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화 (45/64)

 모험

 <고향에 도착하면 나 같은 아줌마 따위는 곧 잊어버리겠죠?>

 <그럴 리 없습니다. 늘 생각날 겁니다.>

 <당신, 이대로 괜찮아요? 내 손으로 절정을 맞는 것 싫어요?>

 <아뇨, 계속해 주십시오.>

 찌에의 손놀림이 어색해서인지 마사오는 한참이 지나도 상승  기류를 타지 

못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는걸.)

 마사오는 찌에의 귀에 입을 댔다.

 <이제 됐습니다.>

 <왜?>

 <당신의 몸 안에서 절정을 맞고 싶습니다.>

 <무리예요.>

 (그러면 입으로 해 주세요.)

 마사오가 하고 싶은 말은 정작 그것이었지만 너무 뻔뻔스러운 요청이었다.

 찌에가 알아서 해 주었으면 했는데 그럴 낌새가 전혀 없었다.

 (상대에게 요구하려면 먼저 이쪽에서 예의를 보여야 해.)

 마사오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전 이곳에 키스하고 싶습니다.>

 찌에의 손이 멈추었다.

 <예?>

 마사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사오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손바닥을 뻗어 <이곳>을 분명하게  가리켰

다.

 반사적으로 찌에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돼요. 세상에 그런.>

 무척 당황한 목소리였다. 

 전혀 뜻밖인 모양이었다.

 <다음을 약속하는 의미로 하고 싶습니다.>

 <더러워요. 어떻게 그런 걸.>

 마사오는 그제야 찌에가 서로 상대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해 주는  행위를 

모르는 모양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찌에의 귓볼을 가볍게 씹으며 넌지시 떠보았다.

 <유끼꼬의 아버지에게 애무 받은 적 없었나요?>

 곧바로 찌에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난 남편밖에 모르는 여자였어요.>

 <그렇군요. 그러면 남편에게 키스한 적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에요.>

 추측대로였다.

 마사오는 찌에의 그런 벽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깨 주고 싶었다.

 새로운 세계를 알려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좋아서 하는 싶은 겁니다. 연인끼리는 누구나 다 하는 겁니다.>

 힘을 넣어 그렇게 단언했다.

 <당신은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마사오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만해요. 안 돼요.>

 찌에가 결사적으로 막았지만 마사오는 스커트 속으로 얼굴을 집어넣었다.

 허벅지에 걸려 있던 팬티를 단숨에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그리고 수풀에 코를 대고 꽃잎을 입술로 덮어 버렸다.

 <안 돼요. 불결해요.>

 찌에는 계속 마사오를 일으며 세우려고 하는 동시에 허리를 뒤로 뺐다.

 도망치려는 엉덩이에 한 손으로 꽉 안은 채 꽃잎을 빨았다.

 찌에는 차츰 조용해지더니 달아나려고 하지도 않았다.

 숨을 멈추고 있는 듯했다.

 마사오는 눈을 감은 채 꽃잎을 입으로 빨기도 하고 혀로 핥기도 했다.

 (좀전에는 손으로 정상을  맛보게 했지만 지금의  것은 거의  충격적일 거

야.)

 어차피 찌에를 절정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므로 마사오는  얼마 되

지 않아 얼굴을 떼고 일어났다.

 그러자 찌에는 눈을 뜨자마자 재빨리,  

 <입을 닦아야 해요.>

 하고는 달려드는 듯한 기세로 마사오의 입술을 덮쳐왔다.

 처음부터 격렬하게 빨았다.

 압도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단순한 키스가 아니라 마사오의 입을 깨끗이 하려는 작업이었다.

 겨우 입을 떼고 뺨을 밀착시켜 왔다.

 <난 천벌을 받을 거예요.>

 마사오는 찌에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좋아하니까 이렇게 하는 겁니다.  실은 이불 속에서 더 

정성껏 하고 싶습니다.>

 <여자 친구에게도 했어요?>

 <예.>

 <난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 여자니까 두려워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벌써 십 년이나 당신은 깨끗한  몸을 지

켜 왔습니다.>

 찌에는 충격에서 쉽게 깨어나지 않았다.

 마사오는 괜히 무리했구나 하고 후회하였다.

 (도저히 내 것을 입으로 애무해 주기를  기대할 수 없겠구나. 오늘밤은 하

는 수 없이 포기하는 수밖에.)

 <자, 이제 돌아지요. 중간까지 함께  가고, 전 조금 산책을 하다가  나중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찌에의 손이 노출된 채 부풀어 있는  마사오의 성기를 쥐었

다.

 <싫어요. 아직 돌아갈 수 없어요.>

 <예?>

 <여자 친구가 여기에 키스했겠죠?>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하게 해 줘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해야 해요. 난 안 하면 안 되나요?>

 <안 되나니요? 저도 받고 싶습니다.>

 <그러면 하겠어요.>

 찌에로서는 강한 저항감이 물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생각도 못했던 행위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감으로 마지 못해 하는 게 분명함으로 마사오는 망

설여졌다.

 <다음에 하세요.>

 <왜? 난 싫어요?>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사실은 하고 싶지 않잖아요.>

 언뜻 찌에는 움찔하며 숨을 멈춘 듯했다.

 마사오의 말이 정곡을 질렀기 때문이다.

 조금 뒤에 찌에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 당신이 먼저 해 주었잖아요.>

 <지금은 싫습니다. 당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기분이 될 때까지  전 기다

리겠습니다.>

 그러나 찌에는 마사오의 앞에 머리를 숙이고 쭈그려 앉았다.

 마사오는 이제 굳이 반대하지 않고 찌에의 머리를 내려다 보았다.

 찌에는 아무 말 없이 한 손으로 덩어리를 쥐었다.

 잠시 멀리서 정면으로 그것을 바라다보았다.

 그녀의 손에 마사오는 힘찬 맥박을 전하고 있었다.

 <밝은 곳에서 보고 싶어요.>

 찌에는 나지작이 중얼거리고 옆에서 기둥의 잘록한 부분에 먼저 입을 살짝 

맞추었다.

 작은 소리를 내며 키스를 했다.

 위치를 바꿔가며 몇 번인가 그런 입맞춤을 더 하고  정면으로 얼굴을 돌려 

삼키기 시작했다.

 찌에의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였다.

 붉은 입술 사이로 조금 거무스름한  마사오의 몸 일부가 조금씩  들어가고 

있었다.

 찌에의 이마가 조금 위를 향하고 있는 상태라 내려다  보는 마사오의 눈에 

그 모습이 분명하게 들어왔다.

 처음에는 찌에의 입 속이 차갑게 느껴졌지만,  곧 따뜻함 느낌으로 바뀌었

다.

 삼분의 일쯤 삼키고 찌에는 멈추었다.

 혀가 움직이기를 마사오를 기다렸지만 입술로 강하게 조이고  있을 뿐이었

다.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세게 조이는지

도 모른다. 얼굴을 움직이고 혀를  사용하기를 바라지만 오늘밤은 거기까지

는 무리다.)

 입 속의 따뜻함과 입술의 조여옴으로 마사오는 점점 기분이 고조되었다.

 정숙하고 얌전한 연상의 미망인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심리적인  만족감도 

느낄 수 있었다.

 찌에의 입 속에서 마사오의 몸이 힘차게 맥동했다.

 마사오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

 찌에는 가만히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마사오의 성기가 찌에의 아래위 입술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었다.

 계속해서 눈을 감은 채 찌에는 혀를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직 입 가

득히 머금고 있는 것에만 전념할 뿐이었다.

 이윽고 입이 마사오의 몸을 토해냈다.

 마사오의 성기가 바깥 공기에 다시 노출되었다.

 (처음이니까 이 정도로만 만족하자.)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에 찌에가 다시 입에 머금었다.

 이번에는 입에 넣은 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반 이상 빨고 또 떼었다.

 아주 느린 템로로 다시 반복했다.

 그러면서 찌에는 점점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사오는 손으로 부드럽게 찌에의 머리결과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급기야  마사오는 찌에의 입 속에서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마사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렇게 되면 찌에는 놀라고 혐오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좀 더 계속해서 최후까지 다다랐으면.)

 그런 욕구를 강하게 느끼면서도 역시 자신이 자제하는 것이  나을 듯 싶었

다.

 찌에가 입을 떼고 마사오의 몸이 밖으로 나왔을 때  마사오는 자신의 손을 

찌에의 입에 갖다대며 말했다.

 <이젠 됐어요.>

 다시 삼키려던 찌에의 얼굴이 멈추었다.

 눈은 뜨지 않았다.

 <자, 일어나세요.>

 한 번 더 마사오가 말했다.

 찌에의 답례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제 그만 일너나서 가면 된다.

 그러나 찌에는 덩어리를 쥐고 있는 손에 힘에 주는 동시에 다른 손으로 마

사오의 손을 옆으로 치우고 다시 입 안에 집어넣었다.

 그때까지보다 더 깊숙이 삼키고는 정지한 뒤에 눈을 떴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별빛에 그녀의 눈이 빛났다.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마사오는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찌에의 얼굴이 살짝 옆으로 흔들렸다.

 약간 잡아끄는가 했더니 비로소 혀가 감겨왔다.

 새로운 쾌감이 마사오에게 퍼져나갔다.

 이것은 여자의 내부의 다채로운 반응과는 또 다른 미묘한 쾌감이다.

 그러나 마사오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자, 이제 일어나시죠.>

 찌에는 천천히 입을 떼고 거기에 뺨을 밀착시켰다.

 그러더니 뺨을 옆으로 옮겨 입술을 대고는 둥근 부분만 빨았다.

 강하게 빨면서 혀의 유희도 계속되었다.

 <아아... 됐어요.>

 마사오는 신음소리는 냈다.

 <됐습니다. 이 정도로 해 두죠.>

 그제야 찌에는 천천히 일어났다.

 마사오는 어깨를 양팔로 껴안고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 찌에가 그에게 했던 것처럼 격렬하게 빨았다.

 입술을 떼고 뺨을 서로 비벼댔다.

 <고맙습니다. 전 감동했어요.>

 <그럼 이대로 그냥?>

 <예. 충분히 좋았어요. 오늘밤엔 당신을 생각하며 잘게요.>

 <이런 일은 처음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계속해서 가르쳐 줘

요.>

 <그러죠. 오늘 전 아주 좋았어요.>

 <나도 기뻤어. 당신을 좋아하니까.>

 <정말이에요?>

 <정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그냥 당신이 좋으니까 무리해서라도 해 주고 싶

었어. 막상 해 보니 싫은 느낌도 아니었어.>

 <기뻐요.>

 <좀전 그대로 계속했으면 당신 그거 쏟아져 나왔겠죠?>

 <예. 그렇게 됐을 거예요.>

 <그런데 어째서 그만 두라고 했죠?>

 마사오는 찌에의 입술에 입을 살짝 맞추었다.

 <전 당신을 직접 갖고 싶어요.>

 <오늘밤은 이제 안 돼요. 그리고 이런 곳에선 싫어.>

 <그럼 여름 방학이 끝나고 돌아오면?>

 <기다리고 있을게. 사실은 오늘밤에라도 당신 방에 몰래 들어가고 싶어.>

 <그러세요.>

 <하지만 안 돼요. 어머님이 귀가 무척 밝으셔.>

 <자, 이제 그만 가죠.>

 <한 번만 더.>

 찌에는 다시 쭈그리고 앉아 그대로 마사오의 몸에 입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빨기 전에 혀를 내밀어 핥았다.

 그런 뒤 천천히 빨아들였다.

 그러나 그렇게 길게 하지 않고 찌에는 곧 일어섰다.

 두 사람은 다시 키스했다.

 연애한 지 얼마 안 되는 연인들이 그러듯 둘은 어떤  행위를 한 뒤에는 꼭 

입을 맞췄다.

 입술을 떼고 찌에가 말했다.

 <자, 약속해 줘요. 고향에서 돌아 오면.>

 <좋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잊지 마세요.>

 <꼭이야. 앞으로 난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를 거야.> 

 <자, 이제 정말 나가죠. 많이 늦었어요.>

 <그래. 그럼 내가 정리해 줄게.>

 찌에는 다시 쪼그리고 앉아 마사오의 몸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친절한 손

길로 바지 속으로 넣어 주었다.

 두 사람은 발소리를 죽이고 신사 입구의 문까지 왔다.

 조심스럽게 길을 살펴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신사를 살짝 빠져

나왔다.

 어두운 밤길에는 인적이 이미 끊어져 있었다.

 찌에는 마사오의 팔짱을 끼고 몸을 바싹 붙였다.

 친밀감이 몸 전체에서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어쩐지 소녀다운 싱그러움이 풍겨났다.

 <나 무서워요. 당신에게 빠져 버린 것 같아.>

 이런 말은 남자를 기쁘게 해서 뭔가를 얻어내려는 능숙한 여자들이 아양을 

떨며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하지만 찌에의 경우에는 마사오가 들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정말  걱정이 

되어 혼자 중얼거린 고백이었다.

 <저도 그래요.>

 물론 마사오는 진심이 아니었다.

 집이 가까워지자 마사오는 찌에를 먼저 들어보내고 동네를 한  바퀴 돈 뒤

에야 집으로 들어갔다.

  밤차 안의 열기

 이튿 날 마사오는 도꾜역으로 갔다.

 학생들의 귀향 기간이라 열차는 만원이었다.

 자리에 앉으려면 몇 시간이나 서서 기다려야 한다.

 마사오가 걸터앉은 통로 쪽 자리에 스물 네다섯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앉

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고상한 귀부인 스타일의 미인이었다.

 그녀가 읽는 책은 소설이었다.

 그래서 문득 시루꼬와 묘우미가 생각났다.

 묘우미와는 며칠 전에 여관에서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었다. 

 나고야에 이르자 창가 쪽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가 내렸다.

 덕분에 마사오에게 앉을 기회가 주어졌다.

 소설을 읽고 있던 여자는 창가로 옮겨가고 통로 쪽  자리에 마사오가 앉았

다.

 나고야에서 승객이 꽤 내렸는데도 차 안은 여전히 목잡했다.

 팔걸이에는 그를 대신하여 허리가 굵은 육중한 몸집의 남자가 자리를 잡았

다.

 마사오는 어깨에 압박을 받을 정도였다.

 창가의 여자 쪽으로 몸이 조금 기운 불편한 상태였다.

 한여름이라 여자도 마사오도 반소매였다.

 이따금 두 사람의 맨살이 맞닿기도 했다.         

 앞자리엔 노부부가 있었다.

 옆자리의 일어거더니 선반 위에서 보자기를 내리고 다시 앉았다.

 그리고 책을 읽고 있던 마사오에게 말을 걸었다.

 <저, 학생.> 

 <예.>

 마사오는 옆을 보았다.

 여자도 마사오를 보고 있었다.

 <이거 드세요. 여분으로 하나 더 만들어 왔거든요.>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젊은 여자와 학생이 갑자기 말하기  시작하는 것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

다.

 앞좌석의 노부부는 자고 있었다.

 마사오는 김밥을 받았다.

 여자는 물통에서 보리차를 따라 주었다.

 분명 착한 성품이었다.

 <멀리까지 가시는 모양이죠?>

 <예.>

 여자는 자기가 내릴 역 이름을 말했다.

 <저도 거기에서 내리는데.>

 <잘 되었군요.>

 두 사람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서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2년 전에 마사오의 고교와 통합된 여학교 출신으로 친정이 있는 마

을은 마사오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

 마사오가 이름을 대자 여자는 조그마한 소리로 <후루가>라는 성만을 말했

다.

 그래서 다시 이름을 묻자 <요시꼬>라고 대답했다.

 역시 유부녀였다.

 <그러면 지금은 도쿄에 사십니까?>

 <예. 도쿄에 온 지 이 년째에요. 일이  있어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친

정에 가는 길이에요.>

 <아기는 몇살입니까?>

 <다섯 살 되었습니다.>

 다섯 살짜리 아이의 엄마로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 주로 고향 얘기를  하는 사이에 밤은 깊어가고,  승객들도 다들 잠에 

빠져들었다.

 두 사람도 눈을 붙였다.

 갑자기 마사오의 어깨에 의자걸이에 앉아 있던 남자의 무게가 덮쳐왔다.

 그 바람에 마사오의 상체가 요시꼬에게로 기울어져 그 가슴에 닿았다.

 마사오는 요시꼬의 유방의 탄력을 느꼈다.

 요시꼬도 놀라서 막 깨어나며 반사적으로 마사오를 껴안은 형태가 되었다.

 <무슨 일이죠?>

 <미안합니다.>

 마사오는 얼른 사과하고 그 남자를 깨우고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요시꼬는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파악한 모양이었다. 

 <전 괜찮아요. 당신은?>  

 <예. 괜찮습니다.>

 마사오는 안정을 되찾자 좀전의 요시꼬의 유방의 감촉이 되살아났다.

 마사오는 다시 눈을 붙였다.

 열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두 번째 사건이 발샌한 것은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잠결에 마사오는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무릎 위로 올라서더니 그의 오른손

을 슬그머니 잡아 당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사오가 눈을 떴을 땐 이미 그의 손이 요시꼬의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요시꼬는 잠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남편과 자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부드러운 손가락의 움직임에 색정적인 색채가 짙게 느껴졌다.

 그래서 마사오는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살짝 눈을 떠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러는 사이 요시꼬는 계속해서 마사오의 손을 자신의 다리 사이로 깊숙이 

이끄는 것이 아닌가!

 마사오의 손이 스커트 위로 그녀의 하복부에 닿자 요시꼬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손수건으로 그 위를 덮었다.

 그리고 다른 손을 손수건 위에 올려 놓았다. 

 첫 만난 학생에게 장난을 칠 여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 마사오의 손은 옷을 사이에 두고 요시꼬의  하복부 밑의 부푼 

언덕에 닿아 있었다. 

 혹시 마사오가 잠결에 침범한 것으로  요시꼬가 착각을 하고 있다면  슬쩍 

그의 손을 제 자리로 되돌려 놓으면 끝나는 일이다.

 그런데 요시꼬는 손수건으로 가렸을 뿐 아니라 마사오의 손등을 자신의 손

으로 지긋이 누르고 있었다.

 (비몽사몽간에 아직도 나를 남편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마사오는 가만히 있었다.

 사태를 주시해야 했다.

 손을 제 자리로 가져 가면 그만이지만 유혹일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가능성

에 손이 선뜻 떼지지 않았다. 

 요시꼬의 손이 마사오의 손등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의식적인 동작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사오가 그녀의 비부를 애무하는 것이 답례일 것이다.

 이런 남녀의 장난은 서로 노골화시키지 않고 은밀히 암암리에 행해진다.

 말을 꺼내 상황을 분명히 하면 그 행위에 책임이 따르게 된다.

 따라서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지금 이 사람이 잠결에 남편으로 착각하는  것이라면? 또 정

신을 차렸을 때 어떻게 나올까?)

 마사오는 그 반응이 두렵기도 했다.

 앞으로도 몇 시간이나 옆자리에 있어야만 되는 사이인데 말이다.

 결국 마사오는 요씨꼬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주무십니까?>

 잔다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소리였다.

 눈은 뜨지 않고 요시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두세 번 마사오의 손등을 힘껏 눌렀다.

 이제 요시꼬의 의도는 명료해졌다.

 긴 열차 여행 중에 짧은 만남이 이루어진다.

 때때로 사랑이나 정사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마사오가 선배나 친구들에게 들은 얘기의 대개는 서로 어울릴 만

한 연령의 여자이거나 아니면 돈 때문에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요시꼬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한편 요시꼬의 유혹은 노골적이었다.

 열차에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안심하고 있다고 해도, 

너무 대담하고 솔직했다. 

 그렇긴 해도 이미 이렇게 손이 가 있는  이상, 더구나 상대의 확실한 의도

를 안 이상 마사오는 이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차려 놓은 밥상을 거절하는 건 남자의 수치라는 말도 있다.

 마사오는 드디어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언덕이 손가락 끝에 비교적 선명하게 느껴졌다.

 열려진 창문으로 시원한 밤바람이 들어왔다.

 이미 몇 시간이나 만원 열차에  시달린 승객들은 지칠 대로 지쳐  다들 꿈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 속에서 은밀한 놀이가 시작되었다.

 마사오로서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다.

 더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마사오는 상체를 요시꼬에게 기대고 손가락을 깊게 밀었다.

 그에 맞춰 요시꼬는 허리를 앞으로 내밀며 다리를 약간 벌렸다.

 마사오의 손놀림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마사오의 손 위에 손수건이 있고, 또 그  위에 요시꼬의 하얀 손이 있으므

로 누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한 마사오의 손의 움직임을 모를 것이다.

 더 부드러운 부분이 손가락 끝에 느꼈다.

 갈라진 틈새가 있었다.

 그 사이로 전진했다.

 요시꼬가 나지막이 신음했다.

 <아...>

 앞자리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였다.

 스커트로 가로 막혀 있기 때문에 더 깊숙이는 나아갈 수 없었다.

 그 상태에서 마사오는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열차로 도착한다는 것을 다에꼬는 마사오의 어머니에게서  틀림없이 들

었을 것이다.

 도착 시각은 화요일 오전이었다.

 근무 시간이므로 확실히 장담은 못해도 십중 팔구는 역에  나와 있을 것이

다.

 그러면 요시꼬와 맞닥뜨리게 되므로 지금은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게 좋다.

 (그런데 이 여자는 단지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려는 걸까?  아니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그 뒤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사오는 손가락을 작은 루비로 옮겨갔다.

 그곳과 손 사이에는 옷이 있으므로 직접 애무할 때처럼  미묘한 자극이 되

지는 않는다.

 그래서 상당히 강하게 애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꽃눈을 지긋이 누른 채 원을 그렸다.

 그러자 요시꼬는 마사오에게 기대어 왔다.

 숨결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억누르는 듯한 신음이 전해져왔다.

 (크리토리스 애무로 상승하는  일반적인 체질이군.  그러니까 이 상태에서 

내 손가락 애무를 바랄 마음이 든 거야.)

 좀전부터 마사오 자신도 바지 속에서 부풀어 맥박치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도 내 바지에 신경쓰지 않겠지? 날 보는 사람도 없는데.)

 요시꼬는 눈을 뜨고 마사오를 쳐다보았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 숨소리와 함께 낮은 신음소리도 섞여 새어나왔다.

 <당신 능숙해.>

 단순히 기계적으로 움직였는데 능숙하다니?

 그저 해 본 소리라고 마사오는 해석했다.

 그러나 요시꼬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요시꼬가 분명한  의식 가운데 마사오의 애무를  받고 

있음을 표명한 것이다.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직접 애무가 아니라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윽고 두 사람은 고향 마을 얘기를 나누었다.

 마사오의 손은 여전히 요시꼬의 비부에 닿은 채로 정지해 있었다.

 얘기 도중 마사오의 손이 조금만 떨어져도 요시꼬가 두  다리와 손으로 조

이곤 했다.

 마사오 마을의 북쪽을 지나 바다로 향해 흐르는 강을  요시꼬도 알고 있었

다.

 <어릴 때 그 강에서 연어와 매기를 잡곤 했죠.>

 마사오가 말했다.

 손가락 장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을 위한 준비였다.

 <저하고 그 강둑을 산책하지 않으실래요?>

 <만나 줄 거예요?>

 요시꼬는 상체의 무게를 더해 오며 응석부리듯 말했다.

 <만나고 싶습니다.>

 <나 열흘 정도 있을 건데...>

 <잘 되었군요.>

 <그럼 구체적인 약속은 이따가.>

 <예.>

 <나를 봐요.>

 마사오는 얼굴을 돌려 요시꼬를 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다가왔다.

 살짝 입술이 맞닿았다 금방 떨어졌다.

 순간적인 입맞춤이었다.

 잠시 서로를 응시하다가 다시 정면을 향했다.

 요시꼬가 대담한 모험을 한 만큼 마사오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손가락 움직임을 재개했다.  

 요시꼬는 젖어 있는 게 분명했지만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요시꼬의 왼손은 마사오의 손을 손수건 위에서 덮고 있었고  그 왼팔은 마

사오의 오른팔을 감추고 있었다.

 요시꼬는 오른손을 손수건 위에 올려놓으며 왼손을 마사오의 무릎 위에 얹

졌다.

 (드디어 날 확인하러 오는군.)

 기대하고 있던 동작이었다.

 마사오는 힐끗 앞 자리를 봤다.

 노부부는 잠에 깊이 빠져 있었다.

 통로의 사람들도 신문을 바닥에 깔고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아무도 마사오 쪽을 보지 않았다.

 고맙게도 마사오 옆 팔걸이에 등을 돌려 앉은 있는  남자의 육중한 몸집이 

훌륭한 가리개가 되어 주었다.

 요시꼬의 손이 자신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자 마사오는 책을  펼쳐 그 위를 

덮었다.

 그녀의 손목까지 완벽하게 가려 주었다.

 손수건과 책의 기묘한 일치가 부자연스럽지만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다.

  요시꼬는 천천히 허벅지를 어루만질 뿐 흥분된 마사오를  쥐러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조그만 위로 뻗으면 충분히 닿을 거리였지만.

 마사오는 정지한 채 요시꼬의 은밀한 언덕의 온기와 허벅지를 애무하는 부

드러운 손길을 음미하고 있었다.

 갑자기 요시꼬가 왼손을 안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곧장 중심으로 다가왔다.

 다섯손가락 전부에 힘을 주어 마사오의 성기를 꼭 쥐었다.

 바지 위이므로 둥글게 감아잡을 수는 없었다.

 반 정도를 감아쥐었을 뿐이었다.

 조금 더 뿌리 쪽으로 접근해 깊숙이 고쳐 잡았다.

 펼쳐진 책이 움직였다.

 마사오는 책을 바로 놓고 요시꼬의 비부에 있는 손가락 동작을 재개했다.

 요시꼬의 뺨이 마사오의 어깨에 더욱 밀착하였다.

 마사오의 몸은 바지를 뚫고 요시꼬의 손에 힘찬 맥박을 전하였다.

 갑자기 요시꼬가 얼굴을 들고 뜻밖의 말을 했다.

 <도꾜에 두고 온 아이, 내가 낳은 애가 아니에요.>

 그러면서 더욱 마사오를 힘껏 쥐었다.

 결혼 생활에 복잡한 사정이 있는 듯했지만 무슨 이유로  그런 말을 하는지

는 알 수 없었다.

 (이 여자는 찌에와 달리 상당히 능숙하다. 또 자신의 호색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타입이다.)

 그렇지 않다면 첫 대면한 마사오와 복잡한 기차 안에서  이런 유희를 즐길 

리가 없다.

 수치심보다 놀이를 우선시하는 건 요시꼬가 상당한 여자라는  것을 나타내

고 있었다.

 그런데 요시꼬의 말은 그런 에로틱한 분위기와는 괴리감 있었다.

 마사오는 뭐라고 대꾸하기가 곤란했다.

 그러나 요시꼬는 상관하지않고 말을 이었다.

 <전 부인의 아니예요. 귀여운 애죠. 그러나  내 아이는 아니에요. 난  아이 

낳은 적 없어요. 그러니까.>

 힘껏 쥐고 있던 손을 늦추고 기둥을 끝에서 끝까지 더듬었다.

 길이를 재는 듯했다.

 요시꼬는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음 말을 기다리는  마사오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를 애를 낳은 여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요염한 목소리였다.

 그제야 마사오는 아이 얘기를 꺼내 의도를 깨달았다.

 남자는 출산 경험이 없는 여자를 선호한다는 일반론이 염두에 있었기 때문

에 한 말이었다.

 <예. 기대하겠습니다.>

 마사오가 요시꼬의 귀 속삭이자 요시꼬는 짧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나도 가대해요. 이삼 일 내로 꼭이에요.>

 <예.>

 요시꼬의 뜨거운 숨결이 마사오의 귀를 간지럽혔다.

 <사실은 지금 당장 함께 내리고 싶어요.>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마사오도 맞짱구를 쳤다.

 <저도요.>

 그리고 더욱 깊이 손가락을 밀었다.

 <그럼 우리 내릴까요?>

 마사오는 조금 당황했다.

 (그럴 순 없다. 하지만 일단 승낙해서 이 사람의 진의를 확인하자.)

 <그러지요. 어디에서 내려도 전 좋습니다.>

 <정말이요?>

 <진심입니다.>

 <기뻐요.>

 요시꼬가 힘껏 마사오를 쥐어왔다.

 <그곳에 도착하면 예쁜 애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 나 따위는 잊어 버

릴 테니까.>

 <잊다니 무슨 당치도 않은 말씀을. 그럴 리는 절대 없습니다.>

 <그러면 내리지 않고 곧바로 가도 안심해도 될까요?>

 <그럼요.>

 잠시 후 요시꼬는 마사오를 힘껏 한 번 쥐고는 손을 뺐다.

 <손 씻고 올게요.>

 마사오도 손을 뺐다.

 요시꼬는 못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일어나 핸드백을 들고 통로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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