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64)

 불꺼진 창

 한숨 자고 나서 마사오가 눈을 뜬 것은 열 시가 가까워서였다.

 마사오는 에이꼬에게 받은 쪽지를 꺼내 보았다.

 편지지에 예쁜 글씨로 주소와 전화번호가 써 있었다.

 (이 초대는 뭘 의미하는 것일까? 나를 유혹하는 것일까, 아니면 호기심 차

원에세 비쯔와의 일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일까?)

 이윽고 책을 읽고 있는 사이에 열한 시가 가까워졌다.

 부모는 잠자리에 들어가 있는 걸 확인하고 마사오는 조용히  집을 빠져 나

왔다.

 어머니에게는 미리 말해 두었었다.

 큰 길로 나왔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달아오른 뺨을 타가운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다에꼬의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가는 건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

 욕망 뿐만 아니라 이런 자신의 열정을 다에꼬에게 보여서 안심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미 다에꼬 어머니에게 허락 받았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에도 난처한 상황

에 빠질 염려는 덜 하였다.

 마사오는 조용히 다에꼬 방 창문으로 다가갔다.

 불은 켜져 있었다.

 조용히 유리창을 두드렸다.

 천천히 소리 없이 창문이 살짝 열렸다.

 <마사오?>

 <응.>

 창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다에꼬의 하얀 얼굴이 나타났다.

 마사오는 주위를 둘러본 뒤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에꼬가 곧바로 창문을 닫았다.

 두 사람은 서로 껴안았다. 

 <미안해요. 많이 추운데.>

 <괜찮아. 그보다 아버지는?>

 <주무세요.>

 마사오는 얼른 옷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다에꼬는 마사오가 벗어 놓은 옷을 정돈했다.

 이불 속에서 다시 포옹했다.

 진한 입맞춤 속에서 다에꼬의 손은 마사오의 성기를 꽉 잡았다.

 벌써 그것은 밤길을 걸어오는 동안 흥분되어 있었다.

 그 길고 굵은 것을 만지작거리면서 다에꼬는 입술을 떼고 마사오의 귓볼에 

따뜻한 숨을 토해 냈다.

 <저, 있잖아요. 이런 얘기하는 건 부끄럽지만...>

 <뭔데?>

 <아버지와 어머니, 오늘밤에 그걸 하신 것 같아요. 그러는 편이  숙면에도 

도움이 될 테고. 왠지 어머니 태도가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해

요.>

 그렇다면 두 사람을 위해 다에꼬 어머니가 아버지를 꼬여서  그 일을 했다

는 얘긴가?

 <그럴지도 모르지.>

 마사오는 다에꼬의 잠옷을 벗기고 음부에 손을 뻗었다.

 다에꼬는 팬티를 입고 있었다.

 꿀물에 흠뻑 젖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 스즈꼬의 처녀를 갖었을 때 그녀는 미리 팬티를  벗어 핸드백에 넣

어 가지고 왔던 것이 생각났다.

 마사오와 결합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다에꼬는 이렇게 입고 있는데 에떻

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스즈꼬는 벗고 왔었다.

 그 차이가 흥미로웠다.

 (내일이나 모레쯤 스즈꼬를 만나 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넘쳐나온 샘물이 욕정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마사오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생한 증거였다.

 곧장 손가락 두 개로 톡 튀어나온 작은 루비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이미 껍질을 벗고 단단해져 있었다.

 그 순간 다에꼬가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낮게 신음했다. 

 <당신이 여기 있는 동안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매일 만나고 싶어요.>

 <나도.>

 <그리고 이틀에 한 번은 하고요.>

 <그렇게 하지.>

 <나는당신 뿐이니까 당신도 나 만나는 동안에는 다른 여자와는  하지 말아

요.>

 도꾜에서 마사오가 즐기는 걸 용인한다는 뜻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새삼 그 순진함과 이해심에 마사오는 진한 사랑을 느꼈다.

 <다에꼬하고만 할 거야.>

 마사오는 앞에 <여기에 있을 동안에는> 라는 말을 생략했다.

 그러나 스즈꼬가 있으므로 그렇다고 해도 역시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다.

 잠시 후에 마사오가 팬티를 벗겨 내고 꽃밭에 입맞춤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다에꼬가 들뜬 목소리로 결합을 요구해 왔다.

 평소보다 많이 이른 편이었다.

 그 만큼 오늘따라 유난히 흥분되어 있었다. 

 마사오는 문득 묘한 충동이 일었다.

 올 정초에 잠시 마사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에  기모노 차림의 다에꼬와 

뒤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결합을 했었었다.

 다시 입기 힘든 기모노를 벗길 만한 느긋한 상황이  아니었을 뿐더러 뒤로 

정성껏 틀어올린 머리를 망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뒤에서 한 번 해 볼까?>

 다에꼬가 잠시 사이를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오는 다에꼬를 엎드리게 하고는 그 위로 몸을 포개고 허리를 띄웠다.

 이 자세에선 다에꼬가 맞출 수  없으므로 마사오가 꽃잎을 열고  비너스에 

그 끝을 대고 눌러 넣었다. 

 다에꼬는 그를 맞아들이면서 정상 체위 때와는 다른 신음을 토해 냈다.

 정상 체위와는 반대 방향에서 결합되므로 감각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기 때

문이다.

 이 자세에서는 다에꼬의 움직임이 한정되어 있다.

 그런 만큼 마사오가 움직임을 다양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베개를 껴안고 신음하던 다에꼬가 한층 크게 소리를 내었다.

 얼굴과 얼굴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마사오는 그 소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저쪽 방에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이 체위는 몰래 할 때에는 맞지 않

는다.)

 마사오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다에꼬가 얼굴을 옆으로 틀며  거친 호흡 속

에서 힘겹게 말햇다.

 <저, 있잖아요.>

 <응?>

 <평소 하던 것처럼 해요. 부탁해요.>

 마사오는 얼른 결합을 풀고 다에꼬의 몸을 바로 눕혔다.

 다에꼬의 손이 재빨리 움직여 마사오의 성기를 잡았다.

 마사오는 그대로 다에꼬의 몸 위로 엎드렸다.

 다에꼬가 기둥을 단숨에 힘껏 잡아당겼다.

 마사오는 허리를 전진시키며 양팔로 다에꼬를 껴안았다.   

 <아아... 이게 좋아.>

 다에꼬도 ㄳ팔로 마사오를 껴안고 허리를 크게 꿈틀거렸다.

 그녀의 입에서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면서 들뜬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내부는 더욱 뜨거워졌다.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사오는 아직 여유로웠음으로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이윽고 다에꼬는 화려한 절정을 맛보았다.

 마사오는 깊숙이 잠긴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고 궁전의 감각을 즐겼다.

 상체가 그녀의 호흡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뺨을 비비며 숨결이 가

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노크 소리 같기도 했다.

 마사오가 다에꼬의 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누가 왔나 봐.>

 <정말?>

 다에꼬는 정절의 여운 속에서 듣지 못했는 모양이다.

 귀를 기울이자 또 작은 소리나 났다.

 두 번 계속됐다.

 바람에 문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

 (노크 소리다.)

 마사오는 숨을 죽였다.

 <엄마?>

 다에꼬가 대담하게 낮은 소리로 물었다.

 <응. 잠깐 들어가도 되니?>

 역시 어머니였다.

 마사오는 얼른 다에꼬에게서 떨어져 반듯이 눕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다에꼬는,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고는 잠옷을 걸친 뒤 일어나 앉았다.

 문이 열리는 기척을 이불 속에서 마사오는 들었다.

 방으로 들어오는 인기척도 느꼈다.

 이어 낮은 다에꼬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가 잠에서 깨셨단다. 아직 잠에서 덜 깨 상태인데 누가  와서 얘기

를 하는 거냐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잠깐 가 보고 오겠다고 하고  온 거야. 

그러니까 좀 조심해서...>

 <예.>

 (이렇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모르는 척 하는 게 자연스럽겠지. 하지만 다에

꼬에게만 부끄러운 마음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묘한 의협심 같은 마음이 생겼다.

 마사오는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다에꼬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마사오가 사과했다.

 <걱정하지 마라. 아버지는 또 잠들 테니까. 나는 이만 가겠다. 부디  조심

해서... 한 시간만 더 있다가 돌아가도록 해라.>

 다에꼬 어머니는 그 말만 하고 나갔다.

 방문이 천천히 닫혔다.

 발소리가 멀어져 거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마사오와 다에꼬는 서로 껴안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어떡해요?>

 <어머니니까 괜찮아.>

 <그래도 아버지 때문에 무서워요.>

 <괜찮대두. 어머니가 잘 말씀드릴 거야.>

 마사오는 다에꼬의 손목을 잡고 자신에게로 끌어왔다.

 다에꼬의 손가락이 마사오의 성기를 감쌌다.

 놀라서 조금 위축되기는 했지만 다에꼬의 몸 속에 들어있을  때의 상태 그

대로였다.

 디에꼬가 속삭였다.

 <아버지가 알게 되면 어떡하죠?>

 <그래도 괜찮아. 우린 결혼할 거니까.>

 다에꼬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대로 돌아가지 말아요.>

 <응.>

 마사오도 다에꼬의 화원에 손을 뻗어 자연스럽게 서로를 애무했다.

 이윽고 마사오는 다에꼬를 다시 덮쳤고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었다.

 다에꼬가 마사오의 귓볼을 깨물었다.

 <이번에는 같이 해요. 응?>

 <알았어.>

 두 사람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화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고 다에꼬의 신음소리는 점점 높아져 갔다.

 <마사오!>

 <응.>

 <나, 이제 곧.>

 <응.>

 <당신도 좋아요?>

 <나도 좋아. 아아...>

 급상승하기 시작한 다에꼬의 움직임에  맞추면서 마사오는 자신의  입으로 

다에꼬의 입을 막았다.

 다에꼬의 몸이 계속 울었다.

 내부 전체가 한층 뜨거워져 마사오를 힘껏 조여왔다.

 역시 감각의 상승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어머니가 묵인해 주고 있다는 안심

이 무력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 상승을 끝까지 이루고 나서도 약속과 달리 마사오는  미처 폭발하지 못

했다.

 마사오가 무사히 다에꼬의 방을 빠져나온  건 어머니 말과는 달리  새벽이 

다 되어서였다.

 한 번만 더 하고 돌아가야지  했던 것이 막상 결합을 마치고  나면 미련이 

남아 일어설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벽 하늘은 무척 맑았다.

 마사오는 숲속으로 난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제 밤중에 몰래 가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마사오는 다에꼬와의 관계가 한층 더 깊어졌다는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

었다.

 이전부터 양가의 어머니들은 그들의 육체 관계를 인정해 오고 있기는 했지

만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마지못해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마사오는 다에꼬에게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너무 대담해졌어. 어머니가 그렇게 찾아온 뒤에도 내 몸을 그토록 

탐하다니. 더구나 다에꼬라면 어떤 남자도 욕심을 낼 텐데. 앞으로도  헤어

져 있어야 할 시간이 긴데, 우리 관계는 무사할 수 있을까? 난 다에꼬 없는 

인생은 생각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어디서 찬 바람이 불어왔다.

 여자는 욕망의 동물이라는 다까세의 말이 귓가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남자만이 여러 여자를 즐기고 싶어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마사오가 겪었던 그 많은 여자들이 얼마나 순진한 얼굴로 욕정을 스스럼없

이 불태웠던가.

 마사오는 멀어지는 다에꼬의 불꺼진 창을 자꾸 되돌아봤다.

    일요일 아침이었다.

 잠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마사키는 분신이 터질 듯이 경직돼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평소 아침마다 그렇지만 그날 따라 좀 별나게 심한 것 같았다.

 별다른 생각없이 몸을 뒤척이며  무의식적으로 단단해진 분신을  바지 

밖으로 꺼내고는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문쪽에서 조그마한 인기척이 났다.

 문이 조금 열려져 있는 것이 보였다.

 어젯밤에 술기운에 문 닫는 것을 깜빡했나 생각이 되었다.

 거기에 하숙집 손녀딸 다에코였다.

 얼굴이 굳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마사키의 손장난을 보고 있

는 것 같았다.

 마사키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편지 왔어요.>

 <그래? 누구 보냈지?>

 <오빠 애인.>

 다에코는 방으로 들어서며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역시 하나코가 보낸 것이었다.

 다에코는 마사키 앞에 단정하게 앉았다.

 얼굴엔 벌서 조금 전의 놀라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수줍음이나 혐오의 빛도 없었다.

 (이 애는 그게 뭔지 모를 거야.  그냥 신기한 것을 본 그런 기분일  거

야. 그래도 조금 비밀스러운 짓이라는 건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마사키가 쭉 편지를 읽어내려 가고 있을 대 다에코가 말했다.

 <오빠 고향에 가 보고 싶어요. 난 여행은 거의 해본적이 없거든요.>

 <방학 때 함께 갈까?>

 <와! 좋아라.>

 <어머니가 허락해 주실까?>

 <한 번 말씀드려 볼래요. 하나코 언니도 만나게 해 줄거죠?>

 <물론이지.>

 여동생이 없는 마사키는 귀여운 다에코의 손을 잡고  고향으로 내려가

는 모습을 상상해 보니 기분이 흐믓했다.

 부모와 하나코가 보기에 얼마나 마음이 놓이겠는가?

 자신이 한눈 안 팔고 공부만 착실히 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일 테니까.

 <좋아, 나도 옆에서 거둘어 줄게.>

 <고마워요. 그럼 지금 당장 말씀드리러 가요.>

 처음에는 찌에와 아직 엄마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던 아이라 걱정했지

만 다에코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울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마사키도 옆에서 폐가 되지않을까 하는 찌에의  염려에 어머니

가 굉장히 좋아할 거라고 거들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승낙을 받아냈다.

 그날 오후에 마사키가 책상 앞에서 책을 펴놓고 있을  때 다에코의 음

성이 들렸다.

 <저 왔어요.>

 소녀는 문을 열고 쑥 들어오더이 마사키 옆에 앉았다.

 희고 맑은 얼굴이었다.

 하나코가 저만할 때와 비슷한 깨끗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  

 <오빠에게 물어볼 게 있어요?>

 <뭔데?>

 <그럼 저쪽을 쳐다 보고 있어요.>

 <무슨 질문인데 그래?>

 <아이, 그래야만 물어볼래요?>

 마사키는 벽을 향해 앉았다.

 다에코는 일어서더니 마사키의 등 뒤로 돌아가서는 두 손을 어깨에 걸

쳤다.

 마치 응석을 부리는 것처럼 마사키에게 업힌 꼴이었다.

 <저...>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따뜻한 숨이 귀를 간지럽혔다.

 <응?>

 <오늘 아침에 오빠의 그것을 봤어요. 미안.>

 <그랬구나. 보였으니까 봤는 건데 사과할 건 없어.>

 <그런데 이상했어요. 할아버지 것과 전혀  달랐어요. 잘못 본 건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다에코는 할아버지와 자주 목욕을 함께 했다.

 잘못 보았다고 하거나 나이가 들면 변한다고 거짓말하면  간단할 것이

다. 

 그러나 마사키는 문득 짓궂은 장난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넌 어떻게 물어 볼 결심을 했지?>

 <에이 내가 먼저 물었잖아요. 둘러대지 말구요.>

 다에코의 상체의 무게가 더욱 무거워지더니 두 팔이  길게 뻗어내려와 

마사카의 가슴에 포개졌다.

 마사키의 등을 힘것 껴안은 것처럼 되어 있었다.

 더구나 다에코의 뺨이 마사키의 ㅂ에 밀착해왔다.

 의외로 뜨거웠다.

 <나, 남자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은밀한 그 목소리에는 비로소 색기가 풍겼다.

 <왜?>

 <나도 이 년 뒤에는 고등학생이에요.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당하고 싶

지 않아요.>

 <저... 너도 엄마처럼 생리를 하니?>

 다에코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아기를 낳는 것과 관계있는 것도 알아?>

 <예.> 

 <그러면 어떻게 아기가 생기는지도 알고 있니?>

 <내가 오빠에게 한 질문과 그게 관계 있어요?> 

 <물론이지.>

 <잘 모르겠어요.>

 자신없는 목소리였다.  

 그리고는 상체 무게가 등에서부터조금 멀어졌다.

 마사키는 다에코의 팔을 잡아끌어 무릎 위로 안아올렸다.

 소녀는 순순히 따랐다.

 가까워진 얼굴을 서로 바라보았다.

 뺨은 발그스레하고 눈은 촉촉했다.

 조금은 색기가 어리는 눈빛이었다.

 그때 다에코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찔거리고 턱이 조금  치켜지는 듯하

더니 눈이 천천히 감겼다.

 중 1이면 가벼운 입맞춤 정도는 알 나이다.

 입술을 기다린다는 표시 같았다.

 (좋아, 이 애도 이걸 비밀로 해야 한다는 건 알테니까.)

 마사키는 그 어린 꽃싹 같은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갖다댔다.

 도망갈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달라붙어왔다.

 마사키는 입술을 천천히 대고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빨아서는 안 돼.)

 잠시 후 입술을 떼고 그 얼굴을 보았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눈썹이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

 다에코의 눈이 열렸다.

 <나 귀여워요?>

 <응, 무지하게...>

 <나 오빠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사랑한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 조금 좋아하는 거겠지.>

 다에코는 고개를 젖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이건 분명 사랑이에요.>

 뭔가에 사로잡힌 몽롱해하는 표정이었다.

 <착각이야. 이제 그만 내려와.>

 마사키가 친절하게 다에코를 무릎에서 내려놓으려고 하자 입술을 내밀

었다.

 <한 번 더...>

 다시 마사키는 입술을 가져갔고 아까보다 좀더 오래 있었다.

 다에코는 입술을 벌리려고는 하지 않았다.

 소녀는 마사키의 무릎에서 내려오더니 다시 등뒤로 돌라가 두 손을 마

사키의 어깨에 올려 놓았다.

 <얼굴을 보면 부끄러워요. 빨리 대답해 주세요.>

 그때 아래층에서 소리가 났다.

 <다에코!>

 <예.>

 그때까지와 달리 아주 아이답게 밝은 목소리로 다에코가 대답했다.

 <이리와서 엄마 좀 도와 줄래?>

 <예, 알겠어요.>

 <나중에 또 올게요.>

 다에코는 문을 닫고 명랑한 걸음 걸이로 계단을 내려갔다.        

 체구가 작은 탓도 있겠지만 아주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평소 계단을 오

르내릴 때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다에코였는데, 부끄러운지 일부러 아

이 흉내를 내는 것 같았다. 

 밤 아홉 시가 되자 다에코가 다시 찾아왔다.

 <공부 가르쳐 달라고 왔어요.>

 <그래? 어서 들어 와.>

 그들은 방바닥에 엎드렸고 마사키는 수학을 가르쳐 주었다.

 영리한 다에코는 이해력이 빨랐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그런 학생을 대하면 절로 신이 나는 법이다.

 마사키가 진도를 더 나가려고 하자 다에코가,

 <여기까지만 할래요.>

 그러나 책은 여전히 펼쳐 둔 채였다.

 <그만 하겠다면서?>

 마사키가 의아스러워 묻자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갑자기 누가 올지 모르니까.>

 그러더니 그를 빤히 쳐다보며 가까이로 몸을 밀착시켰다.

 정말 누가 보더라도 공부하는 것으로 볼 것이다.

 정말로 영특한 아이였다.

 <이제 내가 물어 본 것에 대해 대답해 주세요.>

 마사키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피한다거나 얼버무린다는 인사을 주지 않도록 적절항 단어를  골라 꽤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호기심이 강한 다에코는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나 설명이  불충분한 

부분이 있으면 즉시 질문을 해왔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설명과 대답 그리고 또  다른 질문의 반복이 

드디어 끝났다.  

 <오늘 아침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일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

 <물론이죠.>

 다에코는 더욱 상기된 얼굴이었다.

 커다란 비밀을 공유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강한 연대감이 느껴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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