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
수업을 들으면서도 마사오의 머릿속은 열차 안에서의 일로 뒤죽박죽 갈피
를 잡지 못했다.
(의도적이었을까, 아니면 우연이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닌 같은 집에 사는 미망인인 찌에의 경우에는 의도적이냐
우연이었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있
었다.
그날 저녁, 마사오는 자기 방에 들어가 꼼짝도 않고 있었다.
웬지 찌에의 얼굴을 대하기가 꺼림칙하기도 했고 유끼꼬나 하쥬다와도 마
주치기가 싫었다.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센까나 유끼꼬라면 노크 소리만 듣고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달
랐다.
하쥬다나 찌에는 이층에 올라오는 일이 거의 없다.
<누구세요?>
문 밖에서는 대꾸가 없었다.
마사오는 일어나 문 쪽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움찔 놀라고 말았다.
전에 마사오가 하숙했던 긴다꾸 장의 딸 아끼였다.
마사오는 반가움에 앞서 너무 뜻밖의 일이라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저를 잊은 건 아니겠죠?>
<아끼! 네가 어떻게 여기를...>
<왜요? 저는 옛 애인을 찾으면 안 되나요? 버림받은 여자의 애증이 얼마
나 끈끈한지 마사오 씨에게 확인시켜 주려고 왔어요.>
아끼는 문 앞에 서 있는 마사오를 거의 밀어내다 시피 하고 벌써 방 안에
들어와 있었다.
역시 아끼다웠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능란한 말솜씨하며 당돌한 태도가 여전했다.
문을 닫으며 마사오가 말했다.
<아무튼 반갑다. 긴다꾸 장 사람들은 다 잘 지내고 있겠지?>
<오랫만에 만났는데 첫 말이 겨우 그거에요? 그래도 한때의 연인 아니었
나요?>
뾰루퉁해진 아끼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런 모습에서 마사오는 전에 아끼의 옷장에서 나누었던 사랑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린 소녀이긴 해도 아끼에게는 남자의 마음을 뿌리째 뒤흔드는 요염한 색
기가 있었다.
<저녁 안 먹었으면 우리 밖으로 나갈까? 내가 사지.>
<전 여기 있는 게 좋아요. 우리 둘이서만 이렇게.>
아끼는 마사오의 품에 안겼다.
그러면서 한 손이 슬그머니 마사오의 아랫도리로 내려가려는 것을 마사오
는 느꼈다.
얼른 그 손목을 잡았다.
<여기서는 안 돼.>
<그래서 나가자고 하는 거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러면 가만히 있어요. 저도 눈치가 있는 여자예요. 제가 이 방에 있으면
당신이 곤란해진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구요. 역시 이 집에도 마사오 씨
의 상대 여자가 없지는 않을 테니까요, 안 그래요?>
아까의 그 한마다에 마사오의 말문은 꽉 막혀 버린 셈이었다.
마사오가 주저하는 사이에 아끼의 손길은 어느 새 그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마사오는 쑥스러운 가분을 떨쳐 버리려고 아끼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입술
을 포갰다.
그러나 아끼는 마사오의 입수을 받지 않았다.
재빨리 뒤로 몸을 뺐다.
<그것 봐요. 능청떠는 버릇은 여전하군요. 자기도 늘 여자를 원하면서 여
자가 먼저 손을 대게 만드는 탁월한 수법! 그 수법에 이곳에서는 몇이나 되
는 여자가 걸려들었나요?>
은근히 농담조로 빈정거리면서 아끼는 마사오 앞으로 한 걸음 다시 접근해
몸을 밀착시켰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두 손으로 마사오의 다리 가운데를 꼭 움켜잡았다.
<앞으로 아무리 많은 여자가 아곳을 거쳐가도 선배는 나, 아끼에요. 안 그
래요? 자, 이제 나가요.>
아끼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끼의 각본대로였다.
마사오는 갑자기 들이닥친 아끼의 술수에 엉겁결에 휘말려든 셈이었다.
방에서 나온 두 사람이 막 계단을 다 내려간 순간 현관문이 열렸다.
마사오는 못된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움찔했다.
찌에와 유끼꼬가 안으로 들어왔다.
네 사람이 서로 마주쳤다.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역시 아끼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끼라고 해요.>
마사오가 얼른 가로막고 섰다.
<전에 제가 있던 하숙집의 따님입니다. 동생처럼 저를 따랐지요.>
<아, 그래요? 반갑군요. 더 놀다 가지 그래요? 저희는 괜찮은데.>
<아니에요.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렸대요.>
찌에는 꽤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으나 유끼꼬는 아끼의 아래 위를 훑어보며
심상치 않다는 눈빛를 보냈다.
<열차 시간 늦겠다. 서둘러야지.>
마사오는 서둘러 아끼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역 앞까지 온 두 사람은 자그마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마사오는 새삼스럽게 아끼가 이전보다 더 어른스런 모습이란 걸 발견했다.
머리 모양새와 화장이 여자인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당신이 나간 뒤로 여러 가지 사건이 많았어요.>
<그렇겠지.>
<모두 뒤끝없이 어울렸는데 이번에는 좀 곤란한 상대가 걸렸어요.>
<그래?>
<올해 세 사람이 새로 들어왔는데 그 중 한 사람을 유혹했죠. 그런데 골치
예요. 좀 이상한 사람이에요.>
<뭐가?>
<지금 3학년인데 나와 결혼하겠다는 거예요.>
<순진한 남자를 건드렸군나.>
<그런 게 아냐. 내가 여러 남자와 어울렸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악당이야. 그것을 아버지에게 말해 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그럼 청혼이 아니라 협박이란 말야?>
<그래요. 하숙비도 안 내고 그냥 살려고 해요.>
<너 답지 않게 잘못 걸렸구나.>
<처음엔 괜찮은 남자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람, 그런 쪽으론 어땠어?>
아끼는 한 손으로 마사오의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했다.
<당신과 있을 때가 난 제일 좋았어. 아무튼 지금은 후회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과 관계는 계속 갖고 있겠지?>
<어쩔 도리가 없어요. 난 관계를 끊고 싶지만. 또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
람은 착실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에 대해선 그 불량한 친구가 모르고 있어?>
<응, 몰라요. 그 사람은 올해 졸업하고 댐 공사 때문에 산에 가 있으니
까.>
<힘들게 됐군. 하지마 나와 의논한다고 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을 것 같은
데.>
<아버지께 크게 야단맞을 각오로 강경하게 상대해 볼까?>
<가능만 하다면 그 방법이 제일 낫겠다. 숨기려고 하니까 약해지지. 네가
배짱으로 상대의 요구를 묵살해 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역시 그게 좋겠죠?>
아끼는 가깝게 다가앉았다.
<그런데 이대로 나 그냥 보낼 거예요? 이제 나 같은 것에는 관심없어요?>
<그런 게 아냐. 넌 전보다 더 여자다워졌어. 그리고 매력도 넘치고. 하지만
이제 우리들은 보통 아는 사이로 지내는 게 좋을 것 같다.>
<난 지금 그 악당 녀석하고는 관계를 끊고 싶어요.>
<너라면 언제든지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잖아?>
아끼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는 어렸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 남자가 무서워졌어요. 그래서
당신을 찾아왔죠. 안심할 수 있으니까.>
<결국 남자와 어울리고 싶간 한데 그 불량 학생과는 이제 싫다는 말이
지?>
<맞아요.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아끼의 손이 마사오의 옷자락을 헤치고 들어왔다.
대담하게 곧장 그곳을 잡았다.
<의논할 거란 이거예요. 그때는 마사오 씨도 내가 있어서 좋았잖아.>
아끼의 자세가 부자연스러웠다.
주인이나 저쪽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자들이 보면 어쩌나 싶었다.
<사람들이 보겠다.>
마사오는 손을 꺼내 아끼의 무릎에 올려놓으며 타일렀다.
<그래 알았어. 이대로 돌아가면 그 악당 방에 또 들어가게 될 것 같단 말
이지?
<그래요. 날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야.>
자존심 강하던 일 년 전 아끼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만큼 어른스러워진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마사오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려는 계략인지도 몰랐다.
혹은 두 가지 다일 수도.
<그건 어리석은 짓이야. 나쁜 남자인 줄 알면서도 계속 관계를 한다는 것
은 스스로 점점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거야.>
마사오가 굳이 아끼를 피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아끼의 맞바람을 계기로 당초 계획보다 조금 빨리 긴다꾸 장에서 나왔을
뿐, 마사오는 지금도 여전히 아끼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밤은 곤란했다.
아끼와 함께 나온 것을 찌에와 유끼꼬가 알고 있다.
외박을 하거나 늦게 들어 가면 그들을 대하기 불편해질 것이다.
마사오는 아끼의 어깨를 안았다.
<오늘은 곤란하고 모레 다시 만날까?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고 늦
게 들어가도 되는데.>
<내일은 안 돼요?>
<약속 있어.>
내일은 모처럼 묘우미와 함께 밤을 보내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아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모레.>
두 사람은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곧 술집을 나왔다.
거리는 석양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끼는 마사오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이대로 헤어지긴 싫어.>
<내일 여유 있게 만나자.>
<이대로는 불안해서 싫어. 이 근처에 공원 같은 거 없을까?>
<그럼 신사에라도 갈래? 맞은 편에 있어.>
마사오는 아끼를 데리고 신사의 경내로 들어갔다.
다행히 사람들은 없었다.
몇 그루의 나무로 둘러싸인 신전 옆을 돌아서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뒤편은 높은 담이었다.
느티나무를 뒤로 해서 마사오는 아끼를 안았다.
아끼는 눈을 감았다.
키스를 하면서도 마사오는 주위에 신경이 쓰였다.
언제 사람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아끼는 대담하게 깊이 안긴 채 눈을 감고 키스를 계속했다.
이윽고 아끼는 허리를 움직이더니 마사오의 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자신의 중심에 오게 하려고 몸을 움직였다.
마사오는 입술을 떼고 다시 주위를 살폈다.
아끼도 손을 내리고 몸을 구부리더니 마사오의 손을 잡고 자기 앞으로 가
져갔다.
마사오가 자신의 은밀한 곳을 만져주길 원했다.
<안 돼. 누가 올지 몰라.>
<잠깐만.>
아끼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아끼는 허리를 구부리고 다시 마사오의 손을 요청했다.
몸 전체에 색기가 되살아나고 열기가 전해져 왔다.
그녀의 성격을 잘 아는 마사오였다.
(그냥은 놔주지 않을 텐데.)
마사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럼 잠깐만.>
스커트를 잡았다.
마사오는 공터 쪽에서 사람이 오더라도 그냥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방향을 바꿨다.
마사오의 손이 허벅지를 더듬기 시작하자 아끼가 말했다.
<놀라지 마.>
무슨 소리인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마사오의 손은 팬티 위로 그
녀의 중심을 덮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아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팬티 속으로 넣는 순간 마사오의 손은 움찔했다.
손이 마치 모래밭을 기고 있는 것 같았다.
수풀이 있어야 할 언덕이 깨끗하게 면도질이 돼 있던 거였다.
<맹장 수술했어?>
맹장 수술을 할 때 비모를 밀언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악당 녀석이 이렇게 했어.>
<그 불량 학생이?>
<그래요.>
<지독한 녀석이군. 그런데 왜?>
<다른 남자와 상대하지 못하도록.>
마사오는 천천히 쓰다듬었다.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몸을 해 가지고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런데 억척스런 네가 어떻게하다 그렇게 쉽게 당했지?>
<술에 수면제를 타서 먹인 거예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래도 헤어지지 않았어?>
<자꾸 협박을 하니까.>
아끼는 마사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다른 손으로 등을 어루만졌다.
따뜻하게 위로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아끼는 긴다꾸 장에 있을 때 욕정의 해소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편의를
도모해 주었다.
결코 냉정하게 대할 수 없는 여자였다.
<질투심이 강한 남잔가 보지?>
마사오는 손가락을 계곡 안으로 밀어넣지 않고 겉에서 애무를 계속했다.
위로의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게 아니에요. 그 자식은 새디스트야.>
말로는 들은 적이 있지만 당사자로부터 확인하기는 처음이었다.
본 적도 없는 남자지만 울컥 혐오감을 느꼈다.
<앞으로 그 사람이 널 계속 괴롭히면 내가 손 봐줄게.>
<꼭 그렇게 해 줘요. 완력은 당신보다 훨씬 약해요.>
<알았어.>
아끼는 다리를 벌리고 뒤꿈치로 서며 허리에 율동을 넣기 시작했다.
따뜻한 액체가 손끝에 느껴졌다.
꽃잎이 벌어졌다.
<여기는 다치지 않았어?>
<예.>
손가락이 미끄러져 꽃잎 속을 더듬었다.
아끼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오랫만이야. 이 손길 나 아직 기억하고 있어.>
남자의 손가락 애무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자 개성이 있다고 누군가
말했던 같았다.
마사오가 속삭였다.
<이제 슬슬 역으로 가자.>
주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근처 어디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퍼져왔다.
<조금만 더. 좀더 어두워질 때까지만.>
아끼의 손이 마사오의 옷자락을 교묘히 헤치고 팬티 속으로 들어왔다.
마사오는 이미 터질 듯이 흥분해 있었다.
<그 동안 편지 한 통 안 보내다니, 너무 했어.>
<우린 지금 이미 이렇게 만나고 있잖아.>
아끼의 손가락이 둥근 부분을 간지럽혔다.
마사오의 애무에 응하여 아끼의 허리가 흔들렸다.
아끼가 속삭였다.
<키스하게 해 줘.>
<그러면 헤어지기 힘들어지잖아?>
<잠깐만.>
<댐 공사에 간 사람은 언제 오지?>
<여름이 지나면.>
<그때까진 그곳도 다 자랄 수 있겠군.>
<이제 다른 사람 얘기는 하지 말기!>
아끼는 마사오의 등을 안고 있던 팔을 풀고 몸을 낮추었다.
마사오의 손은 아끼의 꽃밭에서 떨어졌다.
아끼는 양손으로 마사오를 노출시켰다.
어스름 속에서 마사오는 자신의 붉은 성기와 아끼의 하얀 얼굴을 내려다보
았다.
창백한 얼굴이었다.
바람기 많은 요염한 얼굴인 건 여전하지만 그 표정이 퍽 달라져 있었다.
아끼는 곧바로 입을 갖다대지는 않았다.
오른손을 둥근 부분으로 가져가더니 손가락에 힘을 넣었다.
그러자 마사오의 성기가 보통 흥분 상태보다 더 힘이 있어 보였다.
가슴을 약간 뒤로 해서 그것을 보더니 아끼는 고개를 갸웃해서 옆으로 바
라보았다.
<당신이 나한테서 도망간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는 말이 유머스러웠다.
<당신>은 마사오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을 가리키는 것이었
다.
그것과의 대화인 셈이다.
다에꼬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다에꼬도 그런 식으로 마사오의 성기와 대화를 한다.
아끼는 손에 힘을 빼더니 또 다시 힘을 주었다.
그러자 마사오의 그것의 표정이 변했다.
<약간 색깔이 짙어지고 커진 것 같아.>
마사오만 서 있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마사오는 아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똑같아.>
<그럼 어두워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아끼의 혀가 보였다.
덩어리에 갖다댄다.
부드러운 혀끝이 느껴졌다.
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이 점점 커졌다.
애무를 하는 게 아니라 아끼 자신이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혀의 움직임이 더 강해졌다.
눈을 감고 있는 아끼의 얼굴이 입체적으로 나타나고 음영이 짙어갔다.
쾌감이 마사오의 온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전보다 능숙해졌어. 경험이 풍부해진 것보다는 그만큼 감성적으로 성숙해
졌기 때문일 거야.)
<이 맛, 옛날과 똑같아. 변하지 않았어.>
이번엔 아끼가 마사오의 끝에 콧등을 갖다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풍성한 감정이 넘치는 애무의 연속이었다.
아끼는 다시 입을 갖다대고 안으로 혈르 굴리면서 빨아대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둠이 점점 더해 가고 창백하던 아끼의 볼도 점차 홍조를 띠기 시
작했다.
마사오는 아끼의 귓볼을 만지작거렸다.
<자, 이제 일어나.>
아끼는 고개를 흔들며 일어나자마자 왼팔로 마사오를 안고 아랫배를 밀착
시키면서 입술을 찾았다.
마사오는 촉촉한 입술을 받았다
아끼는 입술을 떼고 숨을 몰아쉬며 마사오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그리고 자기 손으로 스커트를 들어올리더니 그 안쪽으로 마사오를 끌어당
겨 허벅지에 갖다댔다.
<안 돼. 여기서는.>
<조금만요. 고집부리지 않을 테니까, 응?>
아끼는 오른발로 중심을 잡고 왼쪽 다리를 벌려 손동작을 했다.
당연히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넘어지려고 했다.
마사오가 양팔로 아끼를 받쳐 주었다.
아끼를 도와 주는 결과가 되었다.
아끼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열중하고 있는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마사오는 속삭였다.
<벗지 않으면 안 돼.>
그러자 아끼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럼, 벗을게. 그리고 잠깐만 하면 되잖아.>
아끼는 팬티를 벗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신을 벗어야만 했다.
마사오는 그 작업을 도와 주었다.
벗긴 팬티를 마사오는 바지 왼쪽 주머니에 넣었다.
<당신도 벗어야지.>
<응.>
남자의 경우에는 벗지 않아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는 편이 피부의 밀착 범위가 넓다.
마사오도 바지와 팬티를 벗고 이번에는 오른쪽 주머니에 팬티를 넣었다.
두 사람은 다시 서로 껴안았다.
아끼는 느티나무에 등을 기댄 채 마사오를 응시하며 오른손을 그의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몸의 중심을 오른발에 두고 왼쪽 다리를 들었다.
마사오는 아끼의 왼쪽 다리를 오른손으로 받치고 왼팔로 그녀의 허리를 두
른 뒤 몸을 밀착시켰다.
그러자 아끼는 약간 몸을 뒤로 젖히며 높이를 조절했고, 마사오는 아끼의
왼쪽 다리 허벅지를 오른팔로 바깥쪽에서 감싸안으며 뒤에서 꽃밭에 가운뎃
손가락을 살짝 집어넣었다.
화원은 이미 따뜻한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마사오는 꽃잎을 열었다.
아끼의 손에 이끌려온 마사오의 기둥 끝이 그의 손가락에 가 닿았다.
자기 신체의 일부인데도 마사오는 그것이 마치 다른 곳에서 나타난 듯한
착각에 빠졌다.
마사오는 성기를 아끼의 꽃잎에 맞추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어깨에 얹혀 있던 아끼의 오른손이 내려와 마사오의 허리
를 감싸며 잡아당겼다.
두 사람의 몸은 자연스럽게 밀착되면서 결합이 이루어졌다.
아끼는 가슴을 뒤로 젖히며 등을 더욱 바싹 나무에 기대고 신음을 토해냈
다.
마사오는 뜨거운 용암 속으로 가라앉았다.
아끼의 허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사오의 움직임을 재촉하는 동작이었다.
마사오는 손과 다리가 아끼의 왼쪽 허벅지를 받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
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도 신선한 감각이 느껴졌다.
갑자기 아끼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고개를 심하게 흔들었다.
뿌드득 이를 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아끼 내부의 반응도 한층 강해지고 있었다.
이상한 반응이었다.
마사오는 멈추었다.
<왜 그래?>
<이대로, 이대로 가만히 있어요. 나, 절정에 곧 다다를 것 거 같아.>
<그런데 왜 가만히 있으라고 그래?>
<아쉬워서요. 잠깐만 이대로 하고 있어요.>
<그 불량 학생과 이런 자세로 자주 했었어?>
<아니야. 처음이에요. 당신이 내 안에 있어. 우린 너무 오랫동안 못 만났어
요.>
아끼의 내부에 다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깊숙이에서 새로운 따듯함이 전해오는 것을 마사오는 느꼈다.
<나 어때? 변한 것 같아요?>
<응, 옛날보다 훨씬 멋져.>
<그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
언제 누가 나타날지 모른다.
이렇게 된 이상 아끼를 절정에 이르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마사오는 느
꼈다.
<자, 아무도 없을 때...>
마사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끼도 그에 호응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둘의 리듬이 합쳐졌다.
이윽고 아끼의 리듬이 크고 빨라졌다.
입에서는 어린애 옹알거리는 것 같은 소리가 계속 새어나왔다.
몸 전체가 경직되면서 내부의 반응은 날카로워졌다.
숨결이 더욱 거칠어졌다.
마치 숨을 내뱉지 않고 들여마시기만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끼의 팔에 힘이 가득 들어가더니 날카로운 괴성이 터져나왔다.
마사오는 당황하며 얼른 그녀의 입을 막았다.
아끼의 목소리는 마사오의 입에 묻혀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했다.
아끼의 내부에 진동이 생기더니 몸 전체가 바르르 떨려왔다.
(됐다. 이제 끝난 거야.)
마사오는 근사한 절정의 여운을 즐기면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이젠 얌전히 돌아가 주겠지.)
아끼의 입에서 입술을 뗐다.
아끼는 심호흡을 하더니 숨을 고르느라 한참 동안 불규칙하게 호흡을 했
다.
<이제 끝내야지?>
마사오가 속삭이자 아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안심이었다.
마사오는 천천히 허리를 끌어당겨 똑바로 서며 아끼의 들려 있던 허벅지를
내려놓았다.
아끼는 두 발로 땅을 짚으며 쓰러질 듯 몸을 기우뚱거렸다.
마사오는 그녀를 받아안으며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곧장 집으로 가는 거지?>
아끼는 순진한 어린애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아니, 나도 굉장히 좋았어.>
아끼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더니,
<내 옷...>
하고 마사오의 바지 주머니를 더듬어 자신의 팬티를 꺼냈다.
마사오는 아끼의 팬티를 잡으며 말했다.
<내가 입혀줄게.>
<아니, 그보다...>
아끼는 쭈그리고 앉더니 마사오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자신은 도중에 그만 두었음으로 마사오의 몸은 아직도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아끼의 몸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상태였다.
아끼는 자신의 팬티로 그것을 부드럽게 닦기 시작했다.
이젠 생선 굽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풍경소리인 것 같았다.
경내는 조용했다.
저쪽에 있는 신사의 문도 그 모습이 점차 어둠 속에서 희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