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ㄳ
얼마나 잤을까.
마사오가 한숨 자고 눈을 떠보았을 때 바로 눈앞에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
는 시루꼬의 얼굴이 있었다.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에서 불빛이 은은히 비치고 있었다.
<지금 몇 시나 됐습니까?>
<정각 새벽 한 시. 한 시간 반 정도 주무셨나 봐요. 미안해요. 제가 얼굴을
간지럽혀서 깨셨나 봐요.>
마사오의 팔에 가슴을 묻고 엎드려 있는 시루꼬의 상반신은 알몸이었다.
어깨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고 젖가슴도 보였다.
<잘 때는 항상 이렇게 하고 잡니까?>
<그래요.>
<그럼, 아래도?>
<난 지금 갓난아기 같은 모습이에요. 이래야 피로가 풀리거든요. 당신도
벗지 않을래요?>
<아니오, 전 괜찮습니다. 피곤하실 테니 자 그만 자죠.>
마사오는 시루꼬가 자신을 유혹하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 가능성이 머리를 스치긴 했지만 떠올려서는 안 될 기대라고 스스로
부정하고 있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사이를 두고 시루꼬가 그의 등에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키더니 팔을
앞으로 감고 안겨들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접근을 의식했으나 술기운에 그대로 잠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이쪽을 좀 보세요.>
<아니, 졸릴 때는 자야 해요.>
그리고 마사오는 정말 잠에 빠져 들고 말았다.
다시 잠을 깼을 때, 마사오는 시루꼬의 나신과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고, 그
녀의 손은 그의 팬티 속의 성기를 잡고 있었다.
시루꼬의 손에 잡힌 그것은 어느새 흥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시루꼬는 마사오의 턱 밑에 머리를 묻은 채였다.
순간 마사오는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이 사람은 지금 잠결에 나를 애인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야.)
여자가 애인의 남성을 만지면서 편한 마음으로 잠드는 일은 흔히 있는 일
이다.
시루꼬의 손을 눈치못채게 살짝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결에 만진 것이라면 잠이 깨기 전에 치워 버리면 아므 일도 없었던 셈이
된다.
(하지만 기다려 보자. 내가 만지는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날 만지고
있는 거야. 모르는 척 계속 만지도록 내버려 두어도 상관없잖아. 이걸 알리
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야. 어떤 식으로 당황할까?)
마사오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마사오의 손은 시루꼬의 벌거벗은 등에 가 있었다.
등을 쓰다듬었다.
묘우미보다 조금 마른 몸매였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두 시였다.
그때 시루꼬가 눈을 떠더니 마사오의 몸을 잡아당겼다.
이어서 마사오를 보았다.
마사오가 말했다.
<접니다. 저는 마사오라구요. 잠결에 애인으로 착각하셨죠?>
마사오는 당황해서 얼른 손을 뗄 거라고 생각했다.
잠자는 척하며 시루꼬가 애무를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
지만, 역시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알고 있어요.>
시루꼬는 그것을 꽉 움켜쥐며 마사오의 얼굴에 자기의 얼굴을 갖다댔다.
마사오의 등을 안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가더니 입을 맞추었다.
몇 초 동안 그대로 입맞춤을 한 뒤 마사오는 고개를 돌려 시루꼬의 입술을
벗어났다.
<이제 장난은 이 정도로 끝내죠. 손을 치워 주십시오.>
<싫어요. 전 이게 좋아요. 이렇게 건강한 게 아주 마음에 들어요.>
볼과 볼이 맞닿았다.
<우린 이럴 수 없어요. 당신은 묘우미 씨의 친구잖아요.>
<여긴 우리 둘 뿐이에요.>
<하지만 그녀가 알게 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거에요.>
<그럼 당신은 이 일을 일부러 밝힐 셈인가요?>
<그건 아니죠.>
<나도 말하지 않겠어요.>
마사오는 이것이 함정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지만, 묘우미와 그와의
관계는 분명히 상대를 구속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런 시험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안 돼요. 이러면...>
<이러면 뭐요?>
<나도 당신을 만지고 싶어지게 돼요.>
<그럼 만지세요.>
<괜찮겠습니까?>
<괜찮냐구요? 바라고 있어요. 어서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성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괜찮다잖아요.>
마사오의 손이 시루꼬의 등에서 허리로 옮겨갔다.
둥글고 탄력 있는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손을 앞으로 돌렸다.
천천히 다리를 벌리는 시루꼬는 남자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간지럽히기 시
작했다.
그녀의 다른 손은 마사오의 어깨와 베개 사이를 통해 등을 안고 있었다.
시루꼬가 중얼거렸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에요. 아주 좋아요.>
마사오는 <좋다>라는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성기라고 이해했다.
시루꼬가 한 말은 그만큼 그녀가 보통 이상의 여자라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순수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보통 여자들과는
달리 정직한 성격이라는 점도 나타내고 있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다리 사이레서 일단 손을 멈추었다.
(이대로 가다간 일을 저질러 버리고 말 것 같아. 이 사람은 묘우미의 친구
다. 그래서는 안 된다.)
남자에 익숙한 시루꼬는 손가락 끝으로 미묘하게 둥근 부분의 갈라진 틈을
자극하고 있었다.
역시 능숙한 솜씨였다.
마사오가 속삭였다.
<역시 그만 두는 게 좋겠습니다. 당신의 애인에게도 나쁜 일이고 묘우미
씨에게도 나쁜 일입니다.>
시루꼬는 마사오의 턱을 살짝 깨물었다.
<그 사람은 이제 상관없어요, 이미 날 만족시켜 줄 수 없으니까 남자가 아
니에요. 그리고 지조를 지켜야 할 사이도 아니고, 그냥 즐겼던 것 뿐이에요.
저는 자유로운 몸이에요.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아요. 당신과 묘우미 사이
도 그렇지 않은가요? 분명 연인 사이와는 다르죠? 남자가 째째하게 굴지 말
아요.>
<하지만 그녀가 알면 역시 화를 낼 거예요.>
<같이 술을 마신 뒤 헤어졌다고 하면 묘우미가 이런 일을 어떻게 알겠어
요?>
<그런가요?>
<그럼요.>
시루꼬는 허리를 뒤척였다.
<좀 적극성을 보이세요. 저는 지금 굶주려 있어요. 울고 싶을 정도라구요.
이래도 모르겠어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손목을 끌어다 자신의 은밀한 부분에 갖다댔다.
허벅지를 느슨하게 하고 엉덩이를 그의 손에 들이밀었다.
마사오의 손바닥은 보드라운 수풀과 더불어 그 아래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나의 의지적 행동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손을 빼어 버린다면 이 사
람에게 수치심을 주게 된다.)
그때 마사오의 머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일종의 타협안이었다.
마사오가 시루꼬를 손으로 애무해 절정에 도달하게 한다.
시루꼬도 마사오를 애무한다.
그렇게 되면 결정적인 사이라고는 말 못하게 된다.
변명의 여지를 만드느 것이다.
(좋아, 그렇게 하자.)
마사오는 손가락으로 시루꼬의 수풀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곳은 시루꼬가 호소한 대로 애욕의 바다였다.
마사오의 손은 그곳을 확인할 틈도 없이 미끄러져 빠져들어갔다.
바다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정말이군요.>
원래가 그런 체질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현상은 시루꼬가
얼마나 욕정에 불타고 잇는지 증명해 주고 있었다.
단순한 장난기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이제 아시겠어요? 남자라면 이런 저를 위로해 주는 게 아닐까요? 이렇게
타오르고 있는데도 모르츠 척하는 건 죄악이에요. 우정으로라도 그렇게 해
줄 수 있잖아요.>
마사오는 세 개의 손가락으로 꽃잎이 두텁고 큰 것을 확인했다.
연못 위의 탑은 뾰족했다.
잘 발달되어 있었다.
묘우미의 두 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첨탑 위를 살짝 스치자, 시루꼬는 원시적인 신음을 토해냈다.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그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마사오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시루꼬는 마사오의 손목을 놓고 그의
팬티를 벗기기 시작했다.
마사오도 허리를 들어 그에 협력했다.
팬티를 벗긴 시루꼬는 마사오의 그것을 만지면서 마사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마사오는 이제 이미 피할 이유가 없었다.
키스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손은 계속 움직였다.
시루꼬가 말했다.
<저, 묘우미와 다르죠?>
<예.>
<어떻게 달라요?>
<비밀. 당신이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묘우미 씨가 눈치채게 되면
우리 입장이 난처해져요.>
<전 말하지 않아요. 그러니 그녀가 눈치챌 염려는 없어요. 아아... 거기 좋
아요.>
신음을 토해내고 시루꼬는 손을 마사오의 주머니 쪽으로 옮겨 가볍게 애무
하기 시작했다.
<여기, 기분 좋죠?>
<예.>
<그 애도 여기를 이렇게 해 주나요?>
<예.>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아무 것도 몰랐는데.>
<다 하나의 과정이죠.>
<그럼 우리도?>
시루꼬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손가락의 율동을 계속했다.
시루꼬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며 몸 전체가 율동하기 시작하자 마사오의 손
은 그녀의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 다시 연못 위의 탑을 꼭 눌렀다.
<아아... 좋아요. 거기. 아니, 거기.>
마사오는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며 말했다.
<서로 이정도만 하죠. 이대로도 괜찮겠어요.>
시루꼬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건 싫어요. 잔인해요. 이렇게 타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오늘밤에는 콘
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요. 마음껏 빠져들고 싶어요. 흠뻑 젖고 싶어요.>
갑자기 시루꼬는 가슴을 마사오에게 내던졌다.
유방이 마사오의 가슴을 밀어내 순식간에 마사오는 천장을 향해 누운 자세
가 되었다.
시루꼬는 그대로 마사오를 누르고 다리를 크게 벌려 마사오의 몸 위에 올
라탔다.
마사오가 말했다.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당신을 갖고 싶어요.>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 불꽃이 일렁거렸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양다리를 잡았다.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제 아무 생각 말아요.>
시루꼬는 마사오를 붙잡은 채 허리를 움직여 위치를 조절랬다.
마사오는 귀두 끝에 따뜻한 것이 와닿는 것을 느꼈다.
시루꼬는 허리를 비틀면서 얼굴을 들고 상체를 젖혔다.
(아직 피할 ㅅ는 있다. 하지마 피하지 않는 편이 원만하다.)
그런 생각을 하자 주체할 수 없는 정열이 마사오의 가슴에서 일기 시작했
다.
분명히 지금 마사오는 뜨거운 욕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시루꼬의 과감한 행동에 놀라면서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친밀한 사이가 아닌 만큼 거리감을 느끼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마
사오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시루꼬는 상체를 세우면서 허리를 깊숙이 밀착시켰다.
그렇게 열중하고 있는데도 마사오의 협력이 없음으로 깊은 결합은 쉽게 이
루어지지 않았다.
시루꼬는 마사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망가면 싫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허리를 밀착시켰다.
시루꼬가 신음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마사오는 자기 몸 위에 올라타 있는 시루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
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당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여자가 리드하디니. 이런
섹스는 처음이다.)
마사오의 몸에 시루꼬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허리를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내부에는 강하게 압박하는 진동이 있었다.
마사오는 손을 펴서 손바닥으로 시루꼬의 젖꼭지를 애무하면서 그녀의 신
호에 응해 아래로도 진동을 보냈다.
그것은 현재의 상태를 시인한다는 뜻이였다.
시루꼬는 눈을 천천히 뜨고 마사오ㄳ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두 뺨과 눈자위가 빨갰다.
가느다란 목소리가 속삭였다.
<전 이제 된 것 같아요.>
마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이지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죠? 전 지금부터가 진짜에요.>
말이 끝나자마자 다음 순간, 시루꼬는 양손을 자신의 가슴을 감싸고 몸의
중심을 마사오에게 맡기면서 가슴을 젖히고는 이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그것은 길게 여운이 남는 외마디 소리였다.
동시에 시루꼬의 내부에 강한 진동이 생기면서 마사오를 조여왔고 바로 그
때 뜨거운 액체를 느꼈다.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나왔다. 결합만 했을 뿐 아직 난 적극적
인 공격을 하지 않았는데, 이 여자는 정말 축적하고 있었던 거야.)
남자는 축적이 가능해도 여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그런데 그런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특별한 여자였다.
시루꼬는 다시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면서 그대로 마사오에게 안겼다.
마사오에게 안긴 후에도 시루꼬는 신음을 계속 토해내고 있엇는데, 이윽고
그 소리가 멈추면서 몸 전체가 부드러워졌다.
시루꼬의 입이 마사오의 귓가로 다가왔다.
격렬한 호흡 소리가 들렸다.
그 거친 호흡은 잠시 후 평상시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전신에 맥이 풀렸다.
그러자 좀전과는 달리 진동이 약하게 전해졌다.
(정말 여자는 여러 종류로구나. 이런 체질은 처음이다. 도대체 혼자서 어떻
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걸까?)
시루꼬가 마사오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좋았어요.>
마사오는 등을 어루만졌다.
(이 여자는 상대가 남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상태가 되는 건 아닐까? 뭔가
기구를 넣기만 해도 이렇게 되는 건 아닐까?)
마사오는 시루꼬에게 자신은 단순한 도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다.
시루꼬는 손을 밑으로 밀어넣어 합쳐진 부분을 더듬어 마사오를 확인했다.
<당신, 지속하고 있는 거죠?>
<예.>
<기뻐요.>
<아직 느낌이 전해지고 있어요.>
<지금도 좋아요.>
시루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좋아요.>
그러나 일 분 정도가 지나자 시루코는 움직임을 중단하고 고개를 들었다.
눈자위는 아직 붉게 상기된 채였으나 양볼은 창백했다.
<미안해요.>
<뭔가요?>
<제가 위에서 리드하지 않으면 당신이 도망갈 것만 같았어요.>
<도망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안 그러기를 잘했어요. 당신은 멋져요.>
<정말?>
<정말입니다.>
묘우미와는 비교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여자와는 상관없는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것은 분명했으니까.
시루꼬는 마사오의 입술에 키스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당신이 리드해요.>
<그러죠.>
두 사람은 그대로 껴안은 채로 굴러서 위치를 바꿨다.
마사오는 자시의 등과 어깨에 이불을 덮고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시루꼬의 사지는 마사오에게 감겨 잇었다.
<정말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전 정확해요.>
마사오는 시루꼬의 말을 믿었다.
임신이 되면 가장 곤란한 사람은 누구보다 여자 자신이다.
<좀더 부드럽게>
큰 율동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인 것 같았다.
마사오로서도 그것이 편하다.
문득, 찌에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 아침에 친구 집에 묵을 거라고 말하고 나왔다.
정숙한 생활을 하고 있는 찌에는 마사오가 여자 방에서 그녀가 손에 잡았
던 그것으로 지금 이렇게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찌에가 이 사실을 알면 나를 경멸할지 모른다. 얼굴을 마주치면 어떤 눈
으로 나를 볼까?)
시루꼬는 마사오에게 몸을 맡긴 채 움직임을 삼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적극적인 행돋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듯이 소극적이었
다.
그러나 그녀의 내부에 점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마사오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시루꼬는 느슨히 해 줄 것을 요청하듯이 마사오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뜻밖의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겠어요? 저도 함께 호응할까요, 아니면 참았다가 나중에 할까
요?>
<시루꼬 씨는 어느 쪽이 좋겠습니까?>
두 사람은 아직 서로의 생리를 잘 알지 못한다.
시루꼬는 그런 점을 말로써 분명하게 표현하는 여자였다.
특별한 여자임에 분명했다.
시루꼬는 정열적인 눈으로 마사오의 눈을 응시했다.
<전 아침에 다시 하고 싶어요. 네 개씩 준비하고 다닌다고 그러셨죠? 지금
충분히 즐긴다 해도 아침에 다시 가능하겠죠?>
<예.>
<그럼 지금 마음껏 즐기겠어요. 이번에 만족하고 나면 전 좀 쉬어야 해요.
그게 제 방식이거든요. 첫 번째는 좀 미흡하다가 두 번째에는 번부 발산해
버리기 때문에 그 뒤에는 휴식이 필요해요.>
자신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고 말했다.
정말 특이한 여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뒤에 제가 계속해도 소용이 없겠군요. 역시 이번에
함께 정정을 이루는 편이 좋겠어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두 사람은 움직임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시루꼬의 움직임이 급해지면서 다채로워졌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열차 안에서 땀을 흘리던 찌에가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은 시루꼬를 닦아 줄 여유가 없다.
그런 딴전을 피우다가 시루꼬의 감각을 저해할지도 모른다.
밀고 당길 때마다 시루꼬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이론을 고집하는 지극히 관념적인 여자가 이렇게 감각적인 반응을
보이다니 묘한 일이다. 역시 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본질적으로 여자다. 애
인이 제대로 남자 구실을 못 해준다면 괴로울 수밖에 없겠어.)
이윽고 시루꼬는 마사오가 깊숙히 전진할 때마다 쥐어짜는 듯한 소리를 내
뱉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부의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전 곧 절정이에요. 당신은 어때요?>
<좋아요. 저도 한계입니다. 참고 있는 중이에요.>
아직 한계는 아니었지만 어차피 시루꼬가 먼저 절정에 달한 후에야 자신도
폭발해야 한다
<그럼 우리 함께 하죠.>
<좋아요. 어서.>
예고를 한 뒤에 시루꼬는 그때까지와는 다른 격한 소리를 질렀다.
옆방에까지 들릴 만한 소리였다.
마사오는 시루꼬를 꼭 껴안았다.
시루꼬는 몸을 뒤로 젖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마사오가 움직이면 반응을 보일 뿐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어 아찔한 순간이 마사오를 엄습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마사오는 머리맡에 있는 수건으로 시루꼬의 몸에 맺힌 땀
방울을 닦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래간만에 좋았어요.>
시루꼬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맞추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루꼬의 태도에서는 마사오와 묘우미를 갈라놓으려는 의
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루꼬는 마사오에게 안겨 등을 어루만지면서 다정하게 속삭였다.
<오늘 밤만으로 끝내지 말아요. 이제 그와는 헤어지겠어요.>
거기에는 어려운 이론을 고집하는 관념적인 요소는 전혀 없었다.
여자의 모습만이 있었다.
마사오는 뭐라고 대답하기 난처했다.
<자, 이제 잠을 좀 자 둬야겠죠?>
<예, 그래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부드러운 몸을 더듬어 잡았다.
<이렇게 잡고 자고 싶어요.>
<그러면 또 단단해져 버리는데.>
<그럼 아침에 또 하면 되죠.>
두 사람은 엉킨 채 잠을 청했다.
마사오는 금방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