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화 (59/64)

 고향으로 가는 길 

 겨울 방학이 되기 전에 마사오는 귀향하기 위하여 큐우슈우  행 열차에 몸

을 실었다.

 평소보다 일 주일 정도 일렀다.

 방학 전에 고향에 가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미쯔미와는 그날 이후로 다시 만나지 않았지만 묘우미와  찌에, 두 

여자와 동시에 관계를 맺고 있음으로 거의 일 주일에 두  번꼴로 여관에 드

나들면서 돈을 지나치게 써 버렸다는 것이었다.

 도쿄에 하루라도 더 머물면 그만큼 생활비가 더 든다.

 일정액 이상을 집에서 더 받는다는 것은 마사오 자신이  정한 규칙을 어기

는 것이었다.   

 둘째는 바로 찌에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엄격한 시어머니 하쥬다를 의식해 찌에와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퇴근길에 

여관에 들러 잠깐 즐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찌에는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종종 밤늦게 마사오의 방으로 몰

래 올라와 관계를 요구했다. 

 언제 들킬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처음 몇  번은 스릴과 색다른 짜

릿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지만 점점 무척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아무리 만나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다에꼬가 

몹시 그리웠다.

 방학 전이라 열차는 비교적 한산했고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마사오는 쉽게 창가에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조금 전에 나고야역에서 새로운 승객을  실은 열차는 들판을 지나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다에꼬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갑자기 결정한 일이라 집에도 다에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어머니도 다에꼬도 놀라면서도 더욱 반가워 할 것임에 틀림없다.

 열차 안에는 또래의 학생이 열 명 정도 타고 있었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로 해서 일찍 도꾜를 떠나는 것이다.

 어쩌면 여자들과의 만남에 지친 마사오와 비슷한 이유를 갖진 사람도 있을

지 모른다.

 내년 삼 월이면 묘우미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간다.

 그러면 남자와의 접촉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다.

 게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미인인 묘우미에게 접근하는 남자들도 더 많아질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 남자들과 비교하면 학생인 마사오는 어린아이인 셈이다.

 (요란하게 헤어지지 않아도 점차로 그녀와는 멀어지게 된다.)

 거기에는 묘우미의 처녀를 갖고 또 여자의 기쁨을 맛보게 해 준 책임을 회

피하려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묘우미의 친구인 시루꼬와 학교에서 가끔 마주쳤다.

 때때로 시루꼬는 장난스럽게 마사오의 팔을 잡고 허벅지를  밀착시키곤 했

다.

 <내 방으로 가요. 나, 요즘 너무 외로워요.>

 그렇게 노골적으로 유혹해 왔던 적도 있었다.

 마사오로서는 묘우미가 정조를 지키기로 약속한 이상 최소한  그녀가 알게 

될 정사를 갖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묘우미에게 비밀로 하기로 한 약속을 깬 전례가  있는 시루꼬의 유

혹을 거절하였다.

 고향에 내려가기 전에 묘우미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저께의 일이었다.

 밤에 함께 지내기로 약속하고 우선 학교 근처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데 마침 시루꼬가 친구들과 함께 들어왔다.

 그들을 발견하고는 다가와 잠시 인사를 나누고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한 시간쯤 지나 친구들이 나가자 시루꼬는 혼자 그들 자리로 왔다.

 마사오 옆에 앉았다.

 <당신들, 이제부터 여관행?>

 <어머나, 무슨 소릴.>

 묘우미는 내숭을 떨었다.

 <나에게까지 거짓말 할 필요 없잖아. 그보다 내 방에 가서 마시자.>

 묘우미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돼, 시루꼬. 이 사람에게 다시 손대지 마.>

 그러나 들어올 때부터 꽤 친해있던  시루꼬는 상관하지 않고 탁자  밑으로 

마사오의 손을 잡아 자신의 비부로 갖다대기도 하는 등  노골적으로 유혹하

였다.

 물론 마사오는 묘우미의 기분을 존중해 주고 싶었기 때문에 시루꼬를 거절

했었다.

 기꾸와는 기껏 한 달에 한 번 관계를 가질까 말까 하므로 묘우미와 더불어  

지금의 마사오의 생활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여자는 찌에였다.

 얼마 전, 마사오는 밤에 책상에  앉아 교수에게 제출할 논문을  쓰고 있었

다.

 열 시 쯤 되어 아래층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올라가다가 계단 앞에서 

하쥬다를 만났다.

 <유끼꼬에게 들으니 오늘밤은 논문 때문에 바쁘다고요?>

 <예. 새벽 두세 시나 되어야 끝날 것 같습니다.>

 <저런 수고가 많네요. 감기 들지 않도록 무릎에 모포를 덮고 있어요.>

 <예.>

 <참, 찌에에게 뜨거운 홍차를 갖다주라고 말하죠. 그걸 마시면 몸이 좀 따

뜻해 질 거예요.>

 마사오는 일단 사양했지만 하쥬다의 재차 권유에 승낙하고 말았다.

 방으로 돌아온 지 이십여 분쯤 지나 찌에가 홍차를 갖고 들어왔다.

 찌에는 책상 한쪽에 홍차를 놓았다.

 뜨거운 김이 오르고 있었다.

 마사오는 감사의 표시로 찌에를 안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다음 순간에 찌에는 마사오의 정면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마사오의  앞을 

풀어 헤쳤다.

 재빨리 팬티 밖으로 성기를 꺼내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사오의 기둥이 금방 고개를 쳐들었다.

 마사오는 찌에의 은밀한 곳을 만지고 싶은 욕구를 억제했다.

 그러면 시간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찌에가 강하게 움켜쥐고 말했다.

 <빨고 싶어요.>

 <하지만 할머니께서 계신대.>

 <괜찮아요. 그렇게 않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

 마사오가 막류했지만 찌에는 오로지 마사오의 성기에 열중했다.

 결국 마사오는 다다미 위에 똑바로 눕게 되었다.

 찌에는 마사오의 기둥을 입안에 넣더니 강하게 빨아댔다.

 마사오는 찌에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 이제 됐어요.>

 그러자 찌에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혀를 휘돌리기 시작했다.

 마사오로서는 이렇게 애무받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이런 상태로 계속 가다가 찌에의 입안에서 기분  좋게 폭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기엔 너무 위험했다.

 시간도 이미 많이 지났다.

 이제 찌에는 내려가야 한다.  

 <찌에!>

 이윽고 낮게 부르는 하쥬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키고 찌에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녀는 시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마사오가 거짓말을 하는  걸로 

오해하고 고개를 가로젓고는 다시 입안에 깊이 삼켰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하쥬다가 올라올 수도 있다.

 (좋아. 나라도 대답을 하자.)

 그리고 마사오는 바깥을 향하여 대답했다.

 <예에.>

 그제야 찌에는 멈추더니 몸 전체가 굳어졌다.

 찌에가 얼굴을 들자 달아오른 뺨과 촉촉이 젖은 붉은  입술이 눈에 들어왔

다.

 <할머니예요. 계단 아래에 있는 것 같아요.>

 찌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벌떡 일어나 옷매무새를 고친 뒤

 <지금 갑니다.>

 하고 바깥을 향해 말했다.

 찌에가 나간 뒤 마사오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찌에게 자극받은 성기만이 계속 혼자 흥분하여 있었다.

 어느덧 창 밖은 깜깜한 새벽이었다.

 짙은 어둠이 깃들여 있는 겨울 들판은 까닭 모를 서글픔을 느끼게 했다.

 마사오는 다가왔다가 곧 뒤로 사라지는 겨울 들녘을 차장 너머로 바라보면

서 찌에에 대해 생각해 봤다. 

 지난 번처럼 마사오를 향한 찌에의 태도는 늘 지나친 면이 많았다.

 (정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남자고 젊고 자유로운  입장인 

나도 두려워하고 있는데.)

 찌에의 딸 유끼꼬도 마사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더구나 가끔 마사오와 유끼꼬는 가벼운 정도의 은밀한 놀이를 즐기고 있었

다.

 만약 찌에나 유끼꼬가 다른 쪽이 마사오와 그런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면 그들 모녀로서는 이보다 더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  최대의 불명예이

자 수치가 된다. 더욱이 어린 유끼꼬라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  집을 나가야만 한다. 그리고  그러렇게 

하는 것이 찌에와 할머니 사이의 평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다음 날 오후에 마사오는 열차에서 내렸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마중 나온 사람은 없었다.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서 다에꼬가 마중 나왔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마다 반사적으로 성기가 부풀어올라 곤란했었다.

 지금은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홈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누군가 옆에서 성냥불을 내밀었다.

 고개를 돌렸다.

 <아, 다까세 아냐?>

 고교 동창 다까세 고이찌였다.

 작년 여름 방학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다까세는 코트 안에 양복을 입은 듯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다까세도 무척 반가워했다.

 <옆얼굴을 보고 금방 알았지. 일 년 동안 키가 꽤 컸군. 이젠 180이  넘겠

어.>

 <나보다 너, 이제 어른이 다 되었군.>

 <난 사회인이니까.>

 <그런데 넌 회사는?>

 <외근나온 거야. 이제 회사로 안 돌아가도 돼.>

 다까세와 미찌요의 첫 관계 때가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그때 마사오가 미숙한 다까세와 처녀인  미찌요를 위해 옆에서 실습  교사 

역할을 했었다.        

 <미찌요 씨는 졸업하고 요즘 뭐하고 있니?>

 그러자 다까세가 턱에 힘을 주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웬지 가슴이 뜨금한 건 역시 청순하고 귀여운 소녀였던  미찌요를 향한 죄

의식이 마음 한 구석에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내가 다까세를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잠시 사이를 두고 다까세가 입을 열었다.

 <소식 들었니?>

 <글쎄, 그 뒤로 아무런 소식도 못 들었어.>

 <그 애 결혼했어.>

 <그래? 누구와?>

 그러자 다까세가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마사오의 어깨를  잡았

다.

 <누구긴 누구야. 바로 나하고 했지.>

 <뭐라고? 너와? 언제?>

 <4월에. 그애가 졸업하자마자.>

 결혼이라니, 마사오로서는 아직은 먼 장래의 일이었다.

 <잘 되었군. 그래도 너무 빠른 것 아냐?>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 애는 이 학년 때부터 이미 

여러 남자가 마음에 들어했거든.>

 <그래? 그런데 지금 어디서 살고 있어?>

 <역 근처 아파트에. 단 둘이 살아서 미찌요는 낮에 언니 의상실 일을 돕고 

있어. 참, 너 들렀다가 집에 가라. 미찌요도 기뻐할 거야.>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된 데에는 나의 도움이 컸다고 할 수  있어. 나 덕분

에 육체 관계를 맺게 되었기에 이렇게 빨리 결혼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거

야. 어쨌든 오늘 내려 온다고 알리지도 않았고 또 주말이 되려면 며칠 남았

으니까 오늘 잠시 들렀다 가자.)

 <좋아. 신혼집 한 번 구경해 볼까?>

 <다에꼬 씨는 지금도 은행에 다니지?>

 <응.>

 <전화해서 불러. 넷이서 함께 어울리면 좋잖아.>

 <그러지 뭐.>

 신혼부부

 두 사람은 열차를 탔다.

 낮이라 거의 비어 있었다.

 마주 앉아왔다.

 열차에서 내려 출구를 나오자마자 다까세는 미찌요가 일하는  의상실로 전

화를 걸었다.

 <나야. 지금 역에서 내렸어.  열차에서 멋진 남자를  만났어. ... 마사오

야. 놀랬지? 지금 곧장 집으로 갈 테니까, 당신도 일찍 퇴근해서 뭐라도 좀 

분비하지. 술은 내가 사 갈게.>

 (과연 아내에게 하는 전화는 다르군. 생활의 활력이 느껴져.)

 미찌요에 대해서는 여고 때의 귀여움밖에  마사오는 모른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된 그녀가 얼마나 변했을까?

 처음으로 다까세와 결합하던 날 미찌요는  옆에서 지켜 봐 준  마사오에게 

특별한 수줍음과 요염함을 보였었다. 

 마사오도 다에꼬에게 전화했다.

 <아니, 거기 어디야?>

 다에꼬의 반가운 목소리에 뜻밖의 사태가 일어났다.

 성기가 부풀기 시작한 것이다.

 <역이야. 방금 도착했어. ...집에도 연락하지  않았어. 갑자기 오게 됐거

든. ...그런데 역에서 다까세를 만났어.  미찌요 씨와 결혼했다는 것 알고 

있었어?>

 <응, 전혀.>

 옆에서 다까세가 재촉했다.

 <오라고 해.>

 결국 다에꼬가 타고 올 열차를 묻고 그 시각에 역으로 마중 가기로 했다.

 다까세의 집은 새로 지은 깔끔한 아파트 이층이었다.

 큰 방과 작은 방, 두 개였으며 살림살이가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고 신혼다

운 달콤한 분위기가 배어 나왔다.

 학생이 사는 집과는 역시 달랐다.

 이윽고 두 사람은 큰 방에 상을 펴고 먼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금새 맥주 두 병을 비워 버렸다.

 <여기서 술을 마시고 있는 줄 알면 어머니께서 놀라시겠군.>

 <뭘! 평소보다 일 주일이나 일찍 내려 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일 년만이군. 진학한 애들과는 웬지  만나기 싫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 

좋아서 취직한 게 아니니까. 그래도 넌 우리 부부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

잖아?>

 그러더니 돌연 다까세가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올해 오 월이야, 미찌요가  처음 기쁨을 느낀  때가. 거의 십 개월  걸렸

지.>

 <넌 그때 동정도 아니면서 처녀가 처음엔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도 

몰랐었지.>

 <그때까진 두세 번 윤락가에 간  게 전부였으니까. 하여튼 우린  결혼하기 

전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밖에 그럴 기회가 없었어. 난  막 취직해서 정신

없이 바빴고 상대는 학생이고, 더구나 양쪽 모두 부보와 함께  살고 있으니

까 시간도 장소도 여의치 않았지.>   

 <그게 다른 연인들의 고민이기도 해. 일 주일에 최소한 두  번씩은 정기적

으로 해야 한다는데, 그럴 수 없으니까 대개 일 년 가까이 걸리지.>

 일 년 만에 보는 미찌요는 머리에는 파마를 하고 또 세련되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묘우미보다 세 살 아래인데도 연상으로 보였다.

 조금 통통해진 듯했고 결혼한 여자의 안정감이 배어 있었다.        

 그래도 웃음 띤 얼굴에는 여고 시절의 그림자가 귀엽게 남아 있었다.

 <아! 어른이 다 되었군요. 이제 나보다 누나 같은데? 결혼 축하해요.>

 <미야자끼 씨에겐 정말 신세 많이 졌어요.>

 마사오는 곧 옷 위로 터질 듯이 솟아 있는 유방을 발견했다.

 그 당시에는 빈약한 듯 했는데.

 다까세가 말했다.

 <이 애 가슴이 꽤 작았었지?>

 마사오는 끄덕였다.

 <졸업하고 체조를 그만두었기 때문일 거예요. 점점 부풀어서 지금은  달리

면 출렁거릴 정도예요.>

 미찌요는 요염한 눈빛을 띠며 웃었다.

 다까세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정말 그 때문만일까? 내 덕분이란 생각은 안 해?>

 미찌요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섰다.

 <곧 술상을 새로 준비할게요. 오늘은 천천히 놀다 가세요.>

 잠시 뒤에 미찌요는 앞치마을 두른 채 생선묵을 잘라왔다.

 생선의 신선함이 그대로라 더욱 맛이 있었다.

 미찌요는 앞치마를 벗고 다까세 옆에 앉았다.

 <이 넙치, 부인이 손수 만든 겁니까?>

 <예. 왜요?>

 <맛이 좋은데요. 역시 결혼은 좋은 거군요.>

 <부인>이라는 호칭에 마사오는 웬지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무리 후배이고 친한 친구의 아내라 하더라도 역시 <부인>이 가장 

적절할 것 같았다.  

 <미야자끼 씨는 대학만 졸업하면 다에꼬 씨와 결혼하실 거죠?>

 <아니오. 취직해서 두 사람이 먹고살아 갈 수 있게 되면요. 다까세,  동창 

중 결혼한 건 너 뿐이지?>

 <아니, 한 명 더 있어. 나보다 한 달 늦게 결혼했지.>

 <누구?>

 <시따이야마라고 알아? 착실하고 자그마한 녀석이야.>

 <응, 알아. 나와는 제대로 얘기해 본 적도 없지만 너와는 그대로  제법 친

하지 않았니?>

 같은 반인 적이 있었지만 성적도 그저 그랬고 클럽 활동도 전혀 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학교와 집만 왕복하던, 보이지 않아도 표나지 않는  그런 희미

한 느낌의 소년이었다.

 <그래, 맞어. 졸업하고 형과 같이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 이 월에  형이 심

장병으로 갑자기 죽고 말았어. 그런데 시따야마 녀석 그 형수와  눈이 맞은 

거야. 형수는 형과 동갑으로 스물 둘 살이고 아이는 없었지.>

 <농가에선 드문 일은 아니지. 그 놈은 염전하니까 부모의 말씀대로 따라겠

지.>

 <주위의 축복 속에서 결혼한 게 아냐. 뒤죽박죽이야.>

 <그래?>

 그제야 마사오는 흥미가 끌려 바싹 다가앉았다.

 <그럼 관계가 먼저 이루어진 거야?>

 <그래. 난 그 얘기를 듣고 기절초풍할 뻔했어. 사실 그 여자  살결이 희고 

귀여운 얼굴에 아이도 낳지 않은  상태라 아직도 처녀처럼 보여.  알뜰하고 

얌전하고 또 일도 잘 한다고  평판이 좋았었어. 그런데 남편을  화장시키던 

날 밤, 시따야마의 방에 몰래 들어와 말없이 안기더래. 그래서  시따야마는 

형수가 슬픔을 나누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여자가 불쑥  키스를 

하더니 시따야마의 그곳으로 손을 뻗었어. 시다야마는 여전히 남편을  잃은 

슬픔으로 인한 돌발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걸 쥐고 흔들자 그 

녀석도 자신도 모르게 형수의 몸을  더듬게 되었다더군. 그 여자의  은밀한 

그곳은 이미 남자를 맞을 준비가 되어 축축하더래. 그리고는 둘  다 정신없

이 관계를 갖게 되었지.>

 <시따야마는 동정이지 않았니?>

 <맞어. 그래서 어쩔 줄 몰라  하자 여자가 먼저 입으로 애무해서  앗 하는 

사이에 절정에 이르게 한 뒤에 다시 자기 몸 속에 집어넣었대.  결국 그 여

자는 시동생 방에서 계속해서 네 번이나 관계를 갖은 후에  새벽닭이 울 때

에야 몰래 나갔다는군.>   

 <남편 장례식 날!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나, 아니면 시동생

에게 남편을 발견하려고 한 걸까. 도통 모르겠군.>

 <여자는 동물은 원래 무섭잖아? 어쨌든  그날부터 남의 눈을 피해  낮이고 

밤이고 틈만 나면 사랑을 나누었다고 해. 그러다 여자가 임신을 했지. 낳고 

싶어 하더래. 그래서 부모님에게 사실을 알렸지. 은근히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부모도 기꺼이 찬성하셨어. 서둘러 앗 하는 사이에 결혼식을 올렸

지. 올 초겨울이면 아이가 태어날 거야. 이미 부부니까 다소 조산이라도 그

리 흉잡히진 않을 거야.>

 <그러면 지금은 그 여자를 사랑하는 셈이군.>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 고백하기로는 괴로운 것 같았어.  아버지가 

되는 불안도 있고, 또 자신도  만일 죽는다면 그 여자가 다시  다른 남자를 

유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미찌요가 갑자기 끼여들었다.

 <웬 바보 같은 소리. 전 만일 당신이 무슨 일을 당하면  뒤를 따라 자살할 

거예요.>

 <허! 그런 말을 하는 여자는 많지만 막상 실행하는 건 몇 백만 명에 한 명 

정도 될까?>  

 <내가 그 몇백만 명 중의 하나예요. 사실 전 아직도 긍 리을 믿을 수 없어

요. 그들이 결혼했다는 게 지금도 반신반의예요. 그저 자신의 바램을  얘기

한 게 아닐까요? 아니, 어쩌면 그 여자 안에 악마가 들어 있는 건지도 모르

죠.>

 야간 열차 여행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피로로 마사오는  빨리 취기가 올랐

다.

 그 취중에 듣는 다까세와 미찌요의 대화는 더욱 다정하게 들렸다.

 다까세가 마사오에게 말했다.

 <시따야마 집은 그래도 부유한 편이지만 그 여자 친정은 매우 가난한 모양

이야. 동생도 많고. 그래서 그런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 짜낸 비상

수단이었다 해도 틀리지 않을지도 몰라.>

 <그런 계산을 아니었을 거야. 이상  심리와 욕망이 겹친 것 같아.  아무튼 

우리 동급생 중 제 일호로 아빠가 되는 셈이군. 너도 빨리 만들어.>

 <나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다까세와 마사오가 말을 주고 받는  동안 미찌요는 매력이 넘치는  다정한 

눈빛으로 남편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 준 미찌요의 신부다운 동작이나 표정이 마사오의 눈에 바람

직하고 아름답게 비쳐졌다.  

 미찌요가 부엌으로 잠시 자리를 뜬  사이에 다까세가 마사오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결혼해서 함께 살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야.  언제 이 

애가 이상한 마음을 먹을까 불안해서 회사에서 일이 손에 안  잡힐 때가 있

어. 그래서 난 그럴 때마다 당치도 않은 일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곤 하지.>

 <무슨 일?>

 <좀 이상한 망상이야. 아내가 약하고 서툴고 보잘 것 없고 또 물건도 작은 

놈하고 간통하는 몽상 말야. 그러면 다시는 바람 피우고 싶은  욕망 따위는 

생기지 않고 더욱 나만 바라볼 것 나이겠어?>

 마사오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이 아니라 엄청나게 이상하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아내가 다른 남자 경험이 없어서  나의 가치

를 확실하게 모르는 것 같아. 너 전에 내 물건 봤지?>

 <응, 엄청나더군.>

 <거기에 다가 그때는 서툴렀지만 지금은  테크닉도 좋단 말이야. 난  이제  

누구한테도 자신이 있어.>

 <하여튼 부인에겐 그런 말하면 절대 안 돼.> 

 야채를 듬뿍 담은 접시를 들고 미쯔요가 돌아왔다.

 <맛있겠군요. 이런 건 자취하면서는 좀처럼 먹을 수 없거든요.>

 어느덧 다에꼬가 탄 열차가 역에  도착할 시각이 되었다고 미찌요가  일러 

주었다.

 <제가 다에꼬 씨를 마중 나갈까요?>

 <아니, 제가 나가겠습니다.>

 마사오가 일어서자 다까세도 따라 일어섰다.

 <나도 가지.>

 두 사람은 아파트를 나와 역으로 향했다.

 다까세는 꽤 취한 듯했다.

 <넌 정말 좋은 부인을 얻었어.>

 <하지만 난 아내가 바람을 피울까 봐 진심으로 걱정이 돼. 넌  그 애가 얼

마나 호색스런 여자가 되었는지 몰라. 두려울 정도야. 요즘 난 여자가 남자

보다 더 지독한 욕망의 동물이란 사실을 조금 알 것 같아.>

 <그런 부인을 만난 넌 정말 행운아야. 하지만 그런 얘기 절대 하지 마. 그

러면 널 증오할지도 몰라.>

 둘은 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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