어디 가니?>
<친구 집에요.>
유끼꼬는 손에 든 책을 보여 주었다.
아동 소설이었다.
<이걸 돌려주고 다른 책을 빌리려구요. 그 친구는 책이 많거든요.>
유끼꼬는 그 친구가 얼마나 책이 많은지를 한참동안 재잘거렸다.
그러다가 불쑥 물었다.
<나, 오빠에게 물어 볼 게 있어요.>
<뭔데?>
목욕을 같이 해서인지 마사오는 더욱 유끼꼬와 친밀해진 것 같았다.
또 이 천진난만한 소녀가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유끼꼬는 고개를 저었다.
<좀 부끄러워서요.>
장난기 어린 웃음이 가지런한 얼굴에 번졌다.
<부끄럽다구? 도대체 뭔데?>
<그만 두는 게 낫겠어요. 지금 찾아가는 친구가 만물 박사예요. 그 애에게
물어 볼래요.>
<그보다 나에게 묻는 게 더 나을 텐데.>
마사오는 등을 숙여 유끼꼬의 입에 귀를 갖다댔다.
<자, 말해 봐. 의문이 생기면 물어야지.>
<그래도 부끄러운 일인 걸요.>
마사오는 순간 유끼꼬의 목소리에 비로소 요염한 색채가 묻어 있음을 느꼈
다.
갑자기 강한 흥미가 일었다.
<부끄러울 것 없어. 날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물어 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죠?>
<물론이지. 자, 말해 봐.>
마사오는 귀를 더욱 바싹 갖다댔다.
유끼꼬의 따뜻한 숨결이 귀를 간지럽혔다.
<저... 아이, 역시 그 친구가 낫겠어요. 오빠. 그럼 이따 봐요.>
유끼꼬는 치마를 팔랑거리며 뛰어갔다.
부끄러운 질문
마사오가 시장에서 돌아 와 책상 앞에 책을 펴놓고 있을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대답을 하자 유끼꼬가 문을 열고 쑥 들어오더니 마사오 옆에 앉았다.
희고 맑은 얼굴이었다.
마사오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그래 친구에게 물어 봤어?>
<아뇨.>
<거 봐. 나한테 묻는 게 좋다니까.>
<그럼 저쪽을 쳐다 보고 있어요.>
<그래.>
마사오는 벽을 향해 앉았다.
유끼꼬는 일어서더니 마사오의 등 뒤로 돌아가서는 두 손을 그의 어깨에
걸쳤다.
마치 응석을 부리는 것처럼 마사오에게 업힌 꼴이었다.
<저...>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따뜻한 숨이 귀를 간지럽혔다.
<응?>
<목욕탕에서 오빠의 그것을 봤거든요. 미안!?
<사과할 건 없어. 함께 목욕했으니까 당연한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왜?>
<실은... 오늘 아침에도 봤거든요.>
<그랬구나. 그런데 뭐가 이상하지?>
<아침이랑 목욕탕에 있을 때랑 전혀 달랐어요. 잘못 본 건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잘못 보았다고 거짓말하면 간단할 것이다.
그러나 마사오는 문득 짓궂은 장난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넌 어떻게 물어 볼 결심을 했지?>
<에이,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요. 둘러대지 말구요.>
유끼꼬의 상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더니 두 팔이 길게 뻗어내려와 마사
카의 가슴에서 포개졌다.
마사오의 등을 힘껏 껴안은 것처럼 되었다.
더구나 유끼꼬의 뺨이 마사오의 뺨에 밀착해왔다.
의외로 뜨거웠다.
<나, 남자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은밀한 그 목소리에는 비로소 색기까지 풍겼다.
<왜?>
<왜냐하면 나도 어른이 되면 한 남자의 신부가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 결혼하면 첫날밤을 맞게 되지. 첫날밤이란 말, 아직 모르
지?>
<알아요. 신랑과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거죠? 결혼식 날 밤에.>
<자면서 뭘 하는 지도 알아?>
<키스하고... 그 다음은 잘 몰라요.>
<잘 모른다. 그럼 어렴픗이는 알고?>
<글쎄 뭔가 하겠죠. 그게 궁금해요. 그래서 남자에 대해 알고 싶은 거예
요.>
<학교에서는 아직 가르쳐 주지 않았어?>
<예.>
<친구들은?>
<그런 말, 하지 않아요. 하는 애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내겐 하지 않아요. 내
가 착한 애인 척하니까 그런가 봐요. 나도 내후 년이면 고등학생이에요. 슬
슬 알아두지 않으면 곤란해요.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당하고 싶지 않아요.>
마사오는 건강한 다른 여자들처럼 너도 생리를 하냐고 묻자 유끼꼬는 그렇
다고 대답했다.
<그것이 아기를 낳는 것과 관계있는 것도 알아?>
<예.>
<그러면 어떻게 아기가 생기는지도 알고 있니?>
<내가 오빠에게 한 질문과 그게 관계 있어요?>
<물론이지.>
<잘 모르겠어요.>
자신없는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상체 무게가 등에서부터조금 멀어졌다.
마사오는 유끼꼬의 팔을 잡아끌어 무릎 위로 안아올렸다.
유끼꼬는 순순히 따랐다.
가까워진 얼굴을 서로 바라보았다.
유끼꼬의 뺨은 발그스레하고 눈은 촉촉했다.
같이 목욕할 때의 아이 눈이 아니라 조금은 색기가 어려 있는 눈빛이었다.
그때 유끼꼬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찔거리고 턱이 조금 치켜지는 듯하더니
눈이 천천히 감겼다.
입술을 기다린다는 표시였다.
(좋아, 이 애도 이걸 비밀로 해야 한다는 건 알 테니까.)
마사오는 그 어린 꽃싹 같은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갖다댔다.
유끼꼬는 도망갈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달라붙어왔다.
마사오는 입술을 천천히 대고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빨아서는 안 돼.)
잠시 후 입술을 떼고 그 얼굴을 보았다.
유끼꼬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눈썹이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
유끼꼬의 눈이 열렸다.
<나, 귀여워요?>
<귀여워.>
<전부터 오빠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조금 좋아하게 된 거겠지.>
<아니야.>
유끼꼬는 고개를 젖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이건 분명 사랑이에요.>
뭔가에 사로잡힌 듯 몽롱해 하는 표정이었다.
<착각이야. 자, 이제 내려와.>
<한 번 더...>
유끼꼬가 입술을 내밀었다.
다시 마사오는 입술을 가져갔고 좀전보다 좀더 오래 있었다.
유끼꼬는 입술을 열려고는 하지 않았다.
마사오의 무릎에서 내려오더니 다시 등 뒤로 돌라가 두 손을 마사오의 어
깨에 올려 놓았다.
<얼굴을 보면 부끄러워요. 빨리 대답해 주세요. 가르쳐 준댔잖아요.>
그때 아래층에서 소리가 났다.
<유끼꼬!>
어머니 찌에의 목소리였다.
<자, 빨리 대답해야지.>
마사오가 속삭였다.
<예.>
그때까지와는 달리 아주 아이답게 밝은 목소리로 유끼꼬가 대답했다.
마사오에게서 떨어져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밥 먹어라.>
<예, 알겠어요.>
그리고는 뒤돌아보며 마사오에게 말했다.
<나중에 또 올게요.>
유끼꼬는 문을 조심스레 닫고 명랑한 걸음 걸이로 계단을 내려갔다.
체구가 작은 탓도 있겠지만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평소 계단을 오르내릴 때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유끼꼬였지만 지금은 부끄러운지 일부러 아이 흉내
를 내는 것 같았다.
건넛방의 신혼부부가 돌아 온 것은 마사오가 방에서 책상을 밥상 대신으로
하여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짐을 마저 정리나는 모양이었다.
사이좋게 이야기하면서 센까가 교태스러운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자 짐 정리가 끝났는지 말소리 대신 라디오 소리가 크
게 들렸다.
소리가 너무 컸다.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군. 아홉 시가 되면 작게 하라고 해야지.)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 주자 유끼꼬가 책과 연필을 든 채 서 있었다.
<방해했어요?>
<아니, 괜찮아. 들어 와.>
유끼꼬는 문을 닫고 방에 들어와 정좌했다.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왔어요.>
<좋아. 자, 이리 와.>
<공부는 구실이에요. 그렇지만 정말 모르는 것이 있어요. 가르쳐 주세요.>
마사오는 유끼꼬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었다.
영리한 유끼꼬는 이해력이 빨랐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그런 학생을 대하면 절로 신이 나는 법이다.
마사오가 진도를 더 나가려고 하자 유끼꼬가 말했다.
<여기까지만 할래요.>
그리고는 가져왔던 책과 연필을 가지런하게 챙겼다.
그러나 책은 여전히 펼쳐 둔 채였다.
<그만 하겠다면서?>
마사오가 의아스러워 묻자 작은 소리로 유끼꼬가 대답했다.
<갑자기 누가 올지 모르니까.>
그러더니 그를 빤히 쳐다보며 옆에 몸을 꼭 붙여앉았다.
정말 누가 보더라도 공부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영특한 소녀였다.
<제가 좀전에 두 가지를 물었죠?>
<응.>
<이제 하나씩 대답해 주세요.>
<그 두 가지는 서로 관계가 있어. 아기는 남자의 몸이 여자의 몸 속에 들
러가서...>
마사오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피한다거나 얼버무린다는 인사을 주지 않도록 적절한 단어를 골라 이론적
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자가 보통 상태로는 안 되고 단단해져야 되지. 목욕탕
에서 본 건 보통 상태였고, 아침에 본 건 단단해진 상태였어. 그 두 상태를
유끼꼬가 본 거야.>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돼요?>
오늘 아침 마사오가 어떤 방법을 썼기에 평상시에는 고개를 숙이고 얌전한
그것이 그렇게 기세등등했냐는 물음이었다.
<마술을 부린 것도 아니고 뭘 집어넣은 것도 아니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야. 아침에는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이지.>
<그렇게 되면 신랑 신부는 매일 아침마다 껴안아요?>
<그러기도 하지만 보통은 밤에 많이 하지.>
<밤에도 그렇게 돼요?>
<응.>
<왜요?>
<신부와 하나가 되고 싶으니까.>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돼요?>
<응.>
<그건 왜요?>
<뇌에서 혈액에게 그곳에 모이라고 명령하지. 그러면 피가 가득차니까 자
동적으로 커지고 단단해지는 거야. 또 위로 솟아올라. 그걸 보고 발기라고
하지.>
<그러면 오빠.>
유끼꼬가 마사오 쪽으로 돌아앉더니 그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오늘 아침에 오빠는 혼자 있었는데, 왜?>
<누구와 하나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아침에 저절로 그렇게 돼.>
<그래도 오빠는 여자와 같이 있고 싶어졌던 거죠?>
<그래. 하지만 그걸 참는 것도 인간 수행의 한 가지야. 결혼을 했어도 꼭
자기가 하고 싶을 때에 할 수 있는 건 아냐. 그때는 남편이 참아야 해.>
<그러면 오빠도 계속 참는 거예요?>
<그래.>
<괴로워요?>
<그렇지도 않아.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금방 잊어버리지.>
<여자와 남자가 함께 자면 반드시 아이가 생기나요?>
<꼭 그런 건 아냐. 남자에게서 흰 우유 같은 것이 나와서 여자의 몸 속으
로 들어가지. 그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정자가 있는데 여자의 자궁까지 서
로 가장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 경주를 해. 자궁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자의
난자는 하나 뿐이니까. 결국 경주의 승자인 단 하나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
해서 아기가 만들어져. 유끼꼬도 그렇게 탄생한 거야.>
<남자의 어디에서 그런 게 나와요?>
<맨 끝에 나 있는 작은 구멍에서.>
건넛방의 라디오 소리가 더 커졌다.
(밤중이 되지를 기다리지 않고 벌써 시작했나? 그럼 소리를 크게 한 건 들
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가? 설마! 시간이 너무 일러.)
<그래도 이상해요. 어떻게 그런 게 나오지?>
<금방 나온진 않아. 여자 속에 들어가면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그러면 나
오게 되지.>
<기분이 좋아져요?>
<응, 음식을 먹으면 맛있지? 그러니까 사람은 식사를 하지. 그래서 생명이
유지되고 그걸 위해서 신이 식욕이라는 걸 만드셨지. 그것과 똑같은 거야.>
<저, 실은 아침에 오빠의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커서.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어요.>
<그랬겠구나.>
유끼꼬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요. 그렇게 되어 있는 걸.>
역시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마사오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건 부부나 연인끼리만 서로 보거나 보여주는 거야.>
<그래요? 오빠의 여자 친구를 생각하면 안 되겠겠군요.>
<그래.>
유끼꼬는 마사오에게 떨어져서 자세를 똑바로 고쳤다.
마사오는 안심했다.
난관을 겨우 빠져 나온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묘한 서운함도 느껴졌다.
<오늘 아침의 일 그리고 지금의 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면 안 돼. 엄마
나 친구에게도. 알겠지?>
<물론 하지 않아요.>
유끼꼬는 상기된 얼굴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책을 덮고 한데 챙겼다.
<갈래?>
<예.>
유끼꼬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나가려다가 돌아서더니 빤히 마사
오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무슨 할 말 있니?>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부탁이 있어요.>
<뭔데?>
<저... 다시 입맞춰 줄래요? 다음에요.>
마사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끼꼬는 다시 아이의 얼굴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